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2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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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52쪽 | 218g | 125*200*10mm |
ISBN13 | 9788936424701 |
ISBN10 | 893642470X |
포함 소설/시 2만원 이상 구매 시,〈아버지의 해방일지〉 북에코백 (포인트 차감)
발행일 | 2022년 02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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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52쪽 | 218g | 125*200*10mm |
ISBN13 | 9788936424701 |
ISBN10 | 893642470X |
제1부 날개뼈/묵시/휴일/중심 잡기/원주율/그림자 숲/빛과 산책/단체 관람/다른 차원에서 만나요/토르소/회심 제2부 그림자 무사/더빙/사랑의 기원/불행 연습/증후군/반려식물/유리 행성/끝과 끝/백야행/콘크리트 산책법 제3부 공통점/오존주의보/적정 온도/계절 산책/시간의 바다/마지막 할머니와 아무르강 가에서/주변인/연소 시계 제4부 검은 돌 흰 돌의 시간/세계관/시월의 유령들/밤의 마피아/밤도 밖도 밝던/계단의 방향/파수꾼/귤 제5부 별/먼 곳/십오행/십오행을 쓰기 위하여/낫 크리스천의 아침 식사/공복 산책/설인/무족영원 해설|나희덕 시인의 말 |
봄을 기다리는 추운 겨울을 나는 존재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과 그 봄을 그릴 수 있는 온기일 것이다. 늦은 오후의 햇볕이 연상되는 '햇볕 쬐기'를 읽으며 잠시 봄날의 햇살을 느낄 수 있었다.
조온윤 시인이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과 그 시선 끝에 있는 세상의 작은 것들의 소중함이 그려져 있었다. 시인은 어둠 속에 묻혀 보이지 않는 것들에 손을 내미는 일이 어떤 비장한 이유에서가 아니라 그저 '돌고/ 돌아서/나의 차례였다'고 말한다.('원주율' 중에서)
'콘크리트 산책법'을 통해서는 산다는 것이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종점까지 걸었다/ 종점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끝까지 걷게 했다/ 잠시 무너지고 나면 끝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고 하며 그저 지금 힘든 이 여정도 결국 끝이 있을 것이라고 시인은 도닥여줬다. 그러니 지금 내가 주저 앉아 있다는 것이 끝에 다다르기 위해 잠시 쉬는 것 뿐이라며 위로를 건넸다.
두 시 외에도 시인은 많은 시들을 통해 삶을 이차원, 삼차원으로 요리조리 돌려가며 그리고, 현미경으로 보듯 정밀하게 관찰하기도 하다가 저 멀리 우주 밖에서 떨어져서 관조하기도 했다. 다양한 높낮이의 시선으로 쓰여진 시들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며 공감을 보내주기도 하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를 응원해주기도 했다.
시집의 마지막 페이지에 쓰여져 있던 시인의 말은 '슬픔을 준 존재들에게 슬픔을 어르는 손길을 준다'였다. 존재에 대한 치열한 고민 끝에 결국 내린 결론이 꽁꽁 얼은 겨울 땅을 녹이는 봄볕과도 같은 다정한 손길이라는 글귀에 악물고 있던 어금니의 힘이 풀렸다.
새해 목표와 결심으로 잔뜩 긴장한 채 한 달여를 보내왔다. 경직된 몸으로 크게 움직이면 다치는 법인데 그런 불상사가 벌어지기 전에 '햇볕 쬐기'를 통해 노글노글하게 몸이 풀렸다. 곧 나의 봄이 올 것을 믿고 한 발 한 발 움직여봐야겠다.
덧, 오랜만에 만난 이들이 주는 반가움과 난로에서 퍼지는 온기와 잔잔한 재즈 음악이 흐르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에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햇살이 강한 날은 덥다고 불평을 늘어놓으면서,구름이 무겁게 느껴지 날씨와 마주하게 되면 뜨거웠던 햇살에 대한 불평은 잊혀지고 만다. 습한 날씨가 미친 영향 탓인지..자연스럽게 '햇볕 쬐기' 시집으로 시선이 갔다. 그리고 생각지 못한 지점에서 잊지 못할 마음 속 햇빛 하나를 선물 받은 기분이다.솔직히 말하면 가슴에 부끄런 (햇)빛인데..고맙고 기억해야 할 시란 생각을 했다. 소개된 시들 모두에 공감하지 못했지만..섭섭하지 않았다.(시인도 그 마음을 이해해 주지 않을까...^^)
날개뼈
네가 길바닥에 웅크려 앉아/네 몸보다 작은 것들을 돌볼 때/ 가만히 솟아오르는 비밀이 있지//태어나 한번도 미끄러진 적 없는/생경한 언덕 위처럼//녹은 밀랍을 뚝뚝 흘리며/부러진 발로 걸어가는 그곳//인간의 등 뒤에 숨겨두고/데려가지 않은 새들의 무덤처럼//
나희덕 시인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카로스 추락을 모티브로 삼았음을 알았다. 그러나 내 마음대로 오독한 덕분에 이 시가 좋았다. 도서관 산책길에 마주한 꽃인듯 하여 시에 적힌 대로 나는 웅크려 앉아 나를 놀라게 한 작은 것을 들여다 보게 되였고, 하얀버섯이란 사실을 알고 놀랐다. 독버섯일지도 모른다는 편견과 함께..그런데 단단하게 뿌리식물인냥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디스 워튼의 소설 릴리(환락의 집)가 생각났다. 자신에게도 뿌리만 있었다면 흔들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탄식.... 그래서 나는 하얀버섯이 릴리의 환영처럼 보이고 말았던 거다. 오독이 긍정(?)적으로 미치는 경우이다. 그러나 '날개뼈'보다 더 강렬했던 시는 '원주율' 이였다.
초코파이를 받았다/피를 뽑고 약해질 때마다/착해지는 기분이 든다// 피 주머니가 빵 봉지처럼 부풀어 오르는 동안// 원의 둘레를 재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무수한 직선을 잇고 이어서/ 곡선을 만들었을 수학자에 대해/ 사리 휘어짐이란 착시일 뿐이라고// 뼈의 모양은 직선이지만 서로의 뼈를 비스듬히 잇고/뼈를 또 잇고/이어서/둥그런 원을 만들 수도 있겠다고/생각했다// 상처를 솜으로 막아 피를 굳게 하는 동안엔/모두가 조금씩만 아파주면/한 사람은 아프지 않을 수도 있지 않냐고//초코파이와 오렌지주스는 맛있고 누군가는/상냥했다/상냥한 사람이 되기까지 고통스러웠을수도 있다/헌혈의 집을 나서자/파이가 빨간 비닐을 벗으며 둥그렇게 떠오르고 있고//그 속으로 역광을 만들어져 걸어가는 사람들/인간의 모양이 휘어지고 있다고 느낄 때//한 사람을 위해 팔을 꺾는 사람들과 있었다/우리가 햇빛 속에 함께 있음을/무수한 뼈를 엮어 만든 포옹이라 느낄 때/지평선은 물결이 되어/일렁거리고//이제 바늘 자국을 만져도 아무렇지 않은 이유를/곰곰이 생각해봤는데//돌고/돌아서/나의 차례였다// '원주율' 참 긴 시다.. 한 번도 헌열이란 걸 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부끄러워지기도 하고...기회가 될때마다 헌혈 하는 지인이 새삼 생각나기도 했다.마음을 담아 칭찬하는 것으로 내가 헌열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면피는 대지 않을 게다. 예전만큼은 아니라는 생각도 하지만..그래도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린다는 생각을 하는 건, 바로 돌고 돌아..내가 주기도 하지만, 받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무엇이 되였든,누군가에게 햇빛 한 줌 이라도 나눌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살아야 겠다.
시인이 되고 싶은 마음을 다독이려, 달래기 위해 시집을 산다.
혹은 꿈꾸기 위해서일지도,,
시를 읽는다, 분명 같은 것을 보고 들을텐데, 새로운 세상을 열어버리는 그들,
봤지만, 들었지만 미처, 감각하지 못햇던 것의 모습이,
간혹, 들끓는 마음, 천지분간없이 무언가와 사랑에 빠졌다 잃어버리는 아프고 강렬한 마음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다가 잔잔해지는 마음, 여전히, 마음을 부드럽게 만져주는 시들에 끌린다.
꽃들은 지천으로 피고, 햇볕은 따뜻하고, 세상 모든 것들이 행복해하고 있을 것만 싶은 그런 시절이다,
봄은, 착각이다. 세상 온통 살분홍, 연두에 빛나는 햇살처럼 청춘인것만 같은
가질 수 없기에 안타까운 것일까? 이미 잃어버렸기에 더 갖고 싶은 것일까?
내가 외면해버린 불안, 고통, 우울, 슬픔을 부축하여 한발한발 내딛는 시인
그래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은 나의 겨드랑이를 거든 따뜻한 손들이 있었기 떄문일 수도
올해 봄, 최고의 시집 - 조온윤 햇볕 쬐기 -
중심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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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빠짐없이 햇볕 쬐기
근면하고 성실하기
버스에 승차할 땐 기사님께 인사를 하고
걸을 땐 벨을 누르지 않아도 열리는 마음이 되며
도무지 인간적이지 않은 감정으로
인간을 위할 줄도 아는 것
혹은
자기희생
거기까지 가닿을 순 없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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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곁에는 낯선 사람들이 있고
겨드랑이가 따듯한 이유는
그들의 손이 거기 있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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