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 베스터는 1913년 뉴욕 시 맨해튼에서 태어나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심리학과 화학을, 컬럼비아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1939년 <흥미진진하고 경이로운 이야기들>의 아마추어 단편 콘테스트에서 1위로 입상하면서 SF문단에 데뷔했지만 간간히 단편을 발표하는 것 외에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베스터가 자신의 장점을 십분 살린 분야는 만화 원작과 드라마 각본이었다. 특유의 플롯 조직 능력과 속도감 있는 대사 감각을 앞세워 DC코믹스의 작가로 취직한 베스터는 ‘섀도우’, ‘그린 랜턴 오스’ 등의 전설적 캐릭터 창조에 공헌했고 <배트맨>과 <슈퍼맨>의 집필에도 참여했다. 당시 대중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라디오와 TV 방송계로 진출, 방송 작가로 활약하며 ‘톰 코빗’, ‘찰리 챈’ 같은 문화 아이콘들을 창조해 내기도 했다. 이 시기 베스터는 말 그대로 3, 40년대의 미국 대중문화를 자기 손으로 ‘써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방위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베스터 작품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시각적 묘사와 극적인 설정, 만화처럼 과장된 캐릭터와 대담한 상상력은 이 경력에서 갈고닦은 것이다. 만화와 방송 드라마가 주류 대중문화로 도약하던 당시, 앨프리드 베스터는 그 신생하는 신종 미디어와 장르의 활력을 소설로 옮겨오는 데 확실하게 성공했다. 나중에 SF TV 드라마 《바빌론5》의 제작진들이 텔레파시 초능력자인 등장인물의 이름을 앨프리드 베스터라고 명명한 것은 장르를 형성한 이 거장에게 바치는 후배들의 경의였다.
베스터가 SF문단에 인상적인 족적을 남기게 된 것은 1952년 《갤럭시》에 《파괴된 사나이》를 발표하면서부터다. 비평적, 상업적 성공을 모두 거머쥔 이 작품으로 한갓 무명작가에 불과했던 베스터는 순식간에 인기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선배 거장인 아서 C. 클라크를 제치고 그해 처음 제정된 휴고 상 1회 수상자가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이 당시 가져왔던 파장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또 3년 후에 두 번째 장편 《타이거! 타이거!》(영국판 제목: 《내 목적지는 별들》)_를 발표하고 나서는 멀리 영국과 일본에서도 대대적인 호응을 얻는다.
‘불꽃놀이’라는 찬사를 듣는 베스터만의 스타일은 예리한 상상력과 화려하고 박력 있는 문체, 실험적인 소설 기법, 간결한 플롯, 강렬한 인물들로 대변된다. 평론가인 피터 니콜스는 이런 베스터의 특질을 “시니컬하고, 바로크적이고, 공격적이고, 단단하게 반짝이는 이미지를 쉴 틈 없이 내보이며 강박적인 심리 상태를 다룬다”고 평했다. 베스터의 분방한 상상력과 현란한 시각 이미지는 이후 뉴웨이브와 사이버펑크 작가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1987년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