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0년 10월 02일 |
---|---|
쪽수, 무게, 크기 | 514쪽 | 752g | 154*225*35mm |
ISBN13 | 9788970123691 |
ISBN10 | 8970123695 |
발행일 | 2000년 10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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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14쪽 | 752g | 154*225*35mm |
ISBN13 | 9788970123691 |
ISBN10 | 8970123695 |
1. 18년 전 아련한 추억 속의 나오코 2. 죽음과 마주했던 열일곱 살의 봄날 3. 잃어버린 시간 속을 날아간 '반딧불이' 4. 피가 통하는 생기 넘치는 여자, 미도리 5. 마음의 병을 앓는 나오코의 실종 6. 요양원에서 만난 나오코와 레이코 7. 너무나 가깝고도 먼 미도리 8. 나가사와와 하쓰미가 그리는 평행선 9. 미도리와 청교도처럼 보낸 밤 10. 갈등의 벼랑 끝에서 11.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문장을 읽고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 주위엔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 없는데 반해, 유독 유명한 소설 속 자살은 왜 이리 빈번한지... 아마도 인간본성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나가사와 선배 말대로 자신을 동정하면 비겁한 행동일까? 다른 이에게 동정을 받는 것만큼 슬프고 자존심 상한 일은 없는 것 같은데, 그깟 동정, 나를 위해 내가 해주면 안될까? 문득 이런 생각도 해본다.
세번째 읽었지만 몇 십년전 읽었을 때보다 확실히 느끼는 깊이가 다르고, 예전엔 그냥 야한 방황기의 소설?정도로만 여겼었는데 나이가 들고, 세월의 풍파에 조금씩 마모되어 가는 한 인간으로서 이 소설은 상당히 평범한 이야기가 아닌가싶다.
꽤 두꺼운 편에 속하지만 문체가 어렵지 않고 내용도 술술 읽혀서 중장년층의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다. 새삼 하루키의 필력의 흡입력에 감탄을 하며, 이제 더 이상 상실을 경험하지 않길 바라본다.
하루키 현상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과거 한 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를 읽고 그곳에 나온 등장인물의 특징을 따라가는 것이 유행했다고 한다. 무언가가 사람들의 마음에 감명을 준 것이다. 그로 인해 많은 생각이 들은 것이다.
이처럼 책은 우리에게 감명을 주기도 하고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빠져 들어 책의 등장인물과 닮아진다면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현실과는 안 맞을 것이다. 나 또한 소설책을 읽으면 깊이 빠져드는 편인데 책을 다 읽고 현실로 돌아오면 꿈에서 깬 기분이 든다. 그저 꿈이었을 뿐이라는 허무함 말이다.
소설 ‘상실의 시대’는 3번째로 읽는데 그때마다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해준다. 사실 중간에 책을 그만 읽게 되었던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다시 마음을 잡고 읽게 된 적이 있다. 이 책의 나오는 책과 브랜디를 마신다는 내용을 읽고 한때 위스키와 책을 함께 하기도 했던 순간이 있다.
집의 어딘가에 숨어 있었던 책이지만 이제는 나의 소장 책 리스트에 있는 귀중한 책이다. 사실 이 책은 개인적으로는 좀 야했다. 그 부분만 빼고는 좋았다.
그래서 함께 나누어 보고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P.15
기억이라는 것은 왠지 이상한 것이다.
책의 처음 부분에는 주인공 와타나베의 과거 회상으로부터 시작한다. 그의 어릴 적 친구 나오코의 생각을 하면서 시작한다. 그가 탄 비행기에서는 비틀즈의 ‘노르워이의 숲(Norwegian Wood)’이 틀어지는데 그는 그 노래를 듣고 혼란스러워 한다.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다.
P.22
“나를 기억해줬으면 해. 내가 존재했고, 이렇게 자기 옆에 있었다는 사실을 언제까지나 기억해줄래?”
나오코가 주인공 와타나베에게 한 이야기이다. 이때부터 나오코는 무엇인가를 깨달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기억해달라..
시간이 지나면 누구든지 잊어진다. 그게 부자든 가난하든 그 사람이 생전 무슨 일을 했든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기억에서 차츰차츰 사라져간다. 그런 것이 나오코는 두려웠던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
P.31
정말이지 세상엔 여러 가지 희망이 있고 인생의 목적이 있구나, 하고 나는 새삼스레 감탄했다.
여기서 ‘돌격대’가 나온다. 그는 자신만의 지도를 만드는 것이 꿈인 청년이다. 결벽증에 가까운 그의 태도에서 남들과는 다름이 보인다. 와타나베의 기숙사 룸메이트인 그는 아침마다 체조를 한다. 한 번은 와타나베와 말다툼이 있었지만 잠시 거리를 두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꿈이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것이다. 자신만의 지도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니 진짜 멋지다. 어쩌면 아직 동심이 있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겠다. 순수하다고 해야 할까? 이 소설에서 행동 하나하나가 어린 소년 같은 그이다.
P.44
그는 그날 밤, 자기 집 차고 안에서 죽얶다. N360의 배기 파이브에 고무 호스를 연결해 창문 틈을 밀착 테이프로 막고 나서 엔진을 걸었던 것이다.
여기서 그는 나오코의 애인이었던 기즈키다. 그는 주인공 와타나베의 친구이다. 그는 어느 날 주인공과의 게임에서 지고 자살을 한다. 이유는 주인공도 잘 모른다. 하지만, 후에 그가 어떤 시점에 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서는 죽는 사람이 많이 나온다.
기즈키의 죽음 그 이후 주인공과 나오코는 연락을 안 하다가 후에 전철역에서 만난다. 그리고 다시 친해진다.
사람은 죽음을 결심하게 되는 어느 시점이 있는 것일까? 그 전까지 도와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묵묵히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다. 그 어느 시점까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P.46
죽음은 삶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
이 문구는 정말 인상 깊다. 죽음이 우리하고 먼 것이 아니라 가깝다는 의미인 것 같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삶도 가깝고 죽음도 가깝다.
누구나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 어쩌면 멀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사실 무척이나 가까운 것이다.
누군가는 오늘 죽고 누군가는 오늘 태어나기 때문이다. 사실 언제 죽을지 예측할 수 없다. 오늘일지 내일일지 그 누구도 모른다. 그렇기에 하루하루가 소중한 것이다.
P.78
나는 언제까지고 계속 기다렸다.
반딧불이가 날아오른 것은 훨씬 나중의 일이었다. 반딧불이는 뭔가를 떠올린 듯 갑자기 날개를 펴더니, 그다음 순간에는 난간을 넘어서 옅은 어둠 속애 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라도 하려는 듯, 급수탑 옆에서 재빨리 포물선을 그렸다.
이 이후로 주인공은 돌격대를 볼 수 없었다. 돌격대는 그에게 반딧불이를 선물로 준 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지도 만들기가 꿈이었던 그도 반딧불이처럼 무엇인가를 떠올리고 떠나버린 것 아닐까? 어떠한 시간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무엇인가 순수하던 돌격대 그는 어쩌면 현실을 마주하고 어딘가로 떠나버린 것일 수 있다. 그를 주인공은 그리워한다.
P.81
그리고 돌격대가 돌아와서 “와, 와타나베! 어찌 된 일이지? 이거 굉장히 깨끗하잖아.”하고 말하며 칭찬해주기를 기다렸다.
주인공이 돌격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돌격대의 이야기를 웃음거리로 삼았던 주인공이지만 마음속으로 그를 친구로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주변의 친구들과는 다른 그를 말이다. 그가 떠난 이후로도 주인공은 돌격대의 일상이었던 청소를 계속한다. 그의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돌격대가 떠난 이후로 그의 책상에 있던 빙산과 같은 자연의 사진을 떼어버리고 다른 사진을 붙인다. 그를 완전히 잊기 위해 노력한 거 같다.
P.82
나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자그마한 스테레오 플레이어를 샀다. 그리고 밤이면 혼자 술을 마시면서 음악을 들었다.
이 부분을 보고 다음날 나는 위스키를 잘 몰랐기에 제일 저렴한 조니워커 레드를 구입해서 매일 밤마다 책을 읽으면서 위스키를 한 잔씩 하곤 했다. 지금은 그러지 않지만... 그 시절이 기억이 난다. 음악을 들으면서 나만의 시간을 가졌던 그 포근한 시간이 말이다.
P.172
“가끔 저렇게 되거든. 흥분하고, 울고 그래도 차라리 저런 상태는 나은 거야. 감정을 드러내 보이니까. 무서운 건 드러나지 않을 때거든. 그렇게 되면 감정이 몸속에 쌓이고 점점 굳어가는 거야. 온갖 감정이 뭉쳐 몸속에서 죽어가지. 그 지경이 되면 큰일이야.”
현대에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병원에 가면 20대 30대 사람들도 우울증 약을 처방 받는다.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고 슬플 때 슬프다고 이야기하는 것 그거 하나가 힘든 것이다.
그것들이 쌓여서 마음의 병을 만든다. 나도 어쩌면 그런 방식으로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P.208
내가 생각하는 어딘가 비뚤어진 사람들은 다들 멀쩡하게 바깥세상을 돌아다니고 있어.
주인공이 나오코를 만나 한 말이다. 그 당시 나오코는 대학교를 다니다가 갑자기 숲속의 요양원으로 가게 되었다. 어느 힘든 순간이 와서 이겨내기 위해 그곳으로 떠난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 말하는 비뚤어진 사람은 무엇일까? 어느 한쪽이 특이한 사람? 아마도 자신이 점점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 못하게 되어서 다른 사람들을 비뚤어진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아마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힘들어져서 비뚤어진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이 부분은 나에게 이해하기가 정말 어렵다.
P.212
언니가 죽은 뒤에 그 책들을 꽤 많이 읽었는데, 참 슬펐어.
나오코는 기즈코의 죽음 전에 자신의 언니의 자살을 목격했었다. 그 아픔과 기즈코의 죽음 등을 보며 마음이 점점 아파왔던 것 같다. 언니가 자살한 이유도 알지 못하고 자신의 남자친구가 자살한 이유도 알지 못하고 그들을 떠나보낸 것이다. 밖으로 티는 내지 않았으나 엄청나게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오코는 그때부터 마음의 병이 생긴 것 같다.
P. 262
“아버지는 예전부터 우루과이에 가시겠다고 말하곤 했지만, 갈 수가 없었어. 도쿄 교외에도 제대로 나갈 수 없는데.”
미도리가 한 말이다. 미도리는 주인공과 연극사 2 수업을 같이 듣는 여자이다. 그녀는 그를 알아보고 레스토랑에서 처음 인사를 나누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2년 전 뇌종양으로 1년 반 입원 후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주인공에게 아버지는 우루과이로 떠나고 언니와 고바야시 서점을 운영한다고 말했지만, 사실 아버지는 어머니와 같은 뇌종양으로 입원 중이다.
처음에는 주인공에게 사실을 숨겼으나 점점 가까워져서 진실을 말했던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차라리 안 아프고 우루과이로 갔기를 바란 것일 수도 있다.
P.284
나는 그가 아삭아삭 오이를 씹던 소리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사람의 죽음이란 건 작고 기묘한 추억들을 남기고 가는 모양이다.
주인공은 미도리의 아버지를 간병했다. 그러나 그 후 5일 뒤에 미도리의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오이 이야기는 자신이 오이를 맛있게 먹는 것처럼 보였는지 음식을 잘 안 드시던 미도리의 아버지가 오이 하나를 다 드셨다는 이야기이다.
미도리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서점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그리고 주인공도 이사를 가고 서로 연락이 잠시 끊기다가 나중에 다시 연락하게 된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은 무엇인가 특별한 듯 아닌 듯 무엇인가가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아니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무엇인가가 말이다.
P.291
자신의 힘을 100퍼센트 발휘해서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하는 거야. 원하는 건 가지고, 원치 않는 건 받아들이질 않아.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막히면 막힌 곳에서 다시 생각하지.
자신이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것이라.. 멋진 말이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막히면 좌절하지 않고 그 막힌 곳에서 다시 생각해서 더욱 나은 방법으로 해결해나가는 것 말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막히면 좌절하고 포기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래왔고 다른 사람들도 그래왔을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지금까지 나는 100% 최선을 다한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이 생긴다. 예전에도 생각난 질문이지만 아직도 최선을 다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 전에 포기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고 막히면 막힌 부분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진다.
P.304
하쓰미 씨는- 내가 아는 많은 사람이 그랬듯이-인생의 어느 단계에 이르자. 문득 생각난 것처럼 스스로의 생명을 끊었다.
하쓰미씨는 나가사와 선배의 여자 친구이다. 나가사와 선배는 금수저에 똑똑하며 말을 잘해서 상대를 납득시키는 법을 안다. 그리고 후에 외무성에 합격한다. 그는 무언가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에게 인간성은 조금 없는 듯하다.
그에 반대로 하쓰미씨는 평범하지만 무엇인가 사람을 끌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나가사와 선배는 결혼할 마음이 없고 헤어지면 헤어진 것, 사귀면 사귀는 것의 자유로운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도 하쓰미씨가 자신에게는 과분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후에 둘은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하쓰미 씨는 다른 남자와 결혼 후에 2년 후 면도칼로 자살을 하게 된다.
그녀도 어느 단계에 이르자 자살을 한다. 나오코의 언니도, 기즈코도 후에 나오코도 어느 단계에 이르자 자살을 했다. 어느 시점이 생기면 자살을 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그리고 마음이 얼마나 여린 것인지 모르겠다. 너무 여리고 착해서 그 마지막 방법으로 자살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P.357
“비스킷 통에 여러 가지 비스킷이 들어 있는데, 거기엔 좋아하는 것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만 자꾸 먹어버리면, 나중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게 되거든. 난 괴로운 일이 생기면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 지금 이걸 겪어두면 나중에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통이라고.”
우리는 살면서 기쁜 일도 나쁜 일도 있다. 그래서 때론 웃기로 때론 울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은 안 좋은 일을 더 잘 기억하는 특성이 있다. 안 좋은 것은 정말 강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일이 생겨도 기뻐할 수 없기도 한다.
하지만. 위에 나오는 비스킷 통의 예시처럼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면 나중에 더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면 조금은 편하게 살아갈 수 있다. 걱정으로 잠 못 드는 날도 있고 편안하게 잠을 자는 날도 올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일만 일어나면 좋겠지만 안 좋은 일도 일어날 수 있다. 그저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좋은 일들로만 채워갈 수 있기를 바라고 바란다.
어쩌다보니 이야기가 정말 길어졌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았다, 언젠가는 서평으로 남겨야지 남겨야지 하다가 2년 반이나 지났다. 이제야 남기게 되는데 무엇인가 우리에게 물음을 주는 책이었다. 왜 하루키 현상이 유행했는지 알 거 같은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