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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항암월드

웰컴 투 항암월드

: 죽음의 문턱에서 마주한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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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항암월드 (큰글자책)
[도서] 웰컴 투 항암월드 (큰글자책)
홍유진 저 북오션
0% 32,000
웰컴 투 항암월드 (큰글자책)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520쪽 | 748g | 153*224*25mm
ISBN13 9788967996659
ISBN10 8967996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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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의사가 엷은 미소를 띤 얼굴로 반갑게 맞았을 때,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이 그래 왔듯이 모든 일이 결국엔 다 잘 풀릴 거라고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의사는 마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처럼 입을 열었다.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 괜찮나요?”
“혈액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돼 분석 기관에 문의한 결과, 만성골수백혈병으로 나왔습니다.”
“뭐라고요?”
“만성골수백혈병입니다.”
“백혈병… 이요? 제가 백혈병이라고요?”
“네. 만성골수백혈병입니다.”
“만성골수, 백혈병. 확실한가요?”
“그렇습니다.”
어떻게 이런 무시무시한 말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지?
--- p.19 「할머니가 옳았다」 중에서

간호사들은 복도에 놓인 환자용 냉장고를 가끔씩 열어 보고 안에 든 음식을 모조리 내다 버렸다. 원칙적으로는 맞았다. 냉장고 안의 음식은 환자의 가글을 오염시키거나 벌레를 부를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집이 멀거나 환자와 보호자가 지방에서 올라온 경우, 환자 곁을 오래 비울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원칙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다. 식사도 샤워도 빨래도 힘든 이곳에서, 보호자들은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한 채 팔걸이도 없는 낮은 의자 겸 침대에 모로 누워 쪽잠을 잤다. 배선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따금 모여 배달 음식을 시키거나 밥을 해 먹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컵라면이나 빵으로 끼니를 때웠다. 이렇게 항암월드에서는 보호자의 건강도 서서히 무너져 갔다.
--- p.105 「항암월드로 초대합니다」 중에서

금희는 화장실에서 손에 휴지를 둘둘 마는 양에게도 말했다.
“양아, 휴지 좀 아껴 써. 하루에 2롤밖에 안 채워 주는데 네가 그렇게 많이 쓰니까 매일 모자라잖아. 사람들이 휴지가 모자란다고 불평하고.”
“엄마, 나 생리가 계속 쏟아지니까 이렇게 두껍게 안 하면 손에 다 묻는다고! 설사도 그렇고. 휴지가 모자라면 우리가 사서 여기에 두면 되잖아.”
“엄마랑 아부지의 밥값도 모이니까 큰돈이라, 한 푼이라도 아껴 보자고 청소하는 정 여사한테 식권을 사는데… 휴지 값이 어디 애 이름이야? 그냥 조금만 아껴 써.”
“엄마! 내가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휴지까지 아껴 써야 해? 내가 모아 둔 돈을 쓰라고! 그걸로 휴지를 잔뜩 살 수 있잖아! 왜 내 돈도 못 쓰게 하면서 나한테 휴지까지 아끼라고 해, 왜!”
양은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그만큼 화가 났다. 이날 하루 종일, 금희와 양은 눈길도 안 맞추고 꼭 필요한 말을 빼고는 안 했다.
--- p.320 「우리는 모두 시한부 환자다」 중에서

“…하, 양 씨의 이식 성공률은 여전히 50퍼센트입니다.”
“네?”
“50퍼센트가 낮은가요? 나는 낮다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50퍼센트면… 높다고 느껴지진 않아서요.”
갑자기, 심해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하양 씨는 만성골수백혈병의 급성기입니다. 이런 상태의 환자 5명 중 1명이 살아요!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한 거예요! 5명 중 1명에 비하면 지금의 50퍼센트는 결코 낮지 않다고 보이는데요? 이식을 준비하시지요.”
사람이 멀쩡히 살아서 앞에 있는데 여기까지 온 것도 다행이라는 말이 할 소린가.
--- p.486 「신의 기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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