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3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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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20쪽 | 456g | 128*188*30mm |
ISBN13 | 9791189722517 |
ISBN10 | 1189722518 |
발행일 | 2022년 03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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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20쪽 | 456g | 128*188*30mm |
ISBN13 | 9791189722517 |
ISBN10 | 1189722518 |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봄날씨다. 하지만 일과 가정에 충실해야만 하는 현실이 눈앞에 있으니 한탄만 하지만, 가끔은 그런 충동과 숲속 같은 한적하고 시원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에 못이겨 근교에 꽃구경을 하러 떠난다. 흩날리는 꽃잎보다 많은 것은 (나처럼 현실도피로 나왔을거라 추측되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가중된 스트레스에 하루가 망한 것 같다.
감사한 이벤트로 접하게 된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는 책은 짙은 일상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컴퓨터 작은 화면만 바라보다가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오면 삶의 굴레는 작은 틀 안에서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시원한 밤공기에 들이키는 맥주와 함께 이 작은 책은 먼 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숲내음이 불어오고 새소리가 들리는 듯한 들뜬 마음을 갖게 했다. 마치 성경처럼 한구절 한구절이 나에게는 너무나 절실했던 위안처럼 느껴졌고 빽빽하지 않은 넓은 여백을 보니 답답한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언젠가 월든을 읽다가 도중 흥미를 잃어 완독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 책은 ‘월든같은 청량감이 듬뿍 담긴 책이 읽고 싶지만 다 읽기는 벅찬’이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이라도 한 듯 시대별이 아닌 날짜별로 구성한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완독이라는 개념을 떠나 책 제목 그대로 매일 읽게 될 것 같은 이 신박한 구성은 기독교가 아닌 내게도 평생 두고 읽을 성경같은 존재의 무언가가 생긴 기분이랄까. 물론 소로가 살았던 1800년대에 비해 지구 온난화 탓으로 높아진 기온과 한국과 보스톤이라는 지리적 차이 때문에 지금과는 약간 동떨어진 계절이나 날씨의 묘사가 보이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나에게는 이국적 풍경을 상상하게 되는 멋진 그림이 되었다.
'계절 속에서 살아가기'라는 소로의 생각이 이 책을 이루는 핵심이다. 이것은 흘러가는 매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한다. 시각과 청각, 미각과 촉각과 후각, 이 모든 감각으로 만물의 성장과 쇠퇴, 재생의 커다란 순환에 주목하게 한다. - P.7 「들어가는 말」 중에서
기나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는 지금 이 시기에 읽어 유독 와닿은 책이었다. 1년 365일 자연에 대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기록을 일기 형식으로 엮은 책인데 언뜻 보면 그저 따분하고 진부한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소로처럼 생각한다면 삶을 더 풍요롭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일기 형식의 책이라 매일 한 장씩 따라 읽기 좋다. 하루하루 발맞춰 읽다보니 년도만 다를뿐 같은 계절을 지내는 소로의 이야기를 읽는 듯하여 흥미로웠다. 자연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선물이라는 말을 본 적 있다. 이 선물을 의식하지도 못한 채 흘려보내는 사람도 있는 반면 소로는 자연이 그의 안식처라고 표현한다. 자연이 주는 선물과 계절의 변화를 의식하고 관찰하면서 이를 표현한 그의 언어가 돋보였다. 몇 번이고 곱씹어 보게 된다.나 또한 매일 일기를 쓰는데 소로의 일기와는 많이 다르다. 일상이나 오늘 하루 있었던 일, 생각에 대해서만 쓰지 내가 지낸 계절에 대한 기록은 남기지 않았던 것 같아 일기에 이런 이야기를 추가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의식하며 살기' 그리고 '감사하기'다. 하루하루 나를 둘러싼 자연과 계절의 변화를 온 감각을 살려 느껴보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여기서 말하는 행복을 느끼는 방법에 가장 맞닿는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매일매일 의식적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관찰하고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3월은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 아주 좋은 시기였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코끝에 닿는 봄 냄새를 맡고, 낮에는 봄이 왔음을 알리는 햇살도 음미해보았다. 추울까봐 내내 벗지 못했던 겨울 외투도 따사로운 봄볕에 벗게되고, 밤에는 산책을 하면서 피부에 닿는 공기의 온도가 많이 달라진걸 느꼈다.
죽은듯 무감각한 시계가 아닌 살아 있는 해시계로, 인공적인 시간이 아니라 계절들이 활기차게 도착하는 매 순간을 세상에 알려 주는 시계로 주의를 돌렸다. - P.5 「들어가는 말」 중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시계와 달력을 이용해 흘러가는 시간을 나누고 통제하려는 현대성에 저항했다고 책에서 말한다. 보통 우리에게 '시간'을 나타내는 무언가를 떠올려 보라고 한다면 아마도 시계와 달력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소로가 생각하는 현존하는 시간에 대한 개념은 달랐던 것 같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매일 오늘이 몇 일인지, 무슨 요일인지, 지금이 몇시인지 집중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시간의 소중함도 누구나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쪼개고 쪼갠 시간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그 시간을 온전히 잘 보냈다고, 그 덕에 우리의 삶이 충만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특정 시간은 하루를 기다리면 다시 돌아올 것이고, 특정 요일은 일주일을 기다리면 다시 돌아오지만 소로가 이야기하는 계절의 찰나는 유일한 듯 하다. 생생한 계절의 시계 속에서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도 한층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힌다.
일기에 날씨나 그날의 특징을 몇 마디 단어로 적어 두는게 중요하다. 그게 우리 감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 중요했던 것은 기억해 두어야만 한다. - P.52 「1855년 2월 5일의 일기」 중에서
태양 볕이 내리쬐는 아늑한 장소 여기저기에서 땅이 마르고 온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발 아래가 이렇게 포슬포슬할 때 새로운 감각을 얻는다. 혹은 예전에는 믿을 수 없던 것을 알게 된다. 자연 속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새로운 생명이 있다는 것, 그리고 자연의 넓은 공간이 말끔히 비워져 새로운 거주자들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봄이 다시오고 있다는 속삭임이 온 숲으로 퍼져 나간다. 숲쥐는 굴입구에서 귀 기울이고 있고, 병아리들은 소식을 전하고 있다. - P.68 「1855년 2월 21일의 일기」 중에서
우주는 거칠게 대충 조립해 놓은 것이 아니다. 세밀한 부분까지도 완벽하다. 아무리 세밀하게 살펴본다고 해도 자연에서 결함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자연은 인간의 눈높이를 가장 작은 나뭇잎에 맞춰 놓고, 곤충의 눈으로 평원을 볼 수 있게 한다. 자연은 작은 틈도 놓치지 않는다. 모든 곳이 생명으로 가득하다. - P.84 「<매사추세츠 자연의 역사(1842)>」 중에서
며칠 전 윌리엄 채닝이 조지 미노트와 그의 건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말을 했다. "차라리 지금 죽는게 낫겠다 싶으시지요." 그러자 미노트가 "아닐세"하고 답했다. "이번 겨울을 힘겹게 버텨냈거든. 좀 더 살아서 파랑새 노랫소리를 다시 한번 듣고 싶다네." - P.85 「1854년 3월 5일의 일기」 중에서
봄이 되어 새나 곤충을 처음 볼 때면 언제나 놀란다. 때 이르지만 봄이 왔다는 확실한 증거이다. 말 그대로 한 해의 방향이 바뀐다. 울새나 파랑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릴 무렵, 물벌레들이 개울에서 빙글빙글 도는 것도 처음으로 눈에 띈다. 당신은 그들이 다시 왔다고 생각할 테지만 자연은 멀어졌던 적이 없다. - P.88 「1855년 3월 10일의 일기」 중에서
이제 태양이 지고 있다. 따스하고 환한 빛이 온 세상을 비춘다. 가을날 외투로 몸을 감싼 여행자가 겨울을 나기 위해 귀향하는 밤길 같은 여운을 남기는 저녁노을이다. 다가올 여름을 꿈꾸며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는 산책자에게는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아침노을이기도 하다. 오늘 나는 처음으로 흙냄새를 맡았다. - P.98 「1853년 3월 18일의 일기」 중에서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