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서울대 의대생'하면 흔히들 생각하는'대단한 학생'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를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때는 학원에 있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축구나 야구 등의 운동도 하고, 생라면을 부숴 먹으며 노닥거리기도 하고, 컴퓨터 게임에 열중해 피시방에 들락거리기도 했습니다. 중학교 때는 여자아이들이나 흔히들 말하는'노는'학생들의 무리에 끼고 싶어 안달인 학생이었으며, 고등학교 때도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축구를 하려고 땡땡이를 치기도 하고, 여자친구도 사귀는 등 정말 공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다만 고등학교 때는 최소한의 선을 그어놓고 그 이상은 절대로 놀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고등학교 때 수월하게 공부를 해내고, 공부한 것에 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남들이 흔히들 생각하는'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었던 데에는 어릴 적, 특히 중학교 시절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저 스스로의 의지 외에도, 부모님의 영향 또한 매우 컸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열심히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똑같은 양을 공부했을 때, 중학교 때 하는 것과 고등학교 때 하는 것은 그 결과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단순히 수능에 끼치는 영향만 보더라도 중학교 때 열심히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나무의 기둥에서 가장 먼저 갈라지는 대학이라는 가지의 갈래는 사실 중학교 때부터 갈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을 통해 절실히 깨달은 것이기 때문에 저는 과외를 하거나 수많은 멘토 학생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시기가 중학생 때이다. 이때 어떻게 공부 습관을 만드느냐에 따라,'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 왔고, 이런 점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렇게 책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 pp.7-8
저는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선수학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이것을 꼭 해야 한다는 의미보다는, 일단 쉽게 수학을 해낼 수 있는 데는 정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수학은 학교 수업 과정에 맞춰서 모든 것을 습득하기에는 다소 버거운 과목입니다. 수학은 학교 수준의 문제뿐만 아니라 어려운 문제도 충분히 풀 만한 실력을 갖추어야 잘한다고 할 수 있고, 그래야 시험도 잘 볼 수 있는데, 수학의 경우에는 어렵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로 힘이 듭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확실히 힘이 드는 것은 사실이고 조금이라도 더 수월하게 해내기 위해서는 선수학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선수학습의 정도는 1학기에서 1년 정도가 적당합니다. 너무 조금, 예를 들어 학교 진도보다 한 달 정도는 선수학습의 긍정적 효과를 많이 받지 못합니다." 너무 많이 앞서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단순히 많이 앞서 나가는 것이 좋지 않다기보다는, 진도만 앞서 나가고 깊이 알지 못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수학은 단순히 잘하는 게 아니라, 가능한 한'정말'잘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학교 때 수학만 정말 제대로, 경시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해낸다면 이미 고등학교 공부의 커다란 고비 하나는 넘었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입니다. 수학은 그만큼 입시의 가장 큰벽이며, 이는 어릴 때 넘을수록 수월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합니다. 저의 경우는 어떠했는지 들려드리겠습니다. --- pp.32-33
제가 생각할 때는 어휘가 중요하긴 합니다만 모든 것을 다 걸고 공부할 정도로 엄청 중요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고등학교 때도 저는 어휘 실력으로 보면 한참 밑이었습니다. 영단어만큼은 저보다 잘하
는 아이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1등 욕심이 대단히 많은 저였지만 영단어 경시대회 이런 건 교내에서도 제대로 입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내신과 수능 수준의 시험에서 성적을 좌우하는 건 '전반적으로 크게 해석하고 문제를 푸는 능력(답을 고르는 능력)'이지, 엄밀히 말하면 진실된 외국어 능력이 그다지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세세하게 모든 것을 해석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독해가 100% 다 되지 않아도 문제를 대부분 풀 수 있는 게 입시까지의 영어입니다. 그 이상 수준의 영어는 열심히 해야 합니다. 제가 말하는 수준으로 공부를 하면 토플 등을 공부할 때는 한계가 오게 되지요. 그렇지만 일단 수능 수준의 영어라도 제대로 되고나야 토플도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어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에게 단호히 말씀드립니다. 중학교 수준까지 잘 정리된 단어장 하나에, 고등학교 이후에는 교과서 뒤에 나온 단어 위주로만 정리해도 대부분의 시험에 어휘 때문에 큰
난관을 겪을 일은 없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어휘를 몰라서 못 푸는 게 아니라, 문제를 푸는'skill'이 부족해서 못 푸는 것입니다. 해석을 다할 필요가 없는데 굳이 거기에 매달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큰 틀을 보아야 합니다. 단어에 매달리는 것은 나무만 보느라 숲을 못 보는 꼴입니다. --- pp.49-50
점점 학업에 치중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고등학교 3학년 때만 정신 차려도 충분히 가능했고, 실제로 그러한 학생들이 많았는데, 가면 갈수록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린 학생들도 스스로 학업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입니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무슨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 무슨 대학에 가고 싶다"라고 얘기를 합니다. 저는 이런 변화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표를 세우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대신 그 목표는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중학교 때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 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렇다면 서울대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서울대에 들어가려면"전교 1등은 해야 된다"는 말을 줄곧 들어왔기 때문
에, 저는 중학교 때부터 서울대에 들어가기 위해서 전교 1등을 꼭 해야 한다는 목표를 확실하게 세워두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중학교 1학년 입학하는 순간부터 1등을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던 계기입니다. 그리고 저는 정말로 1등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한 번도 1등을 하지 못했지만, 성적은 계속 올랐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1등을 했을 때는 정말 기뻤습니다. '드디어 나에게도 서울대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렸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1등을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그 결과 최종 졸업은 2등으로 했지만, 고등학교 때는 무난히 1등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동기부여에 큰 영향을 끼치고, 그만큼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 pp.122-123
많은 학생들이"시험 기간인데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하곤 합니다.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아서 제가 했던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는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방학이나 시험 기간이 되기 전까지는 수학과 영어에만 매진했습니다. 주로 수학을 심화 과정까지 나아가는데 매진했고, 남는 시간에는 영어를 했습니다. 다른 과목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거의 하지 않았다'라는 말을 잘못 이해해서는 안됩니다. '거의 하지 않은 것'과'아예 하지 않은 것'은 천차만별입니다. 이 차이가 시험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로 나타납니다. 그러면 이 차이를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p.104
공부를 꼭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성적이 안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을 보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는데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꽤 있습니다. 반드시 성적이 공부량에 비례한다고 볼수는 없는 것입니다.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것 같지 않은데도 성적이 잘 나오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그 학생이 단순히 머리가 좋아서, 남들이 두 시간 걸려서 할 것을 한 시간 만에 다 해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학생은 여러분보다 더 체계적이고 제대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흔히 하는 이야기로 집중력의 차이라고들 하지요. 그런데 집중력이라는 것이 사실 기른다고 쉽게 길러지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열 시간 동안 의자에서 엉덩이 한 번 떼지 않고 공부를 한다고 해서 집중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볼 수만도 없습니다. 저는 이 차이는 얼마나 체계적으로, 계획적으로 공부하고 있는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성적이 좋은 학생은 자신의 상태에 대해 비교적 확실하게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강한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강한 부분보다는 약한 부분에 시간과 노력을 더 투자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자기가 약한 문제들은 기피하고, 잘 할 수 있는 문제들만 계속 풀면서 자신이 공부를 하고 있다고 자기 위안을 삼습니다. 그것은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단호히 말할 수 있습니다.
공부는 그냥 앉아서 문제를 풀거나 교과서에 밑줄을 긋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가는 노력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디에 약하고, 어디에 강한지 분석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단순히"나는 수학에 약하고, 영어에 강하다"같은 식도 가능하지만, 더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예를 들면, "나는 수학에서 특히 함수에 약하고, 도형은 자신 있다. 영어는 독해는 대충 되는데 문법이 꽝이다"와 같은 식으로 말입니다. 물론 그 안에서도 더 세부적으로 나눌 수 있겠지요. 함수에서 특히 어떤 개념에 약하다든지, 어떤 문제 유형에 약하다든지, 문법에서 가정법을 못하겠다든지 등등 이러한 분석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 pp.124-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