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마음 포로가 되어 작은 재주 왜나라 땅 맷돌이 필요해 동그라미 짚신 전쟁은 끝났지만 쉬지 않는 두부 누명 새로 온 성주 당인정을 만들다 당인정 두부 도토리묵 조선 통신사 |
지금은 흔히 먹을 수 있는 두부를 통해서 먼 옛날!
지금 내가 살고 있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이 땅에서 일어났던 비통하고 슬펐던.. 그리고 잊어버리면 안 되는 그날도 거슬러 올라가 역사의 한 가운데에 나를 데리고 간다.
이야기의 시작은 임진년(1592) 년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있던 때 석두를 만나게 된다. 아빠를 잃고 포로가 되어 두부를 만들 줄 아는 할머니와 함께. 그리고 기술을 가지 다른 이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는 내용을 담았다.
석두의 일본 생활은 역시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석두의 부지런함과 성실을 눈여겨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시기하며 누명은 씌우는 이도 있었다. 그럼에도 일본에서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석두의 작은 베풂에 보답하고 친구가 되는 이도 있었다.
석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연구하는 모습에서 빛이 나는 아이였다. 낯선 땅! 자신의 아비의 숨을 끊어버린 이들이 있는 곳~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 않은 일은 자신이 한 일이 되어서 돌아오는 억울한 일들로 석두를 힘들게 한다. 그 일을 겪어 나가면 석두는 머물지 않고 나아가는 자기 삶을 살아가는 주체적인 모습은 감동에 감동이 더해진다.
이 책에서는 하얗고 구수한 그리고 담백하고 건강해지는 두부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책이다. 일본과 관련된 우리 역사를 바라보면 일본에 대한 적대감으로 책을 마무리 되고는 했다. 이 책을 덮으며 초등 고학년인 우리 아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서 일본은 미워해야 할 대상이라는 생각은 구석에 가 있고 포로 신세로 일본에 와 있는 석두를 통해 우리 역사 한편을 들여다보며 두부라는 음식이 결국에는 사랑 같았다. 두부로 석두와 할머니 목숨을 살리고 전쟁으로 황폐해진 그곳에 배고픔과 영양결핍을 채워주며 포로로 가 있는 조선인들의 터전을 마련한 토대가 되고 한겨울 굶어 죽는 일본인들의 목숨도 살리는 음식!
요즘 우리가 말하는 진정한 기버의 모습을 석두에게 보는 듯했다.
그 시절 분노와 비통함보다는 목표의식과 열정이 빛나는 석두의 모습이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잊지 못할 우리의 역사
《조선의 두부, 일본을 구하다》
《조선의 두부, 일본을 구하다》는 어느 날 작가가 텔레비전에서 두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집필하게 된 역사 동화이다. 임진왜란 때 포로로 끌려간 조선인들에 의해 두부가 일본으로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여 ‘석두’라는 등장인물이 탄생하였고, 당대 사람들의 고난과 역경, 극복의 과정이 실감나게 드러나게 되었다.
‘왜병 허리에 찬 칼이 시퍼렇게 빛났다. 석두가 금옥이 손을 꼭 잡았다. 차디찬 석빙고 바닥에서 눈을 감은 아버지 생각이 났다. 눈물이 턱밑으로 뚝뚝 떨어졌다.’
마치 내가 임진왜란 속 피난 백성이 된 듯한 사실적 묘사에 마음이 철렁해진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일본어 표현이 심리적 갈등을 더욱 고조시킨다. 나라가 침략을 당하고, 우리가 포로가 되었다는 것, 믿고 싶지 않고 믿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와카가미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요리장이 뿌듯한 눈길로 석두를 돌아보았다. 석두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몇 날 며칠 공들여 만든 보람이 비로소 느껴졌다.’
적국의 포로가 되어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 작은 재주 하나라도 보여야했던 당대의 사람들이 너무 안쓰러웠다. 그러한 안쓰러움도 잠시, 할머니로부터 두부 기술을 전수받아 더욱 발전시켜 나아가는 ‘석두’의 재능과 노력이 당시 조선인들의 뛰어남을 대변하는 듯하다.
‘당인정은 비렁뱅이처럼 살던 조선 사람들이 고개 들고 사는 삶의 터전이었다. 뱀처럼 혀를 날름거리는 츠지에게 당인정 사람들은 힘없는 개구리나 마찬가지였다. 석두는 마음을 굳혔다.’
기나긴 임진왜란이 끝나고, 조선 통신사를 통해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과 적국 속 조선인 마을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생각이 많이 복잡해진다. 내가 당대의 조선인이었다면 과연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석두는 일본땅 한 켠에 자리한 당인정을 지키기 위해 일본에 남기로 결심한다.
임진왜란 당시의 역사상을 ‘두부’를 매개로 하여 실감나게 표현한 《조선의 두부, 일본을 구하다》. 선조들의 고난과 역경을 통해 과거의 역사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고, 당대의 상황을 통해 역사라는 것이 좀더 가까이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우리 역사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정립을 위해 필요한 역사 동화 《조선의 두부, 일본을 구하다》이다.
조선의 두부, 일본을 구하다
한 나라를 구한다는 데 고작 두부로? 무기도 아니고 중요한 문서 같은 것도 아닌 반찬에 쓴그 두부라니 너무 호기심이 일었다.
우리나라 사람 치고 일본의 침략에 대해 방관 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일본침략으로 시작된 임진왜란때의 이야기. <조선의 두부, 일본을 구하다>는 병으로 엄마를 잃고 아빠마저 임진왜란 때 돌아가시고 난 뒤, 할머니와 살던 석두의 이야기다.
석두는 할머니와 함께 전쟁 포로로 일본으로 가게 된다. 어떤 기술이라도 있어야 그나마 죽이지 않고 그 기술 덕에 살아서 포로로 끌려가게 되었는데 석두는 할머니와 함께 두부를 만드는 기술로 가게 된 것이다.
고요한 밤, 낯설고 물선 땅에 와 잠 청하니 차가운 달빛에 외로운 몸 뉠 곳 없구나.
서쪽 하늘 흐르는 저 구름 알까? 짙은 어둠 밝히는 저 별이 알까? 내 나라 떠난 것도 서러운데 아비 잃고 자식까지 빼앗기니, 큰 슬픔 가눌 길이 없구나 바람 결에라도 고향 소식 들으면 좋으련만 달도 별도 아무말이 없구나
울분으로 가득 찬 목소리가 밤공기를 갈랐다 <본문 중>
어이 안 그렇겠는가? 고향 떠난 설움을 시로 표한하며 한숨짓는 박인겸 이다. 박인겸은 석두 아버지와 어릴 적 동무였다.
석두와 그 일행은 와카가미가 주인으로 있는 고치성 안으로 들어가 일을 하게 되었고 두부를 만들어 보이며 와카가미 외에도 많은 왜인들에게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책 뒤 표지를 보고 당인정 두부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당시 일본은 연두부만 즐겨 먹었으나 당인정 부두는 끈으로 묶어 운반 할 정도로 단단했다고 한다. 현재의 대중적인 음식으로 사랑받는 두부의 시작점이 된 당인정 두부! 음식하나로 조선의 이름을 알리고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이루어온 업적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 이후에도 당인정에서는 연두부를 만들면서 알게 된 것을 접목하여 일반 두부 보다 결이 곱고 부드러운 비단 두부도 만들어냈고 결국 비단 두부는 값이 비싸서 요리집 에서 즐기기도 했다고 한다.
책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책 중간 중간에 나오는 그림들이며, 일본식 짚신 사진과 일본에서 먹었다던 두부 요리를 직접 사진으로 볼 수 있어서 더욱 뜻깊게 읽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