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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

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

: 특유의 장인정신으로 격조 높은 미의식을 보여주는 ‘미나 페르호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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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세술/삶의 자세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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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406g | 128*188*30mm
ISBN13 9791191587111
ISBN10 119158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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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이 맞이해주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만나는 일, 그리고 새 가구가 늘어선 공간을 찾아가는 일은 어린아이인 내게도 즐거웠다. 가구에서는 언제나 좋은 냄새가 났다. 외할머니는 나를 가죽 소파에 앉히고는 “이건 버팔로 가죽이란다”, “이건 카프라고 하는데 어린 송아지 가죽을 가공한 거야. 부드럽지?” 하며 알려주시곤 했다. “옻나무는 오래간단다”, “오동나무로 만든 장롱은 낡아도 다시 깎아내면 새로워질 수 있어” 하던 외할머니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나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오랜 시간 쓰여온 것들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 p.40-41

미나의 이념과 운영 스타일은 마리메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일시적으로 소비되는 디자인이 아니라,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도 좋은 물건이라면 변형하지 않고 계속 생산해낸다. 그것이 마리메꼬 디자인에 담겨 있는 생각이다. ‘그러한 철학이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해보고 싶다.’ 이러한 생각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숨쉬고 있다. 그리고 그 씨앗을 뿌린 것이 바로 핀란드 여행이었다.
--- p.83

만드는 어려움과 기쁨, 그 상반된 감정은 언제나 나의 양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다. 건축가든 요리사든 우리의 일에 공감하는 사람을 만나면 ‘우리가 그 공감에 걸맞게 제대로 일을 하고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어 갑자기 긴장이 될 때도 있다. 나는 그런 자극을 원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믿는 일을 계속하고 있으면 생각지도 못한 만남 또한 기다릴 것이다. 미나 페르호넨이 적어도 100년은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브랜드로 통하는 창문과 문은 낮고 넓은 곳에 열어두어야 한다. 새로운 바람은 언제나 그곳으로 불어들어오기 때문이다.
--- p.250

‘미나 페르호넨/미나가와 아키라 지속하다’ 전시회에서는 25년 동안 만들어온 옷을 연대순이 아니라 한 공간에 뒤섞어 전시했다. 그 전시를 본 여러 사람에게 25년이나 흘렀는데 어떤 옷도 낡았다는 느낌이 없고 트렌드나 유행과도 무관한 옷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평가는 유행에 좌우되지 않고 옷을 만들어온 나의 방향성이 25년 동안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p.282

일을 하면 할수록 머릿속에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일, 해보고 싶은 일, 필요한 일들이 넘쳐 흐른다. 겉에서 보면 카오스의 소용돌이 속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소용돌이치는 것들은 지금 우리의 힘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것들뿐이다. 그러나 그런 새로운 발견이 계속될수록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 또한 커진다고 생각한다.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것이 주는 기쁨이 있을 것이다. ‘적어도 100년’을 뛰어넘기를 기대하면서.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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