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2년 02월 07일 |
---|---|
쪽수, 무게, 크기 | 255쪽 | 454g | 140*205*18mm |
ISBN13 | 9788954685030 |
ISBN10 | 895468503X |
출간일 | 2022년 02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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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5쪽 | 454g | 140*205*18mm |
ISBN13 | 9788954685030 |
ISBN10 | 895468503X |
MD 한마디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훌훌』은 성인이 되면 과거를 훌훌 털고 독립하겠다고 마음 먹은 고등학생 유리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겪으며 곁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믿고 싶은 사람과 믿을 수 있는 마음 들이 가득하다. 선의와 배려, 다정함만으로도 소설은 이렇게 충분히 아름답다. -소설MD 박형욱
“과거를 싹둑 끊어 내면, 나의 내일은 가뿐할 텐데.”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훌훌』은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며 독립을 꿈꾸던 열여덟 살 유리가 곁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주인공 유리의 한 계절을 함께하면서 우리는 자연히 어떤 ‘사이’를 떠올리게 된다. 식탁에 마주 앉아 스팸을 같이 먹는 사이. 추운 날 아침에 옷을 충분히 따뜻하게 입었는지 확인하는 사이. 내가 처음으로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던 상대방의 표정을 기억하는 사이. 혈연이든 비혈연이든 마음의 한 토막을 기꺼이 내어 주게 되는 그 사이의 이름이 바로 ‘가족’임을 『훌훌』은 상기시킨다. 묻어 두었던 감정과 외면해 왔던 과거를 직시함으로써 홀가분해지는 마음, 또 누군가와 이어지고 맞닿을수록 가붓해지는 어떤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빈틈없이 단단한 문장으로 들어찬 소설이다. 『훌훌』은 입양을 소재로 한 작품이고, 인간에게 내재된 폭력성을 응시하는 장면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질료를 가지고 글을 짓는 과정에서 작가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혹여나 누군가의 고통을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상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과연 한 아이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결심한 입양 가족들의 마음에 깊숙이 가닿을 작품을 쓰고 있는 것인지. “최대한 인물의 자리에서 쓰려고 노력한 작가의 고투를 작품 곳곳에서 읽을 수 있었다”는 심사평처럼, 작가의 조심스러움은 작품에 정직하게 배어 있다. 변화하는 감정의 마디마디를 놓치지 않는 세심하고도 반듯한 문장, 설득력 있는 인물 한 명 한 명의 입체적 서사는 우리로 하여금 “겪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마음”(253쪽)을 헤아려 보게 한다. 고립을 자처하던 인물들이 조금씩 누군가와의 거리를 좁혀 가는 장면들은 그래서 더욱 뭉클하다. 다섯 심사위원의 마음을 붙든 것이 결국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이었음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믿어도 좋을 소설, 믿음직한 소설이다. |
훌훌 … 5 작가의 말 … 252 |
나는 초등학교 정문 앞에 서서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평평하고 넓은 운동장을 바라보는데 까닭 없이 마음이 편안했다. 앞으로의 삶은 저 운동장처럼 평평했으면 했다. 나의 삶이나 할아버지의 삶이나 연우의 삶도 큰 굴곡 없이 평탄했으면 했다. 큰 욕심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프지 않고 돈에 쪼들리지 않고 적당한 공간을 깨끗하게 관리하며 살고 싶었다.
할아버지는 괜찮은 걸까.
-p117
나는 연우의 어깨를 끌어안고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 세윤이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툭툭, 하는 느낌과 함께 마음에 새살이 돋는 것 같았다. 나는 한 번 더 힘을 주어 연우의 어깨를 안았다. 연우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수술 결과를 들으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나는 말했다.
"잘됐을 거야. 아주아주 잘됐을 거야."
연우는 내 눈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p251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훌훌'을 읽었다. 꽤 이 책을 추천했던 사람들이 있었고 추천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제목처럼 한 번 읽기 시작하자 '훌훌' 읽혔다. '훌훌' 하늘을 날 것만 같은 자유로움을 만끽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그냥 마음 한 구석이 무겁고 아득했으니까, 그런데 주인공 유리와 갑자기 생긴 동생 연우, 함께 살고 있는 할아버지가 마주한 일상을 묵묵히 헤쳐나가기로 결심하는 과정을 보니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던 과거를 '훌훌' 털고 일어나는 모습이기에 나도 이 책에서 서서히 '훌훌' 달아날 수 있었다.
유리는 입양되어 이 집에 왔다. 엄마 서정희씨가 자신을 입양했으나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 안에서 자라지 못했다. 서정희씨의 아버지인 할아버지와 함께 지금까지 생활을 하고 있다. 있는 듯 없는 듯, 1층과 2층에서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은 채, 간격을 좁히지 않은 채 그렇게 무덤덤하고 무신경하게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서정희씨가 다른 남자와 살면서 낳은 아이 연우가 나타났다. 유리에게는 동생인 셈인데, 연우의 등장과 서정희씨의 죽음이 함께 찾아왔다. 연우는 엄마 서정희씨의 죽음과 긴밀한 연결고리가 있었다. 고등학생인 유리는 스스로 챙겨야 할 생활의 짐이 절대 가볍지 않았는데, 동생 연우의 짐과 병원을 오가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의 짐까지 맡게 된다.
학생 신분일 때는 가족도 중요하지만,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학교의 친구들의 존재가 꽤 중요한 삶의 질을 차지한다. 유리에게는 다정하고 진득한 친구들이 곁에 있다. 깊은 속까지는 내비치지 못해도 학교생활이 투박해지지 않게 유리의 곁을 지켜주는 주봉, 미희 세윤이. 연우로 하루가 뒤죽박죽이 되더라도, 할아버지 떄문에 마음이 무너지게 되더라도, 유리가 지쳐 일어설 수 없을 때에도 친구들은 소리 없이 조용히 유리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다.
수능만 보고 대학만 들어가면 이 집과 영영 이별할 거라고, 이 생각 하나로 지금까지 살아왔던 유리는 연우가 등장하면서부터 자신도 모르게 미래를 이전과는 좀 다르게 그리게 된다. 등장인물이라고는 유리 하나였던 그림이 연우와 할아버지까지 등장하게 된다. 세윤 역시 입양아라는 걸 알게 된 유리는 세윤과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이 유명한 입양아였다는 사실을 듣는다. 어떻게 서정희씨 집에 들어오게 됐는지, 자신의 친부모님은 왜 입양을 보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리는 서정희씨를 만나기 전의 어린 유리와 마주한다.
알고 싶었던 입양 전의 이야기로부터 '훌훌',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이 집과 자신 사이의 괴리감에서 '훌훌', 말만 가족이었던 막연한 외로움에서 '훌훌', 유리의 '훌훌' 이야기는 마주했던 시절을 딛고 일어서 다른 미래로 '훌훌' 떠나는 바람 같다. '훌훌'
나는 ‘훌훌’이라는 두 글자를 들었을 때 무언가에서 벗어나는 듯한 이미지가 생각났다. 아마 사람들에게 ‘훌훌’이라는 글자로부터 그려지는 이미지를 물었을 때 대부분 나와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독서를 마치기 전에는 그저 어떤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던 주인공이 이를 어떻게든 해결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실제로 이 책의 첫부분을 펼쳤을 때까지만 해도 그 생각은 유지됐다. 이 책은 코믹 재난 영화 포스터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기대와는 달리, 중후반까지 주인공이 처해있는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마치 재난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그러나 주인공이 성장한 모습을 보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서는 '훌훌'해졌다. 재난 영화에서 코믹 재난 영화로 바뀐 듯한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