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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마땅한 자

죽어 마땅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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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626g | 140*210*30mm
ISBN13 9791191602227
ISBN10 119160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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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워리에게서는 도망칠 수 없어.” 니나의 생이 지워지기 시작한 그날 밤 램킨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넷 다 도망치는 건 어림없고, 상대가 그자라면 더더욱 불가능해.”
그래서 세 명은 남기로 했다. 부모 중 하나가 죽고 가족 셋이 살아남는 것으로. 둘 중 누가 살아남을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들이 죽이려는 건 니나였으니까. 그들이 추적하는 건 니나였으니까. 그렇게 해서, 살해당해 플로리다 어느 후미진 곳의 강물에 던져진 건 니나가 되었다.
--- p.55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누구요, 박사님?”
또 다시 침묵. “선량한 사람은 아닐 수도 있어, 리아.”
“그게 무슨 뜻이에요?”
“자네에게 선택지가 하나 남아있을 수도 있어.” 박사가 조용히 말했다. “어디까지나 ‘있을 수’도 있다는 거야. 다만 자네가 바라는 그런 사람은 아닐 거야.”
“제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에요? 제가 바라는 건 그거 하나예요.”
다시 침묵. 수화기로 전해지는 숨소리. 이윽고 박사가 대꾸했다. “내가 연락해보지.”
--- p.63

저 ‘눈빛.’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블랙웰가 사람들의 눈빛. 램킨 박사는 그 눈을 누구보다 잘 기억했다. 댁스의 아버지와 숙부는 서로를 쳐다보는 법이 없었다. 서로 대화는 했지만―아, 대화를 얼마나 많이 했던지―둘 사이의 유대는 늑대의 그것과 같아서, 즉 서로에 대한 이해가 워낙 깊고 내밀해서 둘 중 어느 한쪽도 형제를 볼 필요가 없었다. 서로가 어떻게 반응할지 다 알고서, 한 몸처럼 움직였을 뿐. 두 사람은 마치 살인이 능한 춤꾼처럼 물리적 공간과 대화를 자유자재로 주물렀다. 댁스도 눈빛이 그들과 똑같았지만 대신 혼자였고, 그래서 박사는 다른 한 명을 볼 핑계로 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다.
--- p.98~99

도망치는 건 이제 멈춰야 한다. 그런데 도망치는 건 라워리가 죽기 전에는 멈출 수 없었다.
이는 리아가 받아들여야 할 사실이었다. 라워리가 리아가 살아있는 걸 알 경우―이미 알고 있다―리아는 죽어야 한다. 이제 다른 선택지는 없다. 더그가 혼자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기르는 미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입 다문다고 죄 없는 사람이 되는 미래는 이제 없다
--- p.302

마침내 온기가 얼굴에 조금씩 퍼지면서, 니나 모건이 아이들을 위해 죽었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는 아이들을 위해 옳은 일을 했다고 믿었었다.
실수였다.
아이들을 위해 죽는 걸로 충분하지 않다. 그때 알아야 했던 것을 이제야 알겠다. 자식을 위해 죽는 엄마는 좋은 엄마가 아니다.
좋은 엄마란 자식을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엄마다.
--- p.304

리아는 바위에 기댄 채 주르륵 내려오면서, 탄피를 배출시키고 새 탄환을 장전했다. 손은 전혀 안 떨렸지만 심장은 록밴드 드러머가 광란의 공연을 펼치는 양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사실은 아까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아이의 얼굴을 발견한 순간부터 계속 그랬다. 발사하는 순간 총신을 살짝 돌렸고, 그걸로 충분했다. 얼떨결에 영점 몇 초의 차로 움직였고, 그걸로 충분했다.
--- p.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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