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무인(武人)의 기상을 품은 듯한 훤칠한 모습에 의지가 견정해 보이는 눈을 가진 젊은이가 나를 찾아와 『승정원일기』 번역에 대한 자문을 부탁하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한문공부를 해온 과정과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말하였다. 그때 그 젊은이는 앞으로 꾸준히 한문 번역에 종사하면서 동시에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수시로 익히되, 특히 『주역(周易)』을 탐구하는 데 평생을 바칠 계획이라고 하였다. 그 당시에 굳은 신념을 얼굴에 드러내면서 그 말을 한 젊은이가 바로 이 책을 쓴 오승환 군이다.
이 책은 『주역전의(周易傳義)』의 맨 앞에 나오는 〈역본의도(易本義圖)〉를 대문(大文)은 물론, 소주(小註)까지를 모두 번역한 최초의 책이다. 지금까지 『주역』을 연구하는 학자들 가운데에서 소주까지 모두 읽으면서 연구한 사람은 거의 없으며, 번역서 가운데에서도 모두 대주(大註)까지만 번역하였지 소주까지 번역한 책은 없다.
이 책은 『주역』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각 용어에 대한 정의와 각 괘(卦)의 생성원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그 내용이 몹시 어려운바, 단순히 교양을 쌓기 위해 책을 읽는 일반 독자를 위한 책은 절대 아니다. 최소한 『주역』에 대해 깊이 탐구해 보고자 마음먹은 분들을 위한 책으로, 그런 분들이 『주역』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나는 평생토록 한문을 번역하는 일에 종사하여 어느 정도 한문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유교 경전, 특히 삼경에 대해서 깊이 탐구해 본 적이 없는바, 이 책에 대한 추천사를 쓰는 것은 적당치 않다. 그런데도 굳이 마다하지 않고 추천사를 쓰는 것은, 앞으로 오승환군이 꾸준히 『주역』에 대해 깊이 탐구하여 그 이치를 활연히 통달한 큰 학자가 되고, 동시에 『주역』 전체에 대해 소주까지 완전히 번역하여 우리나라 역학(易學) 연구에 있어서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해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이다.
앞으로 아당(峨堂) 이성우(李性雨) 선생의 지도하에 동학들과 함께 『주역』에 대해 꾸준히 탐구해, 먼 후일 큰 학자가 되어 있을 오승환군을 상상하면서 기껍고 흐뭇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 정선용 (한국고전번역원 번역자문위원)
〈역본의도(易本義圖)〉를 소주(小註)까지 완역한 『주역』 학습의 심화 학습서이지만, 번역문에 괘상(卦象)을 병기하는 등 친절하고 쉽게 풀이하고 있어 초학자도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된 책이다. 또한 본격적인 『주역』 학습을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개념들을 해제를 통해 쉽게 설명하고 있어 『주역』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의 길잡이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정원 (한국고전번역 수석연구위원, 역사문헌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