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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 한국 사회는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김승섭 | 난다 | 2022년 02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6 리뷰 12건 | 판매지수 9,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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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2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326g | 130*204*20mm
ISBN13 9791191859201
ISBN10 1191859207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차별과 사회적 고립이 소수자의 몸을 어떻게 아프게 하는지 질병의 원인을 개인이 공동체와 맺는 관계의 맥락 속에서 연구하며 우리 사회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보건학자 김승섭 교수의 신작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가 출판사 난다에서 출간되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 이은 그의 세번째 단독 저서이기도 하다. 크게 이 책은 ‘트라우마 생존자의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 천안함 생존장병의 ‘이야기’를 필두로 세월호 생존학생 이야기를 동시에 하고 있는, 아주 어려우면서도 몹시 힘든 책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가 된다는 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러 사례의 연구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아픈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들려주는 생존장병의 이야기들은 천안함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과 진영논리에 휩싸여 정작 이후의 시간을 살아가야 했던 재난 생존자의 고통에 무관심했던 것은 아닌지, 나와 너는 다른 사람이라고 선을 긋고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여기 동료를 잃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고민을 나눌 출발점에 우리는 서 있다. 김승섭 교수는 말한다. 천안함 사건은 폭침 당일에 한정된 용어가 아니라, 그 이후 천안함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태도를 모두 포괄하는 단어가 되어야 한다고. 이 이야기를 함께 만나달라고. 천안함 사건에서 출발한 이 요청은 소방공무원, 세월호 생존 학생, 성소수자, 쌍용차 해고노동자 등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들과 교차하며 쉽게 답할 수 없지만 “포기하기엔 너무도 절실한 질문”을 만나게 해준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고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한국 사회가 어떠한 곳이고 우리가 누구인지를 그들의 눈을 빌려 바라보는 일이 될 것이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머리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꼭 용기를 내주세요 7
전주 천안함 침몰 후 58명의 장병이 사건 현장에서 구조되었다 21

1부 PTSD, 세상 어디에서나 일상 누구에게나 31
부기 “너희가 원할 때 상담할 수 있어” 67
―단원고 전 스쿨닥터 김은지 선생과의 만남
2부 패잔병은 잘못된 호칭입니다 79
부기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113
─피우진 전 보훈처장과 고(故) 변희수 하사
3부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가 된다는 일 133
부기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 181
4부 천안함은 산업재해 사건입니다 193
부기 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237

후주 ‘이야기’할 수 있다면, 슬픔은 견뎌질 수 있다 257

저자 소개 (1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한국 사회가 피해자를 대하는 방법
도서1팀 명혜진(mhj208@yes24.com)
저는 그날 서해 바다에서 트라우마를 경험한 생존장병들이 이후 감당해야 했던 시간에 대해 논의하고자 합니다. 다시 말하면, 3월 26일 밤 9시 23분부터 시작하는 천안함 사건 이야기입니다. 천안함 사건은 그날 바다에서 발생한 폭침만이 아니라 그 이후 11년간 한국 사회가 생존장병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포괄하는 용어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p.29

바다에서 일어났던 두 건의 재난. 아직도 소식을 처음 듣던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세월호 이후에는 “대한민국이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 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아파했죠. 국민의 한사람으로 소식을 접했던 저에게도 힘든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그 일을 직접 경험한 피해자들과 곁에서 지켜본 가족들에게는 그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아픔이었을 것입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연구했던 천안함과 세월호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는 이 책에서 다룬 것 외에도 더 많은 재난과 피해자들이 있었죠. 이런 재난들을 경험하면서도 우리 사회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왜 발생했는가’ 에만 집중할 뿐, 피해자들의 회복에는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같은 배를 타고 있다가 사망한 46명의 장병들은 화랑무공훈장을 받고 영웅적으로 산화한 존재가 되었지만, 그 시간 같은 배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다가 살아남은 58명의 장병은 낙인과 함께 살아야 했습니다. -p.93

천안함 생존장병들은 트라우마와 상처를 돌볼 시간도 없이 진상규명이라는 이름 아래 조사를 받았고, 군에 복귀해서도 패잔병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습니다. 관심장병으로 낙인 찍힐까 두려워 정신과 진료도 편히 받지 못했죠. 생존자들에게 당연히 주어져야 할 지지와 응원 대신 돌아온 것은 차가운 시선이었습니다. 입에 담지도 못할 말들로 생존장병들을 조롱하는 인터넷 글도 있었죠. 피해자들은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통을 비하하는 사람들까지 마주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것은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가 된다는 일은 간단치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피해자의 이미지에서 어긋나는 이들에게 마음을 내주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살아남은 이들은 피해자라기보다 운이 좋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재난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한국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습니다. -p.151

트라우마를 경험한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지지입니다. 주변 사람에게 받는 지지는 자신의 삶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한 시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고통을 조롱하는 이들에게 같이 맞서 싸워줄 든든한 지원군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역할은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야기’할 수 있다면, 슬픔은 견뎌질 수 있다

트라우마 생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생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고 답해주고 그 고통을 비하하는 사람들에 맞서 함께 싸워주는 이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생존자의 몸속에서 고통의 에너지로 머물던 사건은 언어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세월호 생존학생 연구와 천안함 생존장병 연구를 진행했던 제가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미약하게나마 그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데 기여하고자 쓴 글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예민한 사건이자, 여전히 진보와 보수 진영에서 각기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고 있는 사건을 두고서 책을 쓴다는 일이 실은 두려웠습니다. 글을 읽기도 전에 “너는 어느 편이냐”라고 물을 것이 분명한 한국 사회에서 두 사건 모두에서 동료를 잃은 채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다고, 그 생존자들의 트라우마에 귀를 기울이면 우리가 어떤 태도로 과거를 살아왔는지 더 잘 알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이 과연 받아들여질지 걱정스러웠습니다.

저는 사람들 사이의 이해관계에 따른 대립이 더욱 첨예해지기를 바랍니다. 다만 그 대립이 정치적 선동으로 인한 공허한 충돌이 아니라, 구체적인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현실에 뿌리박은 갈등이기를 바랍니다. 그런 갈등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그런 진통을 겪지 않고 생겨나는 대안은 현실에서 힘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후주」중에서

(꿈속에서) 배에 있는 통로를 걸어가는데 그게 있었어. 종이가방에 옷걸이가 되게 많이 엉켜 있었어. 저거 꺼내야겠다. 하나 들었는데 이름표가 달려 있어. 근데 몇 개가 엉켜서 안 나와. 그러다 깼어. 꺼낸 애들은 살아 있는 애들이고 엉켜 있는 애들이 죽은 애들이었어. 거기서 되게 많이, 거기서 되게 울었다. 꺼내야 했는데. 그런 꿈이다. (생존장병 C)

무슨 놀이 같은 거를 한대요. 무슨 마술 그런 공연도 있다 그러고, 또 뭐였지, 무슨 만화 그리기? 그런, 그런 걸 또 일정을 짜서 상담이 끝나면 그런 걸 할 수 있게 하는 거예요. 저희는 상담하는 것도 벅찬데 또 그런 걸 하라는, 하라니까 짜증이 나고, 화도 나고, (……) 저는 친구들하고 억지로 했던 거 같아요. 끌려다니면서…… 근데 너무 스트레스 받아가지고, 그것 때문에. (……) 쉬고 싶은데 왜 계속 그런 걸 타임마다 짜서 올라가게 해가지고, 막 간호사가 들어와서 이거 올라가라고 이거 뭐한다고 그러고, 억지로 가, 활동을 하게 만드는 거예요. (생존학생 4)

세월호와 천안함을 적대적인 관계, 반대의 관계, 이렇게 몰고가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저는 본질은 같다고 생각해요. 해상사고가 일어났고, 정부의 대처가 잘못됐기 때문에 그런 논란들이 많아진 거고. 왜 천안함과 세월호 비교하면서 적대시해야 하고, 유가족들을 서로서로 적대시하게 만드는지. (생존장병 E)

서거차도 가서, 갔는데 뭐지? 기자 같은 사람들? 막 있는 거예요. 거기. 방금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이 물에 잠긴 거 보고 왔는데, 막 기자들이 정신없이 저희들 찍고 있으니까 되게 당황스럽고 저희는 다 젖고 막 꼴도 말이 아닌데. 얘네들이 대체 언제 와서 저러고 있는지, 막 친구들끼리 얼굴 가리려고 뭉쳐 있었는데, 마을 주민, 아주머니가 담요 들고 오시더니 저희를 덮어주시는 거예요. (생존학생 11)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1. 차별과 사회적 고립이 소수자의 몸을 어떻게 아프게 하는지 질병의 원인을 개인이 공동체와 맺는 관계의 맥락 속에서 연구하며 우리 사회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보건학자 김승섭 교수의 신작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가 출판사 난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 이은 그의 세번째 단독 저서이기도 합니다.

크게 이 책은 ‘트라우마 생존자의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천안함 생존장병의 ‘이야기’를 필두로 세월호 생존학생 이야기를 동시에 하고 있는, 아주 어려우면서도 몹시 힘든 책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가 된다는 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러 사례의 연구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아픈 책이기도 합니다.

2. 2020년 11월 김승섭 교수는 한 생존장병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상이연금을 받기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중인데 자신의 상태를 증빙할 자료가 없어 2018년 진행했던 천안함 생존장병 실태조사 보고서를 받아보고 싶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당시 아무런 재정적 지원 없이 사비로 급하게 연구를 진행해야 했기에 연구 결과를 담은 공식 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했다는 사정을 답장으로 쓰며, 이 연구를 담은 책이 세상에 나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떤 말을 하건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운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세월호 7주기에 참사로 오빠를 잃은 한 여학생의 말을 듣게 됩니다.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지 않아서 저희 오빠가 죽은 거잖아요. 여러분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꼭 용기를 내주세요.”

3. 이 책에서 들려주는 생존장병의 이야기들은 천안함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과 진영논리에 휩싸여 정작 이후의 시간을 살아가야 했던 재난 생존자의 고통에 무관심했던 것은 아닌지, 나와 너는 다른 사람이라고 선을 긋고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우리를 돌아보게 합니다. 여기 동료를 잃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고민을 나눌 출발점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김승섭 교수는 말합니다. 천안함 사건은 폭침 당일에 한정된 용어가 아니라, 그 이후 천안함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태도를 모두 포괄하는 단어가 되어야 한다고. 이 이야기를 함께 만나달라고. 천안함 사건에서 출발한 이 요청은 소방공무원, 세월호 생존 학생, 성소수자, 쌍용차 해고노동자 등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들과 교차하며 쉽게 답할 수 없지만 “포기하기엔 너무도 절실한 질문”을 만나게 해줍니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고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한국 사회가 어떠한 곳이고 우리가 누구인지를 그들의 눈을 빌려 바라보는 일이 될 것입니다.

4.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예민한 사건이자 ‘너는 어느 편이냐’라고 묻는 진영논리의 리트머스지로 작동하던 세월호와 천안함 사건은 김승섭이라는 학자의 몸을 통과하며 생존자 한 명 한 명의 살아 있는 목소리이자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믿습니다. 우리가 이 예민한 질문들을 직시할 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요.

복잡한 문제는 단순하게 해결되지 않고 해결과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모든 싸움은 승리보다는 지난한 실패와 고통스러운 시간을 예비하며 가까스로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가 뒤로 두 걸음 물러서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나 김승섭은 부족하나마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는 이렇게 하면 다시는 이 슬픔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아주 깊고 어두운 물속에 우리가 빠지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하면 힘겹게 수면 위로 올라갈 마음을 먹을까, 하는 태도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김승섭은 ‘공부’하고 글 쓰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5. 이쯤에서 이 책의 제목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를 다시금 곱씹게 됩니다. “세월호 참사와 천안함 사건은 거대한 희생을 겪고도 그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바꾸지 못해 발생한 미래입니다. 언젠가 이 글을 읽는 누군가의 삶을 앗아갈, 아직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또다른 참사의 과거일 수도 있습니다”라는 저자의 간절한 문장 역시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한국 사회에서 우리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어쩌면 지금도 어떤 피해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모든 인간은 어찌할 바 없이 자신의 과거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의 중요성이요. 이 책으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근육, 그 힘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하는데 이 페이지에 오래 머물던 기억이 났습니다. 나눠봅니다.

“저는 사람들 사이의 이해관계에 따른 대립이 더욱 첨예해지기를 바랍니다. 다만 그 대립이 정치적 선동으로 인한 공허한 충돌이 아니라, 구체적인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현실에 뿌리박은 갈등이기를 바랍니다. 그런 갈등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그런 진통을 겪지 않고 생겨나는 대안은 현실에서 힘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261쪽)

6. 더불어 이 책의 표지 얘기를 꼭 드리고 싶어집니다. 표지는 재생펄프를 사용하여 환경부의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 친환경 종이에, 코팅은 하지 않았습니다. 물이 닿으면 젖고 손때가 묻고 언제라도 쉽게 찢어질 수 있는 취약함을 그대로 몸으로 삼았습니다. 다칠 수 있음, 울 수 있음, 이야기할 수 있음이 결국 하나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임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요.

김승섭은 자신이라는 연구자에게 당도한 한국 사회의 아픈 부분들을 이 책에서 하나하나 짚어냅니다. 이 책의 소개글이 부득이하게 길어진 것은 한 문장 한 문장 힘을 주어 눌러쓴 그의 당부 같은 글에서 어떤 한 부분도 덜어내기 어려웠던 까닭입니다. 김승섭이라는 연구자가 마주하고 있는 현장이, 그라는 사람을 통과한 이야기들의 무게가 하나같이 묵직해 그만 욕심을 부렸습니다.

표지로 꼭 삼았으면 하고 바란 앤드루 와이어스의 작품은 이 책의 초고를 받았을 때부터 이 책의 편집자가 눈앞에 그렸던 그림입니다. 글과 그림이 하나의 몸으로 왔습니다. 이 그림 앞에서 책이 더 확장되어 읽혔습니다. 표지로 삼은 작품 「Wind from the Sea」의 제목에서부터 책의 소재와 주제가 상징으로 들어차 있었습니다. 한국의 세월호와 천안함, 모두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었으니까요.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우리의 창을 열게 하고 우리의 커튼을 펄럭이게 합니다. 바다를 바라보게 하고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의 냄새를 맡게 하는 일, 그렇게 우리를 견디게 하고 딛게 하고 나아가 살게 하는 ‘희망’이란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닐까요. 창이라는 경계를 두고 삶과 죽음을 오가는 바람, 그 바람이 바다로부터 올 적에 우리는 얼마나 먼 데를 오래 보아야 할까요. 이 그림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책은 미래로 갈 수 있다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모쪼록 살아 있는 사람처럼 ‘이야기’를 가진 이 책을 읽어주시는 내내 따뜻하게 만져주시기를 바라봅니다.

회원리뷰 (12건) 리뷰 총점9.6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이긴다! 꼭!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e***n | 2022.08.0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김승섭한국사회는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아픔이 길이 되려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 까지 읽을 때마다 한없이 부럽고, 존경스러운 작가. (이 분이 번역작업을 한 장애의 역사도 재미있게 읽었었다)내가 속한 사회의 고통과 아픔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감정적이지 않고, 어느쪽에 치우치지도 않는다.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천안함 생;
리뷰제목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김승섭
한국사회는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
?
아픔이 길이 되려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 까지 읽을 때마다 한없이 부럽고, 존경스러운 작가.
(이 분이 번역작업을 한 장애의 역사도 재미있게 읽었었다)
내가 속한 사회의 고통과 아픔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감정적이지 않고, 어느쪽에 치우치지도 않는다.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천안함 생존자 연구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전에 진행했던 세월호 사건도 다루고 있다.
고통을 당한 사람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실력을 가감없이 이야기하고, 앞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할지 제도와 문화관점에서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한 인간이 타인을 대하는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건강한 갈등을 만들고, 생생한 대안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이야기 한다.
책을 정리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작가의 능력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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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생존자들을 대했던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행위는 "낙인"이었다.
. 낙인(stigma)은 그리스인들이 만들어낸 단어입니다. 그들은 노예, 범죄자, 반역자와 같은 이들이 공공장소에서 거부되어야 하는 인물임을 드러내는 기호를 몸에 새기거나 인두로 지져넣었습니다. 당시 낙인은 이들이 인간으로서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표식이었습니다. 오늘날 낙인은 신체적 증표가 아닌 사회문화적 정체성과 닿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위험하거나 나약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편견 때문에 불명예스러운 존재로 취급받는 경우에 이를 가리켜 낙인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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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낙인이 정당화될 수 없는 이유는 천안함 사건의 본질에 있다.
. 서해는 두 차례의 연평해전(1999, 2002년)과 대청해전(2009년)을 비롯한 군사적 충돌이 계속해서 일어났던 지역입니다. 천안함이 가진 장비로는 잠수정과 어뢰를 포착하는 게 불가능했고 장병들이 아무리 철저히 경계를 선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힘만으로 이 사건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 사건을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졌던 군 지휘부는 사건 전에는 기무사령관의 '수중 침투' 사전 징후 보고를 무시했고, 사건 후에는 현장 함장이 직접 지시해 보고한 '어뢰 공격' 내용을 누락시켰습니다. 최원일 함장이 천안함 이후 군의 대응을 두고 "정보와 작전의 실패를 천안함의 경계 실패로 몰아갔다고 말하며 "우리 승조원들은 패잔병이 아니라 조국의 바다를 지키는 과정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강한 군대, 충성심과 규율에 움직이는 군대는 반드시 강한 몸이 아니라, 강한 몸이 다쳤을 때 내가 보호 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만들어 낸다.

. 군인은 훈련과 전투 과정에서 조직의 명령에 따르고 또 전쟁 발발시 조직의 결정에 따라 자신의 삶을 희생할 것을 요구 받는 직업입니다. 천안함 생존장병들은 주어진 지시에 따라 성실히 일하다 자신의 과실과 무관하게 트라우마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군대는 그 상처를 적극적으로 돌보는 대신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며 결국 그들이 전역을 선택하도록 방치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지켜본 군인들에게 유사시 조국을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충성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요.

. 연구팀은 기후변화, 총기 소유와 같이 정치적으로 예민한 주제를 두고 미국사회에서 이데올로기적 양극화가 생겨나는 이유를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데이터 분석 결과 놀랍게도 인지숙고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일수록 이데올로기적 양극화에 기여하는 확증편향이 가장 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상대 진영의 사람들을 보며 종종 "도대체 생각이라는 걸 하는거야?"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 연구 결과는 뛰어난 인지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오히려 확증편향에 더 능하고 정치적 양극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인지능력이 자신의 진영이 지지하는 결론이 실은 틀린 것일 수도 있다는 열린 태도를 유지하는 데 사용되기보다는 정보를 취사 선택하고 활용하여 자신의 진영이 다툼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하는데 이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 의과 대학 졸업반이던 때였습니다. 밤늦은 시간 산업 재해를 당한 당사자이자 활동가인 분과 술잔을 기울이며, 제가 내년부터 병원에서 일하게 되면 더이상 이런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들었던 이야기가 저는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미안하다는 마음을 가지지 말아아. 그런 마음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빨리 지치고 떠나는 걸 계속봤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에게 누가 큰 돈을 이유 없이 주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냐, 아니다. 그렇게 생겨난 돈은 오히려 삶을 망친다. 그나마 애쓰면서 살아오던 삶이 무너지는 거다. 미안해하지 말고 너는 너의 일을 하면 된다.' 곰곰이 생각해보건데, 그 말은 경제적 지원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한 인간이 타인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가르침이었지요.

. 저는 사람들 사이의 이해관계에 따른 대립이 더욱 첨예해지기를 바랍니다. 다만 그 대립이 정치적 선동으로 인한 공허한 충돌이 아니라, 구체적인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현실에 뿌리박은 갈등이기를 바랍니다. 그런 갈등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그런 진통을 겪지 않고 생겨나는 대안은 현실에서 힘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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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잊지 않겠다는 다짐, 잊지 말자는 부탁으로 채운 책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앨*스 | 2022.04.2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잊지 않겠다는 다짐, 잊지 말자는 부탁으로 채운 책#미래의피해자들은이겼다 #김승섭 #난다한국 사회는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김승섭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20100326 #20140416"모든 슬픔은 당신이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그것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_p.259 덴마크 소설가 이자크 디네센의 말여러 차례 글을 쓰고 지웠다 했다. 책 속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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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다는 다짐, 잊지 말자는 부탁으로 채운 책
#미래의피해자들은이겼다 #김승섭 #난다

한국 사회는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김승섭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20100326 #20140416

"모든 슬픔은 당신이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_p.259 덴마크 소설가 이자크 디네센의 말

여러 차례 글을 쓰고 지웠다 했다. 책 속의 문장 안에서 오래 서성였다. 왠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용기를 낸 이가 들려주는 트라우마 생존자의 이야기다. 저자는 "세월호 생존학생과 천안함 생존장병이 한국 사회에서 겪어야 했던 모욕에 대해 정리하고 이를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통해 조금 더 깊게 이야기해보고자" 했다. 여러 사례 연구와 인터뷰 자료를 톺아보며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많은 사람이 가장 아픈 상처를 말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저자는 생존자의 몸속에서 여전히 진행중일 사건이 이야기가 되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책으로 써냈다. 생존자의 몸속에 웅크린 고통의 순간이 이야기로 흘러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슬픔은 견뎌질 수 있다."고 말한다.

◇ 트라우마는 예상해본 적 없는 외부 힘에 의해 자아가 손상당하는 경험이다. 삶의 통제권을 빼앗긴 기억이다. _p.74

한국 사회에서 가장 정치적인 사건이 되어버린 두 사건, 천안함과 세월호.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논쟁적인 주제에 대한 의견 차이는 정치적 입장의 양극화를 가속화했다. 두 사건의 고통을 돈으로 환산해 비교하고 피해자의 상처를 정치적으로 소비하는 언론과 사람들. 돌아오지 못한 사람과 남겨진 사람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 천안함 생존장병의 이야기로 시작해 세월호 참사, 피우진 전 중령, 고 변희수 하사, PTSD를 겪는 소방공무원과 군인,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까지. 사람 사이의 이해관계에 가려진 구체적인 얼굴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PTSD는 전쟁에 참여한 군인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모든 이에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전시 상황에서만이 아니라 교통사고, 구타, 사랑하는 이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같은, 일상에서 삶의 통제권을 잃게 되는 폭력적인 상황들이 모두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

◇ "부서진 것에 대한 이야기는 그 자체로 온전한 이야기예요."
-아우로라 레빈스 모랄레스

"통증을 느낄 때 비로소 우리는 그 통증의 원인을 제거하거나 최소한 그로부터 멀어질 수 있습니다." 제대로 고통을 인지하는 순간, 멈춰 있는 시간은 다시 흐른다. 몸속에 웅크린 고통이 입 밖으로 흘러나오기 위해서는 사람과 시간이 필요하다.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의 핵심은 생존자를 지지해주며 그가 준비되었을 때 트라우마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가슴에 박힌 장면들이 이야기로 옮겨지려면 삶의 통제권을 회복하고 충분한 안정을 취할 시간이 필요하다.

◇ 트라우마 생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생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고 답해주고 그 고통을 비하하는 사람들에 맞서 함께 싸워주는 이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생존자의 몸속에서 고통의 에너지로 머물던 사건은 언어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_p.259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가 된다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한다. "피해자의 말과 행동이 동정하기 적당한 모습을 벗어나는 순간, 사람들은 고개를 돌리곤 했지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피해자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면 결국 사람들로부터 외면받는다. 사람과 사회가 만들어낸 피해자의 이미지는 또 다른 혐오와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페이지의 넘김이 가볍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헤아릴 수 없는 좌절감을 느꼈다. 자기 안의 그림자를 남에게 덧씌워 경멸과 혐오를 선동하는 사람들. 세월호 생존학생과 천안함 생존장병의 고통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신문 기사 댓글과 메시지. 이에 분노하고 아파했을 사람들. 고통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속을 마구 헤집어 놓아도 겉으로 드러난 생채기는 별로 크지 않을 수 있다.

◇ 우리는 기억하기 위해 '애도'해야 하고, 참사의 상처와 함께 계속해서 살아가기 위해 '기념'해야 합니다.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것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합니다.
_p.191

천안함 사건을 큰 틀로, 세월호 참사를 품은, 잊어서는 안 될 그날들을 새긴 유리 문진의 투명하게 비치는 속이 단단하고 무겁다. 그 무게로 지그시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그려진다. 책장을 넘기듯 그날이 쉽게 넘어가지 않도록, 견디며 붙잡아주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

우리는 '참사가 남긴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고 기억해야 하는가'. 이 책은 저자가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찾은 길이다. 그 길은 삶의 통제권을 빼앗긴 기억이 있는 생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날아온 바람이 더 오래 기억되기를.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난다(@nandaisart) 감사합니다. @nandana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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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백신을 만들어야 한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오*아 | 2022.04.12 | 추천3 | 댓글0 리뷰제목
사고는 전염되지 않아요. -영화 「래빗 홀」 중에서   사건은 비극입니다. 세월호가 가라앉았고 천안함이 폭파되었으며 일용노동자들이 불구의 몸이 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안타깝게도 비극의 이유를 모릅니다. 그러는 사이 가해자들이 고개를 숙이며 매스컴에 노출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해자들의 잘못을 밝혀낼수록 사회 곳곳의 제도적 모순이 앙상하게 드러나고 맙니;
리뷰제목

사고는 전염되지 않아요.

-영화 「래빗 홀」 중에서

 

사건은 비극입니다. 세월호가 가라앉았고 천안함이 폭파되었으며 일용노동자들이 불구의 몸이 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안타깝게도 비극의 이유를 모릅니다. 그러는 사이 가해자들이 고개를 숙이며 매스컴에 노출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해자들의 잘못을 밝혀낼수록 사회 곳곳의 제도적 모순이 앙상하게 드러나고 맙니다. 비극의 터널을 지나가면서 우리는 분노하게 됩니다. 분노는 당연한 권리이니까요. 그러나 어느 순간 분노할수록 절망의 그림자가 생겨납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미래의 피해자들이 될 수 있으며 혹독한 형벌을 당해야만 하는 게 믿기지 않아 그렇습니다. 결코 이것이 망상이 아니라는 게 까다로운 문제입니다.

 

그래서 근본적인 질문을 해봅니다. 피해자들이 왜 죄인이 되어야만 하는지? 의문스러웠습니다. 피해자라고 하면 당연히 치료받고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아야 평등한 세상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단단할 정도로 불평등합니다. 피해자에 대한 예의는 어디에도 없고 새빨간 거짓말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사건에 대한 진실은 흐지부지 끝나고 맙니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가해자에 대한 인권은 철저히 보호하면서 대조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인권은 슬픔을 적당히 보상으로 하면서 무마하려고 합니다.

 

보건학자 김승섭의『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를 보고 우선적으로 느꼈던 점은 탐욕스런 가해자들을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처럼 그래야만 정의로운 세상입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사건이 끝난다고 하면 부조리한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일시적인 사건은 고질적인 폭력입니다. 이러한 폭력에 맞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침묵이나 무관심이 아닙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믿음이며 용기 있는 행동입니다. 사건을 이야기하고 기록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미래의 피해자들이 이길 수 있는 면역력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2010년 천안함 사건 때문에 또 한 번 군대의 문제점이 요동쳤습니다. 천안함 사건으로 46명이 순직하고 58명이 구조되었습니다. 그러나 사건 후 10년이 지나는 동안 정말이지 군대의 취약한 부분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그럴수록 놀랍게도 이것은 비단 군대만의 부조리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한국 사회의 태도에 관한 중요하고도 예민한 문제로 확대되었습니다. 순직한 46명은 무공훈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구조된 58명은 패잔병이라는 낙인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서 지내야만 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인해 피해를 당하고도 자책하고 죄책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사고라는 생(生)의 사각(死角)지대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차별과 혐오라는 생의 사각지대에서 삶의 통제권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그것만 해도 견디기 힘든데, 그들은 패잔병이라는 장애(disability)와 치열한 싸움을 벌여 나가야만 했습니다. 능력이 없으니 죽을 수밖에 없는 공포는 최악이었습니다.

 

그러나 저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천안함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군사적 충돌이 아닙니다. 저자는 천안함 생존자들이 ‘패잔병’이라는 것을 고발하면서 거듭 ‘산업재해’를 강조했습니다.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근무를 하는 동안 군인들은 군대에서 나라를 지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노동’이라는 본질입니다. 군인들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무례할 정도로 군인들의 희생을 당연시 했습니다. 하지만 군인 또한 노동자입니다. 노동자에게 산업재해는 최소한 사회 안전망입니다. 충분히 참사와 악몽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고백하자면 천안함 사건을 책임져야 할 가해자들은 ‘악어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들은 겉으로는 괜찮은 척 했지만 속으로는 ‘피눈물’ 흘렸습니다.

 

만약에 지금의 피해자들이 세월호의 악몽처럼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에 따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되면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길 수 없습니다. 천안함 같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위로하고 격려했습니다. 동시에 나와는 관계없는 일임에도 공평한 처사를 바랬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상식이 통하는 사회이길 희망했으니까요. 하지만 결과는 이미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장면들이 반복되었습니다. 가해자는 있는데 피해자는 없다는 것입니다. 마치 가해자의 세상 같다는 착각을 일으킵니다.

 

그런 점에서 피해자들의 고통은 언어로 이야기되어야 합니다. 이야기하면서 슬픔을 전염시키려고 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하지 않으면 슬픔을 견디면서 우리 사회의 예민한 질문에 응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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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보고는 작가님!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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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e***n | 20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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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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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j*****3 | 20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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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섭 교수님이 존재한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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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강* | 2022.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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