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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종이들

: 사소하고 사적인 종이 연대기

리뷰 총점9.0 리뷰 19건 | 판매지수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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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296g | 135*195*15mm
ISBN13 9791190365369
ISBN10 119036536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PROLOGUE|익숙한 사물의 힘

1장 종이 속의 나
미미의 집
따뜻한 허수아비
왼손잡이의 사회화
종이의 권위
타인의 시선

2장 수집된 종이들
닿고 싶은 곳들
알고 싶은 나
즐거움의 모음
꿈과 미련
노네임

3장 감정의 정리
불안의 일
종이 해우소
즐거움의 회상
종이 루틴
기록의 이유

4장 평온한 관계
필사의 깊이
‘날’이 아닌 ‘나’를 위해
종이의 쓸모
만져 만든 책

5장 종이의 일상
폐지의 배려
변방의 기질
종이 위 사람들
종이의 감각

EPILOGUE|나, 지금, 종이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태생이 왼손잡이인 내가 오른손을 사용하게 된 원인은 다름 아닌 종이였다.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노트에 글씨를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노트를 기울이고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 내 모습을 사람들이 희한하게 보는 건 싫었다.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려고 한 것은 일종의 사회화를 위한 노력이었던 셈이다.
--- p.44

손으로 글을 쓰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하고, 나는 이내 그 상황을 즐기게 된다. 언젠가 재밌는 글을 다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분 좋은 기대를 품고서.
--- p.59

우리는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이 보기엔 백수일 수 있지만 스스로에게 떳떳했다. 비록 수입은 없지만, 매일같이 글을 썼기 때문에 자신을 ‘작가’로 여겼다. 노력하고 있으니 안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 p.93

손으로 기록하고, 종이에 적힌 것들을 응시하는 행위만으로도, 객관적으로 내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 p.127

내게 서울의 변화 속도는 지나치게 빠르고, 대전은 조금 느리게 느껴진다. 수원은 그 중간쯤의 속도인 것 같다.
--- p.169

간편식 포장지, 비누 상자, 보지 않는 만화책, 잘못 출력한 A4 용지……. 내가 버린 종이가 누군가의 손에서 해체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일상의 모습이 낱낱이 발가벗겨지는 기분이었다.
--- p.195

특별하거나 취향에 맞는 독특한 종이를 마주하면 그냥 넘겨버릴 수 없다. 길거리에서 누군가 주는 전단지는 한 번이라도 더 살피게 되고, 별거 아닌 것으로 예상해도 바로 버리지 못한다.
--- p.213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수만 가지 종이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삶과 함께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처럼, 매일 접하는 존재에 대한 소중한 감정은 특별히 돌아보지 않는 한 무뎌지는 게 당연하다. 종이로 만들어진 수많은 사물도 그 운명을 피할 수 없어서, 쉽게 소비되고 쉽게 버려진다. 이 책 《나의 종이들》은 그렇게 버려지고 잊혀지는 종이에 우리가 돌보지 못했던 지난날의 기억과 언젠가 다시 찾아야 할 ‘나’의 모습이 짙게 배어 있음을 담담히 상기시킨다.

인쇄소집 딸로 태어나 기계 위에서 움직이는 무수한 종이에 활자가 입혀지는 모습을 보고 자란 작가는 몇 년 전부터 고향인 대전으로 돌아와 작은 인쇄소를 경영한다. 한때 타향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쉬 잡히지 않는 꿈을 꾸며 도전하고 부딪치고 좌절하고 흔들리던 마음 같은 것들이 사각거리는 종이에 배어 있다고 믿는 작가는, 서랍 속 편지와 우표에서 희미해진 추억을 되짚고, 노트와 다이어리에 지치고 애달픈 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낸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한때의 시절과 어쩔 수 없이 놓아버려야 했던 고달픈 청춘의 꿈을 방 한구석에 쌓인 종이에서 끄집어내고, 그 안에서 다시 자신의 아픔과 화해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법을 발견해낸다.

작가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종이는 오래전 친구에게 받은 편지이기도 하고, 집게손가락 한 마디 크기에 불과한 우표이기도 하며, 드라마 작가 원고 공모전에 정성을 다해 제출한 대본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버리지 않고 모은 극장 티켓, 어릴 적 받은 학교 상장, 길거리 화랑에서 구입한 무명 작가의 그림, 집에서 다용도로 사용하던 신문지 등 형태와 종류는 제각기 다르지만 분명히 그 안에는 한 인간을 만들어낸 사소하고 사적인 역사가 녹아 있다.

지금 작가에게 종이는 인쇄업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 수단임과 동시에, 세상과 불화했던 자아를 위로하고 달래주는 현명한 카운슬러이자, 세상에서 제일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다. 작가는 매일 공장 한쪽에 있는 인쇄기에서 리드미컬하게 찍혀 나오는 종이를 마주하며 다양한 삶의 무게를 가늠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일련의 불편한 감정과 타인에게 말로 털어놓지 못한 내밀한 언어를 종이 위에 기록하고 응시함으로써 하루의 의미를 발견해낸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그 일이 화해와 용서, 도전과 용기의 씨앗이 되어주었다. 작가는 이렇게 고백한다.

“종이의 존재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내 몫이었다. 그것이 버려지지 않도록 재활용하거나 간직할 수 있도록, 자신과의 접점을 발견하기 위한 계속된 고민 속에서 나는 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종이 안에는 내가 먹고, 쓰고, 읽은 것들이 오롯이 담겨 있으니까. 그 흔적들이 내게 용기를 줬다. 오늘도 충분히 열심히 살았고, 언젠가 노력이 빛나는 순간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믿음이 조금씩 자리 잡았다.”

《나의 종이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연대기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지금 어디에선가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정당하거나 우울감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작은 위로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작가처럼 종이에 담긴 과거의 나를 살피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종이를 모으고, 버려진 종이의 쓸모를 찾아 재활용하고, 종이 위에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취미일 수도, 자기 안의 다양한 감정을 어루만지는 화해의 시작일 수도 있으며, 오늘을 살아갈 의미를 찾는 최소한의 노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모두 종이와 함께하기 때문에.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책을 읽고 나서 곧바로 문구점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노트와 만년필을 새로 장만했다. 아마 독자 중 누군가도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문구점에 가고 싶어질 것이다. 펜과 노트, 다이어리를 품에 안고 나서는 책상에 앉아 뭔가를 써 내려가게 될 것이다. 사각사각 소리 내는 펜이 바스락거리는 종이의 질감 위를 지나가는 그 자리에, 어느 옛날 주저앉았던 당신의 꿈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날 것이다.
- 송정림 (드라마 작가)
이 책은 종이와 함께해온 작가의 성장기다. 서울로 떠났다가 연어처럼 다시 대전 인쇄소 골목으로 돌아온 작가가 자기 삶에서 풀어낸 다양한 종이의 변주를 만날 수 있다. 일찍이 틱낫한 스님께서 “한 장의 종이에 온 우주가 들어 있다”고 하셨으니, 결국 작가의 종이 사랑 또한 온 우주를 사랑하려는 몸짓 아니었을까. 세월이 흐른 뒤에는 과연 어떤 종이들이 작가의 곁을 지키고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 김순조 (월간 [대전이즈유] 편집장)
『나의 종이들』에는 한때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져가는 것들, 미처 이루지 못한 꿈,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한 담담한 사색이 담겨 있다. 인생은 결코 드라마 같은 해피엔딩이 아니며, 우리는 아마 드라마 주인공들처럼 목표를 완성하는 일 없이 쓸쓸히 사라져갈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존재의 이유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대부분의 인생에게 이 책은 작은 위안을 선사한다.
- 김정민 (드라마 PD, [공주의 남자] [암행어사] 연출)

회원리뷰 (19건) 리뷰 총점9.0

혜택 및 유의사항?
인문책시렁 252 나의 종이들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숲*래 | 2022.11.2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숲노래 책읽기 2022.11.20. 인문책시렁 252   《나의 종이들》  유현정  책과이음  2022.5.25.       《나의 종이들》(유현정, 책과이음, 2022)은 종이를 줄거리로 삼습니다. 저부터 스스로 언제나 종이꾸러미를 품고 살아가기에 눈여겨보았습니다. ‘종이꿰미’를 줄기로 삼되 ‘종이’보다는 ‘종이 곁에 있는 글쓴이 삶길’을 풀어내려고;
리뷰제목

숲노래 책읽기 2022.11.20.

인문책시렁 252

 

《나의 종이들》

 유현정

 책과이음

 2022.5.25.

 

 

  《나의 종이들》(유현정, 책과이음, 2022)은 종이를 줄거리로 삼습니다. 저부터 스스로 언제나 종이꾸러미를 품고 살아가기에 눈여겨보았습니다. ‘종이꿰미’를 줄기로 삼되 ‘종이’보다는 ‘종이 곁에 있는 글쓴이 삶길’을 풀어내려고 하는구나 싶은데, 어쩐지 종이 이야기가 덜 나오거나 겹쳐서 아쉽습니다.

 

  글쓴이 아버지부터 종이를 다루는 일을 한다면, 아버지 손끝으로 태어난 숱한 종이 이야기가 있을 만합니다. 끝자락에 가서야 헌종이를 모으는 할머니하고 마주하는 아버지 이야기가 살짝 나오는데, 아버지하고 어머니가 종이를 건사하는 살림을 조금 더 지켜보거나 말을 듣고서 책을 쓰면 어떠했으랴 싶어요.

 

  신문종이는 참으로 쓸모가 많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 곁에서 늘 심부름을 하고 집안일을 거들면서 신문종이 쓰임새를 익혔습니다. 마을에서 누가 신문종이를 내놓으면 얼른 챙겨요. 집에서도 쓰지만, 배움터에서는 다달이 ‘폐지 수집’이라면서 신문종이 몇 킬로그램에 빈병 몇에 이것저것 바치도록 시킵니다. ‘폐지 수집’ 눈금을 채우지 못 하면 길잡이가 두들겨팰 뿐 아니라, 너른터(운동장)나 골마루에 한나절 손을 들고 서도록 내몰아요.

 

  신문종이는 걸레로도 씁니다. 헌천으로 삼는 걸레 못지않게 신문종이는 물을 잘 빨아들이고, 쉬 마릅니다. 신문종이로 물을 훔쳐서 빨랫줄에 널어 말리고 또 씁니다. 옷칸에 신문종이를 넣으면 좀이 안 먹으면서 옷에 처음부터 깃들던 화학약품 냄새가 빠질 뿐 아니라, 곰팡이가 안 배요. 다만, 해마다 갈아 주면 좋습니다. 푸줏간에서 고기를 살 적에 싸 주는 신문종이도 빨랫줄에 며칠 널어 햇볕을 쪼여 핏냄새를 뺀 다음 쓰지요.

 

  《나의 종이들》을 쓰신 분은 어버이 곁에서 이런 여러 살림을 그리 눈여겨보지 않은 듯싶습니다. 글쓴이는 어릴 적에 이런저런 종이에 ‘갖고 싶은 것 그리기’는 했으나, 이 숱한 종이를 어버이가 어떻게 쓰는가를 덜 보았구나 싶어요. 참말로 지난날에는 종이 한 자락이 드물고 비쌌어요. 그림종이(도화지) 하나조차 못 사는 가난한 동무가 많았습니다. 1982년에 하얀 그림종이 한 자락을 20원에 팔았는데, 그무렵 어린이 버스삯은 60원이었습니다. 그림종이는커녕 물감이 없고 글붓(연필) 한 자루 제대로 못 쓰는 동무도 많았습니다.

 

  《나의 종이들》 첫머리에는 갖가지 종이하고 얽힌 글쓴이 삶을 드러낼 듯이 적었으나, 막상 몇 가지 종이를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글에 너무 힘이 들어갑니다. 일부러 어려운 말(일본말씨 + 일본 한자말 + 옮김말씨)을 자꾸 끼워넣습니다. 오늘날에는 종이라는 살림이 매우 흔하고 값싸다지만, 지난날에는 흰종이를 섣불리 다치거나 건드리지 못 했습니다. 좀 비싸기는 해도 ‘비닐자루 주전부리’가 아닌 ‘종이꿰미 주전부리’를 장만한 날이면, 이 종이꿰미를 살살 펴서 뒷종이로 삼는다든지, 기름이 튀는 밥을 지을 적에 꼬박꼬박 썼고, 냄비받침으로도 쓰고, 바람이 새는 미닫이도 막다가, 아주 헐면 그제서야 헌종이로 내놓았습니다.

 

  저는 오른손잡이로 태어났어도 왼손쓰기를 오래도록 갈고닦았습니다. 오른손잡이로 태어났기에 왼손쓰기를 다 안 한다고 섣불리 여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집안일을 하는 사람은 왼손이건 오른손이건 다치게 마련이에요. 우리 어머니도 오른손이 다치면 왼손으로 도마질을 했어요. 살림을 하는 사람은 으레 ‘두손잡이’입니다. 뜻깊게 나온 ‘종이 이야기’ 책이기는 하지만, 이다음에 글을 더 쓰려 한다면, 눈을 낮추고 매무새를 나무 곁에 놓고서, 쉬운 우리말결로 추스르시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종이는 나의 환상을 조금이나마 실현해 줬다. 갖고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종이 위에 그렸고, 그 바람은 읽은 부모님은 나에게 종종 그것들을 선물로 줬다. (24∼25쪽)

 

보통의 오른손잡이로 태어난 사람은 양손을 쓸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왼손잡이로 태어난 사람 중 일부가 오른손 쓰는 연습을 한다. 남들처럼 보이기 위해서다. (45쪽)

 

결국 어떤 글짓기 대회에서든 주최 측 입맛에 맞게 쓰는 일이 중요했다. (54쪽)

 

부모님께 신문지는 다양한 면에서 만족도가 높은 귀한 사물이었다. 어머니는 주방에서 신문지를 여러 용도로 활용했다. 시금치, 당근, 부추, 대파 등 흙이 묻어 있는 채소를 신문지에 싸서 말고, 씻지도 않은 채 냉장실에 넣어뒀다. (173쪽)

 

오랫동안 한 곳에서 사업장을 운영해 온 아버지에게 폐지 줍는 할머니는 이웃이었다. (19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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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종이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k*****7 | 2022.08.0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저자 유현정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소비자학과 미술사학을 복수 전공했고, <포브스코리아>와 <월간중앙>에서 기자로 일했다. 몇 년 전 고향인 대전으로 돌아와 대전역 근처 인쇄 골목에서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면서 크고 작은 책자들이 탄생하는 순간을 지켜보는 일을 즐기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사소하고 사적인 종이 연대기이다. 종이는 우리 삶에서 매우 흔하며 익숙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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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현정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소비자학과 미술사학을 복수 전공했고, <포브스코리아월간중앙에서 기자로 일했다. 몇 년 전 고향인 대전으로 돌아와 대전역 근처 인쇄 골목에서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면서 크고 작은 책자들이 탄생하는 순간을 지켜보는 일을 즐기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사소하고 사적인 종이 연대기이다. 종이는 우리 삶에서 매우 흔하며 익숙한 존재다. 자기가 갖고 있는 종이를 관찰하는 일은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행위가 된다. 집에 쌓여 있는 폐지를 살펴보면, 그 주에 내가 무엇을 먹고, 쓰고 생각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나의 책상, 서랍, 책꽂이에 놓인 종이가 내게 어떤 깨달음을 줄지 모른다. 그것이 곁에 잔존하는 이유는 그 사물과 맺어진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그 종이를 갖게 된 배경, 그 시간을 함께했던 사람, 그때의 느낌을 회상하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목차는 ‘PART1 종이 속의 나, PART2 수집된 종이들, PART3 감정의 정리, PART4 평온한 관계, PART5 종이의 일상으로 되어 있다.

1. 타인의 시선

기사를 능숙하게 쓰게 되면서 다른 장르에도 도전했다. 즐겨 보는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의 작법을 익힌다면 무엇이든 잘 쓸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도전했다. 신춘문예에 소설 작품을 응모하고, 드라마 공모전에 대본을 제출했다. 서강대역 근처에서 소설가의 작법 수업을 듣고, 합평을 받고, 수없이 글을 고쳤다.

그러나 수상의 영광은 쉬 돌아오지 않았다. 탈락을 거듭하는 시간이 흐르며 대충 넘겨듣던 지인의 피드백에 더 집중했고, 그러다 내 특징을 깨닫게 됐다. 나에게는 창작자 기질이 부족했고,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일에 둔감했다.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이목을 끄는 것은 차별성이었다. 모두가 공감할 만한 레퍼토리가 아니었다.

그때 나는 타인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했다. 오탈자를 그냥 넘기지 않게 되고, 흠 하나 없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시간에 쫓기며 모니터 앞에서 썼던 많은 글이 과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작가가 되는 일에 대한 미련이 없는 요즘, 나는 손으로 글쓰기를 즐긴다. 쓰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줄을 쫙 긋고 바로 옆에 다시 쓴다. 맞춤법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도 찾아보지도 않는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니 흐름이 자유롭고 결말도 제멋대로다. 그렇게 완성된 글을 읽다 보면 내가 쓴 것 같지 않은 순간도 있다. 내면에서 튀어나온 의외의 말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손으로 글을 쓰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하고, 나는 이내 그 상황을 즐기게 된다. 언젠가 재미있는 글을 다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분좋은 기대를 품고서.(56~59)

2. 종이 루틴

종이는 나의 깊고 진중한 카운슬러였다. 밖에서 겪은 곤경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꺼려질 때 종이 위에 얘기를 풀어냈다. 종이는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며, 나 자신이기도 했다. 나는 필체와 단어를 신중히 골라가며 내 기분을 온전히 그 위에 드러냈다.

감정을 돌이켜보는 시간은 밤이 적절했다. 잠들기 10분 전, 하루 동안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고민과 불편했던 감정을 기록하며 해소했다. 고민과 기분 나쁜 것들에 대해 적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전화로 누군가에게 푸념을 늘어놓은 것 이상의 후련함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나의 모든 상황과 단점을 숨김없이 털어놓는 일이 쉽지 않아서이기도 했을 것이다.

단순히 고통스러운 하루의 기억만 떠올리는 일에 그치지 않았다. 기분 좋은 일도 떠올렸다. 하루 동안 행복했던 순간이 떠오르지 않으면 과거에서 그 조각을 찾았다. 그러다보니 매일 하고 싶은 일이 달라졌다. 세상을 살면서 보는 것들이 많아서일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은 한 명이라도 일부러 생각해서 글씨로 적었다. 떠올리고자 노력하다 보면 한 명쯤은 생각나기 마련이다. 허겁지겁 엘리베이터로 뛰어가는 나를 기다리며 열림 버튼을 눌러준 낯선 사람, 출근길에 먼저 밝게 인사해주던 경비 아저씨 등을 떠올리며 작은 것에서부터 고마움을 느껴보려고 했다.

감정을 기록하는 일엔 특별한 지식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현재 느끼는 감정을 문장으로 표현하면 되었다. 하루 10분의 투자만으로 잠도 깊이 잘 수 있었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잠들면 꿈을 꾸거나 잠을 설치지만,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를 종이 위에 쓰면 곤히 잠들 수 있었다.(138~140)

3. ‘이 아닌 를 위해

독서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한 것은 읽은 책의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전과 달리 같은 책을 두 번 이상 읽는 일은 드물어졌다. 워낙 많은 책이 출시되고, 그만큼 읽고 싶은 책도 많아져서다. 매일 수백 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 내가 어떤 책을 완독했다는 것은 그게 나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베스트셀러라고 무조건 읽지 않는 내게는 더욱 그렇다.

책을 고르는 나만의 비합리적 방식이 있다. 서점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부스나 소품과 어우러져 메인 공간에 멋지게 전시된 책은 주목하지 않는다. 책꽂이나 평대를 서성이다 끌리는 책을 꺼낸다. 제목이 과장된 느낌이 없고 표지가 심플한 책을 위주로 살펴본다. 내지 종잇장이 너무 얇거나 글자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은 것은 피한다. 가독성이 떨어져서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것 중 완독한 책만 독서 다이어리에 기록했다. 중도에 읽기를 그만두거나 내용을 스킵해 가면서 읽은 책도 많지만, 그런 것들은 기록하지 않았다.(163~164)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저자처럼 종이에 담긴 과거의 나를 살피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종이를 모으고, 버려진 종이의 쓸모를 찾아 재활용하고, 종이 위에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취미일 수도 있고, 자기 안의 다양한 감정을 어루만지는 화해의 시작일 수도 있으며, 오늘을 살아갈 의미를 찾는 최소한의 노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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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자신의 일을 좋아할 수 있다면『나의 종이들』유현정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A***n | 2022.07.22 | 추천4 | 댓글2 리뷰제목
    종이 안에는 내가 먹고, 쓰고, 읽은 것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책에서) 종이. 이는 실제 사물도 그렇고 발음하기도 그렇고 무척 평범하고 친근한 단어다. <나의 종이들>은 정말로 ‘종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수필집이다. 저자 유현정님은 잡지 기자 등 출판계에서 종사하다가 현재는 인쇄소를 운영하고 있다. 종이는 저자에게 생계의 수단이기도 하고 인생에서;
리뷰제목


 

 

종이 안에는 내가 먹고, 쓰고, 읽은 것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책에서)

종이.
이는 실제 사물도 그렇고 발음하기도 그렇고 무척 평범하고 친근한 단어다.
<나의 종이들>은 정말로 ‘종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수필집이다.
저자 유현정님은 잡지 기자 등 출판계에서 종사하다가 현재는 인쇄소를 운영하고 있다.
종이는 저자에게 생계의 수단이기도 하고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

종이하면 주로 책을 생각하지만, 생각해보면 인쇄물은 여러 형태로 존재하고 우리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무리 컴퓨터, 스마트폰이 대세라고 하지만 생활 속에서 종이의 형태로 존재하는 온갖 것들이 주변에 있다.

유현정의 사려깊은 글들을 통해서
작가 개인의 인생사에서 특별했던 종이와의 인연들을 만나고
현재 우리 사회에서 종이가 갖는 의미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책의 부제에 ‘사소하고 사적인 종이 연대기’라고 적었는데
개인적이고 사소한 건 금방 이해되었는데 점차 ‘연대기’의 의미까지 알아갈 수 있었다.

1부 ‘종이속의 나’에서는 작가의 유년시절의 종이의 기억을 소환했다.
와 이 부분이 정말 신선했고, 90년대 초반만 해도 아날로그가 많이 살아있어서
생활 곳곳에 종이가 가치가 있었구나를 느꼈다.
다 읽으니 자연스럽게 작가의 어린시절을 알게 되어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

저자는 대학에서 소비자학과, 미술사학과를 복수전공했는데 진로는 잡지 기자를 하셨다.
사실에 근거한 기사를 쓰는 일에 적성과 소질이 있음을 알았고,
글쓰기는 직업 전선의 한 가운데 놓인 그 무엇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한편으로 유현정은 ‘픽션’ 작가의 꿈을 계속 가졌다.
기자로서의 직업은 가졌지만 신춘문예, 드라마 대본 공모전은 전혀 다른 차원의 분야라는 걸 책으로 처음 알았다.

지난달에 ‘손수현’이라는 영화배우의 에세이를 읽었는데 그는 배우 지망생으로서 작은 영화들을 부지런히 만들고 있었다.
그 책을 통해 무언가를 이룬 사람의 글이 아니라, 도전하고 있는 이의 글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걸 배웠었다.

<나의 종이들>에서 유현정씨가 기자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꿈’인 작가의 길을 부단히 도전한 것이 이와 같은 맥락으로 다가와 참 좋았다.
한번도 입상은 못했고 이제는 꿈을 접다시피 했다고 피력하지만
노트북 한 구석에 자신의 공모전 응모작 두 편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는 현정씨.

아, 이건 도전해본 이들만이 더욱 공감할 파트였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수년전에 있어서 컴퓨터에 파일이 있는데, 올 여름이 가기 전에 다시 열람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의 경험담과 ‘견해’들은 나와 교집합이 여럿 있었으나 미세한 차이가 계속 있었다.
그러다가 중반부에서 완전히 나의 ‘소신’과 합치한 부분이 나올 때 정말 반가웠다.
그야말로 ‘사소하고 소소한 연대기’가 독자인 나와 이루어진 것이다.
그건 바로 ‘영화 티켓 발매’ 이야기.

얼마전에 영화를 현장 구매하러 키오스크를 하는데, 작업 끝에 ‘종이표 발권 없이 입장이 가능한데 발권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뭔가 이걸 하면 환경을 거스르는 사람이 될 거 같아 움찔했지만, 20년 넘은 나의 습성대로 당당히 발권을 해서 갔었다.
근데 유현정 작가도 그렇다는 거다.

예전에는 영화 티켓에 고유한 개성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이렇게 쓰니 라떼는 말이야 같은데 그래도 그건 즐겁고 소중했던 기억이다.
종이를 추억하는 본서에서도 유현정은 그 영화티켓의 추억을 빠트리지 않고 언급했다.

그래, 나같은 사람, 나뿐이 아니었어.

산문, 에세이, 수필집이라 불리는 이 장르를 읽는 소확행은 정말 이런 순간인 거 같다.
소소해서 자칫 하찮게 여겨지는 추억들을 공유하는 것 말이다.

저자 덕분에 ‘종이’라는 말이 수백차례 이상 담긴 책을 만나서 참 좋았다.
종이 라는 한글조차 참 그 물체에 잘 어울리고 좋음을 처음 느꼈다.

나는 책 지상주의자는 아니다.
인터넷과 핸드폰으로 접하는 정보와 이야기도 이제는 많이 익숙해하고 있는 보통 요즘 사람이다.
그렇지만 ‘종이’라는 건 책을 비롯하여, 재활용의 대상인 폐지,
다이어리 꾸미기, 각종 전단물 등 우리의 생활에 밀접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모바일의 시대에, 공기처럼 존재감이 희미하지만
유현정 저자처럼 ‘유난스럽고도 사랑스럽게’ 느끼는 이들에게 종이는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사소한 TMI 하나 마지막으로 남겨본다.
최근에 안 사실인데 배우 류준열의 아버님 직장이 충무로셨고 책 디자인을 오래 하셨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특성, 아날로그적이고, 여유롭고, 편안한 느낌이 뭔가 아버지의 직업과도 관련된 듯 해서 기분이 좋았었다.

저자는 인쇄소 집 딸로 태어났다고 한다.
환경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마침맞게 저자는 종이를 좋아했고,
글쓰는 일로 밥벌이를 했고, 작가의 꿈을 버리지 않았으며 이러한 책까지 냈으니 어렸을 때의 경험은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거 같다.

종이에 대한 책이라고? 궁금할 분들에게
편안하고 따뜻하고 웅숭깊은 문장들을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 중에서

“사람 사는 집에 신문지는 있어야지” (176쪽)

내게 종이는 제일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다. 모든 공간에 존재하는 종이는 저마다의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나는 종이 위에 감정을 기록하면서 하루의 의미를 발견하고, 책을 읽을 때 손에 닿는 종이의 감촉을 즐긴다.
앞으로도 종이는 내 삶에서 지속적 연관성을 갖고, 새로운 나를 만들어갈 촉매제가 될 것이다. (240쪽)

분명 내 감정은 이전보다 고요하고 평온해졌다. 매일 코로나 확진자 추이를 살피고 상대의 숨소리에 신경써야 하는 바이러스의 시대에 우울감이 증가하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코로나의 시기를 지내면서 우울감이 줄었다.
우울감 속에서 ‘종이’라는 존재를 발견하고, 그것으로 나의 감정을 안정된 상태로 변화시켰다. 나의 방식을 ‘종이 루틴’이라 부르며 지인들에게 추천했다. 매일의 습관이 될 수 있는 부담없는 행동이니까. (141쪽)

종이의 존재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내 몫이었다. 그것을 재활용하거나 간직할 수 있도록, 자신과의 접점을 발견하기 위한 계속된 고민 속에서 나는 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종이 안에는 내가 먹고, 쓰고, 읽은 것들이 오롯이 담겨 있으니까. 그 흔적들이 내게 용기를 줬다. 오늘도 충분히 열심히 살았고, 언젠가 노력이 빛나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 조금씩 자리 잡았다. (179쪽)







 



 

댓글 2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한줄평 (3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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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아날로그 감성을 되새겨보고 한 템포 쉬어갈수 있게 해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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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민 | 2022.06.17
구매 평점5점
종이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경험이 너무 흥미롭습니다! 저도 종이로 뭔가 해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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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5 | 2022.05.28
구매 평점5점
잘 읽었습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로얄 t********5 | 20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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