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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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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법정 | 샘터 | 2002년 03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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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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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2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51쪽 | 483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46413412
ISBN10 894641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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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서 새소리가 사라져 버린다면 우리들의 삶은 얼마나 팍팍하고 메마를 것인가. 새소리는 단순한 자연의 소리가 아니라 생명이 살아서 약동하는 소리요 자연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음악이다. 그런데 이 새소리가 점점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 p.57
며칠 전부터 창 밖에서 '톡톡 톡톡'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무심히 흘리고 말았었다. 옮겨 심은 나무에 물을 주러 나갔다가 톡톡 소리를 내는 그 실체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난로 굴뚝의 틈새에서 박새가 포르르 날아가는 것을 보고서였다. 박새가 그곳에 깃을 치고 사는 모양이었다.

박새는 여느 새와는 달리 거처를 별로 가리지 않는다. 웬만한 곳이면 아무데나 보금자리를 친다. 뒤꼍에 놓아둔 상자 속이나 혹은 처마 밑 모서리 같은 데 둥지를 틀 만하면 그곳에 거처를 마련하여 알을 낳아 새끼를 친다.

다른 새 같으면 쇠붙이로 된 난로 굴뚝 같은 데에는 보금자리를 마련하지 않을 텐데, 겨우 그 몸이 드나들 만한 그 틈새를 어떻게 찾아냈는지 그곳에 깃을 친 것이다. 자신의 거처에 이렇듯 무심한 박새의 대범한 생태를 지켜보면서, 그 동안 내가 살아온 거처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출가 수행자에게는 원래 자기의 집이란 따로 없다. 설사 자신의 힘으로 지어 놓은 절이나 암자라 할지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유물이지 개인의 사유물이 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절이 1천여 년을 두고 우리 모두의 절로서 오늘에까지 이른 것이다. 그저 인연 따라 한때 머물다가 그 인연이 다해 떠나면 그뿐이다. 언젠가는 이 몸뚱이도 버리고 떠나갈 텐데, 나무와 흙과 돌과 쇠붙이 등으로 엮어 놓은 건조물에 얽매일 수 있겠는가.
---pp.379~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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