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살자.” “열심히 살 뻔했다.” 이런 말이 유행하는 시대에 웬 ‘단련’을 이야기하려 하느냐 묻는다면 답은 심플하다. 언제나 더 크리에이티브하게,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누구보다 간절했기 때문이다. 단련의 사전적 의미는 그래서 내게 더 크게 와닿는다. --- p.009
계속해서 해보자. 멈추지 않는 한 모든 걸음은 의미가 있다. --- p.012
단순히 기발함만 있다면 광고는 금방 휘발되고 먼지처럼 흩어져 버린다. 철저한 노림수를 가지고 크리에이티브라는 무대 위에서 미치광이처럼 놀아야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 어차피 머리 써서 만드는 광고인데 이왕이면 “유 헤드 빙빙?”이라는 소리 정도는 들어야 사람들이 기억해주지 않을까? 나는 제대로 약 빨고 만든 광고라는 말을 듣기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생각을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있다. p 031
크리에이티브를 일방적으로 설득하려고 하면 발화만 되고 전달은 되지 못한 채 끝날 수도 있다. 기억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감동의 기본은 공감이다. 공감이 빠진 크리에이티브는 공허하다. 따라서 상대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집요하게 찾아 들어가야 한다. --- p.050-051
‘Insight’는 결국 ‘人사이트’다. --- p.052
본인의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도 필요하다. 그래야 얼굴에 철판을 깔고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우리 팀원들에게도 이렇게 말해준다. “나는 정답을 말하기 위해 몸을 사리는 사람보다 있는 힘껏 틀리는 사람이 좋다.” 할 말은 하는 게 크리에이티브의 8할이다. --- p.059-060
디지털 시대에 크리에이티브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포르쉐에 태워주는 것이 아니라 포르쉐가 주는 충족감을 보여 주는 것이다. --- p.092-093
디지털은 망각을 위한 편리함이지만 아날로그는 기억을 위한 불편함이다. 편리한 것은 반드시 어딘가에서 불편해진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 p.094
새로움을 발견한다는 것은 익숙한 개념에서 낯선 가치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공간이나 사물은 하나의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우리가 익숙한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이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들을 놓치는 것뿐이다. 결국 어떻게 바라보느냐, 그 태도가 새로움을 결정한다. --- p.114
책도 좋고, 사람도 좋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 관점을 바꾸기가 어렵다면 다른 사람의 눈이라도 훔쳐보자. --- p.129
책의 제목은 작가의 핵심 아이디어를 함축적으로 드러낸 한마디라 책들이 쫙 진열된 매대와 서가를 쓱 훑으면 작가들의 다양한 생각을 집약해서 볼 수 있다. 책 속에는 더 많은 아이디어가 담겨 있을 테지만 책 겉에 가장 큰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 p.131
고수는 남의 말을 귀담아듣고, 하수는 남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재해석하고 싶다. 눈앞에 있는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고, 양옆과 뒤, 좌우 사방에서 들리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진짜 고수라고. --- p.157
생각을 하는 것과 생각을 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어설픈 연필 자국이 뚜렷한 기억을 이긴다. 생각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은 손을 움직여 기억을 잡아채는 손맛이다. 손맛이 생각의 상차림을 바꿔놓는다. 나는 머리보다 손을 더 믿는다. 머리만 굴리지 말고 펜을 굴려보자. --- p.163
우리 팀에서 15초의 시간 동안 쓰는 평균 광고 제작비는 1억 3,500만 원, 나는 이것을 1.35라고 부른다. 1.35는 그 자체로 큰돈이기는 하지만 스케일이 있는 광고를 제작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예산이기도 하다. (중략) 제작비가 제한적일수록 크리에이터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풍요로운 예산이 주어지면 블록버스터급 광고를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제한된 비용과 시간 아래서 더 빛나는 크리에이티브가 태어난다고 믿고 있다. 1.35면 모든 것을 담기에 충분하다. 주어진 시간이 짧다고, 주어진 예산이 적다고 막막해 하기보다 오히려 그걸 역이용해 밀 도 있게 담아낼 방법을 찾아보자. 크리에이티브는 결국 밀도다. --- p.170
세상에 나쁜 아이디어는 없다. 좋은 아이디어와 더 좋은 아이디어만 있을 뿐이다. --- p.179
나에게 흑백사진을 찍는다는 일은 시간차를 두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을 포착하는 행위다. 옷을 다 벗어던지고 해 변을 마구 뛰어다니는 어린이가 해방감을 느끼는 것처럼, 가끔은 색채를 걷어낸 자리에 상상력이 끼어들 자리가 생겨난다. --- p.194
나는 밥이 맛있는 쌀 브랜드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브랜드 이름을 ‘에씨르Ecir’라고 지었다. 글로벌 시대에 맞게 고급스러운 브랜드로 런칭할 의도였다. 왠지 있어 보이는 이름이라 모두들 한눈에 혹했다. 사실은 ‘rice’를 거꾸로 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 p.215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는 누가 정해놓은 순서일까. ‘하파타카차자아사바마라다나가’로 빠르게 읽기만 해도 벌써 새로움이 느껴지지 않는가. --- p.223
하늘이 무너져도 크리에이티브가 솟아날 구멍은 있다. 그리 고 실제로 크리에이티브를 펼쳐야 하는 하늘은 사시사철 악천 후다. 구멍을 찾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상황이 안 좋을수록, 답이 안 보일수록 힘을 빼고 문제를 들여다보자. 문제 속에 바로 정답이 있다. --- p.232
우리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크리에이티브 조물주가 아니라는 사실에 절망하지 말자. 세상 모든 것은 레퍼런스의 레퍼런스의 레퍼런스의 레퍼런스의 레퍼런스다. --- p.250-251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들을 의심해보자. 길들여진 생각을 늘 경계하자. 익숙함으로부터의 탈출을 망설이지 말자.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자발적 의지다. 익숙한 일상에 무모한 시도를 더 하지 않으면 익숙함 자체가 위험한 무모함이 될 수 있다. 크리에이터에게 가장 위험한 적은 바로 익숙함에 길드는 것이기 때 문이다. --- p.260
크리에이터는 최초의 시도와 다수의 동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고민해야 하는 존재다. 시대에 뒤 떨어진 채 남들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혼자서만 저만치 달려나가면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새로운 각을 찾아내는 ‘직관력’과 공감 포인트를 찾아내는 ‘통찰력’을 갖추 려면 현실에 발을 딛고 서 있으면서도 크리에이티브를 낚는 그 물질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박수받는 크리에이티브를 잘 살펴보면 ‘낯섦’은 어디까지나 양념에 불과하다. 메인 재료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익숙함이다. 여기에 ‘어, 이건 뭐지?’ 하는 의아함 한 방울을 더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음식을 만난 것처럼 “정말 기막힌 맛이야!”라며 그 크리에이티브를 한 그릇 싹싹 비운다. 재미있게도 ‘creative’라는 단어에는 ‘eat’이 들어 있다. 사람 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어야 좋은 크리에이티브라는 증표 아닐까. --- p.268-269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좌절하고 다시 고민하는 과정도 이와 같다. 러너스 하이와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아이디어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둘 다 꾸준함과 지구력 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답이 보이지 않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을 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꿈에서 답을 만난 적이 있다. 지칠 때까지 머리를 굴리고 굴리다 꿈속에서 생각의 임계점을 넘겨 마침내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는 끊임없는 생각의 뜀박질 중에 튀어나오는 일종의 러너스 하이다. 그리고 그 황홀함은 맛본 사람만이 안다. 재미있는 사실은 생각의 근력이 몸의 근력과 연결되어 있다 는 것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몸 의 상태가 좋아야 좋은 생각을 끄집어낼 수 있다. --- p.282-283
단어 하나도 그냥 스쳐 보내지 않고 끌로 파다 보면 생각이 자연스레 팽창한다. 단어를 끌로 파는 행위는 눈앞의 뜻 하나를 아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너머에 숨어 있거나 연관되어 있는 무수한 의미를 헤아려볼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즉, 어떤 현상을 마주했을 때 현상 너머의 이면을 파헤쳐보는 습관이 길 러진다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는 멀리 있지 않다. (중략) 매일 쓰는 표현 하나에 호기심만 가져도 생각을 확장하는 훈련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p288
그냥 야구 감각이 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지닌 선수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자기 관리를 저렇게 철저히 하고 있었다니. 그 모습을 내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는 이치로라는 선수가 이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꾸준한 자기 단련이 위대한 기록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시애틀에서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 한 게임을 봤을 뿐인데 생각 이상으로 귀한 깨달음을 얻었다. 타고난 선수는 없었다. 뛰어난 실력만 보고 그 뒤에 숨은 노력은 보지 못한 채 내린 섣부른 판단만 있었을 뿐이다. --- p.307-308
여러 차원으로 앞서가고 있는 클라이언트 브랜드들의 모습을 보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시대에 맞는 크리에이티브는 어떤 것일까 스스로에게 질문도 던졌다. 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미디어 환경이 다이내믹하게 바뀌어도 크리에이티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음식이면 맛, 게임기면 재미, 여행이면 두근거림처럼 주어진 브랜드나 제품의 본질에 초집중해서 매력적인 이야기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 말이다. --- p.321
오늘도 크리에이티브의 무한한 가능성 안에서 작은 생각으로 큰 변화를 만드는 짜릿함을 꿈꾼다. 혹시 또다시 칸에 가게 된다면 그때는 또 어떤 표정을 만나게 될지 기대하며. --- p.321-322
심플함에는 단단한 힘이 있다. 그 힘으로 사람들 의 마음에, 뇌리에 강하게 박힌다. 심플한 생각과 그 생각을 실현시키는 단단한 힘, 이것이 크리에이티브 그 자체라고 믿는다. Simple is hard. Creative is hard.
--- p.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