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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562g | 135*195*25mm
ISBN13 9791138406628
ISBN10 1138406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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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력 같은 건 필요 없어. 내가 원하는 건, 단 두 가지. 둘뿐이야.”
히이라기는 고개를 흔들고 아스카의 얼굴 앞으로 손을 뻗어 손가락을 두 개 세웠다.
“하나는 내 수술 중에 완벽한 마취를 하는 것.”
히이라기는 손가락 하나를 접고 얼굴을 바싹 갖다 댔다.
“내 ‘손님’은 대부분 지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이지. 게다가 수술 침습성도 낮으니 전신 관리는 간단해. 내가 마취에 요구하는 것은 무엇보다 완전한 ‘부동(不動)’이야.”
“부동…….”
“맞아. 수술 중 환자가 미동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아. 그런 일이 벌어지면 손님의 얼굴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흉터가 남을 수도 있으니까. 아! ‘평생 지워지지 않을 흉터’라는 말은 비유적인 표현이야. 나 같은 천재 성형외과 의사에게 지우지 못하는 흉터는 없으니까.”
천재? 지금 이 사람, 스스로 ‘천재’라고 한 거야?
--- p.20~21

몇 분 전, 사나에의 안내로 이 방으로 안내된 노인은 품에서 명함을 꺼내 히이라기와 아스카에게 건넸다. 거기에 적힌 글자를 보고 아스카는 눈을 의심했다.
‘니카이도 그룹 회장 니카이도 쇼조’
전국에 대형 쇼핑센터 ‘니카이도’를 거느린 대기업의 회장. 어안이 벙벙해진 아스카 앞에서 니카이도는 같이 온 여성을 “아내인 리나”라고 소개하고 “이 사람의 얼굴을 전처의 얼굴로 성형해주십시오”라고 말을 꺼냈다.
(…)
“겉치레는 됐고. 여러모로 정보를 모았는데 당신이 가장 실력이 좋고 믿을 수 있는 정형외과 의사라고 해서 왔소.”
“회장님, 실례지만 저는 성형외과 의사지 정형외과 의사가 아닙니다. 정형외과는 골절 같은 부상을 치료하는 목수 같은 존재죠. 그에 반해 우리 성형외과 의사는 얼굴을 비롯한 몸의 조형을 다듬는, 이른바 ‘인체의 예술가’입니다. 무엇보다 일본에 ‘미용정형’이라는 말이 퍼져 있는 것은 성형외과 역사 초기에 정형외과 의사가……”
(…)
“뭐든 상관없소. 중요한 건, 당신은 최고의 실력이 있고 돈만 내면 뭐든 해준다는 거지.”
니카이도가 조바심이 나는 듯 말하자 히이라기가 입술 끝을 올렸다.
--- p.33~34

“알려주시겠습니까? 왜 사모님 얼굴을 전 사모님 얼굴로 바꾸고 싶으십니까?”
“왜 그런 걸 알고 싶어 하지? 자네는 돈만 받으면 되는 거 아닌가? 가능한가, 아닌가. 가능하다면 얼마면 되나. 그것만 대답하면 되네.”
니카이도의 말투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명령하는 게 익숙한 사람의 오만함이 배어 나왔다. 히이라기는 여전히 실실 웃으면서 니카이도의 옆에 앉은 아내 리나에게 시선을 보냈다.
“사모님의 얼굴 형태는 사진의 여성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간단한 수술은 아니나 저라면 가능하죠. 그렇습니다. 받아들이면 수술비, 수술 후 입원비, 의료자재 대금 등등을 합쳐 3천만을 받아야겠죠.”
“사, 3천만?!”
너무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아스카는 눈을 부릅떴다.
“내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니카이도가 끄덕이는 것을 보고 아스카의 눈은 더 커졌다.
(…)
“그래서 수술은 언제 가능한가? 언제 아내를……”
“잠깐만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아스카는 일어나 있었다.
“자네 뭐야?”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니카이도의 박력에 순간 움찔했으나 아스카는 두 손을 잡고 견뎌냈다.
“아까부터 두 분이 마음대로 이야기하시는데 사모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자신의 얼굴에 손을 대는 겁니다. 그래도 괜찮습니까?”
--- p.36~37

“눈은 매몰법으로 쌍꺼풀 수술을 한 후 눈물주머니를 조그맣게 형성해. 입술처럼 볼륨이 나야 하는 부분은 히알루론산과 콜라겐을 주입하지.”
계속 떠들어대며 표정근을 실로 꿰맨 히이라기는 피부 봉합에 들어갔다. 얼굴의 얇은 진피에 육안으로는 쉽게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가는 흡수성 봉합실을 넣어 꿰맸다. 너무나 유려한 손놀림. 불과 몇 분 만에 메스로 벌어졌던 부분이 맞춰졌다. 표피 안쪽으로 실을 넣어 꿰맸기 때문에 밖에서는 실조차 보이지 않았다. 칼을 댔던 곳에는 살짝 붉은 선만 드러나 있을 뿐, 불과 몇 분 전까지 거기가 커다랗게 벌어져 있었다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히이라기는 다시 사나에에게 메스를 받아 반대쪽 귀에서 턱에 걸쳐 피부를 절개했다.
“내가 사용하는 기술은 성형외과에서는 일반적인 거야. 다만 완성도가 월등하지. 게다가 미용 성형수술에는 기술만이 아니라 미적 감각도 요구돼. 어디를 어떻게 처치해야 ‘아름다움’이 생기는지. 그런 감각에는 경험과 재능, 둘 다 필요해. 그리고 나만큼 뛰어난 감각을 지닌 사람은 없어.”
--- p.68~69

남자는 여자의 얼굴에 두껍게 팩을 바른 후 검지로 여자의 가슴을 가볍게 눌렀다. 손끝에 전달된 감촉에 남자는 눈썹을 찌푸렸다. 생명 활동이 정지된 지 겨우 한 시간쯤 지났는데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빨리하지 않으면 그녀의 ‘아름다움’을 보존할 수 없겠어.
남자는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고 팩이 마르기를 기다리면서 여자의 팔을 쓰다듬었다. 분명 이름이 ‘가메무라 마치코’라고 했다. 납치할 때도 나를 거의 의심하지 않았고 전기 충격기 한 발로 얌전해졌다. 이 방으로 데려와 티오펜탈, 베큐로늄과 염화칼륨을 투여했을 때도 잠자듯 숨을 거뒀다. 마치 ‘아름다움’을 보전하는 일에 스스로 참여하듯.
그래, ‘작품’들은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해. 내가 아무리 ‘아름다움’을 주어도 수십 년이 지나면 환상처럼 사라지지. 나는 그것을 막고 그녀들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남기려고 하는 거야. 자신들의 ‘아름다움’이 영원토록 남는 것. 그건 기뻐할 일이지. 이를테면 목숨을 잃는다고 하더라도. 그런데…….
남자는 사 년 전 일을 떠올리며 어금니를 악물었다. 사 년 전, ‘작품’을 납치하려고 했을 때 격렬한 저항을 받았다. 그리고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되었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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