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 중심지에 홍등가를 대규모로 조성하여 남성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장소를 공인했다는 것은 일본 유녀사의 획기적인 이정표로 평가된다. 막부는 여성을 생식과 육아를 담당하는 여성과, 쾌락의 성을 담당하는 여성으로 확연히 구별하여 전자에 대해서는 현모양처를 강요하였으며, 후자에게는 성을 상품화하도록 했다. 공권력에 의한 성관리는 2차 세계대전 시 강제 연행당한 종군 위안부에서 그 모습을 다시 나타냈다. - 본문 ‘쾌락의 도성 요시하라’에서

일본의 국토가 신들의 성적 결합에 의해 생성되었다고 하는 신화는 성행위를 음습하고 칙칙한 것이 아닌,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생산적 행위로 보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중략)… 일본인은 옛날 신 앞에서 성적 결합을 하였으며 이를 지켜보는 신도 기분이 좋아져 오곡을 풍성하게 하고 일가의 번영을 가져다준다고 믿은 것 같다. 조금이라도 신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서 이들은 신전에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성의 교접을 가졌던 것이다.…(중략)…
에도 시대에 신사나 절 부근에는 거의 예외없이 흥등가가 자리잡고 있었다.
신사에 참배하러 온 남자들은 그야말로 임도 보고 뽕도 따는 식으로 창녀들과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에는 두 손 모아 신에게 기원을 했다. 유녀들은 신사에서 제례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신과 성을 직결하는 의식은 일본인의 특색 중의 하나라고 하겠다.
- 본문 ‘태초에 성이 있었다’에서

일본의 청결성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물론 습기가 많은 기후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인들의 종교라고 할 수 있는 신토는 조상신을 신봉한다. 사람이 죽으면 먼 세계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조령이 되어 자손들 가까이 머물며 그들의 생활을 지켜본다. …(중략)…
깨끗하지 않으면 조령이 안 온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신토는 조상 숭배신앙으로서 그 기초는 깨끗함에 있다 하겠다.…(중략)…
목욕탕은 단순히 때를 씻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소문을 듣고 정보를 교환하는 클럽 구실에다 여자를 살 수 있는 간이 매춘소 역할도 했다.
남녀 혼탕이 일반화되어 있던 때라 성적 욕구에 대한 자극도 심했다.
- 본문 ‘성의 사랑방, 목욕탕’ 중에서

일본 역사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권력 기관이 성을 관리하고 이용해 온 전통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도쿠가와 막부가 17세기에 요시와라라는 공창제도를 도입한 것이나 아직도 문제가 되고 있는 2차 대전 중의 중군 위안부, 패전 후의 미군을 위한 매춘녀 그리고 만주와 동남아를 떠돌던 ‘가라유키상’이라는 외화벌이 일본 매춘부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해 준다.…(중략)…
더욱 어처구니없고 울화통이 치미는 것은 한국 측이 위안부와 정신대 문제를 혼동하고 있다는 일본 식자들의 지적이었다.
- 본문 ‘종군 위안부’중에서


에도 시대에는 남자들의 전성시대였다. 남자들은 유교의 가르침에 따라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일곱 가지의 핑계가 있었다. …(중략)…
반대로 아내들은 남자의 동의 없이는 이혼을 생각할 수도 없었고, 제도적으로 불가능했다. 이혼장 없이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면 삭발을 당하고 친정집으로 쫓겨나야 했고 같이 놀아난 남자는 벌금을 물어야 했다.
…(중략)…
가마쿠라에는 13세기 건립된 동경사라는 절이 결혼 생활의 억압에 시달리다가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도망쳐 온 부인네들을 받아들였다. 야반도주를 해서 이 절 안으로 일단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남편은 닭 쫒던 개 신세가 되어 하릴없이 아내의 치마 꽁무니만 멀리서 바라보아야 했다.
- 본문 ‘세 줄 반의 역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