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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스 소녀

[ EPUB ]
전혜진 | 아작 | 2022년 01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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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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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년 0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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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13 9791166686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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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다양한 여성들의 빛나는 서사”
한국 페미니즘 SF의 기수, 전혜진이 그리는 보드라운 퇴보와 멸망!
무례하고 폭력적인 세상을 전복시키는 우아한 다정함!
세계 최다 발행 SF 잡지 『科幻世界』 글로벌 공모전 수상작가 전혜진의 첫 SF 소설집!


수많은 작가들이 수많은 책을 쓴다. 작가의 표현을 빌자면, “20년 동안 기다려 왔으나 아무도 써주지 않은” 책들을 전혜진 작가는 근래 왕성하게 발표해 왔다. 한반도 전체가 거대한 ‘노 키즈 존’임을 통렬히 비판한 장편소설 『280일: 누가 임신을 아름답다 했던가』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임산부로 산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가 하면, 30년간 읽어온 한국 SF 순정만화를 재조명한 에세이 『순정만화에서 SF의 계보를 찾다』를 발표하며 놓쳐서는 안 될 순정 SF 만화들을 기록했다. 그뿐인가, 옛 귀신 이야기들 속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여성, 귀신이 되다』와 불가능한 꿈을 실현한 29명의 여성 수학자 이야기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를 연달아 내놓았고, 아이들을 위해서는 여성 과학자들을 다룬 『우리 반 마리 퀴리』, 『우리 반 에이다』까지 발표했다. 작가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오롯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오롯함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 책은 2007년 전혜진 작가가 『월하의 동사무소』로 데뷔한 이후, 첫 소설집 『홍등의 골목』(온우주, 2013) 수록작을 포함해 14년간 작가가 집필한 50여 편의 중단편 소설을 모두 검토하여 선별해 엮은 첫 ‘SF’ 소설집이다. ‘SF’를 강조하는 이유는, 작가가 근래 발표한 각종 픽션과 논픽션의 끝이자 시작에, 여기 모은 소설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혜진은 무례하고 폭력적인 세상에서 현실을 철저히 파헤치고, 과거를 돌아보며 그 계보를 찾아 왔다. 그리고 현실에 머물지 않고 과감히 이를 전복하는 이야기들을 써 왔다. 그 이야기들이 SF인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여기 모은 전혜진의 SF들은 그 우아한 투쟁의 기록이자, 또 잘 벼른 칼날이다. 불합리한 성차별과 인습의 탯줄을 기어이 끊을.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01_나와 세빈이와 흰 토끼 인형
02_우주 멀미와 함께 살아가는 법
03_교환 및 반품은 7일간 가능합니다
04_레디메이드 옵티미스트_91
05_옴팔로스
06_바이센테니얼 비블리오필
07_불법개조 가이노이드 성기 절단 사건
08_아틀란티스 소녀
09_탯줄의 유예
10_언인스톨
11_죽은 사람의 관 위에 열여섯 사람
12_파촉, 삼만리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다양한 여성들의 빛나는 서사”
한국 페미니즘 SF의 기수, 전혜진이 그리는 보드라운 퇴보와 멸망!
무례하고 폭력적인 세상을 전복시키는 우아한 다정함!


동북아시아의 한국 여성 작가가 써서 더욱 강력한 이야기다. 작가가 ‘화를 내며 감정적으로 썼다고’ 불평할 일은 없을 듯하다. 이 단편은 어떻게 봐도 충분히 ‘이성적으로 자제’한 결과물이니까. 당대 사회의 의식과 가치관에 전면적인 질문을 해본다는 면에서 SF의 혁명성과 전복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이 소설은 그 예시로 아무 흠이 없다.
- 박문영, 소설가

우리에게 너무하는 세상에서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하다〉는 윌리엄 워즈워스의 짧은 시다. 시의 제목이자 첫 구절인 ‘The World Is Too Much with Us’는 보통 이렇게 번역된다.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하다.’

사람들이 잘 택하지 않는 직역과 의역도 있다.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 많다.’
‘세상은 우리에게 벅차다.’
‘우리는 속세에 과하게 파묻혀 있다.’

갖가지 맥락의 문장들을 모아보면 어쩐지 〈레디 플레이어 원〉의 세계가 떠오른다. 과거가 현재를 뒤덮은, 더는 뭘 만들어 낼 필요가 없는 곳 말이다. 힘도 마음도 조화도 잃어 무엇에도 감동하지 못하는 인류를 씁쓸히 바라보는 워즈워스, 1770년생 영국 시인이 느낀 괴리에는 묘하게도 SF적인 순간이 있다.

*

전혜진이 그리는 세상도 “보드라운 퇴보와 멸망”(〈레디메이드 옵티미스트〉)이 가득하다. 그곳도 이곳처럼 ‘완만한 종말’(〈파촉, 삼만리〉)을 향해 간다. “우아하고 고상한 척하지만 결국은 과거의 문화를 답습하는 데만 열을 올리는 사람들의 도시”(〈바이센테니얼 비블리오필〉)에서는 할 일이 없다. 아늑한 공회전 속에서 생활은 인공지능이, 취향은 알고리즘이 구획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 속 이들은 이곳에서 의아함을 느낀다.

‘여전히 악취가 나는데?’
‘이전과 똑같이 징그럽고 혹독하지 않아?’
‘아니, 계속 이렇게 지내려고?’

물음은 적의로 이어진다. 이 감정은 정당한 분노이니까. 인재와 재해, 차별과 학대. 기술이 발달한 근미래에도 어지러운 일은 반복된다. 허망한 죽음이 연이어 나오는 그의 이야기들은 인간의 심신이 사실 얼마나 덧없고 허약한지 내내 일깨워준다. 동시에 소설 속 죽음이 비극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이 세계의 죽음이 종료를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삶은 끝나도 의식은 다시 흐른다. 탈 신체가 자연스러운 여기서는 마인드 업로딩 기술이 주요하게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이 생각하고 움직여야 할 시간도 사건 이후다. 살지도 죽지도 않은 채 어딘가에 끼인 존재들은 비극, 희극, 부조리극을 자유롭게 오간다. 임종을 엄숙하게 다루는 방식을 벗어난 서사엔 체념 대신 활기가 돈다.

열두 편의 이야기는 크고 작은 사건을 통과하며 막힘 없이 나아간다. 정체 구간도 우회로도 없다. 작가가 소설 외에도 만화를 오래 다뤄왔기 때문일까. 컷이 이어지듯 전개가 선명해 상황을 인지하는데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다. 배경은 탄탄하고 아이디어는 알맞다. 장면들은 짜임새 있고 대화에는 생기와 위트가 흐른다. 이야기는 곧장 속도를 내며 쾌적하게 항해한다. 튼튼한 틀을 갖춘 각각의 단편은 작가가 말하려는 바를 온전히 담아낸다. 여기 자리한 이들은 언뜻 의기소침해 보이지만 실은 “의지가 강하고, 심지가 굳고, 다른 사람이 자기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하는”(〈언인스톨〉), 그래서 어쩔 도리 없이 툴툴대며 사건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있는 힘을 다해 싸우려는 마음, 의로운 마음, “더 많이 알고 싶고 읽고 싶고 느끼고 싶은 그 마음”(바이센테니얼 비블리오필〉)이 그들 안에 꿈틀대기 때문이다.

*

첫 수록작 〈나와 세빈이와 흰 토끼 인형〉은 짧은 분량이지만 단편들을 아우르는 질의가 담겨 있다. 무겁지 않은 톤 안에 몸과 의식, 거기 얽힌 소유권에 대한 서늘한 구절이 숨어 있기도 하다.

〈우주 멀미와 함께 살아가는 법〉은 무례하고 폭력적인 세상에서 누군가의 호명이 얼마나 귀중한 일인지 알려주는 이야기다. 이석증을 앓는 ‘나’와 의족을 단 ‘그 애’와의 우정이 조금씩 움트는 과정이 세심하다.

〈교환 및 반품은 7일간 가능합니다〉를 매운맛 K-SF로 부를 수 있을까. 주인공이 관문을 통과하는 동안 맞닥뜨리는 현실상은 표독하다. 작가는 특유의 또렷한 필치로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이곳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감정을 약물로 조절하는 사회는 〈레디메이드 옵티미스트〉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다른 SF와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안 오길 바라는 미래와 오길 바라는 미래가 조금씩 섞여 있다. 신경계 약물 ‘아타락시아’를 사용하지 않는 인물들을 통해 인간에게 고통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다시금 고민해보게 된다.

〈옴팔로스〉의 수신인은 혈육 하나이지만, 사실은 지금의 두나가 어린 두나에게 쓰는 편지에 가깝다. 엄마에게 받은 정서적 학대를 거의 스스로 치유해내는 중인 두나를, 아무도 미워하지 않으려 애쓰는 그를 다독이지 않을 수 없다.

〈바이센테니얼 비블리오필〉에서 윤현이 내려야 할 판단은 쉽지 않다. 어둡지도 환하지도 않은 세상, 풍요롭고 앙상한 여기서 그는 무엇을 위해 분투해야 할까. 윤현이 만날 이를 궁금해하며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읽는다는 행위에 대한, 생각하고 방황하려는 욕구에 관한 질문까지 만나게 된다.

〈불법개조 가이노이드 성기 절단 사건〉은 동북아시아의 한국 여성 작가가 써서 더욱 강력한 이야기다. 작가가 ‘화를 내며 감정적으로 썼다고’ 불평할 일은 없을 듯하다. 이 단편은 어떻게 봐도 충분히 ‘이성적으로 자제’한 결과물이니까. 당대 사회의 의식과 가치관에 전면적인 질문을 해본다는 면에서 SF의 혁명성과 전복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이 소설은 그 예시로 아무 흠이 없다.

표제작 〈아틀란티스 소녀〉는 신과 인간, 자연과 문명, 반복과 변주를 다룬 거대한 영웅담이다. 유구하고 장대한 신화 아래 짓이겨지기 쉬운 잔무늬들에 대한 애정이 빛난다. 다양한 여성들이 서사를 이끄는 이 소설집에서, 대모험을 앞둔 소녀들의 갈등이 인상 깊다.

보편적으로 병든 사회는 얼핏 아무 탈 없이 멀끔해 보인다. 〈탯줄의 유예〉가 그리는 사회처럼. 이곳의 양육자들은 아이를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지 묻지 않는다. 편의와 안전을 위해 타인의 심신을 들여다보는 일이 당연해진 세상이기 때문이다. 공평의 뜻을 묻던 아이는 소설이 끝나는 지점부터 큰 과제를 안게 된다.

수치와 책임이 낯선 단어가 되어가는 곳에서 〈언인스톨〉은 시민으로서, 어른으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성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새길 수 있는 이야기이다. 웃지 못할 재난에 처한 세상이 너무 친숙해 곤혹스럽지만, 결말에 다다르면 모든 도약에는 희생과 포기가, 계보와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통감할 수 있다.

〈죽은 사람의 관 위에 열여섯 사람〉은 도심에서 원폭이 터지며 시작하는 이야기다. 이곳엔 수술 전 의식을 업로드해둔 사람 열여섯이 등장한다. 큰 사건을 작게, 작은 사건을 크게 만들며 대칭을 일부러 거꾸러트린 매력이 돋보인다.

〈파촉, 삼만리〉는 〈옴팔로스〉와 같은 서간체 소설이다. 청두의 너에게 쓰는 편지는 애틋하고 따스하다. 궤도 엘리베이터와 달과 풍등이 밝힌 밤하늘은 고결한 선의로 빛난다. 전혜진의 작품 중에서도 이 미래상엔 애상이 더 감돈다. 잘 잊히지 않을 문구도 있다. 이를테면 이런 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는 우아한 다정함이 있었어. 그래서 나는 다시 마음을 먹었지. 너를 닮은 이곳을 결코 아포칼립스 이야기의 배경으로는 만들지 않겠다고 말이야.”

*

전혜진이 초점을 맞추는 존재들은 자신을 ‘미운 오리 새끼’로 여긴다. 이들은 다른 이를 질투하고 동경하다 주눅이 든다. 그러나 너무 하기만 한 세상에서 의구심을 가지고 움직이는 이들은 바로 이 ‘무녀리’들이다. 그러니 부족한 게 아니라 넘쳐서 휘청였던 것뿐이다. 뭔가가 끊임없이 궁금해서 세상의 미추를 빨리 알아봤을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이야기들의 높은 해상도를 어떻게 설명할까. 얼떨떨할 정도로 성실하고 충만한 열두 편의 단편을 읽고 나면, 손발에 근력이 생기는 것 같다. 있는 힘을 다해 싸우려는 마음, 의로운 마음. ‘분전’과 ‘의협’이란 단어가 꼭 어울릴 소설집이다.
― 박문영, 소설가


작가의 말

“떠내려가지 않는 것이 고작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작가의 말을 쓰면서야 생각이 났는데, 이 책은 첫 단편집을 내고 8년 만에 내는 단편집이다. 작가로서 글을 써 온 기간에 비하면 단편을 많이 쓰지 않았던 것인가 싶다가도, 그동안 앤솔러지며 청탁이며 이런저런 일들로 써 온 단편들을 헤아려보니 그렇지만도 않았다. 역시 내가 게으른 탓이었나, 다시 생각해본다.

〈나와 세빈이와 흰 토끼 인형〉은 인간이 언젠가 본격적으로 의체를 쓰게 되면 우리가 이 의체를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지, 인간의 모습을 한 의체와 그렇지 않은 의체에 대해서는 어떨지에 대해 생각하다가 쓰게 되었다. 비인간형 의체가 하필이면 토끼 형태가 된 것은, 과학소설작가연대 2기 운영진의 프로필 사진 때문이었다. 2기 대표님인 듀나 작가님을 대신해 그 자리에 앉아 있던 토끼 인형을 본 순간, 이 이야기는 바로 만들어졌다.

〈우주 멀미와 함께 살아가는 법〉은 아쿠아리움에서 우주처럼 어두운 배경 아래 둥실둥실 떠다니는 달해파리들을 보다가 떠올린 이야기다. 〈교환 및 반품은 7일간 가능합니다〉는 사람이 죽은 뒤의 사십구재가 어떻게 만들어졌을지를 생각하다가 만든 이야기다. 어쩌면 옛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나고도 대략 한두 달 때쯤은 온전히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것 같은 그 느낌에서, 사람이 죽고도 49일 동안은 온전히 저승에 다 도달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레디메이드 옵티미스트〉는 심리상담센터나 정신과 의사 선생님들이 말하는 “헤르만 헤세도 정신과 약을 꼬박꼬박 잘 먹었다”는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이 이야기 중간에 언급되는 ‘심초하’ 작가는 요즘 내가 무척 좋아하는 세 작가님의 성함에서 한 글자씩 빌려와서 만든 이름이다. 심너울, 김초엽, 문목하 작가님. 제가 작가님들을 많이 좋아하고 질투합니다.

〈옴팔로스〉는 단행본에 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 한중 SF 교류를 할 때 참여하며 내 소설 중 제일 먼저 외국어로 번역된 소설이 되었다. 2020년에 신진호 연출가님이 김동식, 박민재 작가님의 단편들과 함께 〈우주에 가고 싶어 했었으니까〉라는 옴니버스 SF 연극으로 만들어주시기도 했다.

〈바이센테니얼 비블리오필〉은 계속 책을 읽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는 창립기념일 무렵마다 올해 몇 권이나 책을 샀고, 이 추세로 80세까지 책을 읽으면 앞으로 몇 권을 더 읽을 수 있는지 계산해준다. 어느 해인가, 그 통계에서 “현재의 독서 패턴을 유지하신다면 80세까지 만오천 권의 책을 더 읽으실 수 있어요”라는 글을 읽었다. 만오천 권은 결코 적은 양이 아니지만, ‘그것밖에 못 읽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글을 보고서야, 일찍 죽고 싶지 않다, 최대한 가늘고 길게 오래 살면서 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이야기는 《여성작가 SF 단편모음집》에 수록되었고, 이번에 몇 군데를 수정했다.

〈불법 개조 가이노이드 성기 절단 사건〉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강력범죄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던 2017년 무렵에 썼는데, 여성형 섹스 안드로이드나 안드로이드 사창가 같은 뻔하고 진부한 소재는 그만 쓰면 좋겠다는 이야기와 그에 대한 반박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 소재로 다른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서 일부러 썼다.

〈아틀란티스 소녀〉는 서정주의 시 〈꽃밭의 독백-사소단장〉을 다시 읽다가 수첩에 그림을 끄적거린 끝에 쓰게 된 소설이다. 소설도 쓰지만 만화 연출 작업도 하다 보니, “문 열어라 꽃아”하며 우주의 문 앞에 선 소녀를 떠올린 것이 소설로 이어졌다. 사소의 후계자가 아리영, 즉 신라의 알영인 것은, 삼국유사의 선도성모 설화에서 유래했다.

〈탯줄의 유예〉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이 어린이가 어린이집 친구들과 뭘 하고 노는지 궁금해하다가 쓰게 되었다. 〈언인스톨〉은 《토피아 단편선: 텅 빈 거품》에 수록되었고 몇 군데가 수정되었다. 오랜 친구이자 신화 팬인 윤과 대화하다가 “신화창조 140기를 모집하는 미래”를 떠올리며 만들었다. 〈죽은 사람의 관 위에 열여섯 사람〉은 어느 날 누크맵(https://nuclearsecrecy.com/nukemap/)이라는 사이트에서 수도권 지도를 띄워놓고 원폭의 위력과 범위들을 검색해보다가 쓰게 되었다.

〈파촉, 삼만리〉는 2019년 중국의 SF 잡지 〈과환세계〉와 중국 청두 국제 SF 콘퍼런스에서 주관한 ‘100년 후의 청두’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받은 소설이다. 역사상 최초의 산업용 로봇을 만든 인물로 제갈량을 밀고 있었는데 이 소설에서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기뻤다. 청두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청두만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디테일한 무언가를 찾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청두, 혼자에게 다정한 봄빛의 거리에서》를 쓰신 번역가 이소정 님께서 도움을 주셨다. 한편 이 소설은 외국 공모전에 제출하기 위해 쓰려다 보니, 쓰는 과정에서 번역기가 이해하기 쉽게 문장을 다듬어서 다른 소설들과는 조금 글투가 다른 맛이 있다. 집에서 AI 스피커에 지시를 하거나 스마트폰 키보드로 글을 입력할 때 말투가 달라지는 것처럼, 구글 번역기 친화적인 글을 쓰고 있으려니,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연어를 이해하는 만큼 미래의 인류도 점점 더 기계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입력하는 방법을 찾아 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떠내려가지 않는 것이 고작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글을 쓰고 있다. 곁에 있는 사람들과 이 책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 2021년 늦가을, 전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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