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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듣는 시간
eBook

타인을 듣는 시간

: 다른 세계를 여행하는 다큐멘터리 피디의 독서 에세이

[ EPUB ]
김현우 | 반비 | 2022년 02월 0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4 리뷰 17건 | 판매지수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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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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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년 0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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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7.52MB ?
ISBN13 9791192107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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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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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고무나무 농장과 1차 가공 공장을 갔고, 슬로바키아의 운동화 공장을 갔으며, 부산 신항을 촬영했다. 그리고 홍콩에서 출발하는 컨테이너선을 촬영했다. 네 곳에서 몸으로 일하고 있는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부산 사투리와, 통역자가 힘들어한 키나발루산 일대 원주민의 말레이어 사투리, 통역자를 찾기도 힘들었던 슬로바키아어, 미얀마인들이 쓰는 영어로 전해지는 노동자들의 ‘생활’을 온전히 담고 싶었다. ‘그들의 목소리로 그들의 삶을’.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다큐멘터리다. 이 정의는 그대로 글쓰기의 한 장르로서 논픽션에도 해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이러한 정의가 적용된 논픽션의 고전이다.
--- p.11

격물치지(格物致知)라는 말에서 格에는 ‘대적하다, 부딪치다’라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인터뷰는 의미가 있다. 같은 格 자가 격투(格鬪)에도 쓰이는 것을 보면, 그것은 몸의 부딪침을 전제로 하는 동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게 격물치지를 ‘사물에 부딪쳐 그 이치를 아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후지와라 신야의 글은 그러한 격물치지를 가장 잘 보여 주는 본보기다. 부딪는 행위, 부딪침을 통해 상대를 알아 가는 것은 글이 아니라 몸이다. 글은 그 몸의 경험을 옮겨 낼 뿐이다.
--- p.48~49

깊이 있는 성찰과 불필요한 번민은 어디서 나뉘는가?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내 밖을 묘사하는 언어와 내 안을 설명하는 언어의 차이를 떠올린다. 그리고 점점, 나의 내면을 설명하는 언어보다는 내 바깥의 세계를 묘사하는 언어 쪽으로 기울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서, 논픽션이다.
--- p.59

그는 “저는 트랜스젠더입니다. 첫 커밍아웃을 아내에게 했습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순간 70여 명이 모인 공간에 정적이 흘렀다. 보통은 커밍아웃한 자녀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조언해 주었던 경험 많은 부모들도 그 사람에겐 해 줄 말이 없는 모양이었다. 다들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사자는 아내와 길게 이야기했고, “계속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해외에 나가서 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도 섣불리 조언하지 않고, 모두가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그 시간의 집중된 분위기가 좋았다. 그이는 흥분하지도 않고, 유창하지도 않게, 하지만 멈추지 않고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조용한 시간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말로 전하는 목소리와, 그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 ‘집중’밖에 없었다. 신기하게도 그런 시간 동안에는 이야기를 하는 이나 듣는 이 모두 위안을 얻는다.
--- p.74~75

S 씨의 슬픔은 어떤 형태를 이루어 가고 있는 걸까? 나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 그것도 부모의 이해를 받지 못해 자살한 자식을 둔 부모 당사자의 후회 같은 것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다. 거의 육체적인 감각에 가까울 정도의 감정이라면 타인이 머리로 ‘안다’고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전하는 입장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정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어떤 감정은 온전히 당사자만이 느낄 수 있게 남겨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S 씨가 아들의 무덤에서 울음을 터뜨렸을 때 카메라를 멀리 물려 뒤에서 찍었고, 인터뷰 중간중간에 울음이 터져 나오면 촬영을 끊고 당사자가 진정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카메라를 돌렸다. 정답을 전하려고 노력한 것이 아니라, 정답이 아닌 것을 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할까.
--- p.108~109

내가 모르는 세계를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 ‘무엇을 하겠다.’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겠다.’만 정해 놓고 시작해도 크게 도움이 된다. 또한 상대에 따라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정도는 사전에 공부하면 알 수 있다. 그렇게 우리가 정한 그날의 원칙이 극복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겠다는 것이었고 도합 열 시간 가까이 네 커플과 진행한 인터뷰 촬영은 그해에 했던 촬영 중에서 가장 유쾌했다.
--- p.116

2019년,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던 네 쌍의 커플 같은 이들의 이야기나 『언더그라운드』에 등장하는 일본 시민들의 이야기, 특정 집단으로 수렴되지 않는 개인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많이 나온다면 그들이 속한 집단(다큐멘터리의 경우에는 ‘2019년의 한국 장애인’이고, 하루키의 책에서는 ‘1990년대 중반의 일본 시민’이다.)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들이 훨씬 성숙해질 거라고 확신한다. 아마도 그 속도는 느리겠지만, 그 아쉬움은 다른 문제다. 그러니 우선은,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라고 끊임없이 개인들에게 물어야 한다.
--- p.127

아무리 해도 늘지 않는 것이 인터뷰 기술이기도 하다. 물론 여러 가지 ‘스킬’을 배울 수는 있고, 나 역시 오랜 기간 인터뷰를 하며 그런 스킬 몇은 익혔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진심은 스킬 따위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인터뷰 대상을 만날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새로운 벽을 마주하는 것 같은 기분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인터뷰 촬영을 가장 기대하기도 한다. 날것으로서 사람의 목소리가 그 어떤 해석보다 힘이 세다는 것을 알고 있다.
--- p.128~129

“피디님은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으세요?” 나의 맥락을 묻는 질문이었다. [……]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동생분이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매력을 보여 주고 싶고, 언니분이 애쓰시는 모습도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 대답이 언니가 바라던 대답이었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방송을 마친 언니가 “그게 정답이잖아요.”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아직 누군가의 삶의 세세한 면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당신의 삶은 이러이러한 이야기 아니겠습니까?’라고 추측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단편적으로 노출된 누군가의 삶에서 어떤 부분을 알아보았다면, 그리하여 그의 삶을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우선은 그 삶 속으로 들어가 보아야 한다. 그때까지의 나의 이야기, 그의 삶에 관심을 가졌던 나의 맥락은 잠시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 p.136~137

이해의 대상 ‘안으로’ 들어가서 대상의 위치에 서 보는 것이 이해다. 그것은 위치의 이동을 전제하는 행위이고 기존의 위치, 즉 나의 맥락을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 이해란 머리나 마음이 아니라 행동으로, 몸으로 하는 것이다. 때로 그렇게 자리를 이동하고 나면 원래 내가 있던 자리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이해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떤 의미에서는 위험한 행동이기도 하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채, 자기가 앉은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채 남발하는 이해가,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전하는 이야기나 행동이 공허한 이유다.
--- p.139

나에게 자연스러운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고 나면 조금 더 타인의 기준, 혹은 그의 입장에 맞게 나를 조정하는 과정이 따른다. 말을 할 때 “좀 크게 얘기”해야 하는 상대가 있고, 어떤 단어는 쓰지 말아야 할 상대가 있고, 때론 아예 그가 마음을 열 때까지, 나를 신뢰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는 상대도 있다. 그 시간을 기다릴 만큼 상대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혹은 그럴 필요가 내 쪽에 있다면 기다리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나는 당신을 해칠 이유가 없습니다.’라는 마음을 지속적으로 보여 주는 것뿐이다.
--- p.211

『할매의 탄생』에서 할머니들이 사투리로 풀어놓은 구술을 표준어로 바꾸지 않은 점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들의 언어를 우리의 언어로 바꾸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그들의 언어를 우리가 배워야 한다는 것, 사투리가 낯설고 이해되지 않는 만큼 서로의 세계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결정이었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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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피디의 에세이는 차이를 발견하고 인정할 때 우리가 된다는 걸, 그러니까 차이에서 우리가 자연스레 발생한다는 걸 문득문득 내내 일깨운다. 우리를 버림으로써 우리가 탄생하는 자리에 이 귀한 책 『타인을 듣는 시간』이 놓여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타인을 만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자, 우리라고 함부로 말하지 말자.

- 김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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