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책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것이다.” 처음 방문한 핀란드 탐페레중앙도서관에서 린드베리 피르코 관장의 설명을 들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서관은 책을 열람하고 대출하는 곳이라는 생각했는데, 피르코 관장은 “장서는 도서관의 많은 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도서관은 그것이 속한 사회에서 시민의식을 형성하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과제를 갖고 있다”고 하였다. 도서관의 존재 이유와 사회적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메시지를 던져준 것이다.
---「여는 글」중에서
도서관 하나하나가 특별하지만, 스톡홀름의 가장 중심지에 있는 건물을 상업공간이 아닌 도서관으로 채웠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공연장만이 아니라 여러 개의 도서관이 있는 것이다. 광화문광장 옆에 커다란 도서관이 있다면 어떨까 상상해봤다.
---「도서관은 마을 한가운데 있다」중에서
서점 같은 도서관. 소매점 같은 도서관.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도서관 트렌드를 대표하는 곳이 바로 네덜란드 알미르의 새로운도서관이다. 2000년대 들어 IT 보급으로 도서관 이용률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도서관 이용률이 줄어드는 것을 고민하던 사서들은 도서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좀더 쉽게 책에 다가갈 수 있도록 서가를 서점처럼 꾸미는 방안을 시도해보았다. 서점에서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거나, 신간 도서 중에 추천할 만한 책들을 판매대에 펼쳐놓아 표지가 잘 보이도록 진열하는데, 그렇게 해서 책을 모르고 방문한 사람들이 즉석에서 호기심을 갖고 책을 펼쳐보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도서관은 만남의 공간」중에서
도서관이 네트워크로 서비스를 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에서 운영하는 도서관,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도서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 같은 지역에 있어도 교류가 거의 없다. 교육청 도서관 옆에 지자체에서 도서관을 따로 지은 곳도 많다. 상호대차도 하지 않는다. 모두 세금을 지원해서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인데 말이다.
---「새로운 도서관 서비스」중에서
이곳에서 청소년들은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학교 과제를 하기도 한다. 컴퓨터게임도 한다. 청소년들이 직접 이야기를 가꾸고 만들 수도 있다.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하고, 나노테크놀로지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한다. 먹을거리를 가져와서 먹어도 되는데, 도서관에 아예 공용 주방이 있다. 조리 시설을 갖춘 테이블이 있어 좋아하는 요리를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요리를 해보려면 여기저기 꽂힌 책들을 꺼내 참고할 수도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다가가다」중에서
학교 운동장에는 불을 피우는 바비큐장이 있었다. 어린이들과 함께 바비큐를 만들기도 하고, 그냥 불을 피워 불장난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럴 때면 항상 어른들이 한 명은 옆에서 지켜본다고 하는데, 어쨌든 학교에 불장난을 할 수 있는 곳까지 있다니. 놀라는 우리를 보며 우프는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덴마크에서는 아이들의 안전을 중시하지만, 그렇다고 무엇인가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성을 깨닫게 하고, 그것을 피하는 방법, 이겨내는 방법을 배우게 한다는 것이다. “어릴 때는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지만, 어른이 되어 서 넘어지면 크게 다치기 쉽다. 어려서 위험하다고 나무에 오르지 못하게 하면 그 아이는 평생 나무에 오르지 못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보통 덴마크 아빠의 이야기였다.
---「북유럽의 책 읽는 문화」중에서
도서관에서도 새로운 논의가 이루어졌다. 공공도서관이 기본적인 장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사회 구성원들이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지식을 얻고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문제로 강조되었다. 1968년 새로운 문화정책 수립을 위한 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새로운 문화정책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문화정책이 사회의 평등을 증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스웨덴_민중도서관에서 공공도서관으로」중에서
오디도서관은 “현대의 도서관은 책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곳”이라는 메시지를 핀란드의 디자인 역량으로 구현해놓은 공간이다. 이런 감각이 바로 디자인을 사회적 디자인의 영역으로 확장시킨 핀란드의 힘이다. 오디는 곧 헬싱키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헬싱키를 관광하는 단체 관광객들까지 줄지어 오디를 찾는다. 2019년에는 국제도서관협회IFLA에서 까다롭게 선정하는 올해의 도서관으로 뽑히기도 했다.
---「핀란드_후발 국가에서 도서관 선진국으로」중에서
사람들은 독서와 학습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 더 넓은 세상의 이야기를 접한다. 자신들의 역사를 접하게 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민족의식, 연대의식을 갖게 된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알게 되고,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독서방이나 스터디클럽, 노동자도서관에서 책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을 통해서 인간으로서 자각, 권리의식, 시민의식을 갖게 된다.
---「도서관과 복지국가」중에서
높은 문해력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진다. 대화와 토론을 통해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존중하게 된다. 자신의 생각이나 규범을 다른 사람에게 주입하거나 강요하려고 싸우지 않는다. 문해력이 높은 사회는 개인과 공동체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 북유럽 사회는 개인주의가 팽배한 것으로 보이지만 가족을 중시하고, 공동체 활동을 중시한다. 개인이 행복하고, 공동체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사회가 곧 복지국가이다.
---「닫는 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