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은 동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친근하고 사랑받는 꽃이지요. 튤립의 독특한 모양은 다른 꽃에서는 찾아보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갖고 있어요. 이 책은 튤립을 중심으로 알뿌리 식물을 과학적, 생태학적으로 살펴보고 튤립이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꽃이 되었는지 역사를 함께 알아보는 책이에요. 그럼 지금 당장 튤립을 만나러 가 볼까요?
빨리 자라는 알뿌리 식물
봄이 오면 튤립, 무스카리, 히아신스, 아네모네, 아이리스, 라눙쿨루스 등은 크고 화려한 꽃을 피워요. 다른 식물이 씨앗에서 싹을 틔우고, 겨우 줄기와 잎을 뻗으려고 할 때, 이들은 어느새 자라 꽃을 피우지요. 그런데 튤립은 어떻게 다른 식물보다 빨리 자랄 수 있는 걸까요? 그 비밀은 바로 땅속에 있어요. 사실 앞에서 이야기한 식물들은 모두 알뿌리부터 자란 ‘알뿌리 식물’이거든요. 알뿌리 식물의 성장이 빠른 까닭은 알뿌리에 저장된 영양분을 사용해서 미리 알뿌리 속에 싹을 만들기 때문이에요.
튤립을 처음 재배한 건 터키 사람
튤립의 원산지는 과연 어디일까요? ‘튤립’이라고 하면 누구나 네덜란드를 가장 먼저 떠올려요. 1년 중 두 달 동안 네덜란드 리세의 쾨켄호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꽃 축제인 ‘튤립 축제’도 아주 유명하고요. 네덜란드는 튤립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데 특별한 역할을 한 나라이고, 지금도 튤립의 알뿌리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이기도 해요. 하지만 네덜란드가 튤립의 고향은 아니에요. 네덜란드에서는 야생 튤립, 즉 원종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야생 튤립을 제일 처음 재배종으로 개량한 건 터키 사람이에요. 이를 바탕으로 터키에서 튤립의 원종이 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터키에서만 원종 튤립이 나는 것도 아니에요. 튤립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동쪽은 중국의 서부까지, 서쪽은 중동에서 지중해 연안까지 퍼지는 북위 40도선의 넓은 지역이에요. 이 지역에는 튤립의 원종이라고 볼 수 있는 꽃이 약 150종이 있으며, 터키에는 그중 14종이 있어요.
알뿌리 하나가 집 한 채와 교환되다
새 품종을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요.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새 품종의 튤립을 시장에 선보일 때까지는 20년 정도 걸려요. 그래서 그즈음 유럽에서는 흔하지 않은 모양과 색을 가진 튤립이 비싸게 팔렸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브로큰 튤립’에는 믿을 수 없이 어마어마한 가격이 붙었지요. 기록에 따르면 ‘알뿌리 하나’가 ‘밀과 호밀 각각 한 포대, 마차 두 대, 살진 수컷 황소 네 마리, 돼지 다섯 마리, 맥주 네 통, 와인 두 통, 버터 백육십 킬로그램, 치즈 오백 킬로그램, 침대 한 대, 여러 벌의 옷, 그리고 은제 컵’과 교환되었어요.
튤립은 ‘3’으로 이루어지다
이번에는 튤립을 살펴볼까요? 앞에서 계속 이야기했듯이 튤립의 독특한 꽃 모양은 다른 꽃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튤립만이 지닌 아름다움이에요. 튤립은 꽃잎도 잎도 모두 ‘3’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튤립의 꽃잎은 여섯 장처럼 보이지만, 사실 바깥쪽의 세 장은 꽃잎이 아니에요. 알뿌리에서 세 장의 잎이 생기면, 그 사이에 연한 꽃봉오리가 생겨요. 꽃봉오리는 점점 부풀다가 꽃이 활짝 피어나요. 이때 바깥에 피어난 세 장은 꽃받침이고, 안에 피어난 세 장은 꽃잎이에요. 튤립처럼 꽃받침이 꽃잎으로 보이는 꽃에는 수국, 분꽃 등이 있어요.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