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사실 얼굴은 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근원에 있는 것을 본다. 분위기와, 목소리, 그리고 냄새…… 그 전부를 감지한다. 하지메의 근원에 있는 것은 조금도 어긋난 곳이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상 속에 애매한 부분을 갖고 있는데, 하지메는 그늘이 조금 있어도 곧바르고 강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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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원했던 대로, 해변에서 동네로 들어가는 긴 길 중간의 솔숲에 조그만 빙수 가게를 열었다.
해변을 따라 소나무가 죽 이어지는 공원, 여름이면 가족들이 깔개를 들고 나와 나무그늘에 펼쳐 놓고 바다로 수영을 하러 나가는 곳이었다. 솔방울이 사방에 떨어져 있고, 강렬한 햇살이 조금은 부드럽게 느껴지는 고요한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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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람과 함께 있어 보다 커지는 경우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봐 주는 사람이 있다, 그 하나로도 나는 운전을 아무리 오래해도 좋고 저금이 바닥나도 좋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 경치, 정말 엄청나네. 하느님의 기분이 어떤지 알 것 같아. 너무 아름다워서 숨이 막힐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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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이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나의 장소다. 지금은 하지메와 나의 장소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얼음은 녹아 금방 없어지는 것이라, 나는 늘 아름다운 한때를 팔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순간의 꿈. 그것은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어린아이도 나이 지긋한 어른도 다들 신기해하는, 이내 사라지는 비눗방울 같은 한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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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고, 자긍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고, 머리를 써서 여러 가지로 고민하면 정말로 이루어진다.
이 세상에, 지금까지 형태도 흔적도 없었던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그걸 유지할 수 있다.
인간은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누가 없애 버리려 하거나, 일부러 획일화하려 해도, 아무리 억압해도 절대 없어지지 않는, 그런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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