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톨스토이가 장편소설 '안나 카레니나' 이후 4년 동안의 침묵을 깨고 낸 첫 작품으로, 1881년 1월에 쓰기 시작해 거의 1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어린이들을 위해 씌어졌지만 지금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이들에게 고귀한 삶의 지침서로 사랑받고 있다. 이 책은 ‘러시아문화원’의 도움을 받아 옷가지 하나 나무 한 그루까지 검증을 거친 뒤 수개월간 화가 최숙희의 꼼꼼한 작업을 통해 그림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 아름다운 그림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우리에게 ‘참다운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줄 것이다.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그립고 또 그들을 만나고 싶은가. 그렇다면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어보시길 바란다. 자신도 모르게 우리의 마음이 밝아지고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톨스토이는 이 책의 제목을 통해 우리에게 다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리고 이야기를 통해 그 대답은 ‘사랑’이라고 힘주어 대답한다. 추운 가을 날 벌거벗은 채로 길가에 버려진 천사 미하일을 구해준 시묜과 부모를 잃은 쌍둥이 소녀를 돌보아 길러준 한 여인의 헌신적인 사랑을 통해 사랑이 얼마나 소중하며 위대한 것인지를 감동적으로 전해준다. 사람은 제 스스로 자신을 돌보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있는 사랑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가 말했듯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우리는 사랑할 때 가장 행복하며, 사랑받을 때보다는 사랑을 줄 때 더 행복하다.”
이 책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동화와 우리 화가의 그림이 함께 결합되어 만들어진 본격적인 톨스토이의 그림동화책이다. 2005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이 선정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션’ 작가이자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누구 그림자일까'?, '열두 띠 동물 까꿍놀이' 등으로 우리들에게 매우 친숙한 최숙희 씨가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다. 톨스토이의 작품에 우리 화가가 그림을 그려 본격적인 그림동화책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림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 어린이들은 ‘참다운 사랑’과 ‘선(善)’이 무엇인가를 배우게 될 것이고, 어른들은 거친 세상을 살아가면서 잃어버린 그 옛날의 순수한 사랑을 되찾아 ‘사랑하는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림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인가?
톨스토이가 1881년 거의 1년 동안이나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장편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끝내고 난 뒤 4년 동안의 침묵을 깨고 발표한 첫 작품이라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과 비평가들의 관심을 모았다. 지금까지 보존되어 있는 사본과 교정본이 33종이나 되는 것을 보면 톨스토이가 이 작품을 쓰는 데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았는가를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탄생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어린이들을 위해 씌어진 동화였다. 그래서 이야기의 구조와 내용이 단순하다. 가난한 어느 구두장이가 길에 버려진 한 남자를 집에 데리고 오고, 이 남자로 인해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결국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깊은 뜻과 교훈은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감동을 준다.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고귀한 삶의 지침서로서 손색이 없다.
톨스토이의 이 불후의 명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우리나라에도 여러 종류의 책들로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러시아판 원작의 내용을 충실하게 번역하고, 또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은 아쉽게도 아직 소개되지 않았다. 아마도 그림책으로는 적지 않은 분량과 다소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텍스트가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힘든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난제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그림책으로 기획하고 진행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우리에게 어려움을 안겨주었다.
우리나라에서 그림책이 지닌 한계 또한 좋은 글을 그림책으로 만드는 데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유명 서점 직원들조차 초등학생을 위한 그림책은 ‘안 된다’고 단언할 정도로 그림책에 대한 편견은 심하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어린이와 함께 동화책을 즐겨 읽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림책은 유아들만 보는 책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도서출판 두레아이들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포함한 초등학생들을 위한 그림책을 통해 “그림책은 유아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려고 애쓰고 있다.
볼로냐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최숙희의 따뜻하고 재치있는 그림
화가 최숙희는 2005?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션’ 작가이자, 국내에서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누구 그림자일까'?, '열두 띠 동물 까꿍놀이' 등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매우 친숙한 작가이다.
이 책의 그림은 러시아 사람들의 모습과 풍경 등에 대한 ‘러시아문화원’의 자문과, 많은 러시아 관련 자료들을 꼼꼼하게 검토해서 이야기에 걸맞으면서 우리의 정서와 동떨어지지 않은 인물과 배경을 만들어낸 최숙희 씨의 노력이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을 펼치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림의 색감이다. 책의 앞부분은 어둡고 무거운 듯한 느낌을 주지만 뒤로 갈수록 그림이 점점 밝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미하일이 신의 물음에 대한 답을 깨달아가면서 마음 상태가 점차 가벼워지고 밝아지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즉 톨스토이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또 미하일로 인해 집안 사정이 나아지는 시묜 가족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같은 상황을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본 것도 이 책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즉 미하일이 세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깨닫는 부분을 계기로 같은 상황을 사람이 바라보는 모습과 천사인 미하일이 바라보는 모습을 대비해서 설정해 놓았다. 그럼으로써 인간 스스로 볼 수 없는 자신의 이면을 천사의 눈으로 담아낸 것도 재미있는 구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특별한 장소 이동과 상황의 변화가 없는 단조로운 이야기 구조 속에서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등장인물들의 모습이다. 술이 올라 불콰해진 얼굴, 기대에 찼던 표정이 실망한 표정으로 바뀐 모습, 미하일을 발견하고 고뇌하는 모습 등 미하일을 집으로 데리고 오기 전까지 시묜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시묜의 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감정의 변화에 따라 여러 가지 다양한 표정과 모습을 보여주는 마트료나, 시종일관 변함이 없는 미하일 등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중에서 가장 개성적이고 매력 있는 인물은 마트료나이다. 남편을 기다리며 당장 내일 먹을거리를 걱정하다가, 자신의 기대를 저버린 무능한 남편과 낯선 남자를 보며 마뜩찮은 표정으로 토라지고(23쪽), 남편의 말을 무시한 채 표독스러운 얼굴로 악의에 찬 말들을 함부로 쏟아내는가 하면, 남편과 같이 들어온 낯선 남자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이내 돌아서서 어린애 같은 표정을 짓는, 그리고 모든 사실을 알고 남자에 대한 연민이 생겨 사랑스런 미소를 보내는 마트료나의 모습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특징들 말고도 이 책의 그림에서 색다른 것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조금은 몽환적이라 할 수 있는 그림들이다. 쌍둥이를 낳고 죽어가는 엄마의 모습, 날개를 잃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천사의 모습, 마지막으로 다시 천사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미하일의 모습 들은 전체적인 그림들과는 달리 조금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이는 어린이들에게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장치라 할 수 있다. 또 시묜의 집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은 그림 작가가 이 책에 특별히 심어놓은 ‘숨은 그림’이다. 미하일이 낯선 이방인에서 시묜의 가족이 되었음을 은연중에 나타낸 것이다. 이 책의 처음을 여는 집의 풍경을 똑같이 밤의 모습으로 보여줌으로써 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내용의 전개를 예감하게 해주는 처리도 이 책을 흥미있게 읽는 데 도움을 준다. 이렇게 그림에 숨은 뜻을 찾아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흥미와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