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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밭의 두 소년

오렌지 밭의 두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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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80쪽 | 236g | 125*205*11mm
ISBN13 9791192385006
ISBN10 119238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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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드가 울면 아지즈도 울었다. 아지즈가 웃으면 아메드도 웃었다. “나중에 둘이 결혼하겠다.” 사람들은 둘을 놀리려고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의 이름은 샤히나였다. 눈이 어두워서 늘 손자들을 헷갈려 했다. 샤히나는 손자들을 사막의 물방울 두 개라고 불렀다. “둘이 손잡고 다니지 마라. 두 겹으로 보이는 것 같잖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말도 했다. “언젠가 물방울들은 없어지고, 물이 있을 거야. 그럼 됐어.”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피가 있을 거야. 그럼 됐어.”
아메드와 아지즈는 집의 잔해 속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아냈다. 할머니의 머리는 대들보에 부서져 있었고, 할아버지는 폭탄에 잘게 찢긴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매일 저녁 해가 사라지는 산비탈에서 온 폭탄이었다.


- 이 아이가 제 아들 아메드입니다.
- 다른 아이는요?
기관총을 든 남자가 물었다.
- 저 아이는 아지즈예요, 쌍둥이 형제죠.
그들은 저녁까지 머물렀다. 자헤드는 남자들에게 부모님 집의 잔해를 보여 줬다. 하늘에서 폭탄의 흔적이라도 찾으려는 듯 모두 산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타마라는 차를 준비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방에 들어가 있게 했다. 얼마 후, 아메드와 아지즈는 기관총을 든 남자가 지프로 돌아갔다가 잠시 후 손에 가방 하나를 들고 돌아오는 모습을 창문으로 보았다. 아이들은 엄마가 소리 지르는 걸 들은 것 같았다. 그 후 남자들은 떠났다. 지프가 멀어지는 소리가 오래도록 어둠 속을 울렸다. 아메드는 아지즈를 껴안고 있다가 겨우 잠들었다. 다음날 아지즈가 아메드에게 말했다.
- 눈치 못 챘어? 주위에 들리는 소리도 더 이상 똑같지 않고,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날 것처럼 조용해.
- 너 아팠잖아, 그래서 자꾸 그런 상상을 하는 거야.


남편과 아내는 조용히 일했다. 괴롭고 무거운 침묵이었다. 타마라는 몇 번이고 입을 열고 싶었지만 그러고 싶은 만큼 말을 참았다. 그녀 생각에는 자헤드도 같은 마음인 것처럼 보였다. 집 벽의 잔해를 수거하러 트럭 한 대가 왔다. 이제는 핏자
국이 묻은 바닥밖에 남지 않았다. 자헤드는 부인의 손을 잡았다. 타마라는 남편이 뭘 하려는지 몰랐다. 긴장한 그녀에게 그는 앉으라고 했다. 타마라는 그 말을 따랐다. 자헤드는 부인 옆, 집의 바닥에 앉았다. 그 바닥은 벽들을 잃고, 거주했던 이들을 애도 중이었다. 타마라는 웃음이 나려고 했다. 시부모의 집이 바람에 날아갔고, 남편과 자신도 땅에서 뽑혀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침묵을 깨뜨린 것은 자헤드였다. “아메드가 할 거야. 아메드가 벨트를 차게 될 거야.” 타마라의 심장이 멈췄다. 자헤드는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 엄마 말 안 믿어요.
- 엄마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하지 마. 큰 도시에 있는 의사가 아버지에게 해준 얘기야. 아마 아지즈는 다음번 수확을 보지 못할 거야. 울지 마, 아가야, 너무 힘든 일이지. 제발 울지 마.
- 엄마.
- 잘 들어, 아메드. 엄마 말 잘 들어. 난 네가 벨트를 차는 걸 원치 않아.
-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 나는 아들을 둘 다 잃고 싶지 않아. 아지즈에게 말해, 너를 대신해 달라고 설득해.
- 절대 그럴 수 없어요.
- 아지즈에게 벨트를 차기 싫다고 말해.
- 그건 사실이 아녜요.
- 아지즈에게 무섭다고 말해.
- 싫어요!
- 아메드, 내 아가, 거기에서 죽는다면 아지즈는 더 행복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니? 아지즈는 자기 침대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과 함께 죽을 거야. 신께서 순교자의 명예로 맞이할 영광스러운 죽음을 아지즈에게서 빼앗지 마. 제발 아지즈에게 널 대신해 달라고 부탁해. 이 얘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마. 특히 네 아빠에게는 안 돼. 죽을 때까지 우리만의 비밀로 간직해야 해.


부모의 참혹한 죽음도 자헤드의 일과를 바꾸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는 훨씬 더 악착스럽게 일했다. 그의 눈에 오렌지 밭은 또 다른 가치였다. 오렌지 밭은 이제 부모의 유해가 잠들어 있는 사당이었다. 그는 성스러운 행위를 완수하는 듯한 마음으로 오렌지나무 하나하나를 살피며 병든 가지를 잘라내고, 땅에 물을 댔다. 땅에서 올라오는 향기는 그를 안심시켰고, 미래는 여전히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믿게 만들었다. 마치 그 어떤 폭탄도 오렌지 나뭇잎 방패를 뚫을 수 없을 것처럼, 그는 나무들 가운데서 안전하다고 느꼈다. 이 오렌지 밭들이 그의 유일한 친구였다는 사실을 그의 마음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날, 나무에 기대 서 있던 자헤드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지 않았다. 아버지 무니르를 생각했다. 아버지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아버지는 아메드를 선택하실까 아니면 아지즈를 선택하실까?


- 그런데 아지즈가 아프지 않았다면, 아버지는 누구를 선택했을 거예요?
아메드가 아버지를 놀라게 하며 태연히 물었다. 이미 자신의 질문을 후회하던 아들에게 자헤드는 한참 동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아메드는 아지즈가 단순히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타마라가 병이 얼마나 위중한지 한 치의 의심도 들지 않게 말해 줬기 때문이다. 아지즈는 죽게 될 것이다. 동생과 바꾸지 않으면 죽게 될 자신처럼 말이다.
- 오렌지에게 나 대신 결정해 달라고 할 거야.
- 오렌지한테요?
- 이렇게 할 거야. 오렌지를 네 동생과 너에게 한 개씩 주는 거야. 자기가 받은 오렌지 속에서 씨가 더 많이 나온 사람이 떠나게 되는 거지.


-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게 있어, 아메드.
- 뭔데요, 엄마?
- 네 동생은, 아픈 후로부터, 살이 빠졌어.
- 별로 안 빠졌어요.
- 아냐, 빠졌어! 못 알아챘니? 볼도 너처럼 통통하지가 않아. 너보다 식욕도 없고. 네 동생 접시를 잘 보면서 그 애보다 적게 먹도록 해 봐. 너한테 이런 걸 부탁하다니 내 자신이 너무 비참하구나, 너무 비참해, 하지만 꼭 그렇게 하겠다고 맹세해 줘, 아메드!
-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 둘이 바꾸는 걸 아버지가 알아차려서는 안 돼. 아버지가 알게 된다면 정말 끔찍할 거야. 감히 상상도 못 하겠어.
- 걱정 마세요. 며칠 후면, 저도 아지즈처럼 말라 있을 거예요, 그러면 아무도 저희를 구분할 수 없을 거예요.
- 엄마는 구분할 수 있어.
- 맞아요, 엄마는 하죠, 그렇지만 엄마만이에요.
- 네가 날 증오한대도 괜찮아.
- 여기요, 쌀 다 골랐어요.
- 고맙다, 아메드.
- 난 절대로 엄마를 증오하지 않을 거예요.


아지즈는 아메드에게 다가가 컵이 아메드에게 쏟아지도록 했다. 이 작은 사고는 며칠 전부터 쌍둥이들이 계획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메드가 동생 몰래 어머니에게 다 얘기했기 때문에, 타마라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미 알고 있었다. 예정된 대로, 타마라는 아지즈의 뺨을 때리며 부주의함을 나무랐다. 전문가는 웃음을 터뜨렸다. 술라예드가 전문가를 조용히 시켰다. 그는 아메드의 더러워진 셔츠를 조심스레 들어올리고는 오렌지 주스가 벨트에 묻었는지 살폈다. 전문가는 그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물이든 주스든 피든 중요하지 않아, 아직 뇌관과 접속이 안 됐으니까.”


“제 동생이 쓴 편지예요.”
봉투는 누렇게 변색된 채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미카엘은 봉투를 펼치면서, 자기 옆에 있는 아지즈가 아메드였을 때 떨어뜨렸던 갈색 핏자국을 발견했다. 그는 자신을 강렬하게 뒤흔드는 어떤 감정을 느꼈다. 자신의 손으로 그 봉투를 만지면서 두 형제의 이야기에 가담하는, 그 이야기를 만지는 기분이었다. 마치 이들 과거의 조각 하나가 살아남아 다른 행성에서 구현되는 것 같았다. 미카엘은 봉투를 열었다. 봉투 안에는 아마도 아랍어로 쓰인 짧은 편지가 있었다.
“해석해 줄 수 있니?”
아지즈는 조금씩 번역하며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어느 순간, 미카엘은 아지즈가 편지를 읽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지즈는 편지를 외우고 있었고, 미카엘은 아지즈가 이 편지를 기도처럼 수천 번을 읊었으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병원에서 자신에게로 몸을 기울인 아버지의 얼굴을 알아봤을 때, 아메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버지가 그렇게 온화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자헤드는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아메드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 며칠 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의사는 아메드를 아지즈로 여기고 검사를 했다. 예상대로였다. 암의 흔적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아지즈를 치료했던 의사에게, 그것은 진정한 기적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놀라운 완치를 설명할 수 없었다. 그 기적은 자헤드를 기쁨에, 그의 부인을 불안에 빠뜨렸다.
집으로 돌아온 후, 자헤드는 자신의 기도가 이루어졌다고, 신께서 아픈 아들을 고치셨다고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다가와서, 아이가 진짜 살아있는지 확인하려는 듯 아이를 만지고, 품에 안으며, 희생한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고, 신께서 그의 형제를 낫게 하는 것으로 보상해 주셨다고 말하고 또 말했다. 아메드는 수치스러웠고,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저는 몸을 떨기 시작했어요. 흔들림이 제 몸을 찢어 놓았어요. 술라예드가 저를 자기 품에 가두고는 꽉 껴안았죠. 배에서 느껴지던 통증이 변해 버렸어요. 그러니까, 그건 더 이상 통증이 아니었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저에게서 나와야 했던 힘이었어요. 술라예드의 꽉 죈 팔을 풀고 저는 사진을 향해 달려들었어요. 주먹으로 액자 유리를 부수고 액자 안에 있던 사진을 두 조각으로 찢어 버렸어요. 그러고 나서 아버지가 초대한 모든 손님들 앞에서 소리치기 시작했어요. “이 사진에 있는 건 나예요, 아메드, 나라고요! 기적은 없었어요, 떠난 사람은, 아지즈에요!” 아버지는 한 손으로 제 목을 붙잡고, 저를 들어올려서, 벽으로 내던졌어요. 저는 기절했어요. 제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저는 제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어머니는 창문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는 몸을 숙이고 계셨어요. 제가 어머니를 불렀어요. 어머니가 제 쪽으로 몸을 돌리셨어요. 어머니를 못 알아볼 뻔했어요. 어머니의 얼굴은 부풀어 있었거든요. 양쪽 눈에는 커다랗게 멍이 들어 있었어요. 코에는 말라 버린 핏자국이 있었고요. 어머니는 제가 더 이상 이 집에서 살 수가 없다고 정말 힘겹게 말씀하셨어요. 저는 이제 그 누구의 아들도 아닌 게 돼 버렸던 거예요.


- 술라예드는 거짓말쟁이에 지나지 않았어요, 선생님. 저희를, 저하고 동생을 자기 지프로 데리고 갔던 날 그 사람은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 무슨 뜻이지?
- 그 사람이 저희한테 산에 지뢰가 설치돼 있다고 했어요. 저희가 거기에 갔던 날, 신께서 우리 발걸음을 인도하셨던 거라고 말했었죠. 그건 거짓말이었어요. 그 산에는 지뢰가 설치된 적이 없었어요. 그리고 신께서 우리의 연줄을 끊은 것도 아니었어요. 단지 바람이 그랬던 거였어요. 그리고 그날, 저희가 산 건너편에서 봤던 건, 군대 막사가 아니었어요. 그건 난민 캠프였어요. 술라예드는 우리를 이용한 거였어요. 우리 아버지를 이용했어요. 우리 모두를 이용했던 거예요.
- 끔찍하구나.
- 네, 끔찍하죠.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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