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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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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2년 07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468g | 125*188*30mm
ISBN13 9788901148977
ISBN10 8901148978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전경린. 삶의 진실을 꿰뚫어보는 통찰력 가득한 문장과 여성의 내면 심리를 정확히 짚어내는 섬세하고 감각적인 묘사로 그 이름만으로 독자들을 바짝 긴장시키는 그의 2년 만에 새 장편소설.

『최소한의 사랑』은 어린 시절 잃어버렸던, 아니 사실은 일부러 버렸던, 배다른 여동생 유란을 찾아 나선 희수의 여정으로부터 시작된다. 수십 년 동안 모든 가족들이 없는 사람 취급했던 유란. 죽어가는 새엄마의 부탁으로 그녀의 행방을 찾아 나선 희수는 그녀가 북쪽 끝, 접경지대의 한 도시에 있음을 알고 찾아간다. 그러나 이미 유란은 자신이 지내던 집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의 흔적만 남긴 채 감쪽같이 사라졌다. 희수는 유란의 방에서 지내며, 유란을 기다리며, 유란이라는 타인의 삶을 흉내 내기 시작하는데…….

이 소설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모여 있는 ‘유실물 보관소’와 같다. 읽다 보면 마치 내가 그 이상한 도시에 짐을 풀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 같은 체험 속에, 그동안 잃어버렸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던 소중한 것들이 생각난다. 이 작품은 묻는다. 나에게는 꼭 찾아야 하는 소중한 것이 있는지? 나에게 가장 필요한 최소한 것은 무엇인지? 독특한 통찰력으로 이 시대의 아픔을 보듬는, 전경린만이 들려 줄 수 있는 물음이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떨어지는 단추들
기억나지 않는 이틀
반짇고리 파는 노인
어느 단독 가구주의 겨울 주소
북쪽 바다의 왕
배 카페 뒷집
고독의 기법
세상만사 상담소
역광장
평화호텔
비무장지대
오픈 더 킹덤
사라수 탁자
들판의 노인
눈 덮인 숲속에서
돌처럼 깨어지는 눈물
사물이 하는 말
담요일 수도, 빗방울일 수도 있는
새들이 떠난 여백
에필로그 - 푸른 심장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새엄마는 내 손과 팔을 동시에 잡았다. 완강한 힘이었다.
“희수야.”
새엄마가 내 이름을 분명하게 불렀다.
“부탁이 있다.”
새엄마의 침침한 눈이 허둥거렸다. 나를 잡은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한 인간이 이렇게 절실할 수 있다면 지금 여기에, 이 순간에 있는 것이다. 원장이 놀란 눈으로 새엄마의 팔을 떼어내려 했다.
“두세요.”
나는 원장에게 낮게 명령했다.
“유란이 좀 찾아다오.”
순간, 두피 아래에 차갑고 끈적한 액체가 쏟아진 것 같았다.---p.14

아이는 찾는다기보다 찾는 시늉을 하는 것 같았다. 오빠, 언니……. 우리를 부르는 목소리도 점점 작아졌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면서도 성모상 주위로는 오지 않았다. 한순간 성모상을 힐끗 보다가도 겁에 질린 얼굴로 외면했다. 오빠, 언니……. 아이는 의문이 실린 독백처럼 우리를 부르며 성당 뒤 정원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가더니 지워지듯 모습을 감추었다. 담 밖에서 오빠가 빨리 나오라고 손짓을 했다. 나는 앞뒤 살피지 않고 내달렸다.
그런데 나는 왜 뒤를 돌아보았을까……. 성당 문 앞에서 돌아보니 거대한 성모상이 두 팔을 벌리고 나를 뒤쫓아오는 듯했다. 쿵, 쿵, 쿵……. 성모상이 달려오는 발소리인지 내 심장이 뛰는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소리는 그 후로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녔다. ---p.46

“기울거리를 잘 생각해둬. 우린 또 만날 거니까 그때 꿰매줄게.”
노인은 꿰매기만 하면 세상만사 다 해결된다는 듯이 말했다. 누구나 직업적으로 살고 직업병을 가지고 사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리고 걱정 마. 이제 곧 남편 마음이 돌아올 거야. 단추를 달아주면 돌아선 마음도 되돌릴 수 있어. 내 바느질은 특히 효험이 좋지. 완전히 갈라진 부부도 다시 붙여놓는다니까.”
나는 멀뚱하게 노인을 쳐다보았다.
“세상엔 세 종류의 사람이 있지. 자기의 사랑을 지키는 사람과 자기의 미움을 지키는 사람. 그리고 아무것도 지키지 않는 사람.”---p.78

칠월, 칠월, 고양이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추위가 가시는 느낌이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일도 오랜만이었다. 혼자 침대에서 잠들고 혼자 깨어났고 혼자 밥을 먹었고 혼자 텔레비전을 보았고 하루 종일 책을 읽었고, 혼자 세수를 하고 거울 속이 얼굴을 대면했다. 내 기척 외에는 일체의 소음도 소란도 없었다. 뭔가 견딜 수 없는 것이 차오르면 나가서 황량하고 가난한 도시의 길을 무작정 걸었다. 걷다 보면, 누가 나를 감시하기라도 하는 듯이 늘 녹색과 갈색의 얼룩으로 위장된 초소에 이르러 끝이 났다. 아무리 걸어도 어디로도 가지지 않고 발자국 위에 발자국이 쌓이기만 하는 산책이었다.---p.176

“사랑을 할 때면, 세상에 늘 사나운 파도가 치는 것 같아요. 얼마나 힘껏 달라붙어 있어야 세상의 파도를 이길 수 있을까요……. 아무리 붙들어도 열 손가락이 열려버리는 순간이 오고 말아요.”
그리고 사랑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랑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게 된다. 사랑을 할 때 우리는 그곳에 있는 존재이다.
“하나의 사랑이 끝나면, 내가 속에서 무너져 아득히 사라지는 것 같아요. 내가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아요. 이제 난 사랑을 할 수 없을 거 같아요.”
우리는 똑같은 일을 겪은 쌍둥이처럼, 무릎을 세우고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울었다. 탁한 물이 흘러가는 깊고 무거운 강물 속에 가라앉아 있는 것 같았다. 고양이가 낮은 소리로 울었다.
---pp.289~290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가장 최소한의 것들을 지키지 못해
세상엔 이토록 많은 고통과 상처가 얽히는 것이다”

우리 문단에서 가장 독특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작가 전경린의 미스터리하고 환상적인 이야기


전경린. 삶의 진실을 꿰뚫어보는 통찰력 가득한 문장과 여성의 내면 심리를 정확히 짚어내는 섬세하고 감각적인 묘사로 그 이름만으로 독자들을 바짝 긴장시키는 그가 2년 만에 새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최소한의 사랑》은 결핍이 가득한 시대에 던지는 전경린의 혜안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미스터리한 설정, 환상적인 장치로 작가 전경린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소설이다.
《최소한의 사랑》은 어린 시절 잃어버렸던, 아니 사실은 일부러 버렸던, 배다른 여동생 유란을 찾아 나선 희수의 여정으로부터 시작된다. 수십 년 동안 모든 가족들이 없는 사람 취급했던 유란. 죽어가는 새엄마의 부탁으로 그녀의 행방을 찾아 나선 희수는 그녀가 북쪽 끝, 접경지대의 한 도시에 있음을 알고 찾아간다. 그러나 이미 유란은 자신이 지내던 집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의 흔적만 남긴 채 감쪽같이 사라졌다. 희수는 유란의 방에서 지내며, 유란을 기다리며, 유란이라는 타인의 삶을 흉내 내기 시작하는데…….
이 소설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모여 있는 ‘유실물 보관소’와 같다. 읽다 보면 마치 내가 그 이상한 도시에 짐을 풀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 같은 체험 속에, 그동안 잃어버렸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던 소중한 것들이 생각난다. 이 작품은 묻는다. 나에게는 꼭 찾아야 하는 소중한 것이 있는지? 나에게 가장 필요한 최소한 것은 무엇인지? 독특한 통찰력으로 이 시대의 아픔을 보듬는, 전경린만이 들려 줄 수 있는 물음이다.

이것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가장 전경린다운 소설이다

“그 애를 찾아야 해, 최소한, 우린 그래야 해.”
이 말을 꺼내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린 것이다.


사랑 이야기를 지독하게 써 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사랑 아닌 사랑 이야기가 있다. 온갖 형태의 사랑을 통해 사랑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한 전경린. 그는 우리에게 사랑이라는 단어의 쓰임이 얼마나 풍부하고 다양하며, 얼마나 깊은지를 제대로 이해하게 해준 작가다.
제목에 사랑이라는 말을 포함하고 있지만,《최소한의 사랑》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죄책감과 의무, 그리고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자신이 해야 할 최소한의 일을 아는 한 여자의 고군분투를 통해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 남녀 간의 감정 묘사를 주로 다룬다는 작가에 대한 선입견을 가볍게 넘어, 다양한 인간관계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빛깔들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삶의 아픔에 대한 독특한 통찰과 어디선가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꼬집고 심하게 흔드는 문장의 힘은 더 강해졌다. 연애 이야기가 아니라고 실망하지 말라.《최소한의 사랑》은 가장 전경린다운 소설이다.

인간관계는 옷과 단추의 관계와 같다
힘없이 떨어지거나 목숨을 걸고 붙잡거나

“단추를 달면 돌아선 마음도 되돌릴 수 있어.
내 바느질은 특히 효험이 좋지.”


주인공 희수에게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 남편이 있다. 집으로 돌아온 남편의 셔츠에서는 매번 여지없이 단추가 하나씩 떨어져있다. 하나뿐인 열여섯 살 딸은 고모가 있는 호주로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궁리만 한다. 떨어지는 단추처럼 인생의 한복판에서 허우적거리면서도, 꿰매어 달 용기도, 그렇다고 잘라버리지도 못하고 있는 희수에게, 거부할 수 없는 미션 하나가 주어진다. 요양원에서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새엄마가 희수의 팔을 절실하게 붙잡고 말한 것이다. “유란이 좀 찾아다오.”
수십 년 동안 없는 사람 취급해 온 배다른 여동생 유란. 사실 희수는 어린 시절 오빠와 함께 일곱 살 밖에 안 된 유란을 길가에 버렸었다. 다시 찾기는 했으나 그 날 이후로 유란은 다시는 집으로, 자기 엄마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희수는 정체불명의 반짇고리 파는 노인을 만난다. 불현듯 나타나 ‘너를 찾아왔다’는 이 노인은 희수를 따라가 남편의 단추를 모두 달아준다. 떨어졌던 단추가 모두 매달린 것을 본 남편이 말한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 가면 가나보다, 떨어지면 떨어지나 보다 하고 무엇이든 쉽게 놓아버리지. 아무것도 붙들지 않잖아.”
그 말을 들은 후, 희수는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최소한의 일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깨닫는다. 그리고 북쪽 도시로 유란을 찾아 갈 용기를 낸다.
《최소한의 사랑》에 나오는 희수의 여정은 마치 떨어진 단추를 꿰매는 과정과 같다. 삶에서 정작 중요한 것들은 어쩌면 단추 같은 것들이다. 제대로 달려 있을 때는 작고 사소하지만, 떨어지면 그만큼 옷이 남루할 수 없고, 그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사정없이 들어오기도 한다. 누구나 느껴보았으리라. 한 번 떨어진 단추를 찾아 단단히 제대로 꿰매 다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도 사실은 이런 것임을 이 작품은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북쪽 끝 접경지대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하고 환상적인 이야기

누구나 접경지대에 가면,
찾아야 할 것이 생각 날 것이다.


《최소한의 사랑》의 또 다른 주요 축은 바로 공간이다. 작가 전경린은 접경지대에서 지내며, 마치 어떤 계시처럼 이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자주 그곳을 생각했다. 그곳에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찾아야 할 것이 있다고 느껴왔다. 그것은 사유도 사상도 아닌 순수한 감수성이었다. 최소한의 사랑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미니멈 러브이다.”
한국의 접경지대는 단순한 경계 이상의 곳이다. 더 이상 나아가서도 건너가서도 안 되는 곳, 전쟁이 멈춰서 있을 뿐 끝나지는 않은 곳,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가족들이 있는 곳, 그래서 다른 어떤 나라의 국경보다 황폐한 지역이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곳이라는 생각에, 모든 것이 임시방편적이다. 그렇기에 반대로 더는 떠돌 곳이 없는 이들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 5천 원만 내면 세상의 모든 질문들을 받아주고 고민을 해결해주는 ‘세상만사 상담소’가 있다. 이곳의 상담사는 접경지대에 있는 상담소답게,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는 상담사답게 이렇게 말한다. 그가 희수에게 밝힌 자기 상담의 영업 비밀은 이것이다. “나는 모든 문제를 최소한의 것들을 되찾게 해서 풀지요.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실은 가장 최소한의 것을 지키지 못해 생기거든.”
《최소한의 사랑》이 유란의 미스터리한 행방과 정체 모를 인물들과 너무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환상처럼 느껴지는 접경지대의 풍경들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나의 일상이 마치 막 떨어질 것 같은 단추 같을 때, 나의 삶이 어디 뿌리내리지 못하는 임시방편 같을 때, 나의 존재가 찾고 싶지만 찾아지지 않는 잃어버린 사람 같을 때,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그럴 때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것들은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더 많이 갖지 못해서 고민하고, 뭔가를 뺏길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이 소설은 구태여 왜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것일까? 작가는 결국 다음과 같은 말을 하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살아야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라고. “당신은 자신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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