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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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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예정일 미정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220g | 크기확인중
ISBN13 9791156752769
ISBN10 1156752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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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 곡선을 평평하게 하라!’는 구호가 퍼지고 있다. 학교 선생님은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뒤, 이 구호가 뜻하는 의미가 무엇일지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 볼 것을 아이들에게 주문한다. 퀸은 그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깊이가 얕은 납작한 팬과, 높이가 높은 홀쭉한 물병에 담긴 물로 예를 들어 설명한다. 아이작이 팬과 물병을 얌전히 내려놓았다. “이제 물병의 물을 팬에 부어 봐.” “여기 붓기에는 물이 너무 많은데? 넘칠 거야.” “그냥 해 봐.” 아이작은 물병을 들어 팬에 물을 붓기 시작했다. 잠시 후 팬에 물이 거의 가득 찼다. “와, 이 물이 여기에 다 들어갈 줄은 몰랐는데?” 아이작이 말했다. “병이나 팬이나 담긴 물의 양은 똑같은데, 팬에는 물이 넓게 퍼졌지? 이게 바로 상승 곡선을 평평하게 한다는 뜻이야.” “그래서?”

아이작이 물었다. “액션 피규어도 가져왔어?” 아이작은 주머니에서 스파이더맨 액션 피규어를 꺼냈다. “팬 속에 세워 봐.” “잠깐만, 진짜 나 놀리는 거 아니지?” 나는 씩 웃었다. 아이작이 팬 안에다 스파이더맨을 조심스럽게 세웠다. “물이 스파이더맨 무릎까지밖에 안 오지? 그런데 이 스파이더맨을 아까 그 물병에 세우면 어떻게 될까? 같은 양의 물 속에?” “음, 스파이더맨이 수영을 못한다면 매우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겠지. 그러니까 네 말은 우리가 상승 곡선을 평평하게 만들려고 애를 쓰는 것이 스파이더맨을 익사시키지 않는 방법이란 뜻이잖아?” 아이작이 되물었다. “스파이더맨뿐 아니라 그 누구든. 나이가 많은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은 특히 더 그래. 일단 병원이 너무 붐비지 않도록 해야 해. 그래야 의사나 간호사들이 바이러스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으니까.”
---「좀비가 빠진 좀비 영화」중에서

마트에서 장을 봐온 엄마가 모든 물건을 하나하나 세정하고 소독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퀸은 꼭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대처해야 할 상황인지 물으며 자신의 요즘 심경을 토로한다. “요즘 기분은 어때?” “괜찮아요.” “정말?”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끔 긴장될 때가 있는데, 어차피 그건 다 그렇잖아요? 전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엄마가 보시기에는 안 그래요?” “엄마는 네가 무척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 감당하기 힘들 법한 상황인데.” 감당하기 힘들다, 그게 정확히 맞는 표현이었다. 정말로 가끔씩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나는 요즘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였다. 과연 이 상황이 끝이 나기나 할까? 아랫입술이 설핏 떨렸다. 엄마한테 이런 감정을 속속들이 이야기한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을 터였다. 더구나 엄마에게는 걱정거리가 태산이었다.

“온라인 수업은 어떤지 얘기 좀 해 봐.” “별로 얘기할 게 없어요. 선생님들이 애쓰고 계시다는 건 알고 있지만요. 제 말은 그냥, 교실에서처럼 수업에 집중하기가 힘들다는 뜻이에요. 현실 세계에서는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숙제는 재밌는 것도 있지만, 어떤 건…… 하나도 쓸데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요. 원래 그렇죠, 뭐.” “선생님들이 힘드시겠다. 숙제는 어떤 게 재미있는데?” “상승 곡선을 평평하게 만든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찾는 게 있었는데……. 전 그게 무지 좋았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수학 시간에 통계 단원을 배울 때 코로나하고 관련된 걸 과제로 낸다든가, 과학 시간에 바이러스를 조사해 보는 거. 또 국어 시간에는 지금의 현실이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주제로 작문을 하는 거?” “학교 숙제에 바이러스에 관한 게 많아지면 더 힘들지 않겠어? 가끔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 “현실에서 벗어날 방법 같은 건 없어요! 제 생각에는 차라리 정보를 많이 알고 대화나 토론을 해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더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거든요.”
---「우리들의 우울한 기분」중에서

휴교가 한 차례 더 연장된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에 퀸은 밤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때 지하실에서 생활 중인 아빠가 있는 방에서 낮게 울리는 울음소리를 듣고 만다. 아빠의 울음소리라는 것을 알아챈 퀸은 조심스럽게 아빠에게 말을 건다. “죄송한데…… 저, 들었어요.” 아빠는 말문이 막혔는지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안하다.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병원에서 힘든 일이 좀 있었거든.” “전 괜찮아지고 있는 줄 알았어요.” “그렇지. 밖은 그래. 그렇지만 병원은 아직 진행 중이야. 환자들이 너무 많구나, 너무 많아…….” 아빠가 몸서리치듯 몸을 떨었다. “이번 학기는 계속 등교하지 않기로 했다던데? 그것 때문에 못 자고 있었니?” “그래 봐야 학굔데요.” “너만 할 때 학교는 삶 그 자체지. 속이 상하는 것도 당연하고. 그렇지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결국엔 다 괜찮아질 거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적어도 태양은 반드시 뜨겠지.” 아빠는 어깨를 으쓱했다. “매일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우리 딸, 내일은 다 같이 저녁 먹을까? 우리 가족 다?” “그럴 수 있어요?” “뒷마당에서 먹지, 뭐. 너하고 엄마는 소풍 의자에 앉고, 아빠는 멀찍이 떨어져서 다른 의자에 앉고.” “아이작도 와도 돼요? 자기 집 마당에서 먹으라고 하고?” “당연하지! 아이작 어머니도 집에 계시면 오시라고 하자. 요새 배운 게 뭔지 알아? 모든 일을 다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중요한 일들이라면 해낼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거야.” “그거…… 명언이네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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