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식 시인은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촌놈이다. 스스로 촌놈이라고 하더라. 하는 짓도 촌스럽고, 근본도 촌스럽다. 시간에 쫓길 때나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그는 그냥 버릇처럼 시어들을 깨작거리는 반풍수라고 자인하더라. 아무리 뜯어보아도 시인이란 이름은 그에게 가관스러울 뿐이다. 어쩌다, 계간 『시와반시』에 작품 하나를 싣게 되어 시라는 것을 쓰기 시작한 것이 그의 문학적 이력의 전부다. 그런 그는 참 부지런하다. 그동안 『산다는 것』 『낯선 손바닥 하나를 뒤집어놓고』 『낙인』 『물결무늬』 『천 년의 감옥』 『참, 고약한 버릇』 등 여섯 권의 시집을 내팽개친 전과를 가지고 있다. 이제 또, 하나의 『버팀목』을 일곱 번째 시집으로 묶는다. 참, 겁이 없는 사람이다. 현재, (주)한중엔시에스 대표이사이며 한국시인협회, 대구 문인협회, 21C생활문학회, 서세루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환식 시집 [버팀목]에 대하여 하청호 김영탁 시인과 방민호 문학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시인은 시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감정의 유로流路가 아닌 진정성 있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그것은 아픔의 표출이다. 시는 아픔에서 잉태되는 것이다. 그것이 시대적 상황이든, 일상의 삶이든, 자신의 내면적 갈등이든 그 밑바탕은 아픔이다. 김환식의 시는 「버팀목」이 표상하듯 버티며 살아가는 군상들의 세기말적 아픔을 곡진하게 그리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또는 일상의 삶 속에서 오는 좌절과 배덕 그리고 비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시인은 온몸으로 증언하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집은 신산한 삶과 아픔에 지친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촉매가 될 것이다.
- 하청호(시인,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김환식 시인의 시집 『버팀목』을 지지하는 시편들은 화려한 수사의 불빛보다 빈자일등貧者一燈처럼 시적 진실에 도달하고자 하는 절실함이 시의 영토를 환하게 밝힌다. 치장하지 않은 민얼굴과 맨발의 시적 도정은 현실에 발 딛고 선 평이한 시어와 소박한 시심이 이루어낸 걸작이다. 결국, 김환식 시인은 시 쓰기로서의 성실함과 소박함이 이미 실종된 위대함을 일깨운다. 그것은 시인으로서 시와 마주 보며 한몸으로서 일궈낸 한 소식이며 시의 위의威儀를 증명한다. “시작은 늘 사소하다/ 정말 그 처음의 시작은 아무 의미가 없다/하찮은 돌멩이 하나가 처음부터/ 그런 창대한 꿈을 꾸지는 못했을 것”(「돌무덤」)이라는 낮은 데서 시작하는 세움의 정신이 탑을 만든다. “밥그릇을 비운다는 것은/ 빈 그릇의 침묵만큼 늙어간다는” 시 「인연」에서 비움의 정신을 본다. 채움과 비움으로 영혼의 울림을 발견하듯, 그의 시는 극점에서 두 개의 원심력이 길항하면서 시적 긴장과 아이러니를 동반한다. 그는 허공의 칠판에 사막을 개간하듯, 무궁무진한 시의 질료들을 생산하여 호명하면, 사막의 풀꽃으로 시는 피어난다. 한편, 그는 서러운 낭만적 서정으로 생을 환기하며, 따듯한 울림을 준다. “외롭다고 징징거리던 수저들도/ 밥상머리에 주저앉아 울먹이”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파리 한 마리가/ 따뜻하게 두 손을 내밀고 있”(「서럽다는 말」)듯이, 하찮은 파리의 손길로 쓸쓸한 생의 이면을 따뜻하게 포옹한다. “간절함이 있어야/ 젖꼭지도 꽃이 될 수 있”(「꽃눈」)다는 절실함이 무연고지에서도 인연의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힘을 보여준다. “옷도 마음에 맞아야/ 몸에도 맞는 것”(「옷」)처럼, 자신을 응시한 시인의 몸과 마음이 하나 되는 시인됨이다.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시의 내공을 갈무리한 김환식 시인의 다음 시집이 기다려진다.
-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간)
우리 인간은 아직 삶과 죽음의 관계 항에 관하여 지극히 아는 바가 적기 때문에, 지금으로써는 시가 그 무지를 보충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삶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로 인해 산다는 것, 이 세계에 머물다 떠난 것들조차 우리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 이 시의 첫 행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게 의지하고 있더라”라는 구절은 어느 순간 이 시의 화자에게 찾아온 시적 통찰이 아주 값진 것임을 깨닫게 한다. 꼭 같은 맥락에서 죽은 자, 장례식장의 영정사진 속에 든 사람이 산 자들을 살게 한다. 단지, 장례의 사흘뿐 아니라 그 이후의 많은 나날에도. 그리고 그 산 자도 떠나갈 것이다.
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