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그리스인들의 명랑한 관능이 고통 없는 기쁨이랍니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실현하고자 하는 이상이지요. 기독교, 현대인들, 성직자들이 설교하는 그런 사랑을 나는 믿지 않기 때문이에요. (…) 여자를 보물처럼 묻어두려는 것은 남자의 이기심이에요. 신성한 의식, 서약, 계약을 통해, 끊임없이 변하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변하기 쉬운 것과 사랑에 영속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은 실패했어요. 당신은 기독교 세계가 부패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겠어요? 감히 말하자면 나의 원칙은 본래 이교도적이며, 나는 삶을 즐기고 싶어요. 나는 당신들의 위선적인 숭배는 포기하겠어요.”
--- pp. 39~42
"힘과 미의 특성으로서 모피가 갖는 상징적 의미도 그렇게 해명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옛 시대의 군주와 지배 귀족들은 복장을 규제함으로써 오직 자기를 위해서만 모피를 욕심냈고, 위대한 화가들은 미의 여왕들을 위해서 모피를 요구했습니다. (…) 제가 당신에게 벌써 여러 번 말했었지요. 저는 고통 속에서 이상한 매력을 느낄 뿐만 아니라 폭력, 무자비 외에는 그 무엇도 제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고 말입니다. 특히 아름다운 여인의 배신이 그러합니다. 이런 여자, 추함의 미학으로부터 나온 이런 특이한 이상형, 몸은 프린이지만 영혼은 네로인 여자를 저는 모피 없이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 p.73
“사랑에는 평등 관계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나는 위엄을 갖추어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지배하느냐 지배당하느냐를 선택한다면, 아름다운 여자의 노예가 되는 편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군요.”
--- p.46
“한데 이 이야기의 교훈이 뭐야?”
“자연이 창조한 대로, 요즘 남자들 말대로 여자는 남자의 적이라는 것, 그리고 여자는 남자의 노예나 주인이 될 수는 있겠지만 결코 남자의 동반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지. (…) 이제 우리에겐 망치가 되느냐 모루가 되느냐 하는 선택만이 남았을 뿐이네. 나는 여자의 노예가 되는 길을 택했었으니 어리석었지. 이해하겠나? 그러니 이 이야기의 교훈은 이런 것이네. 채찍질하게 내버려두는 자는 채찍질당해 마땅하다.”
--- pp.246~247
두 번째 서류에는 간단히 몇 마디만 적혀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삶에 환멸을 느끼고 실망하여 가치 없는 내 인생에 자발적으로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끝까지 읽었을 때 나는 극심한 공포심에 사로잡혔다. 아직 시간은 있었고 취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열정의 광기, 또 마음놓고 내 어깨에 기대어 있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내 마음을 빼앗았다. (…)
“자, 서명할 용기가 있나요?”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 pp.151~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