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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오늘의 젊은 문학-00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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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큰글자도서)
[도서]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큰글자도서)
문지혁 저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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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272g | 128*188*18mm
ISBN13 9791130690230
ISBN10 113069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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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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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 속에는 똑같은 파형의 음성이 30회 이상 기록되었는데, 재생하자 남자의 목소리가 주문처럼 반복해 흘러나왔다. 지금 가고 있어. 기장는 구조대를 기다리며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일지를 골똘히 생각했다. 남자의 위치를 나타내는 푸른 점이 마지막으로 한 번 반짝거린 뒤 검은 화면에서 사라졌다.
--- 「다이버」 중에서

아버지는 이미 돌아와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자신의 원래 모습과는 조금 다르지만,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것과 가장 비슷한 모습으로, 하나의 인생이 아니라 한 권의 책, 전복의 메시지가 아니라 영원한 빈칸으로.
--- 「서재」 중에서

“특이점이라고도 하지요. 질적 도약이 생기는 특정 시점. 만약 평범한 물이 어느 순간 특이점에 도달하게 되면, 아까 말한 대로 에너지 밀도가 급작스럽게 높아져버릴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이유가 수학적으로는 어디에도 없어요.”
--- 「폭수」 중에서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세린은 건강하고 씩씩한 어른이 되었으며, 아내는 재혼했고 세린과 우진은 정말로 결혼을 해서 그에게는 쌍둥이 손자 손녀가 생겼다. 바다 끝이 희미하게 밝아질 때까지 남자는 읽기를 멈추지 않았다. 책장은 끝없이 넘어갔고 마지막 문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 「아일랜드」 중에서

“안 되겠어요. 일단 저녁을 먹읍시다. 이 동네에 끝내주는 베트남 쌀국숫집이 있거든요. 진짜 베트남 사람이 주방장이라 달라도 뭐가 달라요. 어제 먹은 국수는 정말 최악이었잖아요?”
박이 천천히 일어나 탁자 위의 짐을 챙기려고 했다.
“총은 놔두고.” 킴이 말했다.
“총은 놔두고.” 박이 따라 말했다.
--- 「애틀랜틱 엔딩」 중에서

가방 안에는 며칠 전 인쇄한 817매짜리 소설 초고가 들어 있었고, 원래 나는 그걸 다리 위에서 강에 던져버릴 생각이었다. 몇 가지 이유로 그러지 못했는데 첫째 아야를 만났기 때문이고, 둘째 내가 아야에게 함께 가자고 했기 때문이고, 셋째 우리가 정말로 다리를 함께 건넜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비겁한 변명이라는 것을 스스로 모를 수는 없었다.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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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팬데믹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삶의 어느 시점에 이르면 인생이 재난처럼 느껴지는 때가 찾아온다. 모두에게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몇몇에게는. 매일 일정 규모의 확진자가 반드시 나오는 것처럼.
“나는 항상 곡선으로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한 건축가가 있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인생의 행로를 곡선으로만 생각한다. 삶의 길은 올라가다가도 다시 내려간다. 올라가던 선이 곡선으로 휘어지며 일순간 내려가는 순간, 그 인생의 주인공은 재난을 경험하게 된다. 그 이후의 삶은, 어떤 일이 한 번 일어나고 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문지혁의 문장들은 깔끔하고 우아하다. 10여 년 전에 어느 교실에서 우리는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그의 문장은 그랬다. 차체가 튼튼해 어떤 사람이라도 태울 수 있는 자동차 같은 문장이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들인가 싶어 먼저 읽었는데, 말했다시피 곡선의, 다이빙과도 같은 삶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물에 뛰어들 때는 입수 자세가 아주 중요하니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니까. 그래서 마지막 순간까지도 깔끔하고 우아한, 그런 단편들이다.
- 김연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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