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2년 02월 14일 |
---|---|
쪽수, 무게, 크기 | 160쪽 | 226g | 128*204*9mm |
ISBN13 | 9791160407594 |
ISBN10 | 1160407592 |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노트’ 증정(포인트 차감)
출간일 | 2022년 02월 14일 |
---|---|
쪽수, 무게, 크기 | 160쪽 | 226g | 128*204*9mm |
ISBN13 | 9791160407594 |
ISBN10 | 1160407592 |
점심 메뉴 선정에 진심인 사람을 위한 꿋꿋이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점심시간을 틈타 딴짓하는 사람을 위한, 시인 9명이 점심시간에 써내려간 시집 점심시간은 단순히 점심 먹는 시간이 아니며,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어떤 직장인에게 점심은 하루 중 유일하게 오매불망 기다려지는 휴식 시간이자 고독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일 것이고, 어떤 작가에게 점심은 창작욕이 샘솟아 끼니를 거른 채 글쓰기에 몰두하는 시간일 것이다. 강혜빈, 김승일, 김현, 백은선, 성다영, 안미옥, 오은, 주민현, 황인찬 시인은 시 다섯 편을 통해 매일 반복되는 점심의 시간과 공간에 새로운 질감과 부피를 더한다. 강혜빈 시인은 한낮에 산책하는 화자를 내세워 점심시간의 풍경을 이루는 사람과 사물, 공간을 시의 무대로 올린다. 김승일 시인은 특유의 재치 있는 어조로 낮잠 때문에 놓친 중요한 약속과 낮잠 때문에 꾼 기묘한 꿈, 동료 시인과 만나 카페에서 시 쓰는 점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현 시인은 ‘마음에 점을 찍다’ 혹은 ‘마음을 점검하다’라는 점심의 본래 의미를 일깨우며 할머니가 부지런히 살아낸 시간을 햇볕처럼 따스하게 감싼다. 백은선 시인은 아침과 저녁/밤의 중간 지대이자, 하루의 시작과 끝을 체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으로서의 점심을 다룬다. 성다영 시인은 주중과 주말을 불문하고 카페에 앉아 점심이 풍기는 주황색 냄새를 맡으며 시 쓰는 삶을 차분하고 쓸쓸하게 노래한다. 안미옥 시인은 식사와 디저트가 일상에 끼치는 영향과 그 의미를 발견해 가상의 메뉴판에 새겨 넣는다. 오은 시인은 경쾌한 리듬감과 말장난으로 지인과의 점심 만남을 묘사한다. 주민현 시인은 시간의 흐름을 정오에서 다른 정오로의 이동으로 감각하는 순간에 주목한다. 마지막으로 황인찬 시인은 점심시간에야 비로소 숨 돌릴 수 있지만 화창한 날에 공원을 잠시 배회할 뿐 또다시 회사에 묶여 있어야 하는 직장인들의 속삭임에 귀 기울인다. 이렇듯 각양각색의 시선이 돋보이는 시인들의 점심 세계에 당신을 정중히 초대한다. |
강혜빈 희망 없는 산책 다가오는 점심 익선동 불 꺼진 집들 검은 문 김승일 점심 점심으로의 잠 만나서 시 쓰기 21세기에 총비 김현 잔설 겨울밤 봄 점심 영혼 곤란 구역 백은선 만나서 시 쓰기 향기 마음의 점 攝 낮잠 성다영 저속한 손 희생 없는 세계 점심 산책 실종 주엽나무 안미옥 알찬 하루를 보내려는 사람을 위한 비유의 메뉴판 만나서 시 쓰기 공중제비 구즈마니아 넛트 오은 우리 그 그것 그들 그들 주민현 또 다른 정오 빛의 광장 미술 수업 한강 오늘의 산 황인찬 철거비계 대추나무에는 사람이 걸려 있는데 저녁이 있는 삶 만남의 광장 하해 부록 혼자 점심 먹고 나서 그냥 하는 질문 |
점심에 나는 걷는다
어디에나 음악이 들리듯 쏟아지는
사람들의 활기· · · 희망· · ·
인간은 혼자서 혼자가 될 수 없고
음식에는 죽음과 고통이 있다
우연히 들어간 꽃집에서 남미 식물을 보며
사라지는 판타날을 떠올린다
세계를 메우고 있는 비참함· · · 비참함· · ·
나는 소음 속으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만을 하고
빛을 피하며 걸으려 한다
길가에 개여뀌 꽃마리 작은 풀들을 본다
꽃에는 꽃말이 있다
꽃말은 꽃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다
내 이름은 나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다
오늘 나는 단지 무언가를 하기 위하여 무언가를 하다
언어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사람들은 누가 자신인지 알고 있다 (성당영, 점심산책)
성다영의 점심산책이란 시, 황인찬의 시도 좋았다.
한겨레출판사의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 은 기획이 참신하면서도 영리한 기획이다. 시집이라는 게 호불호가 있어서 누군가에게는 다가가기 어려운 문학의 분야이기 때문이다. 우선 제목이 참 좋다. 요즘 시류를 제대로 파악한 제목으로 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지나칠 수 없는 끌림이고 시에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도 궁금증을 유발한다. 특히나 제목 그대로 혼자 점심을 먹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니 자연스레 이 시집에서 가장 먼저 읽게 되는 시는 점심을 이야기하는 시가 된다. 물론 참여한 9명의 시인을 보면 그 가운데 좋아하는 시인이 있다면 그의 시를 찾게 된다. 참여 시인이 각각 5편 이상의 시를 썼고 안미옥 시인의 시는 조금 더 많다.
여자는 오후 열두 시가 되면
언제나 혼자서 이곳에 온다
메밀국수 한 그릇 주문하고
대부분 벽을 응시한다
벽 속에서 아는 사람의 글씨체를 보았다고
어느 날에는 중얼거린다
미래의 언어를 쓴다는 그 사람은
자신의 시대가 아직 오지 않음을 슬퍼하며
먼 곳으로 떠났다는데 (강혜빈의 「다가오는 점심」, 일부)
강혜빈의 시는 마치 열두 시, 점심에만 만날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하는 듯하다. 혼자 같은 장소에서 점심을 먹는 여자, 오롯이 그곳에서만 마주하는 어떤 이들,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점심을 먹는다는 행위처럼 같을지도 모르겠다. 매일 마주하면서도 한 번도 말을 건네지는 못하는 이들, 그들에게 점심시간은 너무 짧고 다가가기에는 너무 멀다.
그러나 여자에게
가벼운 친밀감을 느끼기 시작할 때
오늘분의 점심시간은 끝이 나고
사람들은 문득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서둘러 밖으로 나선다 (강혜빈의 「다가오는 점심」, 일부)
점심시간은 누구나 똑같이 가질 수 있는 시간처럼 보이지만 점심에 하루가 열리는 이들에게는 점심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구나 삶을 살아가는 건 같지만 그 삶의 시간은 다르니까. 백은선의 시에서 그런 다름을 느낀다. 결코 우리의 점심은 될 수 없는 삶의 시간들.
나의 점심은 네게 한밤이었다
전화를 걸어 잠이 오지 않는다고
자꾸만 무서운 생각이 난다고
어린 새처럼 너는
칭얼거리곤 했는데
그럼 나는 가끔 내가 봤던
좋은 시를
때로는 노래를
읽어주기도 불러주기도 했다 (백은선의 「향기」, 일부)
그런가 하면 잠시나마 모여 말을 나누는 순간이 점심시간이기도 하니 황인찬의 이런 시는 조금 더 일상으로 파고들어온 기분이다. 대화가 아닌 의미 없는 짧은 수다가 모이고 흩어진다. 그 안에는 농담 섞인 진심도 담겼다. 긴 하루 동안 조금은 여유롭고 자유스러운 모습이다.
사람들은 어디 먼 곳에 가고 싶다고 했다
모두가 정말 맞는 말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점심에는 모두가 묶여 있죠 잠시 어딘가로
떠났다가 또 금방 돌아오죠 식당과 공원은 너무 가깝고
공원은 회사와 너무 가까워서 다들 정신이 없었어요 (황인찬의 「만남의 광장」, 일부)
하나의 테마로 묶였지만 시인은 자신의 고유한 시를 쓴다. 어떤 시는 어렵고 도통 알 수 없고 어떤 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점심을 대해 오래 생각한다. 그러니까 혼자 점심을 먹는 이들의 사정이라든가, 혼자 점심을 먹으면서 마주했던 풍경, 혼자 점심으로 먹었던 음식 같은 것들을 말이다. 다가오는 점심에는 무얼 먹을까. 혼자 점심을 먹을 친구에게 맛있게 먹으라는 문자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점심에 나는 걷는다
어디에나 음악이 들리듯 쏟아지는
사람들의 활기· · · 희망· · ·
인간은 혼자서 혼자가 될 수 없고
음식에는 죽음과 고통이 있다
우연히 들어간 꽃집에서 남미 식물을 보며
사라지는 판타날을 떠올린다
세계를 메우고 있는 비참함· · · 비참함· · ·
나는 소음 속으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만을 하고
빛을 피하며 걸으려 한다
길가에 개여뀌 꽃마리 작은 풀들을 본다
꽃에는 꽃말이 있다
꽃말은 꽃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다
내 이름은 나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다
오늘 나는 단지 무언가를 하기 위하여 무언가를 하다
언어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사람들은 누가 자신인지 알고 있다 (성다영 「점심 산책」,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