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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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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68쪽 | 608g | 140*210*32mm
ISBN13 9788934975113
ISBN10 893497511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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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한 환자 옆에 앉아 그의 맥박을 짚는다. 45도. 곧 죽을 것이다. 모두 죽겠지. 숨 쉬어, 어맨더. 기사단이 곧 출동할 거야. 이 모든 일을 나 혼자 처리해야 하지는 않을 거야. 통솔권을 넘길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방역복을 입은 전문가가 와서 모든 것을 처리하고, 나를 집으로 보내고,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마저 잊게 해줄 것이다.
경상치료부의 문이 좌우로 활짝 열리고 수간호사가 들어온다.
“앰뷸런스로 네 사람이 더 도착했어요. 두 사람은 이틀 전에, 나머지 둘은 어제 왔었어요.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내가 상상한 가장 끔찍한 악몽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 p.36~37

“엄마, 엄마. 엄마 왜 그래?”
시어도어가 복도로 나와, 자신이 상심했을 때 내가 해주듯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아름다운 아들의 눈을 마주 보자, 눈물이 내 뺨을 타고 흘러내려 코끝에서 뚝뚝 떨어진다. 아이의 얼굴은 걱정을 형상화한 그림 같다. 나는 코를 훔친다. 나는 아이를 지켜야 하고, 그것은 곧 내게서 그를 떼어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내 삶에서 사랑은 거리를 둔 채 표현되어야 하나 보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저리 가라는 손짓으로 시어도어를 거실로 돌려보낸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림뿐이다.
--- p.105

이 싸움은 내가 이길 것이다. 그는 나에게 바이러스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아는 한, 나는 그가 있는 쪽으로 움직이기만 해도 그를 죽일 수 있는 존재다.
(중략)
“여긴 내 집이야. 넌 여기 있으면 안 돼. 나는 바이러스가 있고 아들도 바이러스가 있어. 내가 곁에서 숨을 쉬면 쉬는 만큼, 너는 병이 옮아 죽을 거야. 날 건드려도 너는 병이 옮아 죽을 거고. 나를 찔러서 피를 보면, 그때도 너는 병이 옮아 죽겠지. 죽고 싶지 않으면, 나가.”
(중략)
마침내 그가 돌아서고, 몇 차례 부스럭대며 물건들을 집어 던지는 소리가 나더니 다행히도 곧이어 뒷문이 쾅 닫힌다. 나는 복도에 서서 잠시 거친 숨을 몰아쉰다. 머지않아 슬며시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지금까지 살면서 나 자신을 이토록 힘 있는 존재로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분명 남자들은 이런 기분을 수시로 느끼고는 했을 것이다. 그저 내 몸이 여기 있다는 사실만으로 누군가를 겁에 질려 달아나게 할 수 있다니.
--- p.161~162

나도 그의 손을 잡아줄 수 있었더라면. 만약 지금 이 순간 내가 지나온 삶의 어느 시점으로든 돌아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나는 그의 마지막 순간으로 돌아가 그의 손을 잡을 것이다. 나는 마커스의 아내가 했던 것을 할 것이다. 그가 혼자가 아님을 느낄 수 있도록 손을 잡아줄 것이다. 앤서니는 완전히 홀로 죽었다. 위로하고 잡아주고 안심시키고,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이야기해줄 사람 하나 없이. 그는 홀로 죽었고 나는 결코 그 순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리비의 한 손이 내 손안으로 살며시 미끄러져 들어오고 다른 손이 내 머리를 감싸 자기 어깨에 올려놓는 것이 느껴진다. 나만큼이나 드러내놓고 울고 있는 여자들이 곳곳에 있는, 여자들로 가득한 갤러리 한복판에서 나는 완전히 무너진다.
--- p.377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들은 우리의 이야기가 발화되는 방식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혹자는 남성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오직 남성만이 역병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는 정중히 그 견해에 반대한다. 여성들은 대부분 남겨진 사람들이다. 삶이 산산조각 난 채로 남겨진 사람들이다. 대다수의 여성이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일을 하고,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일주일에 엿새를 일하며, 사별의 고통을 짊어진 채 홀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변화한 세계에서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방식 역시 변화했다.
--- p.460~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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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와 P. D. 제임스의 『사람의 아이들』 이후 우리는 오랫동안 이런 SF를 기다려왔다. 설득력 넘치면서도 생생한, 거대한 우화이자 도발적인 스릴러. 고전은 이렇게 쓰인다.
- A. J. 핀 (작가)
팬데믹의 공포가 손에 잡힐 듯하다. 코로나19 이전에 쓰였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 이언 랜킨 (작가)
날카롭고 지적이다.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 폴라 호킨스 (작가)
빼어난 상상력과 깊이 있는 통찰이 만나다.
- 제시카 무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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