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두렵습니다.”“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요?”“어찌 이런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습니다.”저자인 루이지 마리아 에피코코는 적극적으로 신자들과 소통하는 사제다. 피정을 지도하고, 강의를 하며, 영적인 도서를 출간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성직자나 수도자, 평신도에게 신앙을 전하고 있다. 《깊은 곳의 빛》는 이렇듯 각계각층의 신자들을 만나 온 저자가 이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받은 편지와 그들에게 들은 이야기로 각 주제의 문을 열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이 책의 첫 주제인 ‘관계’에서는 소중한 사람을 만날 수 없어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 ‘고독’에서는 누군가를 잃을까 봐 두려운 마음이 커진 현실에 대해서 신자들이 저자에게 말을 전해 준다. 또한 ‘침묵’에서는 분주한 삶을 살아왔다가 이번 일을 계기로 고요와 접촉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육체’에서는 지금까지 육체가 있음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살아왔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죽음’에서는 이번 일로 자신보다 소중한 이를 잃어 고통스러워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어둠이 있는 곳에 광명을.”어둠 깊은 곳에서도빛을 찾는 참된 그리스도인이렇게 우리가 코로나바이러스로 맞이한 달라진 일상으로 말을 시작하는 이 책 《깊은 곳의 빛》은 이러한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차분히 설명해 주고 있다.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게 되면서 진실한 관계, 영성이 존재하는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또한 고독과 마주하면서 물론 외로움의 감정을 느끼겠지만, 그 안에서 우리의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우리의 일부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 기회를 잡게 되면 관계의 부재로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깊은 내면에 있는 자신과 관계를 맺으며 외로움에서 벗어나 다른 이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코로나바이러스로 바뀐 일상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니 바뀐 일상을 그저 답답하다거나 어둠에 갇혀 있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또한 이 책에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보여 주는 일화도 실려 있다. 군중을 피해 이른 아침이나 밤새 홀로 기도를 드리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 우리도 온전한 자신을 찾기 위해 가끔은 현실과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전투에 나가 싸우다가 부상을 입고 강제로 격리되어 고독하게 지냈던 이냐시오 데 로욜라 성인의 모습을 보면 의도치 않았던 위기의 상황을 내면세계를 정복할 수 있는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알 수 있다이렇게 모두가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묵상을 하며 깊은 곳에 계시는 주님과 함께한다면 이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을 수 있다. 고통스러운 상황을 희망의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게 될 테니 말이다. 우리 안에는 어둠을 넘어설 수 있는 희망의 빛이 있다.어려운 시기가 지나면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그러나 힘든 시기와 그 흔적은 어둠을 거치면서 끌어낸 축복과 선함의 표식이 된다. 많은 경우 우리는 전투에서 승리할 무기가 없지만, 힘없이 쓰러져 더는 일어설 힘이 없다고 느낄 때도 계속 싸울 수 있다. 우리 안에는 기르고 드러내고 사용하고 알아야 할 힘이 숨겨져 있다. 그러므로 ‘깊은 곳의 빛’은 더욱 밝게 빛난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