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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9.0 리뷰 20건 | 판매지수 5,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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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2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484g | 134*189*28mm
ISBN13 9788934941040
ISBN10 893494104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미스터리 팬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금단의 꽃 ‘몽환화를 쫓는 압도적인 미스터리!

“장장 10년, 이렇게 긴 시간과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은 여태껏 없었습니다.”_히가시노 게이고

세상에는 다음 작품이 나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게 만드는 과작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엄청난집필 속도로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도 있다. 스콧 스미스나 하라 료가 전자의 대표적인 예라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내가 스티븐 킹의 작품을 읽는 속도보다 그의 신작 나오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다”며 귀여운 푸념을 토로한 바 있듯, 스티븐 킹은 후자의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킹과 같은 다작 작가이다. 1985년 데뷔 이래 2022년 현재까지 100여 편의 장편소설과 단편집, 그리고 짬짬이 에세이와 그림책 등을 발표했으니 어림잡아 해마다 평균 3편 이상의 작품을 탈고한 셈이다. 그렇다면 『몽환화』는 그의 이력에 상당히 예외적인 방점을 찍는다. 월간 [역사가도]에 연재가 끝나고 수차례 개고를 거쳐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기까지 장장 10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시간인 만큼, 이야기는 결국 ‘노란 나팔꽃’이라는 제재만 남겨두고 환골탈태하여 전혀 새로운 소설로 다시 태어났다. 타고난 스토리셀러로서 집필 시간과 작품의 질은 정비례하지 않음을 줄기차게 증명해온 히가시노 게이고지만, 세월을 들여 정성껏 벼린 『몽환화』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웰메이드 소설의 강렬한 오라를 풍기며 독자의 심장을 노크한다.

에도시대에는 존재했으나 지금은 볼 수 없는 노란 나팔꽃을 추적하는 고품격 미스터리극 『몽환화』는 “수면 아래 한없는 저력을 감춘 빙산과 같은 작가”라는 상찬과 함께 슈에이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제26회 ‘시바타렌자부로상’을 수상했고, 100만 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저자 소개 (2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런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옆 골목에서 낯선 남자가 나타났다. 붉은색 러닝셔츠 차림에 손에는 긴 막대기를 들고 있었다.
신이치와 가즈코는 걸음을 멈춰 그를 바라봤지만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남자가 그들을 봤다. 몇 초 후 신이치가 “도망쳐!” 하고 소리를 질렀다.
가즈코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공포가 전신을 훑어내렸다.
남자의 손에는 일본도가 들려 있었다. 게다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셔츠가 붉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공포에 질린 나머지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발도 움직일 수 없었다.
남자가 돌진해왔다. 그 눈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벌겋게 물든 채 제정신이 아니었다.
신이치가 아내와 아이를 지키려는 듯 둘 앞을 막아섰지만 남자는 기세를 멈추지 않았다. 그 속도 그대로 신이치에게 돌진해왔다.
남편의 등에서 일본도의 칼날 끝이 튀어나오는 게 보였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의 등이 점점 붉게 물들어갔다.
신이치가 쓰러진 순간, 저도 모르게 뛰기 시작했다. 남자가 남편의 몸에서 일본도를 빼내는 것을 보고 마침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가즈코는 딸을 꼭 껴안고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엄청난 속도의 발소리가 쫓아왔다. 도망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p.8~9

“어떤 꽃이 신에게 허락받은 겁니까?”
그렇게 물은 이는 리노였다. 다하라는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건 모르네. 생존을 계속하면 허락받은 것일까. 있는 것은 있는 대로 둔다는 게 내 생각이야.
거꾸로 말하면 사라지는 것은 사라지도록 둔다는 거지. 어떤 씨앗이 사라졌다는 것은 사라질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야. 노란 나팔꽃이 사라진 것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야.”
“그 이유에 대해 다하라 씨는 지론을 갖고 계시나요?” 소타가 물었다.
“없네. 그러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
“무슨 얘기입니까?”
“노란 나팔꽃은 금단의 꽃이라는 이야기야.”
“금단…….”
소타는 리노와 얼굴을 마주했다.
“내가 나팔꽃에 흥미를 가진 것은 아버지의 동생 즉 삼촌의 영향이야. 삼촌이 다양한 변화 나팔꽃을 피우는 것을 곁에서 보다가 나도 흥미가 생겼지. 하지만 삼촌은 어느 날 내게 말했어. 어떤 꽃을 피워도 좋지만 노란 나팔꽃만은 쫓지 마라. 이유를 물었더니 그것은 몽환화이기 때문이라고 했어.”
“몽환화?”
“몽환(夢幻)의 꽃이라는 의미일세. 그뒤를 쫓으면 자기가 멸하고 만다고, 그렇게 얘기했어.”
담담한 말투의 다하라의 말에 소타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pp.209~210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세상에 실재하는 모든 존재는 신의 허락을 받은 것일까?
음모로 얼룩진 환상의 꽃 ‘몽환화’를 둘러싼 집요한 추적의 드라마


2014년 선보인 이래, 10만여 한국 독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웰메이드 사회파 미스터리 《몽환화》. 《미등록자》《옛날에 내가 죽은 집》《사소한 변화》《아들 도키오》 등 비채×히가시노 게이고 컬렉션과 나란하게,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다시 찾아왔다.
소설은 두 개의 프롤로그로 포문을 연다. 첫 이야기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9월의 어느 날,평범한 아침식탁에서 시작된다. 식사를 끝낸 남편은 집을 나서고 아내는 아이를 안고 남편의 출
근길 배웅에 나선다. 다음 순간, 다짜고짜 이어지는 ‘묻지마’ 살인사건! 남편은 칼에 맞아 쓰러지고, 아내 역시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정신을 잃는다. 이야기의 무대가 바뀌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또 하나의 프롤로그. 칠석 무렵, 나팔꽃 시장으로 가족 나들이를 간 중학생 소타는 발을 다쳐 잠시 혼자 떨어져 쉬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한 소녀와 연락처를 주고받는데, 소타는 이때부터 핑크빛 첫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아버지의 불호령과 소녀의 차가운 외면으로 풋풋한 소년의 연심은 이내 빛을 잃고 만다.
각각 한 편의 독립된 단편이라 할 만큼 밀도 있는 프롤로그에 이어, 작가는 지체 없이 이야기의 소용돌이로 안내한다. 은퇴 후 조용히 혼자 살고 있는 노인이 누군가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노인의 사체를 처음으로 발견한 것은 손녀딸 리노였다. 그리고 사건현장에서 노란 꽃을 피운 화분이 사라졌는데…… 리노는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 노란 꽃에 의혹을 느끼고 사건의 진상을 좇기 시작한다. 한편, 대학생이 된 소타는 원자력공학을 공부하고 있다. 미래지향적 에너지라는 점에 이끌려 선택한 전공이었지만, 3·11 동일본대지진 및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길을 잃고 방황 중이다. 소타는 잠시 쉬어갈 겸 아버지의 삼주기 제사를 맞아 오랜만에 본가로 향하고, 무슨 일인지 소타네 집 앞을 서성이고 있는 리노와 조우한다. 리노의 돌연한 방문이 어쩐지 자신만 모르는 제 가족의 비밀과 관련되어 있음을 감지한 소타는, 이참에 의뭉스러운 가족들의 뒤를 캐보리라 마음먹고 리노와 손을 잡는다.

책장을 펼치는 그 즉시 비등점에 도달한다!
완벽한 속도감, 명불허전의 재미!
그리고 이어지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묵직하고 긴 여운


《몽환화》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쫓는 리노의 이야기를 씨실로 삼고, 가족의 비밀을 파헤치는 소타의 이야기를 날실로 삼아 마치 기하학적 미학을 자랑하는 아라베스크의 양탄자처럼 거대하면서도 정교한 하나의 그림을 직조해낸다. (리노를 중심으로) 할아버지 죽음의 뒤를 추적하는 집요한 추적극이면서, (형사 하야세를 중심으로) 붕괴된 가족의 뭉클한 화해의 드라마이고 동시에 (소타를 중심으로) 사회적 의무를 기꺼이 짊어지고 나서는 개인적, 사회적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계속하기로 했어.” 소타가 말했다.
“계속해? 뭘?”
“물론 연구지. 나는 평생 원자력을 연구할 거야.”
후지무라는 눈을 희번덕거렸다.
“정말?”
“응, 정말.”
(…)
“세상에는 빚이라는 유산도 있어.” 소타가 말했다. “그냥 내버려둬서 사라진다면 그대로 두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는 받아들여야 해. 그게 나라도 괜찮지 않겠어?” _본문에서

소설은 때때로 사회가 스스로 드러낼 수 있는 것보다 더 명명백백하게 그 모습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몽환화》 역시 사회파 추리소설로서의 매력을 담뿍 담고 있다. 단, 작가의 전작 《용의자 X의 헌신》《방황하는 칼날》 등에서처럼 개인 혹은 사회를 향한 ‘복수’에 주목하기 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명과 책무에 무게중심을 두고 인간의 도리에 대한 가볍지 않은 화두를 던진다. 특히 원자력발전에 대한 소타의 입장과 결론은 작가 히가시노의 소신을 담은 문학적 발의에 다름 아닐 것이다. 《몽환화》는 ‘일본 추리소설의 제왕’이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은, 히가시노만이 쓸 수 있는 명물허전의 재미를 선사는 하는 것은 물론이고, 몽매주의에 빠져 질곡의 시간을 걷고 있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 뚜렷한 울림을 전할 것이다.

회원리뷰 (20건) 리뷰 총점9.0

혜택 및 유의사항?
금기를 다루는 특별한 방식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q*****2 | 2022.06.2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작가의 구상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노란 나팔꽃이 등장했고, 이유 모를 살인 사건 또한 다루어졌다. 그 외의 다양한 요소들까지 버무려져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언제 즈음 각기 따로 노는 듯한 이야기들이 만나 동일한 흐름을 이루게 될지가 읽히지 않았다. 유독 와 닿지 않는 일본인의 이름을 마치 가계도를 그리듯 백지에 적어가;
리뷰제목

작가의 구상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노란 나팔꽃이 등장했고, 이유 모를 살인 사건 또한 다루어졌다. 그 외의 다양한 요소들까지 버무려져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언제 즈음 각기 따로 노는 듯한 이야기들이 만나 동일한 흐름을 이루게 될지가 읽히지 않았다. 유독 와 닿지 않는 일본인의 이름을 마치 가계도를 그리듯 백지에 적어가며 조심스레 저자의 뜻을 헤아리려 들었다. 두께가 두껍다고 마냥 어렵지는 않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은 늘 속도 내어 읽는 게 가능했다. 이번에도 걸음이 더디지는 않았으나 저자의 도움 끝에 이해가 가능했다. 수가 너무 빤히 드러나면 추리소설이 아니리라. 왠지 저자와의 두뇌 싸움에서 완패한 것만 같은 느낌이 계속해서 들고 있다.

시작이 강렬했다. 누구인지 모를 이가 거대한 일본도로 사람을 찌르고는 달아난다. 이유도 모른 채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순식간에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끔찍했다. 이어지는 수사는 예상대로라면 이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함이어야 한다. 저자는 해답을 제시하는 대신 시간을 건너뛴다. 매년 주기적으로 장어를 먹은 후에 꽃시장을 방문하는 가모 가족이 등장한다. 친가 쪽 사촌인 도리이 나오토의 사망 소식을 접하는 아키야마 리노에 대해서도 저자는 말한다. 둘 다 앞서 벌어진 살인사건과는 별반 관련이 없어 보인다. 성장기 소년에게 찾아온 풋풋한 연애 감정은 가족에 의해 포기를 강요당한다. 장래가 유망한 수영 선수였던 리노는 어떠한 이유에선가 꿈을 접는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는 평행선을 그으며 달린다. 살인사건까지의 도달은 바라지도 않으니, 두 가족 간의 연결고리라도 파악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이번에는 또 다른 절도 사건이 벌어진다. 용의자로 지목된 이는 하필이면 경찰의 아들이다. 끝까지 억울함을 호소하는 아이를 믿어도 좋을까. 계속해서 인물은 등장하는데 이야기가 제각각이라 어디에 초점을 맞추면 좋을지 판단이 어렵다. 이 많은 것들을 어찌 한데 모아 정리할지, 나도 모르게 저자를 걱정하는 마음이 들기까지 한다.

세상 모든 일이 명쾌할 순 없다. 가끔은 해결이 되었다고는 하나 진실이 완벽히 밝혀지지 않은 것만 같은 찜찜함을 떨쳐내질 못할 때도 있다. 무슨 연유에선가 진실을 감추기로 모두가 입을 맞춘 것만 같은. 진실보다 더 보호해야만 하는 가치가 존재하진 않을까 싶은 의구심. <몽환화>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무엇을 중시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과도 같았다. 모든 사건은 동떨어진 것만 같으나 알고 보면 하나의 금기에 느슨하게 연결돼 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걸로 알려진 노란 나팔꽃.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의 존재를 부정한다. 일반인들이라면 관심을 아예 아니 가질 분야이기도 하거니와 혹 궁금증이 일더라도 전문가의 단호한 의견에 가로막히고야 만다. 저자는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금기를 자신들만의 비밀로 간직토록 만든다. 특정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가문의, 더 나아가 사회 전체를 뒤흔들 일을 끌어안고 쉬쉬해야만 하는 운명이라니, 실로 가혹하다. 인물들은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몽환화의 진실이 영영 밝혀지지 않게끔 동조한다. 구도 아키라, 마사야 등은 처벌을 받으나 세상은 그들의 처벌 사유에 대해 공표지 않는다. 이 순간 중요한 건 개개인의 단죄가 아닌 금기의 유지다.

소설에서 언급이 되기도 한 양귀비에 대한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붉은 빛깔이 무척이나 매혹적인 이 꽃은 마약 성분을 품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무나 함부로 재배해서는 아니 된다는 인식을 적잖은 이들이 공유 중이기도 하다. 동시에 ‘악마의 재능’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됐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소위 천재로 일컬어지는 인물을 따라잡고 싶다는 욕망이 이따금 일탈을 부르는 일을 우리는 종종 접해 왔다. 세상에 존재치 않는다는 몽환화. 그러나 이미 현실에서는 다른 형태의 몽환화가 활짝 피어 있는 게 아닐지 싶었다. 전망 없다 여겨지는 원자력을 계속 연구하기로 마음 먹은 소타와 다시 헤엄치겠다는 결의를 밝힌 리노처럼 몽환화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용기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왠지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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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엔**맘 | 2022.05.2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가끔 책태기에 빠지면 히가시노의 책을 읽곤했다. 아무리 두꺼워도 하루에 다 읽게 되는 그의 소설은 책태기쯤은 휙 날려주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이 소설도 벌써 8년전에 읽었던 이야기이고, 어느 이야기이든 다시 읽게 되면 다른 시선으로 다가오게 마련인데, 한동한 뜸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을 또 줄줄이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이번에 새로 안 사실인데, 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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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태기에 빠지면 히가시노의 책을 읽곤했다. 아무리 두꺼워도 하루에 다 읽게 되는 그의 소설은 책태기쯤은 휙 날려주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이 소설도 벌써 8년전에 읽었던 이야기이고, 어느 이야기이든 다시 읽게 되면 다른 시선으로 다가오게 마련인데, 한동한 뜸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을 또 줄줄이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이번에 새로 안 사실인데, 히가시노에게 가장 약한점은 역사물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그의 이야기에는 역사물은 없었던 것 같다. 작가 본인도 역사물은 무리라며 거절했지만 본격적인 역사물이 아니어도 된다는 편집자의 말에 어찌어찌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역시 그에게는 무리였을까. 이 말이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이 책이 역사물에 살짝 걸친것이라고도 생각치 못했을테다.

에도시대에는 있었다는 하지만 지금은 없는 노란 나팔꽃을 쫓는 사람들. 사실 흔하게 봤던 나팔꽃인데, 파란색이 있다는 것도, 노란색이 없다는 것도 알지 못할 정도로 너무 무심했던 것일까.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를 가끔 방문하며 할아버지가 애지중지 하던 꽃들을 블로그에 올리던 일을 하던 리노는 어느날 할아버지가 살해당한 현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 당시는 너무 정신이 없어 미처 알지 못했는데, 할아버지가 블로그에 올리는 것을 꺼려하던 노란꽃의 화분이 없어진 것을 알아채고, 혹시 꽃에 대한 정보를 알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인터넷에 올린다. 식물학자라고 밝힌 요스케가 연락해온다. 어서 블로그를 폐쇄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남긴 그에게 따지러 갔다가 그의 동생 소타를 만나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초반에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만났을때는 무척 신선했었다. 항상 그의 이야기 소재는 신선함은 물론, 대놓고 범인을 가르쳐 주면서 그들의 알리바이를 깨트려 주는 방법을 보여주거나 혹은 전문적인 형사가 아닌 이들이 제약적인 조건에서 사건을 파헤치는듯, 독자들에게 충분히 흥미를 유발하게끔 한다. 또한 그의 이야기속 단서들은 아무 의미없는 것들이 없다. 그 곳에 배치 되어 있는 것들은 다 이유가 있었다. 실은 요즘에 히가시노 이야기와 소원해지기는 했지만, 프롤로그에 언급되었던 이야기를 사건이 해결되어 가는데 다시 만났을때, 예전에 히가시노에게 열광했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 생존을 계속하면 허락받은 것일까. 있는 것은 있는 대로 둔다는 게 내 생각이야. 거꾸로 말하면 사라지는 것은 사라지도록 둔다는 거지. 어떤 씨앗이 사라졌다는 것은 사라질만한 이야가 있다는 거야. 노란 나팔꽃이 사라진 것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거야."(p.209)

나름의 이유를 무시하고 역행하는 것 때문에 모든 것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는 대목이다. 히가시노의 이야기는 나름의 메세지를 느낄수도 있다는 것이 참 매력적이다. 간만에 읽은 < 몽환화 > 이 책으로 아무래도 히가시노의 책을 다시 읽어야하는 때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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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몽환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플**르 | 2022.04.3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이고 브랜드인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소설이 어떻게 재미있고 어떤 반전이 있고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게이고의 작품이다,라는 한 마디만으로도 재미가 보증되는 느낌은... 저만 그런 게 아니잖아요? :)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 재미없는 소설을 찾는 게 오히려 어렵게 느껴지고 그가 내는 추리소설마다 족족 베스트셀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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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이고 브랜드인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소설이 어떻게 재미있고 어떤 반전이 있고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게이고의 작품이다,라는 한 마디만으로도 재미가 보증되는 느낌은... 저만 그런 게 아니잖아요? :)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 재미없는 소설을 찾는 게 오히려 어렵게 느껴지고 그가 내는 추리소설마다 족족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 것도 소설의 재미를 증명하는 것 같다. 이번에 읽은 <몽환화> 역시, 당연히 재미있었다. 그가 장장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을 들인 작품이라는 사실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던 촘촘한 웰메이드 추리소설이다. 


일본 추리소설 <몽환화>는 두 개의 프롤로그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느 이른 아침, 이제 막 한 살이 된 아이를 안은 아내가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는 평화로운 장면에 난데없아 긴 일본도를 든 남성이 등장한다. 이른바 묻지마 살인사건! 이 남성은 미친 기세로 사람이 보이는 족족 칼을 휘두르고 부부 역시 즉사한다. 아내에게 안겨 있던 아이는 무사할까, 궁금증이 드는 순간 화면은 전환된다. 나팔꽃 박람회에서 우연히 만난 소녀와 사랑에 빠지는 중학생 소타, 학생의 본분을 잊고 딴 데 한눈 판다는 아버지의 불호령에 그의 첫사랑은 시작도 하기 전에 이별을 맞게 된다. 이 두 가지 이야기를 꼭 기억해두어야 한다. 두 프롤로그에서 돋아난 이야기가 무성하게 줄기를 뻗어 벽 하나를 푸르게 잠식해버린 신비로운 덩굴 담이 연상되는 추리소설 <몽환화>를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두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어 나갈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겠는 상황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시 두 개의 죽음을 독자에게 내민다. 이제 막 주류 시장으로 진입을 앞둔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리더 나오토의 자살과 그의 조부인 슈지의 피살 사건. 앞서 등장한 프롤로그에 이어진 두 죽음, '아... 도저히 모르겠어...!'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직 월드에 기꺼운 마음으로 입장했다!


한때 수영 유망주로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던 리노는 갑자기 수영을 그만둬버린다. 삶의 목표와 방향을 잃고 가끔 홀로 계신 할아버지 댁을 찾아 대화를 나누는 게 유일한 삶의 낙이었던 그녀. 학교 수업을 마친 후 할아버지와 함께 먹을 와플을 사서 그를 방문한 어느 날,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자신과 통화했던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게 된다. 할아버지를 살해한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리노는 할아버지의 집안에서 사라진 무언가를 감각해낸다. 사건은 진척 없이 난항을 겪고 리노는 직접 범인을 잡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중 소타를 만나게 된다.


"나도 말이야, 너와 똑같았단다. 네 아버지와는 피를 나눈 남매인데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어. 딱히 언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잠깐이지만 벽을 느꼈다고 해야 하나. 나한테 뭔가를 숨기는 것 같았거든." 아야코가 창을 등지고 소타를 바라봤다. "하지만 소타, 그건 말이야, 건드리면 안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p.119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는 누구보다 저를 응원해 주었어요. 시합이 있으면 멀어도 꼭 와주셨고요. 그러면서도 올림픽 같은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리노가 수영하는 걸 보는 게 좋다고만 하셨죠. 수영을 그만둔 후에도 왜 그만뒀느냐고 한 번도 묻지 않았어요. 틀림없이 누구보다 슬퍼하셨을 텐데.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내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지만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걸 알고 계셨던 거죠." 
p.283

리노와 소타는 처음 보는 사이지만 어쩐지 서로가 편했다. 자신의 인생에서 소외된 듯한 리노, 가족과 유대감이라곤 없는 소타, 둘이 서로에게서 같은 종류의 외로움을 느꼈기 때문일까. 리노는 소타에게 말한다. "우리, 어딘가 닮았어요. 열심히 자기가 믿은 길을 선택했는데 어느새 미아가 되어버렸네요." 둘은 함께 힘을 합쳐 사건의 진상에 차츰차츰 가까워진다. 그리고 사건의 모든 비밀과 핵심을 알고 있는 키 맨이 등장해 모든 비밀을, 몽환화에 얽힌 모든 것을 낱낱이 해소해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몽환화>에는 요즘 흔하디 흔한 치정, 복수 그 어떤 '매운' 소재가 1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라면 응당 지켜야할 도의, 도덕, 소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토록 건전하게 재미있는 순한 맛의 장르소설이라니! <몽환화>에서 소타가 한 말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맴돌았다. "세상에는 빚이라는 유산도 있어. 그냥 내버려둬서 사라진다면 그대로 두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는 받아들여야 해. 그게 나라도 괜찮지 않겠어?" 잠깐 잊고 있었던 나의 소명에 대하여, 내가 무엇에든 누군가에든 진 빚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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