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란서 안경점」(96)으로 등단한 조경란 씨만큼 쉼 없이 창작에 임해온 작가는 드물다. 이 지속성이 지닌 중요성은 그것이 질적 상승에 알게 모르게 관련됨에 있을 터이다. 많이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는 말이 있거니와, 글쓰기 자체가 열정과 자질의 결합이고 보면, 이 명제만큼 글쓰기판에서 확실한 것은 많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김윤식(문학평론가, 명지대 석좌교수)
이번 현대문학상 당선작으로 (만장일치로!) 선정된 이 소설은 매우 다양한 질료(고체, 액체, 기체)와 느낌(막연한 고통, 약간의 공허함, 불안, 몽상, 당황스러움)과 감각(촉각, 청각, 시각)과 인물(이름 없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욕망의 흐름을 상감기법으로 정교하게 짜맞춘 기이한 '오리무중'의 보석이다. (...) 이 치열한 작가를 너무누 늦게 찾아간 '최초의 문학상'이 그에게 부디 높이 높이 소는 도약대 구실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화영(문학평론가, 고려대 교수)
조경란의 「좁은 문」은 음습하고 불투명한 안개 속에 벌레처럼 숨어서야 숨을 쉴 수 있는 전당포 남자와 카페 천정에 매단 그네를 타는 것을 생업으로 삼는 여자와의 소통과 어긋남이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현실 혹은 지상에서 한 뼘의 자신의 영토를 누릴 수 없는 가난하고 남루한 사람끼리의 기묘한 사랑과 고독, 불안을 그 극점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불이 당겨지기를 기다리는 바싹 마른 건초와도 같이 뜨거운 폭발력을 숨긴 문체와 주제가, 형식과 내용이 버성김 없이 하나로 녹아들어, 작품을 만들기까지의 공력과 사색의 치열함을 보여주고 있다.
오정희(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