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2월 14일 |
---|---|
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314g | 122*188*20mm |
ISBN13 | 9791191043617 |
ISBN10 | 1191043614 |
발행일 | 2022년 02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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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314g | 122*188*20mm |
ISBN13 | 9791191043617 |
ISBN10 | 1191043614 |
MD 한마디
뜨거운 여름날, 어느 가정집 안마당에서 네 살 난 여자아이의 시체가 발견된다. 사건을 추적하는 동안 가족들이 감추고 있던 비밀이 하나 둘 밝혀지고 이야기는 거듭 뒤집힌다. 평범하고 평온해보이는 얼굴 이면의 욕망,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일까. -소설PD 박형욱
1 - 11 옮긴이의 말 |
렌조 미키히코, 양윤옥 역, [백광], 모모, 2022.
Renjo Mikihiko, [HAKKO], 2002. 2008.
하나의 사건을 두고 보는 시각에 따라 저마다의 견해가 있고, 또 여기에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경우에는 방어기제를 펼치며 나름의 입장을 취한다. 한여름 대낮에 일어난 참사는 인간의 본성을 여실히 드러내는데, 여느 막장 드라마로 여기기에는 수려한 문체가 매혹적이다. 평온한(?) 가정에서 일어난 4살 여자아이의 실종과 죽음... 연관된 사람들은 하나씩 자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반전의 반전이 거듭된다는 말조차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처음으로 만난 렌조 미키히코의 소설 [백광]... 白光이다.
일흔이 되고 처음 한동안은 죽음이 주춤주춤 다가와 해가 갈수록 성가신 물건처럼 자꾸 들러붙는다 했더니만 최근 일이 년 사이에는 또 다른 나 자신이나 친한 친구처럼 내 몸속에 들어앉아 아예 일상이 되어 버렸다.(p.8)
하루하루 몸이 쇠약해져 가는 것에 반비례해서 요즘은 추억만 하루하루 젊어져 간다.
하지만 그 추억도 이제 슬슬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다. 날마다 천장을 올려다보며 옛날 일을 이래저래 곱씹었으나 이제는 그 추억의 재료도 떨어진 모양이다. 아직 재료가 고갈되지 않은 것은 두 가지 과거뿐이다. 만세 소리와 아내의 미소로 배웅을 받으며 죽음의 길을 떠났던 전쟁 통의 그날 밤, 그리고 천신만고의 항해 끝에 도착한 남태평양의 섬, 허연 불꽃처럼 작열하는 태양 빛이 내리쬐는, 새파란 바다에 둥실 떠오른 듯한 원색의 섬. 그 두 가지는 몇 번을 떠올려도 처음과 똑같이 선명하게 내 머리와 몸을 온통 점령한다.(p.14-15)
이제는 죽음의 기운이 일상처럼 느껴지는 나이, 노인성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게이조는 젊은 시절 태평양 전쟁에서 살아 돌아왔다. 과거 전쟁터로 끌려가는 기차역에 마중 나온 아내와 딸 그리고 남태평양의 어느 섬에서 일어난 사건... 정신은 희미하나 두 가지 일은 잊히지 않는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지만, 그때의 상흔은 여전히 남아 노인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
게다가 태풍 전의 고요함이라고 할까, 아침 일찍 만들어둔 샌드위치로 나오코까지 넷이 식탁에 앉아 점심을 먹을 때쯤부터 신선한 바람이 불어서 집 안은 안온한 정적에 감싸였다. 시아버지도 조용해졌고 사토코도 묘하게 곤두섰던 신경이 풀려서 이번 여름 들어 처음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마음이 편안하기까지 했다.(p.28)
하지만 반드시 그것만으로 한 소녀의 운명이 결정된 것은 아니었다. 사토코는 혹시 나오코가 집에 있기 싫다고 말했다면 함께 데려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오코는 할아버지하고 집에 있을래?"라고 물었는데 나오코가 고개를 까닥거리는 인형처럼 천진하게 그러겠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제 엄마가 두고 간 꽃무늬 가방에서 스케치북과 크레용을 꺼내더니 방바닥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토코가 "집에 있을래?"라고 물은 뒤부터 그림을 그리기까지 삼십 초도 걸리지 않았다. 네 살짜리 어린아이의 너무도 재빠른 반응에 내심 놀라서, 제 엄마한테 집 보고 있으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아예 꿰고 있구나, 하는 짠한 마음이 들었다.(p.29)
등장하는 인물은...
게이조와 두 번째 부인 아키요. 첫 번째 부인과 딸은 전쟁 때 공습으로 죽고, 아키요도 몇 년 전에 지병으로 사망했다.
아들 류스케와 며느리 사토코. 둘 사이에는 딸 가요가 있다.
사토코의 동생 유키코와 남편 다케히코. 둘 사이에는 딸 나오코가 있다.
그리고 대학생 히라타 나오키.
여름날, 나오코가 사라진다. 한순간 사건 현장이 되어버린 집안... 아이 엄마 유키코는 문화센터 강의를 들으려고 나오코를 언니 집에 잠시 맡긴다. 사토코는 딸 가요를 치과에 데려가야 해서 나오코를 시아버지에게 부탁했다. 게이조는 치매로 정신이 없고, 남편들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여덟 명의 자기 고백은, 겉으로 드러난 것과 다르게 제각각 속 사정이 있다. 그 시간에 아이 엄마는 문화센터에서 만난 대학생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아이 아빠는 불륜 현장을 뒤쫓고 있었다...
맨 처음에 2시 41분이라는 시간에 대해 말했었지만, 그건 육 년 전 어느 날, 한 남자가... 미타카 역 플랫폼을 통과하는 열차에... 신혼 초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함께 타고 있던 열차에, 바로 내가 몸을 던지려고 했던 시간입니다.(p.57)
"나오코는 죽어서 다시 내 몸속에 들어왔어.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죽는다는 건 태어나지 않은 거래. 그 아이는 앞으로 내 핏속에서 계속 살아가고 나는 점점 더 그 애를 닮아 갈 거야."(p.88)
우리는 각자 서로 다른 이유에서 그날 죄 없는 나오코를 죽였다... 서로 상대가 공범자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그리고 부부로서는 손을 맞잡지 못했지만 그 아이를 죽인 범죄자로서는 손발이 잘 맞는 공범이 되어서. 여태껏 없었던 다정함을 느끼며 지금 이렇게 손을 맞잡고 있다...(p.216)
이 집은 배신과 보복의 전쟁터였다. 승패가 결정되지 않은 채 영원한 싸움을 반복하는 전쟁터...(p.245)
자매(형제)는 태어날 때부터 경쟁자인가? 부모의 사랑을, 관심을, 인정을, 재산을 더 받으려고... 서로 가진 것을 탐하고, 시기하는 관계인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현명하고 착한 언니, 언제나 화려하고 시선을 끄는 동생... 자매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결국 한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저마다의 이유... 너무 예뻐서, 돌보기 귀찮아서, 내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이라서, 죄의 결정체라서... 모두가 공범으로 관여하고 있다.
나오코는 자기의 죽음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전쟁의 상흔, 이기심과 욕망으로 인한 가족의 파괴와 해체를 말한다.
어린아이가 죽었고 자신이 범인이라 말하는 사람이 한 명이 아닌 가족 간의 추악한 비밀을 까발렸다던 그 책.
역시나 묵혀 읽게 되었다.
근데.. 이 책. ㅋ
가격은 양장판.인데 책은 문고판임.
처음 봤을 때는 가제본인 줄.
이렇게 만들어서 이런 가격을 받는다고????
이러면서 전철과 미용실에서 읽었는데 페이지 터너임.
지지부진 설명도 많고 미사여구가 섞여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지만 흥미로움.
챕터가 제대로 나눠진 것도 아닌 것이 여기서 이 사람이 말하다가 그 끝을 다른 사람이 받아 이어가는 형식이라 한 번에 다 읽지 않으면 길을 잃을 위험성이 있는 책.
그래서 집에 와서 후딱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찜찜하다.
게이조
태평양 섬(아마도 하와이?)에서 전쟁 중_2차 대전인 듯_4살 여아를 죽인 적인 있는 치매 노인.
전 부인이 불륜으로 낳은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알고 키웠는데 전쟁터에 나가는 날, 부인의 고백으로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됨.
아키요
암으로 사망한 게이조의 두 번째 부인으로 국어 교사였음.
게이조의 과거를 며느리 사토코에게 말한 적이 있다.
류스케 ; 게이조와 아키요의 아들. 말이 없고 재미없는 남자로 불륜을 저지르고 있음.
사토코 ; 류스케의 부인. 류스케의 불륜을 알고 있으면서도 치매 시아버지와 딸 가요를 키우며 살고 있음.
유키코 ; 사토코의 여동생으로 자극을 쫓으며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나오코의 엄마.
다케히코 ; 유키코의 남편으로 아키요의 제자. 아키요의 소개로 사토코와 만나 결혼. 사토코의 불륜을 알고도 묵인.
가요 ; 류스케와 사토코의 딸. 요망한 계집.
나오코 ; 유키코와 다케히코의 딸. 4세의 여아라는 이유로 살해당한 비운의 불륜 씨앗.
일흔. 치매에 걸린 게이조.
어느 날 갑자기 꿈에 전 부인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오래전 전쟁에 불려나가는 열차에 타고 떠났던 때를 추억(?)하며 소설은 시작된다.
싫지만 싫은 소리를 잘 하지 못하는 사토코는 매주 목요일, 문화센터에 간다는 명목으로 자신에게 나오코를 맡기는 동생이 싫다.
제부 다케히코가 유키코가 바람을 피운다는 얘기를 듣고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싫은 내색만 하고는 나오코를 맡게 된다.
너무 태연한 동생을 보면서도 여태 그래왔듯 뒤통수 칠 수 있는 여자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오코와 어울려 잘 지내며 나오코도 잘 따르는 딸, 가요가 치과에 나오코를 데리고 가지 말자는 말을 하자, 그 핑계로 나오코를 치매 노인, 시아버지와 함께 두고 집을 나선다.
그리고 나오코는 집 마당, 능선화 아래에 묻힌 채로 발견된다.
두 시간이면 돌아와야 할 유키코는 저녁이 다 되어도 연락이 닿질 않고 같이 있던 시아버지의 범행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치매에 걸린 게이조는 '젊은 남자가 종려나무 밑에 여자애를 파묻고 갔다'
'어쩜 그 젊은 남자는 나일지도 몰라'라는 말을 하며 횡설수설.
결국 게이조의 말처럼 여자애_나오코는 능선화 나무 아래 묻혀 있었다.
뭔 놈의 집구석이..
시어머니에 며느리, 시아버지까지 불륜에 불륜을 겪고 알고 있으면서도 드러내지 않고 분을 삭이며 살고 있다.
각자가 자신이 나오코를 죽인 거라고 하질 않나.
과거로 갔다가 사건 현장으로 갔다가 알리바이를 확인하면서 글도 이쪽저쪽으로 정신이 없다.
그런데도 헷갈리지 않고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원래대로라면 이름에서 이미 정신이 나갔어야 하는데도 가족이라 그런가 남. 여만 구분이 되면 뭐 읽는데 지장이 하나 없다.
사토코, 유키코, 다케히코의 얘기가 중심이니까.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이 가족의 민낯이 드러나는데 그것은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엄청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 같지만 간단하게 각자의 커플이 겪는 불륜.이다.
그게 가족과의 불륜이라 콩가루 집안이 되는 거.
전쟁의 후유증인지 아님 살인의 트라우마인지 어쩌다 여자아이_자신의 첫째 부인이 불륜으로 낳았던 4살의 딸과 같은 나이의 여자를 죽인 것이 평생의 한으로 남았을 텐데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게이조.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살인이라면 얘기는 다르다.
이것이 치매였는지 전쟁 후유증인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부인의 불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모든 것을 겪고 두 번째 부인까지 잃고 나니 제정신일 수가 없어 치매에 걸린 걸 수도.
모두가 범인일 수도 있고 모두가 자신이 죽인 걸 수도 있다고 하니 과연 범인은 누구일지.
범인 찾기는 지지부진하지만 불륜에 불륜이 곳곳에 나타나니 지루하지는 않은 얘기.
어두운 전쟁의 그림자로 시작되어 전쟁의 트라우마로 끝나는 반전이랄 것도 없는 반전 미스터리.
전쟁 소설.... 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