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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리커버]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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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리커버]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 매일 흔들리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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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350g | 128*188*17mm
ISBN13 9791190382182
ISBN10 1190382180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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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오리여인의 사랑스러운 그림과 따뜻한 글은 언제 봐도 좋다. 마음이 답답하고,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포근하게 마음을 감싸주는 책. - 에세이 MD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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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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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순이다. 몇 주 동안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어도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성향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약속 날이 다가올수록 아주 신경이 쓰인다는 것!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거나 혹은 전시장이나 강연장에 가는 일정이 생기면 마음 한구석에 이런 생각이 생겨난다. ‘약속이 미뤄졌으면 좋겠다. 제발!’ ‘취소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 제발!’
--- p.16

가을이 한창이었다. 어떤 나무는 단풍이 완전히 들었지만, 어떤 나무는 아직 여름에 머물러 있었다. 또 어떤 나무는 이제 막 물들어가는 중이었다. “언니, 저 나무가 일등이다. 제일 빨갛잖아!”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 “다른 나무들도 곧 빨갛게 물들겠지?” “그럼. 제각각 분명히 가을을 지나고 있을 거야.” 빽빽한 나무들. 어느 하나 같은 것 없는 나무들. 때가 되면 저마다 빨갛게 노랗게 각자의 색으로 물이 들고, 또 어느새 부지런히 새 잎을 틔워낼 거다. 그렇게 가을이 지나 겨울이 되고 봄이 오는 거겠지.
--- p.22

또 하나 내가 민감하게 신경 썼던 건 다른 작가의 ‘좋아요’와 ‘팔로우’ 숫자였다. 나보다 훨씬 많은 ‘좋아요’를 받은 작가를 보면 스스로 못나고 자격 없는 작가가 된 것 같아 주눅 들었다. 개인 계정이라고 다를 게 없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친구들을 보면 괜히 뒤처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도 나만 외롭구나 하는 그런 마음. 이런 게 인생의 잣대가 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음에도.
--- p.68

쨍하게 햇빛이 들지 않는다고, 더 높이 자라지 못한다고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햇빛을 받고 쑥쑥 자란 나무는 사람에게 과일도 주고 그늘도 주는 인생이라 좋고, 질경이처럼 삶이 척박하여도 헤쳐나가다 보면 누군가에게 작은 좌표가 되는 삶도 좋다. 나도 질경이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누군가 길을 잃었을 때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 p.71

“식물 또한 반려동물처럼 다뤄야 하는 거야. 집에 데리고 왔으면 살피고 밥도 주고 물도 주고 닦아주며 그렇게 관심을 줘야 해. 그게 함께 살아가는 거야.” 그래. 생명을 들이는 것은 아마 이런 것이겠지. 그 후로 나는 충동적으로 식물을 들이지 않는다. 해를 얼마나 자주 봐야 살 수 있는지, 물을 며칠 주기로 주어야 하는지, 그 식물이 사는 데 필요한 것들을 내가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꼼꼼히 따진 후에야 데려온다. 함께 사는 것이니까.
--- p.82

‘하지 말걸.’ 하루에도 몇 번씩 드는 후회. 예전에 면접 전날에 살짝 튀어나온 여드름을 짜냈더니 더 큰 여드름이 되었던 일이 생각났다. 늘 가던 미용실을 놔두고 더 예쁘게 해준다는 곳에 소개로 갔다가 결국 머리를 왕창 잘라내야 했던 순간도, 짝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때 친구에게 화장을 받고는 망했던 경험, 유튜브를 보며 고데기로 머리를 하다가 결국 다시 머리를 감아버렸던 기억도 모두 떠올랐다. 그리 눈에 띄는 흉터도 아니었는데 욕심으로 쿡쿡 찌르고 만지다 괴로움만 더해졌다. 아,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게 해주시면 정말 저를 있는 그대로 소중하게 사랑할게요!
--- p.155

자존심으로 만든 둑이었나 보다. 와르르 무너진 마음 사이로 열정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다. 마음이 물에 젖은 한지같이 질척이고 무거워졌다. 친구에게 털어놓으니 먼지 같은 이야기에 마음 쓰지 말라며 밥이나 먹자 했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하고 같이 걷다 해방촌 계단에 앉았다. 달이 보인다. 한참을 친구와 이야기하니 푹푹 젖어 있던 마음이 꾸덕꾸덕 말라간다. 그래. 눅눅해진 내 마음, 시간을 들여 잘 말려주면 마른 한지처럼 더욱 질기고 단단해지겠지.
--- p.190

사랑을 많이 받고 있음에도, 평화롭게 지내고 있음에도 부족하다고 느낀다. 큰 문제가 없는 하루하루인데 외롭거나 괜히 슬퍼진다. 왜 이렇게 자주 허전한 기분이 드는 건지 며칠째 생각해보지만 여전히 이유를 모르겠다. 나 분명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
--- p.196

하늘이 아름다운 이유는 착한 심성 때문이다. 수억 개의 별이 뜨면 하늘은 슬그머니 자신을 검게 물들인다. 별이 더욱 빛나 보일 수 있게. 비가 내리는 날은 회색빛으로 자신을 물들인다. 쨍하게 뜬 햇빛에 비가 날아가버리지 않게. 반대로 해가 뜬 날은 해가 더욱 뽐낼 수 있도록 깊고 푸른 하늘을 만들어준다. 행여나 해의 뜨거움을 원망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니 큰 구름을 슬쩍 끼워 넣어 그늘을 만들기도 한다. 하늘은 자신보다 남을 더 빛내는 법을 안다. 그래서 하늘이라는 말만 들어도, 고개를 들어 바라만 보아도 구겨진 마음이 조금은 펴지는 것이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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