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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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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top10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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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524g | 130*218*23mm
ISBN13 9791164051496
ISBN10 116405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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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선율이 솟아오른다. 환상적으로 차근차근, 은총과 비밀을 가득 품고 노래하고 떠다니면서, 아름답고 가뿐하게. 선율은 반복되고 변화하고 휘어진다. 고운 아라베스크를 찾아내고, 좁디좁은 오솔길들 위로 굽이치더니, 고요하고 청명한 감정이 되어 다시 시원하고 정화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위대함은 없다. 절규도 깊은 고난도 없다. 드높은 외경심도 없다. 오로지 기쁘고 자족한 영혼의 아름다움이 있을 뿐.
--- p.14, 「고음악」 중에서

다시 장관이 벌어진다. 거장 바흐가 크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자신의 사원에 들어와 신께 감사 인사를 올리고, 경배의 분위기 속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성가의 가사에 따라 자신의 경건함과 일요일의 분위기를 즐기려 한다. 그러나 음악을 시작하는가 싶더니 약간의 공간을 찾아내 화성들을 보다 깊이 몰아가며, 감동적인 다성부 선율들을 엮고 화성들을 맞부딪친다. 그리고 음의 건축을 떠받쳐 세우고 마감하여 교회를 한참 벗어나 고귀하고 완벽한 체계의 우주 공간을 만들어낸다. 마치 신은 잠자리에 들었고 그에게 지휘봉과 망토를 넘겨주었다는 듯. 이윽고 뭉게구름을 야단쳐 다시 빛의 공간을 환히 열더니, 행성들과 태양을 득의양양하게 끌어올린다. 그는 한낮 중에 느긋하게 쉬며 서늘한 저녁 소나기를 때맞게 불러낸다. 그런 뒤 석양처럼 찬란하고 웅혼하게 곡을 마치며,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광휘와 혼신으로 가득한 세상을 남겨놓는다.
--- p.15, 「고음악」 중에서

그것이야말로 음악의 비밀이다. 음악이 그저 우리의 영혼만을 요구한다는 것, 하지만 오롯이 요구한다는 것 말이다. 음악은 지성과 교양을 요구하지 않는다. 음악은 모든 학문과 언어를 넘어 다의적 형상으로, 하지만 궁극적인 의미에서 항상 자명한 형상으로 인간의 영혼만을 끝없이 표현한다. 위대한 거장일수록 그가 관조하고 체험한 바의 효력과 깊이는 무제한적이다. 또한 순수한 음악적 형식이 완벽할수록 우리 영혼에 끼치는 영향은 직접적이다.
--- p.32, 「음악」 중에서

밤에, 한 목소리가 노래한다.
밤에, 그 목소리가 두려워하는 밤에
노래한다. 두려움과 용기를.
노래로 밤을 길들인다.
노래하면 다 괜찮아.

두 번째 목소리가 노래를 시작해
다른 목소리와 발맞추어 걷고
다른 목소리에 응답하고 웃는다.
둘이서 밤에 노래하면
기쁨이 솟아나니까.

세 번째 목소리 들어와
조화로이 춤추고 걷는다.
밤에 함께. 셋은
별빛이 되고
마법이 되고.
--- p.36~37, 「3성부 음악」 중에서

연주회 3부에서 본래의 음악 애호가이자 신실한 음악 청교도들인 우리는 곤경에 빠졌다. 그의 연주가 한 단계 한 단계 대규모 청중을 향해 가는 가운데, 훌륭한 음악가 베토벤과 바흐는 아예 못 해냈고 유려한 실력자 타르티니는 온전히 성공시키지 못한 것, 그것을 이 이국의 무명 탱고 작곡가들이 빼어나게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수천 명이 불타올랐고 녹아내렸으며 대결을 포기하고 달라진 얼굴로 미소 지었고 눈물을 흘렸으며 황홀해하며 신음했고 짤막한 오락곡들 하나가 끝날 때마다 도취의 박수갈채를 터뜨렸다. 그 대단한 남자는 승리했다. 이 삼천 명의 영혼 하나하나가 그의 것이었고, 모두가 기꺼이 자신을 바치고 손길을 기다리고 놀림당하고 행복해하며, 도취경과 홀림 상태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 p.69, 「비르투오소의 연주회」 중에서

우중충한 주점에는 폐물 같은 옛날 타펠 클라비어[탁상 건반악기]가 한 대 있었는데, 가느다랗고 베일에 싸인 듯한 소리를 냈고 줄 몇 개가 나간 데다 조율도 엉망이었다. 이 피아노에 앉아 쇠크는 우리에게 여러 오페라의 일부 혹은 전곡을 연주해주었다. 주인 가족은 모두 반해서 귀 기울였다. 비트만도 이 악기를 한번 시험해보고 싶어져 그 앞에 앉아 용감하게 건반 몇 개를 짚었다. 그러나 금방 화들짝하며 다시 일어섰다. 나도 악기를 시험해본다고 몇 개 음을 쳤다. 이 폐물에서 음 비슷한 걸 유도해낸다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쇠크는 그 악기로 음악을 연주해낸 것이다. 그는 그 물건에 마법을 걸었고 대가들의 영을 불러냈다. 그의 두 손 아래 고물 상자는 다시 말 잘 듣는 피아노가 되었고, 로시니와 베르디의 음악을 들려주었으며 심지어 한때 음악가였던 주인을 놀라고 반하게 만들었다.
--- p.83, 「오트마 쇠크와의 추억 중에서」 중에서

당시 내게 음악은, 세상이 더 이상 안중에 두지 않으려 하는 모든 고운 것, 우아한 것, 신성한 것을 가장 강하고도 직접적으로 떠오르게 했다. 전쟁은 부득이하다면 한동안 견딜 수 있었다. 전쟁 안에서 내가 인간성을 수행하고 상처 치유를 돕는다고 나 좋을 대로 생각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음악은 견딜 수 없었다. 나를 가누는 그 궁색한 질서와 규율이 음악 몇 마디면 송두리째 붕괴되었고, 이 세계와 이 전쟁에서 도망가고 싶은 참을 수 없는 갈망이 깨어났다.
--- p.92~93, 「오트마 쇠크와의 추억 중에서」 중에서

그의 음악 안에서는 끊임없이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은 꾸준하지도 짓누르지도 무겁지도 일정하지도 않다. 껑충거리는, 유희하는, 돌풍 같은, 버릇없는, 부단히 놀라게 하며 시작되고 다시 사라져버리는 윙윙거림이다. 모래와 나뭇잎의 앙증맞은 소용돌이 춤을 보는 기분이다. 화창한 날의 바람, 근사한 방랑 벗이며 놀이 친구다. 활기차고 아이디어 넘치며 신나게 수다 떨다가, 때로 달리거나 춤추고 싶어했다가 하는. 우아함과 청춘으로 가득한 이 음악 속에서는 팔랑거리고 나부끼며 나풀거리고 한들한들하며 춤추고 폴짝거린다. 빙긋 웃고 깔깔 웃고 유희하고 놀려댄다. 일부러 심술궂었다 애틋했다 하며. 이 마법 같은 리듬을 지은 시인이 우울과 분열 증세 속에 꺼져가다 죽었다는 건 납득할 수 없을 것 같다.
--- p.102, 「슈만의 음악을 들으며」 중에서

그러나 음악이 꽃피고 있었다. (…) 의식의 성장과 창작력의 새 시대가 부상하는 중이었고, 전대미문의 비약적 힘을 지닌 정복욕이 보물 같은 유산을 장악해 점점 더 찬란한 오르간들을 제조했고, 오케스트라들을 재편했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음악가들이 칸타타, 오페라, 오라토리오, 협주곡 들을 작곡해서 몇십 년이 지나는 동안 환하고 기쁨에 찬 건축물을 지어 올렸다. 오늘날 고매한 예술의 경배자라면 누구라도 이 건축물을 생각하게 된다. 파헬벨, 북스테후데, 헨델, 바흐, 하이든, 글루크, 모차르트 등 사랑스러운 이름 중 하나를 언급할 때면.
--- p.118~119, 「연주에 대하여」 중에서

저는 예술에 대해 말하고 사유할 때 예술가의 시선을 고수하지만, 예술비평가나 미학자가 아니라 모럴리스트로서 바라봅니다. 나 자신이 예술의 영역에서 무엇을 거부해야 하고 불신해야 하는지, 무엇을 숭배하고 사랑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겁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가치와 아름다움에 대한 규범화된 객관적 개념들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양심의 문제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양심은 도덕의 문제이지 미학의 문제가 아니고요. 바로 그런 이유로 저는 그것을 취향이라 부르지 않고 양심이라 부릅니다. 이 양심은 주관적이며 저 자신에게만 의무 지우는 것입니다.
--- p.102, 「어느 여자 성악가에게 쓴 부치지 않은 편지」 중에서

저는 연주를 들은 지 몇 분 만에 이 낯선 중국인[푸총]을 존중하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 그는 실제로 기술적인 면에서 비르투오소다운 완벽성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코르토나 루빈슈타인도 그 완벽성을 뛰어넘지는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들은 건 그저 대가다운 피아노 연주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들은 건 쇼팽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쇼팽요. 그것은 바르샤바와 파리를, 하인리히 하이네와 젊은 리스트의 파리를 생각나게 해주었습니다. 제비꽃 향기와 마요르카섬에서 맞는 비의 향기가 났어요. 최상류 살롱에서 풍기는 향기도요. 음악은 멜랑콜리하면서도 고귀한 느낌을 자아냈고, 리듬의 분화와 셈여림의 차이는 섬세했습니다. 기적이었어요.
--- p.170, 「어느 음악가에게」 중에서

우리를 끝없이 변화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과 비눗방울처럼 순식간에 터져버리는 영혼,
시간과 하나 된 것들, 지속을 모르는 것들이다.
그런 우리에게는 장미 이파리의 이슬이
한 마리 새의 구애가
구름이 희롱하는 죽음이
흰 눈의 반짝임과 무지개가
이미 날아가버린 나비가
터져나온 웃음소리가
지나는 길에 우리를 잠시 스친 그 소리가
환희를 선사하고
고통을 주나니. 우리는 사랑한다,
우리와 하나인 것을. 우리는 이해한다,
바람이 모래 위에 써놓은 것을.
--- p.174, 「모래 위에 쓰인」 중에서

“여러분은 그럴싸하게 말하는 데 모든 열정을 쏟아부어요. 그 과정에서 별의별 반짝이는 것과 희한한 것을 길어오고요. 어렵고 불가능한 모든 것을 기어이 말로 표현하게 될 때까지, 영혼이 녹초가 될 때까지 말이에요. 제가 여러분 모두에게 아쉬운 점은 성실함이에요. 제대로 된 드높은 자부심도 품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에게 자부심이 있다면 여러분의 신전은 국도변 같은 데 있지 않을 거라고요. 자기들 비밀을 무도회나 저녁 차 모임에 내놓지도 않을 거고요. 여러분은 섬세하고 시적인 사색에 잠기지만, 이 사색의 내용은 여러분과 사람들 손을 푼돈처럼 돌아다녀요. 알겠어요? 그런 면에서 사라사테는 정반대예요. 그는 성실함과 자부심을 지녔어요. 그는 여러분의 황홀경 같은 것 없이 무궁무진한 섬세함과 예술가적 사랑으로 활을 움직여요. 하지만 여러분은 이렇게 말하죠. ‘그는 독일 음악을 이해하지 못해’라고요.”
--- p.198~199, 「사라사테」 중에서

베토벤은 달라요. 그에게는 훌륭하고 궁극적인 차원에서 드라마적인 것이 있습니다. 삶, 변화, 발전이요. 피아노 소나타 작품들은?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23번입니다?해명 불가능한 보물입니다. 경이로운 교향곡들도, 매혹적인 현악 사중주 작품 몇 편도 마찬가집니다. 제가 마음 깊이 느끼는 바로 그것을 불가사의하게 표현하는 쇼팽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견딜 수 있는 피아노 음악은 베토벤뿐일 것 같습니다. (…) 제가 쓴 시 중 가장 좋아하는 것들은 거의 모두 쇼팽과 베토벤의 음악에서 비롯되었습니다.
--- p.200

음악을 자주 듣는 사람이 이런 낙을 굳이 따로 기록하고 찬사를 늘어놓는다는 것이 놀라우실까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늘 오롯이 즐길 수는 없거든요. 깊은 숲속에서 자연의 온갖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에 둘러싸여 있을 때면, 문득 집에서 초를 켜놓고 시가를 입에 문 채 1800년에 나온 낭만적인 통속문학을 읽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해요. 아니면 훌륭한 연주회에 앉아 있을 때 욕구가 갑자기 가시면서 암벽과 양치식물이 바라다보이는 협곡 어딘가에 혼자 누워 있었으면 할 때도 자주 있고요.
그런데 훌륭한 음악에 실로 ‘장악된’ 순간, 홀바인의 냉철하고 고상한 광채가 제게 말을 걸어온 순간, 시냇물에 재빨리 몸을 담그려고 초록 숲속에서 옷을 벗어던진 순간에는 삶의 의욕으로 충만해져 마음이 화사해지고 풍요로워지고 두근대는 나머지, 다른 사람들도 이토록 벅차고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까지 들어요.
오늘 하이든 작품을 듣는 감미로운 한순간에는 이 섬세한 완전성의 기적이 너무나 환하고 행복하게 펼쳐져, 저는 오늘이 가기 전에 그 누군가에게 행복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 p.204~205

우리는 음악과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사는 동안 음악이라는 감정, 울려 퍼진다는 느낌, 리듬 있는 삶이라는 기분, 화음처럼 존재할 권리에 대한 감각 말고 추구할 만한 건 아무것도 없거든요. 그게 있다면 다른 건 꽤 엉망이어도 돼요. 우린 다들 엉망이잖아요.
--- p.217~218

음악은 제가 무조건 경탄하는, 절대적으로 꼭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유일한 예술이고요. 다른 그 어떤 예술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아요.
--- p.219~220

그[모차르트]가 자기 존재의 사무친 고립을, 가난의 비참함을, 예술과 삶에서의 환멸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상상하기란 불가능하다. 우리가 아는 건 다만 그의 음악이 한없이 유쾌한 천진난만함에서 한없이 깊은 진지함까지 아우른다는 것이다. 반면 그의 삶은 외적으로 별스러울 것 없는 면모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편지 여기저기에는 그 어떤 낌새와 암시가, 그의 내면으로 이끌어주는 표현이 드문드문 담겨 있다. 편지 곳곳에서 이 훌륭한 인간의 선량함과 사랑하는 능력이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반짝인다.
--- p.226

엄밀한 의미에서 볼 때 일대기도 존재하지 않고 심리학적 규명도 불가능한 이들이 있다. 덕분에 그들은 너무나 완벽한 수수께끼가 되고 마법처럼 신비해져서 인격체가 높이높이 실종돼버린다. 우리를 벗어나 위로 올라가 비밀이 된다. 초개인적이자 초시간적인 예술이 반 이상을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는 그런 몇 안 되는 가장 위대한 예술가다. 역사 이래 이런 신비에 둘러싸인 시인은 거의 없다. 셰익스피어 말고는. 음악가 중에는 또 하나의 불가사의인 바흐가 모차르트와 더불어 그런 신비에 싸여 있다. 거장들의 생애가 그토록 불가사의해진 건 자료와 문서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 그들 예술의 천사들이 사는 하늘의 영역에서 이 예술가들을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 p.270~271

명랑함은 시시덕거림도 자아도취도 아니야. 그것은 최고의 인식이자 사랑, 모든 현실에 대한 긍정, 그 어떤 나락과 심연의 언저리에서도 깨어 있는 상태를 말해. 그것은 성자들과 기사들의 미덕이기도 하지. 그것은 의연하며 나이를 먹고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쌓여가지. 그것은 아름다움의 비밀이자 모든 예술의 본질이야. 생의 찬란함과 경악스러움을 시구의 춤으로 기리는 시인과 순수한 현재로 울려 퍼뜨리는 음악가는 빛을 가져다주는 자이자 지상에 환희와 밝음을 더하는 존재야. 비록 그들이 우리에게 일단은 눈물과 고통스러운 긴장을 선사하겠지만. 어쩌면 우리를 매혹하는 시구를 읊는 시인은 슬픈 은둔자였을지도 모르고, 음악가는 음울한 몽상가였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의 작품들은 신들과 별들의 명랑함에 동참하고 있어. 그렇게 해서 이제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은 예술가의 암담함, 시련, 두려움이 아니야. 순수한 빛 한 방울, 영원한 명랑함 한 방울이지. 모든 민족과 언어가 신화, 우주진화론, 종교로 세상의 심연을 탐색하려고 할지라도 그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은 이 명랑성이야.
--- p.286~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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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를 좋아하는 애호가는 많지만 헤세만큼 온몸으로 느끼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누가 쇼팽을 이토록 내밀하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리라. 헤세에게 음악은 찬란하게 펼쳐진 그림이고 영롱한 소리로 쓴 문학이었다. 이 책으로 그는 우리에게 시공을 뛰어넘어 그 감동적인 체험을 전한다.
- 민은기 (서울대 음대 교수, 『음악과 페미니즘』 『난처한 클래식 수업』 저자)
작가는 아름다운 언어를 찾아 헤매는 영원한 방랑자다. 그런 작가들도 언어의 미로 속에서 헤매는 것에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때 최고의 위로는 음악이다. 언어 없이도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음악의 힘에 압도당하는 것 자체가 영혼의 휴식이 되기 때문이다. 헤세는 바로 그런 음악의 마법을 뼛속 깊이 이해했다. 그는 수많은 음악 속에 숨은 영감의 빛과 구원의 목소리를 온몸으로 느꼈고, 바로 그 음악의 감동을 다시 문학의 언어로 변신시키는 능수능란한 마법사였다. 헤세가 사랑한 모든 멜로디와 리듬은 에세이라는 아름다운 형식 속에서 또 하나의 음악으로 부활한다. 헤세는 모든 문장을 악보처럼 연주하여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는 음악의 아름다움을 더욱 찬란한 구원의 메시지로 변신시킨다. 헤세 앞에서는 그 모든 음악이 또 다른 시가 되고 소설이 되어 싱그럽고 눈부신 언어로 울려 퍼진다.”
- 정여울 (작가, 『헤세』 『헤세로 가는 길』 『끝까지 쓰는 용기』 『마지막 왈츠』 저자)
헤세는 음악을 들을 때 언제나 이미지와 풍경을 본다. (…) 문학에도 실내악이 있다면, 헤세가 단연 최고의 대변자일 것이다.
- 로맹 롤랑 (작가, 음악학자, 191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헤세에게 음악은 ‘순수한 현재이자 미적으로 지각 가능한 시간’이었고, ‘찰나가 과거 및 미래와 이루는 일치’였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헤세가 음악과 맺었던 관계를, 그 가장 중요한 윤곽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 미헬 폴커스 (독일 ‘헤르만 헤세 전집’ 책임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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