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변종의 늑대》(2019)를 통해 국내외 스타트업 전반을 조명하고 ‘야생성’을 갖춘 새로운 스타트업 경영자들의 등장을 소개한 바 있다. ‘변종’은 당시 스타트업이 과거 1970~1980년대의 창업 세대나 2000년대의 벤처 창업 세대와는 완전히 다름을 강조하기 위해 선택한 단어였다. 그리고 팬데믹을 몰고 온 코로나19처럼 빠른 전파력과 확산력을 의미하고자 했다. 그들은 자본 없이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창조하고 기존의 시장을 파괴했으며, 비주류적 아이디어로 주류를 장악해나갔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그 변종의 늑대들은 정부의 탄탄한 자금 지원과 체계적인 창업 훈련의 과정을 거쳐 더욱 압도적인 성과를 이루어냈다. 그런데 그 성과라는 것이 단순히 ‘성장’과 ‘발전’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그들은 연대와 협력의 키워드를 공유하며 젊음을 무기로 전 세계를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진격은 시간이 흐를수록 기하급수적이고 폭발적이어서 천재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말한 ‘수확 가속의 법칙’을 연상케 한다. 언제부터인가 ‘변종의 늑대’로 자신을 알렸던 한국의 스타트업은 이제 하나의 대열로 글로벌 시장을 향해 달려가는 ‘진격의 늑대’로 성장했다
--- 「프롤로그 ‘오늘의 파괴자들과 내일의 밝은 별들’」 중에서
스타트업의 미래가 더 희망적인 것은 바로 성공한 창업자에 대한 사회 인식이 매우 좋고 한국 청년들의 위험 감수 능력은 세계 최강이라는 점이다.
2020년 영국 런던경영대학원과 미국 뱁슨 칼리지가 협력하여 전 세계 4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 결과를 발표했는데, ‘성공 창업자에 대한 인식’ 부분에서 한국은 86점이었다. 이는 세계 7위에 이르는 수준이다. 미국은 79.7, 영국은 76.7, 독일은 80.7이었다. 결과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선진국보다 더 낫다는 의미다. 더 놀라운 수치가 있다. 같은 조사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창업을 망설이는 비율은 조사 대상 국가 중 한국은 가장 낮은 수준인 세계 1위였다.
성공한 창업자에 대한 인식이 가장 좋은 사회 그리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낮은 청년. 이 2가지 요인의 화학적 결합은 앞으로 있을 강한 스타트업 열풍의 진원지가 될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스타트업’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때가 2014년 무렵부터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MZ세대’라는 말은 쓰이지도 않았다. MZ세대의 특징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은 시기였고 스타트업 환경 역시 매우 열악한 시기였다. 그런 시간이 흘러 이제 MZ세대의 특징과 스타트업의 원숙한 환경이 만난 것이다. 사회적 토양은 우호적이고 창업 주체인 세대는 두려움을 모르는 전사로 성장했다. 한국 스타트업의 희망은 막연한 바람이 아니다. 바로 이러한 구조적 환경에 의해서 담보되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잘 유지하고 지원하느냐가 미래 한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 「‘미 미 미 제네레이션’」 중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이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종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채기 시작했다. 스타트업들은 완전히 다른 발상과 태도로 사업에 임했다. 페이팔을 만든 천재 엔지니어 리드 호프먼은 이렇게 말했다.
“스타트업은 절벽에서 뛰어내린 다음 비행기를 조립하는 것과 같다.”
실패를 멀리하고 안전을 추구하는 대기업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기업도 결국 스타트업의 방식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사례가 바로 ‘신시장 창출’이다. 과거 한국 경제가 지속적 성장기에 있었을 때는 특정한 사업에 대한 오너의 의욕이나 단순한 시장조사만으로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었다. “외국에 가봤더니 이 사업이 잘되더군”이라는 오너의 한마디로 곧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시장조사를 마친 직원의 보고서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덧 이러한 두루뭉술한 조사만으로는 도저히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기 힘든 시대가 도래하고 말았다. 2014년부터 시작된 대기업의 마이너스 성장에도 이런 식의 접근이 한몫했다. 근본적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이때 ‘가설과 검증’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경영 방식은 신세계였음이 분명하다. 물론 이 가설과 검증으로 사업을 시도하던 시기를 특정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2012년 국내에 출간된 《린 스타트업》이라는 책에서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영감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시간과 싸우고 적은 자본으로 성공의 틈새를 열기 위해서는 이 ‘가설과 검증’이라는 과학적 방식이 필수적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서 시작된 이 새로운 사업 스타일에 대기업들도 빠르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과거처럼 그저 ‘문화를 벤치마킹’하는 수준이 아닌 협업을 하거나 직접 스타트업을 양성하고 자신들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 「‘대기업도 선택한 변종들의 새로운 질서’」 중에서
2021년, 전 인류는 팬데믹으로 ‘암흑기’를 경험했지만 글로벌 스타트업들은 ‘황금기’를 누렸다. 미국 스타트업 정책 자문 회사 스타트업지놈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글로벌 벤처투자 규모는 1,480억 달러였지만, 2021년 상반기에는 2,880억 달러로 늘어났다. 무려 95%가 늘어난 셈이다. 유니콘 기업 수도 43%가 증가하면서 투자와 성장에서 최고의 한해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초기에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주춤했지만, 2021년을 거치면서 완연한 회복세를 넘어 더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도 이러한 투자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유니콘 기업 역시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스타트업 전망’」 중에서
새 정부의 대선 공약은 중견기업,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기존 주주들의 권익 보호로 요약할 수 있다. 새 정부는 전체 경제성장과 민생 안정을 위해 중견기업,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보고 그와 관련한 세제와 금융 지원, 인프라 구축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런 맥락에서 벤처기업의 창업자나 기존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이 강화된다면 인수합병 거래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몇몇 기업집단에서 시도하고 있는 기업형 벤처캐피털이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재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주로 신기술조합과 같은 펀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금융 당국은 그동안 별다른 규제가 없었던 신기술조합에도 규제를 신설하려고 하는 등 전반적으로 펀드에 대한 규제와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최근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으로 중견기업의 도약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를 설치하고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기업 관련법을 정비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논의되어온 제도를 도입하는 공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수관계인’은 상법, 자본시장과 금융 투자업에 관한 법률, 법인세법 등에 사용되고 있는 개념이다. 각 법령에 따라 의결권이 제한되거나 공시 의무가 부과되는 등 ‘특수관계인’ 개념이 적용되고 있어 이를 좀 더 경제적 실질에 맞게 변경한다면 기업으로서는 환영할 일이라고 본다. ‘복수의결권’ 제도는 기존의 포이즌 필과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논의되었고, 최근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복수의결권 제도는 1주 1의결권이 아니라 1주당 수 개 또는 수십 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창업자에게 이러한 복수의결권을 부여함으로써 지속적인 투자 유치 속에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우리 상법은 주주평등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데, 과연 이러한 복수의결권 제도가 도입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과거로부터 배우기’」 중에서
결과적으로 우리는 앞으로 한국 스타트업의 100년 미래를 설계하면서 문화적 측면을 필수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타트업을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문화 그래서 스타트업에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또 이를 주변에서 긍정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더불어 장인 정신이 가진 그 요체는 보존하되 발 빠르게 변화하고 혁신하고 미래에 도전하는 문화 역시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실제로 현재의 한국 스타트업 성과는 문화적 인식과의 싸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년만 해도 ‘창업은 바람직하지 않고 신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본보다 더 강했다. 당시 한국과학창의재단이 한국, 중국, 일본의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창업은 바람직하지 않다’, ‘창업은 신중해야 한다’고 대답한 한국인은 73%에 육박한 데 반해 일본은 55% 정도였다. 하지만 그간 한국에서는 인식이 급격하게 바뀌어 이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나라가 되었다. 반면 일본의 현실은 바뀌지 않아 세계 경제 대국 3위의 나라에서 유니콘 기업이 고작 6개밖에 탄생하지 않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문화의 ‘역동성’이 DNA처럼 전해지고 있다.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국가 브랜드는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지 한국을 보는 시선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16년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객을 선별하여 표적집단면접을 실시한 결과 서울의 이미지는 ‘다양성’, ‘역동성’, ‘젊음’으로 조사되었다. 이제부터 우리는 이 타고난 문화의 역동성을 더욱 발전시켜 그 힘이 스타트업의 뿌리가 되게 해야 한다.
--- 「‘스타트업과 문화’」 중에서
공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2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는 학교에 다니는 기간 자체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둘째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대학들이 생겨나야 한다. 필자의 구체적인 제안은 다음과 같다. 우선 교육 기간을 줄이는 것은 현장 학습 기회와 시간을 더 늘리자는 취지다.
4년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게 핵심이다. 4년 동안 최첨단 미래 기술의 현장에서 배우고 익힌 아이들은 미래에 최적화된 인재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아마도 교실에서 배우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양과 질이 될 것이다. 교육 기간이 줄면 학생들의 지적 성장에 부족함이 있지 않겠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 훌륭한 강사들이 AI와 구글, 네이버, 유튜브 등을 통해 모바일에 들어와 있다. 세상의 많은 선생님이 이미 내 손안에 있는 것이다. 이런 교육 환경이라면 굳이 4년이라는 시간을 공교육으로 흘려보낼 필요가 없다.
(…)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의 변화 속도, 그 출렁임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광범위한 ‘평생 교육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공교육에서의 시간보다 현장에서 배우는 시간을 앞당겨 늘리는 것이 미래 교육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리라 본다. 디지털을 아날로그에 익숙한 교육 현장에 접목해 학제를 16년에서 12년으로 줄이는 것이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다. 결국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하면서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속도’에 뒤처지면 모든 것이 힘들어짐을 명심해야 한다.
--- 「‘출발은 학교와 학제의 변화에서부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