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답을 만들어가는 창의적 영재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 책을 출간하기에 앞서 천재들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적나라하게 다룬 『천재, 빛나거나 미쳤거나』를 집필하였다. 이 책은 천재 현상에 대한 독자들의 지평을 확장함으로써 그동안 사회가 간과해왔던 개인들의 독특한 기질에서 천재성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그것이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산업 시대에) 온전한 창조성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 이 책은 인문 철학서로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한 세종도서 우수 교양부문에 선정될 만큼 작품성과 독창성 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문 철학서라는 점에서, 필자는 (인간의 천재성을 주제로 하되) 독자층의 일상생활에 들어와 실용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책의 집필에 대한 필요를 느꼈다. 이에 필자가 집중한 것이 바로 영재라는 개념이다. 영재라는 개념은 천재와 달리 실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주제이다. 모든 부모는 아이의 영재성을 발견하고, 그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키워줄 의무를 갖는다. 천재는 결과물에 초점을 둔 개념이지만 영재는 잠재력에 초점을 둔 개념이다. 영재라고 해서 모두 천재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천재들의 어린 시절은 대부분 영재였고, 영재는 그 자체로 잠재적 천재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이 세상의 영재들이 각 분야에서 위대한 성취를 남길 수 있는 천재로 성장하길 기원하면서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는 실용서의 형태로 영재 교육서를 집필하게 된 것이다.
1920년대부터 영재에 관한 연구와 교육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영재’가 연구의 대상으로서 주목받았다. 그 때문에 교육자를 비롯한 국민 대다수가 영재의 지적인 우수성(인지적 특성)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정서적 특성’이나 독특한 사고방식, 그리고 그에 따른 행동 양상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재라 한다면 단순히 IQ가 높고 공부를 잘하며 부모와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는 모범적인 아이 정도로 인식되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교육 전문가라 할 수 있는 교사들도 ‘영재’에 대한 인식이 비전문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교사는 현실의 교육 현장에서 자신의 지시를 잘 따르고 학교의 권위에 순종하며 공부를 잘하는 학생만을 영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영재가 아니다. 대부분 모범생 수재 출신이기 때문에 자신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아이들을 곧 영재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상식과 달리 영재라고 해서 반드시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며 모범적인 행동과 거리가 멀 수도 있다. 또한, 영재아는 독립심이 강하고, 고집이 센 경향이 있어서 부모나 교사의 일방적 지시에 불응하고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발달한 인지적 능력과 강한 자아는 또래들과의 관계에서 이질감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학교에 부적응하거나 일명 외톨이로 지내는 아이 중에 적잖은 영재가 숨어 있다. 또한, 한 분야에서 이미 뛰어난 기량을 보이거나 학업성적이 우수한 성취 영재 역시, 사회적, 심리적으로 완벽할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성취 영재는 탁월한 자신의 능력에 대해 확고한 믿음과 신념을 가지고 있기에 긍정적 자아상을 형성하고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영재성은 그 자체로 불안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왜 영재아는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영재와 천재가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그들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일반인을 판단하는 잣대로 그들을 재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만 여겨지는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상은 사실, 영재의 일반적 특성에 해당한다. 영재는 고작 인구의 2%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일반적 통념에서 벗어난 기질을 지닌 이들이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인들과 원활하게 의사소통하고, 그들로부터 온전히 이해받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IQ 140 이상의 고도 영재 중에 사회 부적응자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분명 보통의 아이들보다 위대한 학자, 예술가, 기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IQ만으로 영재의 잠재력을 평가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들의 잠재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매우 큰 손해임이 틀림없다. 한 개인의 영재성이 개인적 차원의 발전과 행복은 물론 국가적 차원의 발전에 가치 있게 쓰이기 위해서는 이에 맞는 특별한 지도와 교육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영재교육의 핵심은 먼저 ‘영재’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필자는 영재아의 기본적 특성부터 시작해 우수한 인지적 특성과 독특한 정서적 상태가 어떠한 행동 패턴으로 이어지는지, 영재아는 주로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떠한 고통을 겪는지, 이에 따른 적절한 지도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루려고 노력하였다.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와 가정의 부모들이 아이의 영재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이들을 훌륭한 인재로 키워내길 바란다.
이 책은 아이들을 명문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쓴 영재교육서가 아니다. 이 책은 아이의 영재성을 발굴하고 그 고유한 개성이 사회에 탁월하게 발현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제 우리 사회에는 공부만 잘하는 영재보다 행복하고 창조성 넘치는 영재가 필요하다. 즉, 이미 정해진 정답을 시험지에 그대로 서술해 내는 영재보다는 자신의 고유성과 창의성을 무기로 하여 세상에 없는 답을 만들어가는 창의적 영재가 필요한 것이다.
2022년 2월 15일
신성권 작가
--- 「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