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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커웨이, 이토록 멋진 일상

로커웨이, 이토록 멋진 일상

: 나는 파도를 타고 다시 인생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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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6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486g | 135*200*21mm
ISBN13 9791157062591
ISBN10 1157062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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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활이 끝났지만 나는 여전히 진짜 삶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지지부진한 느낌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전남편 에릭과 함께 살았던 브루클린의 우아한 타운하우스는 세를 주고, 베드포드-스타이브선트의 삭막한 구역에 자리한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했다. 이혼이 남긴 잔해 더미에서 벗어나 어디로든 나만의 길을 따라 힘차게 떠나려 했다. 아마 언젠가는 테라스 자리에 있는 커플이 느끼는 것과 똑같은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큰 키에 넓은 어깨, 눈부신 초록 눈을 가진 에릭과 데이트를 시작했던 20대 때 우리 역시 남들 앞에서도 손을 놓질 않았고 맨해튼의 번화가 곳곳을 누비며 서로를 어루만졌다. 하지만 그런 날들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거의 20년 만에 처음으로 혼자가 된 나에게 익숙해지며 비참한 기분이 들지 않는 것으로 족했다.
--- p.32

차에 거의 도착했을 때 나는 멈춰 서서 몸을 돌리며 이 모든 부정적인 목소리를 차단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몇 번이나 이랬던 거야? 낯설거나 무섭거나 내가 속해 있다고 믿는 상자 밖으로 끌려 나갈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시도조차 시도하지 않는 거. 일터에서도 수년 동안 해외 특파원 지원을 망설여왔다. 탁월한 인재가 되기에는 진취력이 부족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만날 때도 업계 교류 파티나 미술관 개관 파티는 피했고 아는 사람이 적을 것 같으면 칵테일 파티조차 가지 않았다. 그런 자리는 어색하다고, 나는 사교적인 잡담 실력도 형편없다고 되뇌곤 했다. 하지만 그런 습관을 깨고 싶어서, 세상 속에서 달라지고 싶어서 몸이 달았다. 이 불안함을 이겨내고 싶었다. 아니, 적어도 나를 더는 방해하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 p.37~38

세 사람과 수다를 떨며 저 멀리 어딘가로 지는 해가 바다 위에서 벌이는 빛의 유희를 지켜보는 동안 내 마음은 분명 편안했다. 마치 내가 밥의 세계에 그대로 스며든 것 같았다. 물론 나는 도시로부터, 번화가에 있는 직장으로부터, 대단하진 않아도 내 생활을 이어온 브루클린으로부터 이렇게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절대 살 수 없었다. 하지만 편안한 동료애와 다정한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 사이에 자리 잡자, 마침내 기분 좋은 장소를 찾았다는 실감이 들었다. 이곳에선 내 과거의 실패들이 그렇게까지 무겁지 않았다.
--- p.59

“이렇게 두 번 더 하시면 물에 들어갈게요.”
“하나.”
내가 헐떡이며 수를 세고 입에서 모래를 뱉어냈다.
“이걸 계속하면 물에 들어갈 힘이 하나도 안 남을 것 같은데요.”
하나를 더 해내자 숀이 실전 연습을 해도 된다고 했다. 나는 끈적대는 몸 위로 웻슈트를 끌어 올리고 엿가락처럼 한없이 늘어나는 듯한 소매에 힘겹게 팔을 끼웠다. 마침내 옷을 입고 뒤쪽 지퍼를 올리자 등뼈를 따라 줄줄 흐르는 땀줄기가 느껴졌다. 숀이 길고 넓적한 파란색 스폰지 보드를 잡고 물로 들어가며, 위로 비죽 튀어나온 큼지막한 바위들 쪽을 가리켰다. 바위 주변에서 소용돌이치는 해류는 피해야 했다. 나는 매끄러운 바위 바닥에서 비틀비틀 미끄러지며 숀을 따라갔다. 사방이 위험해보였다. 물이 겨우 정강이까지 오는 곳에서도 바위에 부딪힐 것 같아 두려움이 차올랐다. 내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들어온 거지?
--- p.65

“너는 너 좋은 것만 하려고 하지! 배은망덕한 것!” 아버지는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아버지가 나를 위해 희생한 모든 것을 헛수고로 만들 거라고 경고했다. 아버지와 비교하면 나는 힘겨운 줄 모르고 살았다. 나는 삶을 쉽게 손에 넣었다. 나에게 준 모든 것을 아버지가 누렸다면 아버지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아버지가 대가로 요구한 것은 좋은 성적을 받고 말을 잘 듣는 것뿐이었다. “젠장, 내가 그렇게 대단한 걸 바라는 거냐?”
--- p.71

“잠깐.”
제이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끊으며 웃음기 없는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보드를 사서 매일 서핑하지 않으면 좋은 실력은 꿈도 꿀 수 없어.”
누가 손가락을 튕기기라도 한 듯, 몸이 확 굳으며 등이 뻣뻣해졌다. 방어적인 짜증이 밀어닥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얘는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 내가 뭘 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면서. 나는 이미 기대치를 여러 번 하향 조정해서 더 잘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고 그냥 괜찮게 할 수 있는 정도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좋은 실력’이라는 말이 가슴을 찔렀다. 아무리 열심히 연습해도 ‘좋은 실력’은 여전히 내 손이 미치는 곳 너머에 있을 것 같은 달갑지 않은 느낌을 일깨워주었다.
--- p.151~152

나는 내가 잃었다고 생각한 것을 되찾기 위해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늘 소망했던 진짜 가족의 삶을 꾸릴 수 있는 품위 있고 변치 않는 집을 소유하려 했던 것이다. 내 머릿속에는 언제나 미래에 대한 어떤 이미지가 있었고, 그 상상 속 미래에는 침실 여러 개, 고색창연함, 집에서 키운 농작물, 좋은 공립 학교가 필요했다. 나는 왜인지 그중에서 집을 가장 먼저 손에 넣어야 한다고 고집했다. 이 상상 속 인생의 덫에 속박되어야 한다고 막무가내로 확신하며 삶 자체는 못 본 척했다. ‘사라, 그러면 이루어질 것이다’라는 말을 혼자서 비이성적으로 어리석게 해석한 것이다.
--- p.172~173

라디오에서 나오는 고티에의 〈내가 알았던 누구〉를 따라 부르며 모퉁이를 돌아 우리 블록으로 들어갔지만 주차 공간이 꽉 차 있었고 우리 집 쪽 길에는 불법 주차된 차들까지 있었다. 블록을 따라 내려가는데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접이식 의자와 파라솔과 훌라후프를 든 해수욕객 무리가 줄지어 지나가는 동안, 잠자리 날개 같은 비치가운이 산들바람에 나부끼고 챙 넓은 밀짚모자들이 사람들 머리 위아래를 오르내렸다. 밥네 집 바깥쪽 큰 주차장에는 자리가 있을 것 같아 한 바퀴 빙 돌았다. 그곳에도 행운은 없었다. 나는 다시 우리 집 블록으로 돌아오며 누군가가 차를 뺐기를 바랐다. 아무도 빼지 않았다.
젠장, 이 많은 사람이 대체 다 어디서 온 거야? 거리를 굽이굽이 따라가며 주차 자리마다 쏙쏙 들어찬 차가 한낮의 햇살 속에서 반짝이는 걸 보니 점점 억울함이 솟구쳤다. 오늘 아침에 알에서 깨어나기라도 했나. 나는 눈으로 불타는 칼날을 쏘듯이 당일치기 관광객들, 이른바 DFD들을 노려보았다.
해맑게 나타나서 우리 주차장을 차지했다가 떠나는 인간들. 여기서 살려고 노력도 안 하고, 통근 열차며 불편한 생활 문제는 신경도 안 쓰지. 자기들이 아주 잘난 줄 알아!
나는 갑자기 생각을 멈추고 웃음을 터뜨렸다.
“음, 오래 안 걸렸네.”
--- p.233~234

“안녕하세요. 어땠어요?”
내가 다가가며 물었다.
“괜찮았던 것 같아요. 아마도.”
남자가 싸늘한 눈초리로 나를 흘겨보며 대답했다.
“여기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요, 이번이 첫 허리케인이에요. 이런 파도를 탈 수 있을 만큼 서핑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다양한 파도를 보고 감을 잡고 싶어서 나왔어요. 집은 90번가 근처라서 보통은 거기나 아번에서 파도를 타요.”
“아아.”
남자가 말하면서 미소를 짓자 푸른 눈이 커지고 뺨이 부풀어오르며 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내가 이곳에 살 정도로 서핑에 헌신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세상이 갑자기 새로워진 것 같았다.
--- p.282~283

로커웨이의 서핑 강사 케빈이 들려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케빈이 본 사람 중에 가장 복잡하고 희한하게 팝업을 하는 노인이 있었다. 단계가 많고 도중에 무릎도 꿇었지만 그 사람에겐 그 방법이 통했다. 케빈이 말했다.
“일어서지는 방법이 일어서는 방법이에요.”
---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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