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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72쪽 | 486g | 128*188*23mm
ISBN13 9791163161431
ISBN10 116316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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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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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예쁜 아이였다. 어떻게 하면 사랑을 받을지, 사랑받는 게 무엇인지 잘 아는 아이 말이다. 그러나 예쁜 아이들이 모두 그것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어렸을 때 우리는 쌍둥이처럼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동생이 받는 것과 같은 찬탄 속에 있어본 일이 없다. 같은 유전자에 비슷한 얼굴을 물려받았음에도 그랬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낯선 누군가가 나에게 호감 어린 미소를 보낸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딱 거기까지였다. 그 상황이 나에 의해 진전된다거나 관계가 발전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딱딱한 내 태도가 전염되듯 상대도 경직된 얼굴로 내게서 멀어지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동생은 달랐다. 그녀는 삼십 분 후면 호감을 보인 자의 무릎에 앉아 볼을 부비고 있었다.
늘 그랬다. 그것은 아마도 성정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것이 동생이 가진 매력일 터였다. 덕분에 누군가는 그 아이에게 다정한 마음을 품었고, 누군가는 동생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물을 남발했다. 누군가는 동생에게 홀로 애정을 쏟은 후 돌아오지 않는 마음에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다. 그건 옆에서 볼 때는 부럽기도 하고 조금은 징글맞게 느껴지는 재능이었다.
--- p.19

나는 다시 동생의 방으로 갔다. 옷장을 열었다. 비싼 소재로 만들어진 수수한 옷들이 열을 갖춰 늘어서 있는 것을 보았다. 전부 꽤나 가격이 나가는 브랜드였다. 그것들에 코를 가져다 대자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다.
옷을 하나 꺼내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이상했다. 하나를 더 꺼냈다. 그 역시 이상했다. 나머지 옷들을 꺼내 모두 침대 위에 늘어놓았다. 동생은 자라지 않은 건가? 옷들이 작았다. 열일곱 살 여자아이의 옷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작은 감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옷은 큰 사이즈의 아동복이었다. 아주 없는 일은 아니었다. 가끔 아동복을 입는 성인들을 본 적이 있었다. 주로 체격이 작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비싼 브랜드의 옷을 살 때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그렇게 하는 듯했다.
나는 동생의 교복을 가져다 평상복 옆에 나란히 놓았다. 교복은 라지 사이즈로 눈에 띄게 컸다. 한 사람이 이 두 가지 옷을 같이 입는다고?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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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이가
사랑했던 아이가 될 때


십 년 전 육아 예능프로그램의 인기가 최정점을 찍었을 때, 그 후광은 고스란히 여동생에게 쏟아졌다. 어린아이에게 향하는 사랑은, 성인에게 향하는 그것보다 훨씬 지배적이고 조건적이다. 장이가 일곱 살 어린 몸과 마음으로 받아내야 했던 국민들의 ‘사랑’은 다정하고 보드라운 형태였다가 이따금씩 맹렬하게 장이를 집어삼키려 드는 맹수의 아가리 같기도 했다.

장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하는 게 장이를 향한 사랑의 척도라도 되듯, 광기 어린 어른들은 장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쫓아다녔고 선을 넘었다. ‘아저씨가 야채 잘 먹으라고 했지?’, ‘너 어제 어디 갔었어?’. 사랑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지를 둘러싼 어른들의 뒤틀린 욕심은 그렇게 장이를 서서히 잠식시켰다.

아이에 대한 사랑이 어른의 그것보다 훨씬 까다롭고 지배적인 것과 반대로, 아이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만큼이나 쉽다. 아이가 아이답지 못해서, 아이가 카메라를 노려봐서, 아이가 옆 친구에게 사탕을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삶의 방식이 본성에 근거할 수밖에 없는 어린아이들에게 들이미는 잣대는 훨씬 날카로웠고 높았다. 장이는 그 선을 넘지 못했고, 어른들에 의해 들어 올려진 장이는 어른들에 의해 바닥으로 추락했다.

사랑하는 아이에서 사랑했던 아이가 되는 것은,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아이와는 수준이 다른 지옥을 경험하는 것이다. 익숙한 사랑을 갈구하고, 벼랑 끝인 걸 알면서도 그들에게 매달리고 복종하다 결국 지배당하는 것이다.

『시스터』는 가장 영악한 어른들과 가장 여린 아이를 대치시킨다. 장이는 ‘살해 용의자’라는 타이틀로도 결코 두렵거나 무서워지지 않는다. 소설을 읽은 독자는, 여린 장이가 소설의 마지막 장 이후 이어지는 삶에서는 견딜 만큼만 고단하고 예상치 못한 기쁨을 만끽하며 살길 바라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동학대가 언젠가 ‘소설 같은’
이야기로 남을 수 있도록


『시스터』는 우리 사회가 몇 세대가 지나도록 거듭해서 직면하고 있는 ‘아동학대’ 문제를 다룬다. 그것이, 고발의 의무로 무장한 누군가의 시선이나, 피해 입은 당사자의 고통스러운 시선이 아닌, 십 년도 넘게 떨어져 살았던 골 깊은 자매의 무심한 눈길로, 제3자보다 더 먼 거리에서 접근해 들어간다는 데 큰 차이가 있다.

그 거리는 우리가 뉴스에서 일상처럼 벌어지는 사건들을 대할 때의 무감각하고 무심한 정서의 거리와 비슷하다. 그래서 선이가 가족애가 아닌, 한때 가족이었던 자매에 대한 일말의 의무감으로 감흥없이 사건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이질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선이의 시선과 겹쳐 따라가다 선이가 마지못해 동생의 실종 사건에 한 발을 디뎠다가 어두운 실체의 한 면을 우연히 만졌을 때, 독자 역시 그 차가운 감각에 섬뜩함을 느낀다. 그 뒤로 조금씩 드러나는 동생의 과거와 실상은 가히 충격적이다.

그리고, 선이가 깊은 자괴를 떨치고 이제 적극적으로 동생 장이를 구해내겠다 다짐했을 때, 그 감정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해져 장이는 우리의 여동생이 된다. 장이를 반드시 구해내고 찾아내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이 세상에서 지켜내야 할 소중한 의무가 된다.

독자들은, 장이를 바라보는 생생한 감각으로 ‘아동학대’ 문제를 조금 더 가까이 느끼게 될 것이다. 이는 ‘아동학대’가 비단 스크린 속의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에겐 당장 현실이라는 것을 감각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문제 의식이 한 뼘 성장했으리라 믿는다. 그 움직임이 언젠가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내리라 믿으며.

회원리뷰 (1건) 리뷰 총점8.0

혜택 및 유의사항?
이두온 [시스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크***스 | 2022.09.0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계속 함께 살았다 하더라도 우리는, 크게 말이 통하는 사이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이 공유할 수 있는 대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함께했을 수도 있는 작은 시간들이 있었다. 그 시간들을 나는 전부 놓쳤다. 아니 버렸다. p.138~139 면접을 보던 윤선이는 면접관들의 주목을 받자 경직됐고 말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는 어지럼증이 일;
리뷰제목

계속 함께 살았다 하더라도 우리는, 크게 말이 통하는 사이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이 공유할 수 있는 대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함께했을 수도 있는 작은 시간들이 있었다. 그 시간들을 나는 전부 놓쳤다. 아니 버렸다. p.138~139



면접을 보던 윤선이는 면접관들의 주목을 받자 경직됐고 말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는 어지럼증이 일어 쓰러지고 말았다. 선이가 눈을 뜬 곳은 병원이었는데, 곁에는 중년의 여자가 있었다. 선이는 그녀가 면접관인 줄 알고 이것저것 물었으나 그녀는 면접관이 아니었다. 김경희 형사는 선이의 동생 장이가 사라졌다며, 서윤재라는 남학생을 살해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이를 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선이와 장이는 유명하지 않은 연예인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두 사람은 스타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고 가진 것도 없었으며 부모 노릇 또한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빠가 연예인 부모와 자식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밀리언달러 키즈'에 섭외되면서 부모는 재기의 희망을 품었다. 11살 선이가 녹화를 망치는 바람에 잘릴 뻔했으나 5살 장이가 대신 출연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승승장구했다. 덕분에 장이는 모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아이가 되었다.
하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모든 걸 망쳐버린 결과, 엄마는 부부 싸움 도중 나가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아빠는 알코올중독에 빠져 두 아이를 돌보지 않았다. 결국 외조부모가 찾아와 선이를 데리고 간 이후 자매는 10년 넘게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선이가 10년가량 함께 살지 않았고 연락도 하지 않았었던 동생을 찾는 일은 막막하기만 했다. 아직 고등학생인 아이가 지금 어떤 상태일지도 모르는데, 살인사건 용의자일지도 모른다는 것 또한 끔찍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선이는 장이를 찾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다. 일단 마지막으로 함께 살았던 집에 가 봤는데, 다행히 이사를 가지는 않았기에 열쇠 수리공을 불러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선이는 집을 보며 장이가 어떤 생활을 했을지 예상해 보게 된다. 그러면서 아빠는 오랫동안 함께 살지 않은 듯 흔적이 별로 없다는 것 또한 알게 된다. 우선 아빠를 찾다가 7년 전부터 강원도의 요양원에 머물렀다는 걸 알게 된다. 아빠는 정신이 완전히 나가버렸기에 그에게서 장이를 찾을 수 있는 단서는 얻지 못했다.
그러다 집에 돌아온 선이는 집안 곳곳에 몰래카메라가 14대나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한다. 그와 동시에 장이와 죽은 윤재 학생이 찍힌 비디오를 보게 되면서 그 비디오를 찍었을 거라 추정되는 학생을 쫓아 자백을 받아낸다. 윤재 학생의 아빠 해순과 함께 말이다.



그녀는 혼자였고 살아남기 위해 그녀 나름의 질서와 방식들을 구축해왔을 것이다. 그것은 누군가가 그녀에게 불어넣은 것일 수도 있었고, 그녀가 편의에 의해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으며,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 수 없게 그녀 안에서 재조직된 무언가일 수도 있었다. 그것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어떤 논리로 움직이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p.174



어릴 적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랑을 받던 장이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사건 이후 가정은 급격히 망가져 버렸다. 더불어 장이 역시 어딘가 망가진 듯했다. 선이가 장이의 흔적을 추적하면서 발견한 것들, 초등학교 담임 등에게서 들은 말들로 인해 완전히 낯선 모습의 동생과 마주하게 된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아이를 그렇게 만든 건 어른들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착하고 천진한 사랑스러운 모습만을 강요하는 방송 시스템이 어렸던 장이를 속물적인 아이로 만들어버렸다. 백지 같은 아이들은 주변의 영향을 심하게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이가 그렇게 된 건 어른들의 잘못이 컸다. 거기다 아이들을 방치하는 부모로 인해 그 영향은 더욱 크게 미쳤을 것이다.
선이가 장이의 삶에 점점 깊이 다가가면서 안타까움을 느꼈고, 나중엔 분노가 일었다. 장이를 무력하게 만든 이들의 시작은 자본주의였지만 나중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어린아이를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선이가 장이를 찾는 와중에 윤재와 관련된 사건 역시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다. 윤재와 장이를 괴롭히던 고정권이라는 학생의 존재를 알아내 추적했지만, 그는 어느 순간 호수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김경희 형사는 선이에게 윤재 아빠 해순을 너무 믿지 말라는 말까지 꺼내 혼란스러워졌다.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드러나는 진실들은 괴로움에 몸부림치게 만들었다. 어떻게 어른이 아이를 그렇게 이용할 수 있을까 도무지 믿기 어려웠다. 악마들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했다. 오랫동안 가스라이팅을 당한 장이가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고 여겨질 만큼 말이다. 이런 상황에 선이가 과연 장이를 만날 수 있을지, 만난다면 구할 수 있을지 희망을 가지기 어려웠다.
다행히 소설은 좋은 방향으로 끝이 났지만, 그게 진정한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가혹하고 끔찍한 현실에서 이제 막 벗어난 장이의 삶이 정상 궤도를 찾아가려면 험난할 것 같기 때문이다.

소설에 등장한 대부분의 어른들은 정말 악마였다. 이기적이고 무자비한 파렴치한들이 그래도 참혹한 끝을 맞이해 다행일 정도였다.
이 소설이 영상화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너무 잔혹해서 과연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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