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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 나를 그린다

선은 나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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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364g | 128*188*20mm
ISBN13 9791138404563
ISBN10 113840456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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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흥미로운 감상평을 읊는 분이네요. 할아버지가 대화에 흠뻑 빠진 것도 이해가 가요.”
“그렇지? 난 이 젊은 친구를 제자로 삼으려 한단다. 내 애제자로서 말이지.”
어라? 무슨 소릴 하는 거지? 제자라는 건 무슨 소리지?
나는 놀라서 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그녀가 더 놀라 조금 전보다도 훨씬 날카로운 눈초리로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무심코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그 시선에 기가 죽어 말문이 막혔다. 그녀가 뱉은 다음 말은 나를 더욱 위축시켰다.
“왜요? 말이 왜 그렇게 되는 거예요?”
그녀는 고함을 지르는 듯한 사나운 얼굴로 노인에게 대들었다.
“할아버지, 평소라면 누가 와도 늘 안 가르치고 싶어 하면서 왜 이 사람을 제자로 삼아요? 게다가 애제자로 입문시키다니, 다른 사람들이 용납할 리가 없어요!”
--- pp.37~38

오로지 한 획, 붓으로 선을 그리기만 했는데 그게 글자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낙서로도 보이지 않았다. 그건 역시 명백하게 그림이자 생명체였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푸르고 날카로운 풀 한 포기가 자라나 있었다.
그 풀 안에는 잎맥이 그려져 있었고 잎 그 자체의 무게로 휘어지는 모습이나 은은한 바람의 흐름까지 그려져 있었다.
그저 풀 한 포기를 그리는 것으로 새하얀 공간에 몇 가지 질서가 생겼다. 생명과 생명을 감싸는 주변의 상황이 느껴졌다.
고잔 선생은 잇따라 가느다랗고 긴 잎을 두 포기, 세 포기 더해갔고 풀 한 포기를 그리면 그 포기 중심 부근에 자그마하고 가련한 꽃을 담묵으로 그려 넣었다.
예리한 잎과는 반대로 보드랍고 우아한 꽃이 잎에 가려지다시피 해서 살포시 피어 있었다. 담묵으로 그려진 꽃의 미묘한 그러데이션으로 꽃에 옅은 색이 있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알 수 있었다.
고잔 선생은 꽃 옆에 작은 점을 찍으며 말했다.
“이게 바로 춘란, 여기에는 내가 가르치는 수묵의 모든 게 담겨 있다네. 만약 이걸 자유자재로 그릴 수 있게 되면 대부분의 그림은 자연스럽게 그릴 수 있게 되지.”
나는 놀라서 다시 한번 그림을 바라보았다.
대단한 그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단순한 그림에 그 모든 것이 감춰져 있을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고잔 선생은 조용히 붓을 놓고 그린 것을 가리켰다.
“난으로 시작해 난으로 끝나지. 수묵화가의 모든 것은 여기서 시작돼, 이걸 제 것으로 만드는 길일지도 모른다네.
--- pp.117~118

“네가 있으면 할아버지가 조금 달라져.”
“네?”
나는 그녀가 하는 말에 담긴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되묻듯이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자 지아키가 이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너랑 있으면 할아버진 나나 다른 제자들을 대하는 것과는 다른 태도로 대하는 것 같아. 뭐랄까…… 허물없어 보이고, 뭔가 좀 더 열심인 것 같아. 왜일까?”
“그런가요?”
“응. ……아, 저기, 그리고 수묵화를 배울지도 모른다고 해서 존댓말까진 안 써도 돼. 이제 와서 새삼스런 소리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지아키와의 거리감을 재기 어려워하고 있었다. 지아키와 있을 때 느끼는 어색함은 처음 대면했을 때 받았던 좋지 않은 인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마 인간관계를 맺는 데 그다지 능숙하지 않은 두 사람이 또렷하지 않은 위치에서 대화를 하고 있어서일 테다.
존댓말을 쓰지 말라는 소리에 나는 아침보다도 지아키를 조금 호의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 p.133

“재능이나 감각은 그림을 즐기느냐 아니냐에 비하면 특별한 게 아닐세.”
“그림을 즐기는지 아닌지…….”
“수묵화에서는 그걸 기운(氣韻)이라고 하지. 기운생동(氣韻生動)을 섬긴다고 하는데, 기운이라는 건 뭐랄까…… 필치의 분위기나 그림의 성질도 일컫지만, 더 단적으로 말하자면 즐기고 있느냐 아니냐지.”
“예술성이라는 말씀인가요?”
“아닐세. 그것과도 조금 다를지도 몰라. 더 단순히 그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맑고 평온하고 생기 있게 그려져 있는지가 수묵화를 평가하는 최대 요소일세. 주목해야 할 점이라고 해도 좋을지도 모르네. 형태나 기술은 그에 비하면 지엽적인 것에 불과하지. 그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생기 넘치게 그리는 걸세. 그때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즐기는 것. 수묵화에서는 적어도 그렇다네. 붓이라는, 마음을 건져내는 불가사의한 도구로 그림을 그리니까.”
이야기를 하면서도 손은 거침없이 나아갔다.
나는 잎을 그리는 기법의 속도나 타이밍을 눈에 각인시켰다. 붓이 팔의 움직임을 거들어 매끈하게 호를 그려가는 동작은 보기만 해도 시선을 끌었다. 그저 단순히 팔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손과 붓이 애초에 하나였던 것처럼 한데 어우러지는 데다 힘을 빼고 있었다. 붓을 쥐고 있는 손과 팔의 움직임만으로 무척이나 집중하고 있는데 어디까지나 힘이 빠져 있다는 기묘한 감각이 나의 내면으로까지 전해져왔다. ‘붓이라는, 마음을 건져내는 불가사의한 도구’로 이런 감각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고잔 선생의 마음 본연의 상태가 이렇게 편안하게 이루어져 있다는 걸까. 그건 얼마나 행복한 마음일까.
--- pp.174~175

“수묵화는 삼라만상을 그리는 그림일세.”
사이토 씨와 지아키는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하게 고잔 선생의 말을 듣고 있었다. 고잔 선생 또한 두 사람에게 말하고 있었다.
“삼라만상이라는 건 우주를 말하지. 우주란 분명 현상을 뜻한다네. 현상이란 지금 있는 이 세계 그대로의 현실이지. 그런데…….”
고잔 선생은 그쯤에서 한숨을 쉬다시피 숨을 뱉었다.
“현상이란 바깥에만 존재하는 걸까? 마음속에는 우주가 없을까?”
--- pp.21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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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자신의 윤곽을 잡는다는 건 청춘소설의 왕도적인 주제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주제를 선이 윤곽이 되어 세계를 구성하는 수묵화와 훌륭하게 어울렀다.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청춘소설과 예술소설이 최고의 형태로 융합한 책이다. 강력하게 추천한다.
- 오야 히로코 (작가,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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