겉에서 보면 부모와 아이의 기싸움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양쪽이 서로 으르렁대며 맞선다. 문제는 부모가 아이를 힘으로 제압하여 이겼다고 해서 유쾌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상처받고 화난 아이 앞에서 승리의 기쁨에 젖기는 힘들 것이다. 당신이 진다면 문제는 더더욱 심각해진다. 세상에 어떤 부모가 겨우 이를 닦으라거나 숙제를 제때에 하라고 하는 데 이토록 진을 뺀단 말인가? 결국 기싸움은 부모에게 좌절감만 안겨 준다.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며 앉아 있을 시간도 없다. 문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을 뿐이다! 또한 기싸움은 부모를 화나게 만들고 두려움과 무력감을 준다. 지금도 이 모양인데 사춘기가 되면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무엇보다 기싸움은 부모를 슬프게 한다. 아이한테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은 늘 꿈꿔 온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 1장 중에서
삶에 긍정의 힘을 심어 준 어른들이 내가 ‘정서 지능 코치’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관계를 구축한다. 자신이 누군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감정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깨닫도록 인도해 준다. 반면, 이들이 싫어한 어른들을 나는 ‘위협자’라고 부른다. 그들은 상대의 감정을 부정할 뿐 아니라 그러한 감정을 가졌다는 이유로 상대를 벌주기도 한다. 어린아이의 눈물도 가식이라고 받아들여 분노와 공포로 응대한다. 존 가트먼 박사는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에서 “그는 당신의 기분이 어떤지 절대 묻지 않는다. 불쾌한 감정에 집중하는 것은 잡초에 물을 주는 것처럼 불필요한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불쾌한 감정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위협자들이 가진 힘의 근원은 수치심 심기와 지배하기에 있다. 누구도 그들에게 협력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반항하거나 물러설 뿐이다. 당신도 인생에서 위협자를 만나 봤을 것이다. 당신의 부모였을지도 모른다.
--- 2장 중에서
아이가 슬프다고 말하면 당신은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가, 아니면 내버려 두는가? 아이가 피곤하다면 축 늘어진 눈꺼풀이나 에너지가 떨어진 듯한 모습이 관심을 끄는가, 아니면 아이가 바닥에 쓰러지고 나서야 반응을 보이는가? 당신은 아이가 초조할 때 손톱을 깨무는 것을 알아차리는가, 아니면 아이가 “절대 안 갈 거야!”라고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아이가 겁에 질렸다는 사실을 깨닫는가? 당신이 아이의 일상과 삶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더 미묘한 신호들을 포착하기가 더 쉬워진다.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다닌다면 교사나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낮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라. 관찰하라. 아이의 보디랭귀지, 목소리 톤, 눈빛 등을 놓치지 마라. 이 모두는 당신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매번 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 5장 중에서
잭은 불규칙한 아이였다. 마른 편이지만 아침은 엄청나게 먹어 댔다. 하지만 엄마는 그 이후에 잭이 무엇을 원하는지 결코 알 수가 없었다. 점심때가 되어도 먹지 않다가 오후 4시쯤 되면 몸에 힘이 다 빠져서 간식을 요구하곤 했다. 저녁 식사는 그때그때 달랐다. 자기 몫을 남김없이 해치우는가 하면 두 입만 먹어도 배가 부른 듯 보였다. 엄마는 잭이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걱정이 많았다. 잭은 먹는 시간과 먹는 양이 그때마다 다를 뿐이었다. 엄마는 잭의 기질을 이해한 뒤로 규칙적인 식사 시간을 계획하고 잭에게 테이블 앞에 앉아 최소한 몇 분이라도 대화할 것을 요구했다. 무엇을 먹을 것인지, 얼마나 먹을 것인지는 잭이 선택해도 되지만 가족들과 함께 앉아 있어야 했다. 잭은 배가 고프면 먹고 배가 고프지 않으면 먹지 않았다. 잭의 성장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엄마는 걱정을 멈추었고 먹거리를 둘러싼 기싸움도 끝났다. 불규칙한 신체 리듬을 가진 아이는 다음과 같은 말을 듣는 것이 좋다.
-잠드는 게 힘들 거야.
-먹고 싶을 땐 언제든 영양가 있는 간식을 먹을 수 있어.
-지금은 휴식 시간이야. 꼭 잠들 필요는 없지만 휴식을 취하렴.
--- 9장 중에서
렌은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아홉 살짜리 딸 제니가 울면서 이웃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아이들은 제니가 한 아이를 밀어 물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제니는 소리를 지르며 항변했다. “아냐, 안 그랬어. 난 잘못하지 않았어!”“저는 제니가 며칠이고 자기 의견을 주장하리란 걸 깨달았지요. 제니가 이웃의 따돌림을 받을까 봐 두려웠어요. 일단 아이를 끌고 집으로 들어왔죠.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 시점에서 시작하면 화를 돋울 뿐이라는 걸 알았어요.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렇게 말했어요. ‘너는 정말로 진실을 가치 있게 여기는 아이지. 정말 훌륭한 자질이고 중요한 성격이야. 네가 믿는 것을 주장할 용기도 있어. 세상은 너 같은 사람을 원한단다.’ 아이는 금세 차분해졌어요. ‘그건 맞지 않아!’라고 소리치는 대신 ‘내가 밀었다고 생각한다면 미안해.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라고 말하거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미안해.’라고 말하는 게 좋다는 건 나중에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사고형 아이에게는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추상적인 칭찬은 아이의 의심을 살 뿐이다. 아이는 정확히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혹은 자신이 무엇을 잘했는지 알고 싶어 한다. “훌륭한 생각이야.”나 “넌 100번이나 점프했어.” 같은 말이 “멋져!”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 사고형 아이는 감정을 식별하고 인정하는 법을 배울 때도 직접적인 코칭을 원한다. 아이가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데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당신은 그렇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 주고 아이가 실천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 11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