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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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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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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
파일/용량 EPUB(DRM) | 52.84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5.5만자, 약 1.9만 단어, A4 약 35쪽?
ISBN13 9788932969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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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예수가 직접 말하는 최후의 나날] '나는 그들이 나에게 사형을 선고하리라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예수의 담담한 고백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멜리 노통브는 예수의 시점으로 재판과 십자가형, 부활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인간에 대한 집요한 탐구로 용서와 치유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다. -소설 MD 김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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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을 제외하고, 내가 불어넣고자 하는 것을 그토록 절실하게 일깨우는 감각은 없다. 그 감각을 나만큼 처절하게 느껴 본 이가 없는 것도 필시 그 때문이리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일 때 느끼는 것, 그것을 배양하라. 그것이 바로 신비주의적 충동이다.
(……)
신비주의자가 되기 위해서는 잠시 목이 타는 갈증을 느껴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목마른 자가 물잔을 입술에 갖다 대는 형용할 수 없는 순간, 그것이 바로 신이다.
--- p.51~52

하지만 나는 내가 십자가에 매달릴 거라는 것을 안다. 그러니 어떻게든 버텨야만 한다. 자, 아예 생각을 말자, 아무 소용 없으니. 그냥 앞으로 나아가자. 십자가를 더 무겁게 만드는 이 진창에 푹푹 빠지지만 않으면 좋으련만!
설상가상으로 사람들이 내 앞으로 꾸역꾸역 몰려든다. 터무니없는 비난들이 쏟아진다.
「어때, 이젠 허튼짓 못 하겠지?」
「네가 마술사라면 왜 빠져나가지 못하냐?」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그들을 경멸하지 않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내가 가진 모든 에너지가 십자가를 짊어지는 데 동원된다.
--- p.70

아니, 나는 그에게 그가 구원을 받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저런 참혹한 형벌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세상을 비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십자가에 못 박힌 둘 중 한 사람에게 〈너는 구원을 얻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파렴치와 옹졸함의 극치가 될 것이다.
나는 이 점을 분명히 밝힌다. 복음서에는 이렇게 기록되지 않을 테니까. 왜냐고?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복음서를 쓴 사람들은 내 곁에 있지 않았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었든, 그들은 나를 알지 못했다. 그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구실 삼아 당신을 속속들이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보다 더 짜증스러운 것은 없다.
--- p.84

나는 이 일을 〈십자가에 매달림〉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그것은 너무 우아하고 고상하다. 내가 겪는 것은 추하고 천하다. 적어도 무엇이든 쉽게 잊는 사람들의 성향에 기대를 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가장 무겁게 짓누르는 것은 사람들이 천년만년 이 일에 대해 왈가왈부하리라는 것을 이미 안다는 사실이다.
--- p.105~106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해야만 한다. 왜 나는 그럴 수 없을까?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는 나를 용서할 수 없다.
용서를 막는 것은 바로 생각이다.
(……)
열 살 때 마을 아이들과 함께 논 적이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높은 벼랑에서 호수로 잘도 뛰어내렸는데, 나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한 아이가 나에게 말했다.
「생각하지 말고 뛰어내려야 해.」
--- p.108~109

갈증을 느끼기 위해서는 살아 있어야 한다. 나는 너무나 강렬하게 살아서 목마른 채 죽음을 맞았다.
영원한 삶이란 아마 그런 것이리라.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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