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2년 04월 29일 |
---|---|
쪽수, 무게, 크기 | 268쪽 | 296g | 128*188*17mm |
ISBN13 | 9791190382632 |
ISBN10 | 1190382636 |
편지지 노트(포인트 차감)
출간일 | 2022년 04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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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8쪽 | 296g | 128*188*17mm |
ISBN13 | 9791190382632 |
ISBN10 | 1190382636 |
누군가가 있던 자리를 알아채는 사람, 앞모습보다 뒷모습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 『나의 두 사람』,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올해의 책으로 불리며 큰 감동과 여운을 남겼던 작가 김달님이 3년 만에 신작 산문집으로 돌아왔다. 김달님은 언제나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본다. 가족들이 지나왔을 혼자만 알 법한 시간을, 남모르게 숨겨둔 친구의 마음을, 전하지 못해 아쉬움만 가득한 날들을 사려 깊은 태도로 헤아린다. 그렇기에 “외로워질 때면 옆을 봐. 아마도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어둠 속에 함께 서 있을 거야”라는 그의 말은 진심이 되어 곁으로 파고든다. |
프롤로그 01 무사히 이곳으로 건너왔음으로 봄에 하는 일 밤을 지켜주는 사람 인생이 나에게 미소를 지어줄 때 내가 모르는 너의 인생 아유, 잘 긁네 보리차가 빨리 식는 계절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는 마음 나의 막내에게 여길 봐라, 저길 봐라 02 마음을 생각하게 돼 은희에게 정말로 필요했던 건 상상하는 뒷모습 그곳으로 가자 시월의 글쓰기 수업 그 여름의 빛 시절의 우리 우리는 언제까지나 입이 궁금한 사람 이 기분을 너에게 알려주고 싶어 꿈같은 이야기 03 떠오르는 얼굴들 눈은 펑펑 내리고 우리가 그린 원 서로에게 믿는 구석 언니에게 그대로 두어도 좋을 마음 아마도 어둠 속에서 우리는 현대서점에서 만나 우아하고 호쾌한 발야구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스코디 스코시 스쿼시 이야기는 어디에서 오나요 다정한 이름을 부를 때 희망하는 얼굴들 |
p.51
"엄마. 나야. 나 누군지 모르겠어?"
마스크를 쓴 얼굴이 낯선지 할머니는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도 한 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밖에선 마스크를 내려도 된다는 안내에 아버지가 맨 얼굴로 다시 엄마를 불러보았다. 엄마. 엄마. 나야 동춘이. 조금씩 알아보는 것 같은 할머니에게 간호사 선생님이 한 번 더 "할머니 아드님이래요"라고 부드럽게 말해주었다.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이 풀어진 할머니가 말했다.
"네. 저기 우리 아들이에요."
참 따스한 문장인데, 조금은 슬펐다. 아직 오지 않은 내 미래의 한 부분을 본 것만 같아서.. 두렵고 많이 아리지만 그래도 할머니께서 "네, 저기 우리 아들이에요." 말씀을 하시는 부분에서는 조금 안심이 되기도 했다.
p.72
햇살은 깨끗하고 바람은 찬 이 월 말이었는데, 네가 밭에 가서 장수풍뎅이를 찾아올 테니 잠깐만 마당에서 기다리라는 거야. 내가 곧 갈 것 같았는지 100까지 세고 있으라는 말과 함께. 일곱 살의 너에게 100은 엄청나게 큰 숫자였으니까. 그런데 얼마 안 가 네가 누나, 누나 하고 막 뛰어오는 거야.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뛰어오는 너에게 "왜 그래?"라고 물었더니 숨을 헐떡이면서 네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누나! 봄이 왔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랬더니 신이 난 네가 제자리에서 두 발에 힘을 주고 콩콩 뛰더니 말하더라.
"저번 주엔 내가 땅을 밟으면 딱딱했는데 이제는 폭신폭신해."
이 책을 이미 봄이 된 후에 읽게 되어서.. 안타깝게도 폭신폭신하게 오는 봄을 느껴보질 못했다. 방 어딘가에 이 내용을 적어두었다가 봄이 오려는 늦겨울에 아주 최선을 다해 봄을 느껴볼 것이다. 매일 매일 땅을 밟으며.. 폭신폭신한 봄을 기다려야지..
p.98
그동안은 여러 번 종교를 바꾸며 살아온 할머니에게 필요한 것이 자신의 기도를 들어줄 신의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할머니에게 정말로 필요했던 건, 신이 있어서 만날 수 있었던 낯설고 친절한 사람들. 자신의 삶에도 들여놓고 싶었던 빛이 고이는 작은 면적은 아니었을까.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여러 목소리 중 어렵지 않게 할머니 목소리를 구분해낼 수 있었다. 아마도 노래를 하는 동안 할머니는 덜 외로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안심이 됐고, 조금 지나자 내가 앉아 있는 자리 위로 쓸쓸함이 내려앉았다.
엄마가 공공근로에 다니시면서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실 때면 울 4남매는 'ctrl+c, ctrl+v'한 것처럼 똑같이 엄마 이제 일 좀 하지 마. 엄마가 벌어오는 돈보다 병원비로 나가는 돈이 더 많아, 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열심히 좀 하지 마. 그냥 쉬엄쉬엄해, 라고만 말한다. 엄마가 공공근로에 나가는 건 거기서 나오는 약간의 돈도 좋지만 그보다 같이 일하시는 어르신들과의 만남이 엄마에게 더 필요한 것이라는 걸 아니까. 거기서 나누는 어르신들과의 대화가 공감대도 잘 맞고 소통도 잘 되니까. 어떻게 보면 엄마에게 숨구멍 같은 거랄까.. 그래서 지금은 제발 열심히만 하지 말아달라고만 한다. 그리고 좋은 시간 보내고 오시라고.. 그렇게 아침에 배웅을 한다.
p.232
너와 연락을 하지 않게 된 지 몇 년 후에 네가 이름을 바꿨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네 사주에 더 좋은 이름으로 바꿨다고. 다시 만나면 새 이름으로 불러야 하나 생각했었는데, 바꾼 이름이 뭐였는지도 까먹어버렸다. 그러니 이제 나는 네가 예전 이름으로 살던 시간만 가지고 있는 셈이야. 혹시 기억할 지 모르겠지만 네가 보낸 생일 축하 엽서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어.
'지금 이 편지를 보고 바로 거울을 봐. 네가 웃고 있다면 내가 선물이 된 거 맞지?'
이 문장을 보고 곧 생일이 다가오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편지의 끄트머리에 '지금 이 편지를 보고 바로 거울을 봐. 네가 웃고 있다면 내가 선물이 된 거 맞지?' 라는 문장을 첨부하면서..ㅎ 이름 모를 작가님의 이름이 바뀐 친구는 작가님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선물이 되었다. 굳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내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 것이 느껴지니까..^ㅎ
작가님 이름부터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사람이 떠올라 작가님의 전작을 뒤져 기어이 작가님 사진을 보고서야 아니구나..했다. 실은 아니구나가 아니라 왜 아니지? 라는 반응이 더 크긴 했다.ㅎ 그만큼 많이 생각나던 사람이 있었다. 잘 지내시고 있겠지..?
부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시길..
읽는 내내 내 방 책장에 꽂혀 있는 <나의 두 사람>을 왜 여직 나는 읽지 않았을까, 후회했다. 분명 앞의 몇 페이지는 읽었었는데.. 왜 끝까지 읽지 못했을까.. 너무 좋은데.. 어쩌면 그 책을 읽을 타이밍이 지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긴 했다. 그때는 아직 때가 아닌 거였다고..
한 시절 곁에 있어준 나의 사람들을 새삼 다시 떠올리면서.. 어디서 무얼하며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도 하면서.. 오래 연락이 닿지 못했던 이들은 더 그리워하면서.. 이 책을 덮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필명이 참 낭만적이다!'
작가님 이름이 필명인 줄 알고 작명 센스에 마음 속으로 엄지척했는데, 본명이었다니!!! 이름에 한 번 깜짝, 본명이라는 사실에 두 번 깜짝 놀란 난 '김달님'이라는 이름을 선물한 가족은 누구일까 궁금했다.
달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랑 가득 받고 자라셨겠지.
늘 품고 있는 다정하고 따뜻한 미소처럼 마음이 넉넉한 분이시겠지.
사람에, 세상에 치이고 집에 돌아온 날, 유독 작가님의 글을 찾거나 SNS를 뒤적거리곤 했던 나에게 신작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는 초록초록한 기운을 몰고 왔다.
지난주였다. 퇴근 후 가방 내려놓기 바쁘게 주전자 그득 무겁게 물을 담아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보리차 끓일 준비를 마쳤다. 물이 끓어 주전자에서 삐삐 소리가 나기 전에 후다닥 샤워를 마치고 다 끓은 진갈색 보리차는 내가 좋아하는 머그컵에 듬뿍 담았다.
보리차 한모금 홀짝이며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보리차 빨리 식는 계절'을 발견했다.
작가님도 나처럼 보리차를 좋아하시는구나.
보리차 내음이 좋아서, 그 내음이 그리워서, 보리차 냄새 맡고 자란 그 시절을 한줌 잡아보고 싶어서, 곁에 없는 가족이 그리워서 오늘도 보리차를 마신다.
이 책은 나에게 보리차와 같은 책이다.
마음껏 표현하지 못한 가족을 향한 마음이, 잡아보고 싶은 그리운 그 시절이 가득 담겨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렇네. 우리가 모르는 네 인생이 있었네' 그건 서로의 고생을 쓰다듬어주면서 동시에 가볍게 퉁치자는 말 같았다. 누구의 고생이 더 컸든, 모르는 곳에서 울었든, 다들 무사히 이곳으로 건너왔으므로." p.45
세상에는 내가 몰랐던 슬픈 사연들이 너무 많다. 내가 겪은 아픔이 가장 큰 줄로만 생각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됐다. 다들 아픈 사연 하나씩은 가슴 깊숙한 곳에 묻어두고 있었다는 걸. 나는 내 상처를 달래느라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보지 못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깊었던 상처가 조금씩 아물었다. 그리고 그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상처가 남들에게 보일까 봐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이들의 얼굴이. 이 책에서 발견한 한 문장은 그렇게 한사코 아픔을 견뎌온 우리의 등을 다독인다. “다들, 잘 건너왔네.”
“그렇게 다시 한번 소리 내서 웃게 된다면, 눈앞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더 자세히 봐둘 것이다. 나중에는 슬퍼질 좋은 순간이 우리에게 또 한 번 다녀가는 일을 다행이라고 여기면서.”p.55
김달님 작가의 글은 참 따뜻하고 다정하다. 마음이 온기로 채워지기에는 너무나 어린 나이에 아픈 일을 겪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따스한 사람이 되었는지. 누군가는 비극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만한 사연들을 하나 둘씩 꺼내어 유쾌하게 풀어낸다. 이 책에는 그녀의 곁을 함께 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담겨 있다. 그녀는 그들의 얼굴을 보며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진 않았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그들이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도록 그들의 곁을 지킨다. 한 사람의 슬픔이 지나가기까지 곁을 함께하는 사람. 오늘 그녀의 곁에 잠시 머물러 다정함에 기대어 본다.
"살아가는 동안 슬프지 않을 수 없을 테니 곁에 있는 사람들이 자주 웃기를 바랍니다. 제 글을 읽는 동안에는 독자도 제 곁에 머무는 것이겠지요.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도 그런 마음으로 썼습니다." p.9
"그러므로 내게 글쓰기는 이러한 일이다. 기억에 남아 있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 내 쪽으로 돌아보게 하는 것. 오랜만에 마주하는 돌아본 얼굴을 찬찬히 사려보고 맞아, 너 거기 그렇게 있었지. 반가워 하는 것. 친구의 공책에 원숭이 그림을 그려 넣는 얼굴을 한 발짝 떨어져 구경해보는 것. 하복을 입은 여름날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손잡이를 잡고 옆자리에 다시 한번 서보는 것. 너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말해보는 것. 그리고 혹시라도 들려올지 모를 너의 대답을 지금 여기에서 기다려보는 것. 그렇게 너를 다시 사랑해보는 일이다." p.261
이 서평은 수오서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