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죽음을 죽고 싶지 않다.” 아버지-넝마가 말했다. 치밀어 오른 분노에 영도자의 목 언저리가 부풀어 올랐고, 턱이 괭이 손잡이처럼 늘어졌고, 긴 목이 한층 더 길어졌다. 그가 힘들게 왔다 갔다 했고, 후식인 과일 샐러드를 먹었고, 이윽고 남자 쪽으로 다시 왔다. “그럼, 어떤 죽음을 죽고 싶은 거야, 마르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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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다나는 다른 사람들, 예컨대 국영 라디오 담당 장관, 국방부 장관, 인민부 장관, 산림부 장관 등등과도 접촉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소리쳤다. ‘이 썩은 피를 이런 식으로 그에게 돌려줘야 해.’ 내무부 장관이 오기로 되어 있던 날 저녁, 샤이다나가 명함 돌리는 일을 끝내고 돌아오던 참이었다. 호텔 방 입구에서 여러 시간 동안 기다린 것 같은 마르샬에게 그녀는 호되게 따귀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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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샬, 넌 벌써 죽었어야지. 너한테 딱 맞는 죽음을 이미 맞이했어야지.” 마르샬은 대꾸하지 않았는데, 목이 칼에 찔려서 아마도 벙어리가 된 것 같았다. 마르샬의 상체가 사라졌을 때 영도자는 침대 발치에 지렁이처럼 알몸으로 누워 있는 아내를 보았고 돌이 꿈꾸는 조각처럼 아름답고 지독하게 관능적인 그녀를 보고도 전혀 아무런 욕구를 느끼지 못했다.
--- p.56
당신이 자주 말하듯 독재가 혁명의 수단이라면, 그리고 당신이 주장하듯 규율이 교육을 대체할 수 있다면, 복종이 인간의 가장 고귀한 덕성이라면, 우리는 비인간성이 진보적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불을 불로 끌 수는 없습니다. 독재는 태워지지 않습니다. 독재가 불입니다. 한번 독재를 선택하고 나면 멈출 수가 없습니다. 완화된 형태의 독재란 없고 있는 것은 독재의 단계들이며 그 단계들이 당신과 우리를 삼켜버립니다.
--- p.138~139
“각하, 우리는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독립을 던져준 자들은 자기들의 목과 피를 걸고, 우리가 절대로 우리의 자유를 관리해나갈 수 없을 거라는 쪽에 내기를 걸었습니다. 이 도전과 시험! 이것이 우리가 숨 쉬는 방식 전체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우리 행동의 으뜸가는 촉매제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과거는 숙명처럼, 다른 누구보다도 우리에게, 인간이 되라고 강요합니다.”
--- p.165~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