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오페라 무대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대 아래 인생’을 살던 사람이다. 오페라 무대만이 아니다. 인생의 무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멋지게 무대 위로 올라가서 내 삶을 펼쳐야 하는데, 나는 무대 아래 어둑어둑한 곳에서 앞날을 기대할 수조차 없었다. 어릴 때는 섬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누구보다도 모험과 상상을 즐기곤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빚 때문에 가난했던 생활은 너무 힘들었고, 그것은 가족과 삶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이어졌다. 원래 불같았던 나의 성격은 현실을 원망하며 더욱더 모나게 자라고 있었다. 환경의 제약 속에서 무대 위를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세상을 탓할 뿐이었다. 인생의 멋진 무대 위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남의 이야기였다. --- 「서곡」 중에서

학교가 끝나고 교문 밖으로 나가자 그 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자식, 너 죽어볼래?”
그들은 이렇게 말하며 다시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단체로 돌아가면서 때렸다. 너무 맞아서 얼굴이 퉁퉁 부어 형체가 없어질 정도였다. 맞으면서 나는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났다. 사실 이 정도까지 맞았으면 경찰에 신고하면 되는데, 맞고 다니는 것은 바보 같은 것이라는 생각에 신고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신고했으면 그 아이들은 퇴학감이었을 텐데, 어린 날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그들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날, 내 짝을 데리고 함께 권투 체육관을 찾아갔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강해지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1막 희망의 전주곡, 4장 권투와의 운명적 만남」 중에서

사실 나는 콩쿠르에 가는 목적 중 하나가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인데, 호텔 숙박비로 많은 돈을 쓸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한번은 이렇게 결심했다.
‘잠은 차에서 자고, 음식은 싸가자.’
주섬주섬 짐을 싸기 시작했다. 밥통, 고추장, 참치, 그리고 이불……. 그래도 자존심 때문에 한국 사람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다른 참가자들이 어느 호텔에서 묵냐고 물어보면 호텔을 좀 멀리 잡았다고 둘러대고 몰래 차에서 잤다. 아니면 논에 가서 자기도 했다.…(중략)… 3차 시험을 앞에 두고, 더 이상 그런 노숙 생활을 견디지 힘들어 일단 호텔로 들어갔다. 무슨 배짱이었겠는가? 호텔은 후불제니까 상을 타면 그 상금으로 호텔비를 지불하면 되는 것이고, 만약 못 타게 되면 몸으로 때울 요량이었다.

<b>tvN 「오페라스타 2012」의 멘토이자 심사위원,<br/>약 300여 회가 넘는 오페라 무대의 주역,<br/>세계가 인정하는 드라마틱 테너 조용갑의 도전 스토리! </b><br/><br/>가거도에서 태어나 공장 용접공에서 신문 배달부, 세차 아르바이트생, 프로 권투선수, 신학생, 그리고 테너에 이르기까지. 조용갑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전극이 펼쳐진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꿈도, 희망도 없이 무대 아래 인생을 살던 그가 한 개척교회 목사님의 후원으로 이탈리아에 성악을 공부하기 위해 떠나면서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그의 이야기는 현실의 상황과 환경을 원망하며 도전하지 못하고, 꿈꾸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 그의 도전은 단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기에 더욱 아름답다. 그는 「오페라스타 2012」의 무대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즐거운 에피소드들로 풀어나가고 있어 독자들이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이 책의 각 파트와 챕터의 구성은 오페라의 구성요소에 맞게 ‘막’, ‘장’, ‘시퀀스’로 되어 있으며, 중간에 ‘인터미션’이 삽입되어 있어 독자들이 오페라에 대한 상식과 정보들도 함께 얻을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