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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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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1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440쪽 | 558g | 140*210*21mm
ISBN13 9788954685054
ISBN10 895468505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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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점잖은’ 남자이니 약혼녀에게 과거를 숨겨야 하고, 메이는 결혼 적령기의 여자로서 감출 과거가 없어야 하니, 둘은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 p.53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이 늘 하는 질문이었지만, 아처는 메이의 그 말이 유난히 유치하게 들렸다. 그리고 그걸 유치하다고 느낀 자신이 부끄러웠다. 메이는 그저 어른들이 하는 말을 따라했을 뿐일 터였다. 그렇지만 그녀는 곧 스물두 살 생일을 앞두고 있었다. 아처는 ‘점잖은’ 여자들은 대체 몇 살이 되어야 독자적으로 행동하게 되는지 궁금했다. ‘평생 못 그러겠지. 우리가 그렇게 놓아두질 않겠지.’ 그는 이런 생각을 하며 본인이 실러턴 잭슨 씨에게 퍼부었던 말을 떠올렸다. “여자들도 우리처럼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어요……” 그렇다면 이 젊은 여인의 눈을 가린 안대를 벗기고 세상을 똑바로 볼 수 있게 하는 게 그의 임무였다. 하지만 그녀를 그런 사람으로 길러낸 수많은 여성 역시 평생 안대를 벗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지 않았던가? --- p.95~96

마음속으로 생각한 말을 실제로 입 밖에 낸다면 부인이 뭐라고 할지 궁금했다. 평생 사소한 것들을 완벽하게 관리해오면서 얻게 된 헛된 권위가 깃든, 팽팽하고 평온해 보이는 그 얼굴이 충격으로 일그러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부인의 얼굴에는 메이가 지닌 싱그러운 미모의 자취가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아처는 메이의 얼굴 역시 무엇으로도 무너뜨릴 수 없는 순수함을 간직한 이 통통한 중년 부인의 얼굴로 변해갈 운명인지 궁금했다. 아, 안 돼, 아처는 메이만은 그런 순수함을 갖지 않기를 바랐다! 상상력을 거부하는 정신과 경험을 배척하는 마음이 만드는 그런 순수함 말이다. --- p.164~165

“하지만 처음부터 당신만큼 친절한 사람은 없다는 걸 느꼈어요. 내가 정말 어렵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가르쳐준 사람도 당신뿐이었고요. 아주 착한 사람들 얘기는 들어도 공감이 안 갔어요. 시험에 빠져본 적이 없는 사람들 같았죠. 하지만 당신은 알고 있었고, 이해했고, 바깥세상이 황금빛 손으로 우리를 유혹해도 그것이 요구하는 것들을 거부했어요. 당신은 배신이나 잔인함, 무관심의 대가로 행복을 얻는 건 바라지 않았죠. 나는 전에는 그걸 알지 못했는데, 지금까지 배운 그 무엇보다 좋은 교훈이었어요.” --- p.194~195

아처가 볼 때 그녀는 아마 평생 무슨 일이 일어날 때마다 최선을 다해 대처할 테지만, 정말 한순간이라도 과거를 돌아보고 앞날을 예측한다든가 하는 일은 결코 없을 터였다. 메이의 눈빛이 그토록 투명하고, 그녀의 얼굴이 한 개인이라기보다 하나의 유형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아마 삶에 대한 그런 무의식 때문이리라. 그녀는 마치 공공의 가치나 그리스 여신의 모델로 선택된 사람 같았다. 깨끗한 피부 바로 밑을 흐르는 그녀의 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죽어가는 생명의 액체가 아니라 방부제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영원히 젊을 것처럼 청순한 얼굴 덕분에 그녀는 냉정하거나 아둔한 게 아니라 순진하고 순수해 보였다. --- p.213

그 일을 보면 세상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알 수 있었다. 요즘 사람들은-이런저런 개혁, ‘운동’, 유행, 쇼핑, 각자의 취향 추구에 너무 바빠서-남의 일에 관심 가질 여유가 없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차원에서 살아가는 이 거대한 만화경 속에서 어느 한 사람의 과거가 뭐 그리 중요하랴? --- p.391

아들의 말을 들으면서 아처는 점점 자신이 초라하고 답답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아들이 무감각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다들 자기가 운명의 지배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 그와 동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쾌활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그래, 바로 그거야. 요즘 애들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럴 능력도 있고.’ 아처는 전형적인 신세대 청년인 아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들은 옛 이정표를 전부 없앴고, 그러면서 안내판이나 위험 신호까지 제거해버렸다.
---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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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시의적절한 작품 같다. 생각해보면 모든 시대가 순수의 시대이다. 어느 시대 누구에게나 감히 표현하지 못하거나 어렴풋이 생각만 하다가 나중에야 더 명확하게 이해하는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 엘리프 바투먼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소설 중 하나이자 문학이라는 세계를 항구히 확장할 작품이 될 것이다.
- 뉴욕타임스
이디스 워턴은 사랑하듯 친밀하게, 증오하듯 적확하게 옛 뉴욕의 생활상을 그린다.
- 네이션
『순수의 시대』는 옛 뉴욕의 문화적 사회적 전통을 재평가한 예리한 풍자소설이나, 그보다는 강렬한 심리소설임을 강조하고 싶다.
- 벨린다 잭
다양한 방식의 정밀한 조정을 거쳐 유지되는 로맨스와 아이러니 사이의 균형은 이디스 워턴만의 숙련된 감각의 문제로, 고된 작업이라기보다 즐거운 놀이에 가까워 보인다.
- 캐서린 맨스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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