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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 한 시절 곁에 있어준 나의 사람들에게

리뷰 총점9.8 리뷰 19건 | 판매지수 6,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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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2년 04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296g | 128*188*17mm
ISBN13 9791190382632
ISBN10 119038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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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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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있던 자리를 알아채는 사람, 앞모습보다 뒷모습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 『나의 두 사람』,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올해의 책으로 불리며 큰 감동과 여운을 남겼던 작가 김달님이 3년 만에 신작 산문집으로 돌아왔다. 김달님은 언제나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본다. 가족들이 지나왔을 혼자만 알 법한 시간을, 남모르게 숨겨둔 친구의 마음을, 전하지 못해 아쉬움만 가득한 날들을 사려 깊은 태도로 헤아린다. 그렇기에 “외로워질 때면 옆을 봐. 아마도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어둠 속에 함께 서 있을 거야”라는 그의 말은 진심이 되어 곁으로 파고든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프롤로그
01 무사히 이곳으로 건너왔음으로

봄에 하는 일
밤을 지켜주는 사람
인생이 나에게 미소를 지어줄 때
내가 모르는 너의 인생
아유, 잘 긁네
보리차가 빨리 식는 계절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는 마음
나의 막내에게
여길 봐라, 저길 봐라

02 마음을 생각하게 돼
은희에게
정말로 필요했던 건
상상하는 뒷모습
그곳으로 가자
시월의 글쓰기 수업
그 여름의 빛
시절의 우리
우리는 언제까지나
입이 궁금한 사람
이 기분을 너에게 알려주고 싶어
꿈같은 이야기

03 떠오르는 얼굴들
눈은 펑펑 내리고
우리가 그린 원
서로에게 믿는 구석
언니에게
그대로 두어도 좋을 마음
아마도 어둠 속에서 우리는
현대서점에서 만나
우아하고 호쾌한 발야구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스코디 스코시 스쿼시
이야기는 어디에서 오나요
다정한 이름을 부를 때
희망하는 얼굴들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언젠가는 밤에 핀 환한 목련을 보고서 쓸쓸해지는 날이 오겠지. 기억을 가지고 사는 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다행인 일은 한 해 한 해가 지날수록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을 기억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된 점이다. 그리움에는 빛이 있어 어느 날엔 불쑥 울게 되더라도 눈물을 닦고 다시 웃을 수 있는 힘을 함께 준다는 것도.
--- p.18 「봄이 오면 하는 일」 중에서

지금껏 살아온 삶에 불행한 일도 슬픈 일도 분명 있었지만 단지 엄마가 없었기 때문에 생겨난 일들이 아니다. 엄마와 함께 살았다면 좋았을지도 모를 일들은 어차피 내가 알 수 없는 인생이다. 그러니 아버지의 당부대로 엄마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내 나이의 절반의 나이에 나를 낳은 어린 여자. 열여섯의 엄마를 서른넷의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겠는가. 그러므로 모쪼록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당신이 선택한 당신의 소중한 삶을.
--- p.36 「인생이 나에게 미소를 지어줄 때」 중에서

“그렇네. 우리가 모르는 네 인생이 있었네.”
그건 서로의 고생을 쓰다듬어주면서 동시에 가볍게 퉁치자는 말 같았다. 누구의 고생이 더 컸든, 모르는 곳에서 울었든, 다들 무사히 이곳으로 건너왔으므로. 선희는 새 맥주캔을 땄고, 금세 다른 이야기를 불러와 높은 목소리로 웃었다. 그런 선희를 보면서 어렴풋이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 p.45 「내가 모르는 너의 인생」 중에서

혼자 걸을 때도 혼자 걷지 않는다고 생각한 지 오래되었다. 내가 아주 혼자일 때 나는 할머니와 함께 걷는다. 예쁜 것, 눈부신 것, 아름다운 것을 보면 잠시 멈춰 서서 마음속으로 말을 건다. 할머니 여길 좀 봐. 손톱만 한 꽃이 피었어. 저길 좀 봐. 해가 노랗게 진다. 그럼 할머니가 ‘어머나. 정말 그렇네’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다. 그 순간엔 할머니가 어디선가 가볍게 날아와 잠시 다녀간 기분이 들지만 가까운 사람에게도 이 느낌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해본 적 있지 않은가. 그 사람이 없는 곳에서 그 사람을 떠올리며 잠시 하나가 되는 일.
--- p.76 「여길 봐라, 저길 봐라」 중에서

서울에서 차를 타면 여섯 시간이 걸리던 우리 집으로 준이를 데리고 왔던 날. 잠든 준이를 두고 늦은 밤 몰래 집을 나서던 고모를 봤던 기억이 나. 어둑어둑한 거실에서 할머니는 걱정하지 말라고 조심히 가라고 손짓을 하고, 고모는 신발을 신으면서 코를 훌쩍이고 있었지. 그때는 잠에서 깬 준이가 많이 울까 봐 걱정했는데, 이제는 잠든 준이를 방에 두고 나와 어두운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 고모 마음을 생각하게 돼.
--- p.87 「은희에게」 중에서

너와 이런 실없는 대화를 하면서 대부분은 웃어넘기고, 이상하게도 한 번씩은 마음이 미어질 때. 나는 꼭 그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믿어지니. 내가 가야 할 곳이 장소가 아니라 시간이라는 것이. 살아보고 싶은 미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음이 생생하게 실감이 난다면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 어김없이 다가오는 삶을 누리고 견디면서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자.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여럿과 매듭 같은 팔짱을 끼고서 우리가 할머니가 된 시간으로 가자. 모쪼록 몸과 마음은 크게 다치지 말고. 어느새 지나버렸는지 모를 세월을 지나서.
--- p.110 「그곳으로 가자」 중에서

“너 엄마 없어?” 악의 없는 목소리였지만 질문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 우물쭈물하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인 희진은 말했다. “나는 아빠 없는데. 우리 친구 할래?”
열 살 인생에 들어본 가장 떨리는 말이었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반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 말을 시작으로 희진과 나는 친구가 되었다.
--- p.140 「우리는 언제까지나」 중에서

편지를 쓰는 동안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잖아. 읽는 사람이 기쁘길 바라면서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말을 쓰려고 노력하니까. 덕분에 이 편지들을 처음 읽던 나는 아마 그 전의 나보다 더 잘 살고 싶어졌을 거야. 그런데 편지를 보내준 사람 중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이름이 더 많다는 건 이상한 일이지. ‘이런 말을 주고받던 사람들도 지금은 다 모르고 살아간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오래된 편지를 읽는 일이 그동안 내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알게 되는 일 같더라.
--- p.230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김달님은 어쩜 이름도 김달님이야!
삶에 완전한 어둠은 없다는 걸 알려주는 건 달이 가장 잘하는 일이다.
-김혼비, 《다정소감》, 《아무튼 술》 저자

이 눈 밝은 사람은 대상을 재단하지 않는다.
사려 깊은 태도로 사소해 보이는 일상 속에도 우주가 깃들어 있음을 알려준다.
-윤단비, 〈남매의 여름밤〉 감독

《나의 두 사람》,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 이후 3년 만의 신작
살아갈 용기가 필요한 순간,
불현듯 찾아온 한 움큼 빛 같은 김달님의 글!


누군가가 있던 자리를 알아채는 사람, 앞모습보다 뒷모습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 《나의 두 사람》,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올해의 책으로 불리며 큰 감동과 여운을 남겼던 작가 김달님이 3년 만에 신작 산문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는 전작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조금 더 넓은 보폭으로 삶 곳곳에서 머물렀던 사람들과 그 시절을 이곳으로 부르며 다시 마주한다.
김달님은 언제나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본다. 가족들이 지나왔을 혼자만 알 법한 시간을, 남모르게 숨겨둔 친구의 마음을, 전하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은 날들을 사려 깊은 태도로 헤아린다. “외로워질 때면 옆을 봐. 아마도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어둠 속에 함께 서 있을 거야”라는 그의 말은 진심이 되어 곁으로 파고든다. 그렇기에 누가 알아주겠어,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내 삶이 의미가 있긴 한 걸까 하며 스스로 작게만 느껴질 때, 책에 담긴 김달님의 다정한 마음이 한 움큼 빛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때로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우리의 하루를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애정 어린 얼굴을 하고서 기억해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것들이 괜찮아지기도 하니까.

내게 글쓰기는 이러한 일이다. 기억에 남아 있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 내 쪽으로 돌아보게 하는 것. 오랜만에 마주하는 돌아본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고 맞아, 너 거기 그렇게 있었지. 반가워하는 것. … 너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말해보는 것. 그리고 혹시라도 들려올지 모를 너의 대답을 지금 여기에서 기다려보는 것. 그렇게 너를 다시 사랑해보는 일이다. -261쪽

한 시절 곁에 있어준 나의 사람들에게 보내는
다정하고 애틋한 마음의 편지
“그러니 부디 잘 살았으면 해.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한 시절 곁에 있어준 나의 사람들에게’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지만,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연서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나왔을 날들, 앞으로 닿게 될 시간들, 그 곁에서 비슷한 얼굴로 함께 있을 사람들에 대한 한 사람의 애틋함은 읽는 내내 도리어 우리 마음을 도닥인다.
언제나 삶의 모든 것이 되어준 할머니 할아버지, 이토록 명랑하게 자랄 수 있게 해주었던 하지만 사는 게 녹록지 않았을 세 고모, 삶의 한 부분이자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고 싶은 엄마 아빠와 동생들, 가장 많은 편지를 받았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 친구, 자주 가던 학교 앞 분식집 사장님 내외…. 떠올리기만 해도 언제나 힘이 되는 사람들부터 한 시절 함께였지만 지금은 만나지 않는 사람들까지, 그들을 하나하나 곰곰이 바라보며 작가는 혼자서는 결코 자신이 될 수 없었음을 깨닫는다.

그날은 정말 그렇게 빌게 되더라. 문을 닫고 나오는데 이상할 만큼 조금 간절해지기도 했어. 그러니 부디 잘 살았으면 해.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새로운 곳으로 가는 나도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는 너도. 그리고 한때 나에게 편지를 보내준 많은 사람들도. -233쪽

책 속에서 그는 코로나 이후로 면회를 오지 못하는 가족들을 할머니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마음을 쓰고, 오랜만의 면회가 끝나고 앞서 걸으며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아빠의 뒷모습을 기다려주고, 내 나이의 절반의 나이에 나를 낳았을 이름 모를 얼굴을 이해하고, 사는 일에 떠밀려 아이를 맡기고는 아이가 깨기 전에 집을 떠나야 하는 고모의 마음을 다시금 생각한다. 너는 엄마가 없냐며 나는 아빠가 없으니 우리 친구하자던 투박하지만 정다운 어린 우리를 기억하고, 양팔을 벌린 크기만큼의 작은 삶이지만 내일도 오늘과 비슷한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때로는 살아갈 이유가 필요한 친구 곁에 서서 어김없이 다가오는 삶을 견디고 누리면서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아가자고 환하게 웃어 보인다. 그 마음이 너무도 깨끗하고 단단해서, 어느새 그가 마주했을 얼굴보다 누군가의 곁에 애틋한 마음으로 머물러 있을 김달님의 얼굴이 더욱 선명해진다.
편지를 다시 읽는 일이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알게 되는 일 같다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잊고 있던, 잃어버린 것들이 곁으로 불쑥 찾아와 손 내밀 것이다. 잘 지냈어? 나도 잘 지냈어.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부디 잘 살고 있으면 그걸로 되었다고. 그렇게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살아가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가끔씩 상대방이 용기를 필요로 할 때 믿음을 담아 말한다. “누군가는 꼭 알아줄 거야!” “누군가는 반드시 기억할 거야!”라고. 김달님 작가의 전작들에 이어 이 책까지 읽고서 새삼 깨달았다. 그렇게 말할 때마다 어렴풋이 떠올렸던 ‘누군가’와, 김달님이 가장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웃게 해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김달님은 말했지만, 그는 늘 나에게 “비로소 울게 해준 사람”이었다. 웃기보다 어려운 일. 혼자 못 하는 일. 울음을 덜어낸 후에 샘솟는 힘이란 정말 반듯하고 단단해서 책을 덮을 즘엔 잘 살아나갈 용기가 빛처럼 가득하다. 그리고 외치지 않을 수 없어진다. 김달님은 어쩜 이름도 김달님이야! 삶에 완전한 어둠은 없다는 걸 알려주는 건 달이 가장 잘하는 일이다.
- 김혼비 (『다정소감』, 『아무튼, 술』 저자)

책을 덮자 작가를 만나보고 싶어졌다. 그리 특별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내 삶도 그가 봐준다면, 애틋해질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달님의 책을 읽는 내내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다만 내가 별들을 무리로 뭉뚱그리는 사람이라면, 작가는 그 별을 하나씩 제대로 들여다봐 주는 사람이다. 이 눈 밝은 사람은 대상을 재단하지 않는다. 사려 깊은 태도로 사소해 보이는 일상 속에도 우주가 깃들어 있음을 알려준다. 덕분에 세상에는 80억 명의 사람이 있고, 그 사람 수만큼의 우주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80억 개의 우주라니, 덕분에 외롭지 않다. 어쩐지 그 우주에선 따뜻한 쑥 내음이 날 것만 같다.
- 윤단비 ([남매의 여름밤] 감독)

회원리뷰 (19건) 리뷰 총점9.8

혜택 및 유의사항?
2022-16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져* | 2022.05.24 | 추천2 | 댓글1 리뷰제목
p.51 "엄마. 나야. 나 누군지 모르겠어?" 마스크를 쓴 얼굴이 낯선지 할머니는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도 한 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밖에선 마스크를 내려도 된다는 안내에 아버지가 맨 얼굴로 다시 엄마를 불러보았다. 엄마. 엄마. 나야 동춘이. 조금씩 알아보는 것 같은 할머니에게 간호사 선생님이 한 번 더 "할머니 아드님이래요"라고 부드럽게 말해주었다.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리뷰제목

p.51

"엄마. 나야. 나 누군지 모르겠어?"

마스크를 쓴 얼굴이 낯선지 할머니는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도 한 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밖에선 마스크를 내려도 된다는 안내에 아버지가 맨 얼굴로 다시 엄마를 불러보았다. 엄마. 엄마. 나야 동춘이. 조금씩 알아보는 것 같은 할머니에게 간호사 선생님이 한 번 더 "할머니 아드님이래요"라고 부드럽게 말해주었다.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이 풀어진 할머니가 말했다.

"네. 저기 우리 아들이에요."

 

참 따스한 문장인데, 조금은 슬펐다. 아직 오지 않은 내 미래의 한 부분을 본 것만 같아서.. 두렵고 많이 아리지만 그래도 할머니께서 "네, 저기 우리 아들이에요." 말씀을 하시는 부분에서는 조금 안심이 되기도 했다.

 

p.72

햇살은 깨끗하고 바람은 찬 이 월 말이었는데, 네가 밭에 가서 장수풍뎅이를 찾아올 테니 잠깐만 마당에서 기다리라는 거야. 내가 곧 갈 것 같았는지 100까지 세고 있으라는 말과 함께. 일곱 살의 너에게 100은 엄청나게 큰 숫자였으니까. 그런데 얼마 안 가 네가 누나, 누나 하고 막 뛰어오는 거야.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뛰어오는 너에게 "왜 그래?"라고 물었더니 숨을 헐떡이면서 네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누나! 봄이 왔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랬더니 신이 난 네가 제자리에서 두 발에 힘을 주고 콩콩 뛰더니 말하더라.

"저번 주엔 내가 땅을 밟으면 딱딱했는데 이제는 폭신폭신해."

 

이 책을 이미 봄이 된 후에 읽게 되어서.. 안타깝게도 폭신폭신하게 오는 봄을 느껴보질 못했다. 방 어딘가에 이 내용을 적어두었다가 봄이 오려는 늦겨울에 아주 최선을 다해 봄을 느껴볼 것이다. 매일 매일 땅을 밟으며.. 폭신폭신한 봄을 기다려야지..

 

p.98

그동안은 여러 번 종교를 바꾸며 살아온 할머니에게 필요한 것이 자신의 기도를 들어줄 신의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할머니에게 정말로 필요했던 건, 신이 있어서 만날 수 있었던 낯설고 친절한 사람들. 자신의 삶에도 들여놓고 싶었던 빛이 고이는 작은 면적은 아니었을까.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여러 목소리 중 어렵지 않게 할머니 목소리를 구분해낼 수 있었다. 아마도 노래를 하는 동안 할머니는 덜 외로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안심이 됐고, 조금 지나자 내가 앉아 있는 자리 위로 쓸쓸함이 내려앉았다.

 

엄마가 공공근로에 다니시면서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실 때면 울 4남매는 'ctrl+c, ctrl+v'한 것처럼 똑같이 엄마 이제 일 좀 하지 마. 엄마가 벌어오는 돈보다 병원비로 나가는 돈이 더 많아, 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열심히 좀 하지 마. 그냥 쉬엄쉬엄해, 라고만 말한다. 엄마가 공공근로에 나가는 건 거기서 나오는 약간의 돈도 좋지만 그보다 같이 일하시는 어르신들과의 만남이 엄마에게 더 필요한 것이라는 걸 아니까. 거기서 나누는 어르신들과의 대화가 공감대도 잘 맞고 소통도 잘 되니까. 어떻게 보면 엄마에게 숨구멍 같은 거랄까.. 그래서 지금은 제발 열심히만 하지 말아달라고만 한다. 그리고 좋은 시간 보내고 오시라고.. 그렇게 아침에 배웅을 한다.

 

p.232

너와 연락을 하지 않게 된 지 몇 년 후에 네가 이름을 바꿨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네 사주에 더 좋은 이름으로 바꿨다고. 다시 만나면 새 이름으로 불러야 하나 생각했었는데, 바꾼 이름이 뭐였는지도 까먹어버렸다. 그러니 이제 나는 네가 예전 이름으로 살던 시간만 가지고 있는 셈이야. 혹시 기억할 지 모르겠지만 네가 보낸 생일 축하 엽서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어.

'지금 이 편지를 보고 바로 거울을 봐. 네가 웃고 있다면 내가 선물이 된 거 맞지?'

 

이 문장을 보고 곧 생일이 다가오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편지의 끄트머리에 '지금 이 편지를 보고 바로 거울을 봐. 네가 웃고 있다면 내가 선물이 된 거 맞지?' 라는 문장을 첨부하면서..ㅎ 이름 모를 작가님의 이름이 바뀐 친구는 작가님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선물이 되었다. 굳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내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 것이 느껴지니까..^ㅎ

 

작가님 이름부터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사람이 떠올라 작가님의 전작을 뒤져 기어이 작가님 사진을 보고서야 아니구나..했다. 실은 아니구나가 아니라 왜 아니지? 라는 반응이 더 크긴 했다.ㅎ 그만큼 많이 생각나던 사람이 있었다. 잘 지내시고 있겠지..?

부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시길..

 

읽는 내내 내 방 책장에 꽂혀 있는 <나의 두 사람>을 왜 여직 나는 읽지 않았을까, 후회했다. 분명 앞의 몇 페이지는 읽었었는데.. 왜 끝까지 읽지 못했을까.. 너무 좋은데.. 어쩌면 그 책을 읽을 타이밍이 지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긴 했다. 그때는 아직 때가 아닌 거였다고..

 

한 시절 곁에 있어준 나의 사람들을 새삼 다시 떠올리면서.. 어디서 무얼하며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도 하면서.. 오래 연락이 닿지 못했던 이들은 더 그리워하면서.. 이 책을 덮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 1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우리는 어쩌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칸* | 2022.05.23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필명이 참 낭만적이다!' 작가님 이름이 필명인 줄 알고 작명 센스에 마음 속으로 엄지척했는데, 본명이었다니!!! 이름에 한 번 깜짝, 본명이라는 사실에 두 번 깜짝 놀란 난 '김달님'이라는 이름을 선물한 가족은 누구일까 궁금했다.   달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랑 가득 받고 자라셨겠지. 늘 품고 있는 다정하고 따뜻한 미소처럼 마음이 넉넉한 분이시겠지. 사람에, 세상에 치;
리뷰제목

'필명이 참 낭만적이다!'
작가님 이름이 필명인 줄 알고 작명 센스에 마음 속으로 엄지척했는데, 본명이었다니!!! 이름에 한 번 깜짝, 본명이라는 사실에 두 번 깜짝 놀란 난 '김달님'이라는 이름을 선물한 가족은 누구일까 궁금했다.

 

달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랑 가득 받고 자라셨겠지.
늘 품고 있는 다정하고 따뜻한 미소처럼 마음이 넉넉한 분이시겠지.
사람에, 세상에 치이고 집에 돌아온 날, 유독 작가님의 글을 찾거나 SNS를 뒤적거리곤 했던 나에게 신작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는 초록초록한 기운을 몰고 왔다.

 

지난주였다. 퇴근 후 가방 내려놓기 바쁘게 주전자 그득 무겁게 물을 담아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보리차 끓일 준비를 마쳤다. 물이 끓어 주전자에서 삐삐 소리가 나기 전에 후다닥 샤워를 마치고 다 끓은 진갈색 보리차는 내가 좋아하는 머그컵에 듬뿍 담았다.
보리차 한모금 홀짝이며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보리차 빨리 식는 계절'을 발견했다.
작가님도 나처럼 보리차를 좋아하시는구나.
보리차 내음이 좋아서, 그 내음이 그리워서, 보리차 냄새 맡고 자란 그 시절을 한줌 잡아보고 싶어서, 곁에 없는 가족이 그리워서 오늘도 보리차를 마신다.

 

이 책은 나에게 보리차와 같은 책이다.
마음껏 표현하지 못한 가족을 향한 마음이, 잡아보고 싶은 그리운 그 시절이 가득 담겨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 0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희*리 | 2022.05.2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그렇네. 우리가 모르는 네 인생이 있었네' 그건 서로의 고생을 쓰다듬어주면서 동시에 가볍게 퉁치자는 말 같았다. 누구의 고생이 더 컸든, 모르는 곳에서 울었든, 다들 무사히 이곳으로 건너왔으므로." p.45     세상에는 내가 몰랐던 슬픈 사연들이 너무 많다. 내가 겪은 아픔이 가장 큰 줄로만 생각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됐다. 다;
리뷰제목

"'그렇네. 우리가 모르는 네 인생이 있었네' 그건 서로의 고생을 쓰다듬어주면서 동시에 가볍게 퉁치자는 말 같았다. 누구의 고생이 더 컸든, 모르는 곳에서 울었든, 다들 무사히 이곳으로 건너왔으므로." p.45

 

 

세상에는 내가 몰랐던 슬픈 사연들이 너무 많다. 내가 겪은 아픔이 가장 큰 줄로만 생각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됐다. 다들 아픈 사연 하나씩은 가슴 깊숙한 곳에 묻어두고 있었다는 걸. 나는 내 상처를 달래느라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보지 못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깊었던 상처가 조금씩 아물었다. 그리고 그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상처가 남들에게 보일까 봐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이들의 얼굴이. 이 책에서 발견한 한 문장은 그렇게 한사코 아픔을 견뎌온 우리의 등을 다독인다. “다들, 잘 건너왔네.”

 

 

“그렇게 다시 한번 소리 내서 웃게 된다면, 눈앞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더 자세히 봐둘 것이다. 나중에는 슬퍼질 좋은 순간이 우리에게 또 한 번 다녀가는 일을 다행이라고 여기면서.”p.55

 

 

김달님 작가의 글은 참 따뜻하고 다정하다. 마음이 온기로 채워지기에는 너무나 어린 나이에 아픈 일을 겪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따스한 사람이 되었는지. 누군가는 비극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만한 사연들을 하나 둘씩 꺼내어 유쾌하게 풀어낸다. 이 책에는 그녀의 곁을 함께 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담겨 있다. 그녀는 그들의 얼굴을 보며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진 않았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그들이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도록 그들의 곁을 지킨다. 한 사람의 슬픔이 지나가기까지 곁을 함께하는 사람. 오늘 그녀의 곁에 잠시 머물러 다정함에 기대어 본다. 

 

 

"살아가는 동안 슬프지 않을 수 없을 테니 곁에 있는 사람들이 자주 웃기를 바랍니다. 제 글을 읽는 동안에는 독자도 제 곁에 머무는 것이겠지요.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도 그런 마음으로 썼습니다." p.9



"그러므로 내게 글쓰기는 이러한 일이다. 기억에 남아 있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 내 쪽으로 돌아보게 하는 것. 오랜만에 마주하는 돌아본 얼굴을 찬찬히 사려보고 맞아, 너 거기 그렇게 있었지. 반가워 하는 것. 친구의 공책에 원숭이 그림을 그려 넣는 얼굴을 한 발짝 떨어져 구경해보는 것. 하복을 입은 여름날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손잡이를 잡고 옆자리에 다시 한번 서보는 것. 너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말해보는 것. 그리고 혹시라도 들려올지 모를 너의 대답을 지금 여기에서 기다려보는 것. 그렇게 너를 다시 사랑해보는 일이다." p.261

 

 

이 서평은 수오서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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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누가 다정이 뭐냐고 묻거든, 고개를 들어 김달님 작가의 책을 보게하라…
4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4
김*미 | 2022.05.09
구매 평점5점
작가님의 이야기를 보며 제 주변사람들의 소중함이 떠올랐습니다. 올해 읽은 책 중 최고였어요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s*****g | 202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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