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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짓이 어디 있나요

쓸데없는 짓이 어디 있나요

[ 초판 한정 사인 인쇄본 ]
리뷰 총점9.5 리뷰 21건 | 판매지수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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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연예인 에세이 top100 29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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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6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404g | 128*188*20mm
ISBN13 9788925578194
ISBN10 892557819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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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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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를 모으는 데에는 여러 가지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나와 비슷한 용도로 가방에 배지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타인의 가방에 빼곡한 배지를 보며 말 한 번 나누지 않아도 안전함을 느낄 때가 있다. 나는 가방의 배지 대신 노트북의 스티커로 그걸 대신한다. 맨질한 노트북에 하나 슬쩍 붙여 보니 썩 마음에 든다. 새하얀 노트북이 눈 덮인 들판이라면 하나둘씩 붙여진 스티커는 발 시린 고양이의 발자국. 빼곡하게 올곧은 문구들이 도도하지만 가끔은 외롭고, 그래도 역시 떼기는 어렵다. 스티커는 떼기가 어렵다.
--- p.36 「스티커 떼기」 중에서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에게 위험한 사람일까? 나는 원래 스스럼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그런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들이 나를 다 좋아해 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무턱대고 내 모든 걸 드러낼 수 없는 것이다.
--- p.44 「모르는 개 산책」 중에서

조심히 들어가고 도착해서 연락해.
뚫어질 듯 문자를 바라보던 나는 실소를 흘리고서 몸을 돌렸다. 알 사람들은 알만한 그 실소. 그래. 조심히 들어가야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고개는 당당하게 들고 빠른 걸음으로 걷다 보니 내가 지나온 길에는 아주 긴 일직선이 그려졌다. 계속해서 같은 속도로 길을 걷는다. 먹은 술이 아깝다고 생각하면서.
--- p.44 「모르는 개 산책」 중에서

생각해 보면 그때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물론 지금도 많지만 어쨌든 예전을 생각하면 아무런 의식이 없었던 듯 희뿌연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내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를 확신하는 이유는 기능에 비해 단순하다. 기억이 또렷하기 때문이다. 기억의 물리적 거리와는 무관한 또렷함. 필연적으로 나는 그때보다 조금 더 또렷하게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 p.70 「3에게」 중에서

여자 연예인들은 사회 보편적인 기준에서 보통 말랐다. 안 마른 주인공을 본 적이 별로 없었던 건 이상하리만치 몽땅 말랐기 때문인가, 아니면 바늘구멍이 애초에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일까. 안 말랐다가도 바늘구멍을 통과하고 나면 죄다 말라지는 걸 보니 아무래도 그 구멍에는 좀 문제가 있다.
--- p.91 「실」 중에서

키가 쑥쑥 자라니 팔다리가 길어졌고 손가락이 길어지니까 내 새끼손가락이 남들보다 짧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짧은 새끼손가락으로 수많은 약속을 하고 수없이 약속을 어겼다. 두꺼운 엄지로 미래를 기대했더라면, 중지를 욕으로 쓰는 대신에 무언갈 휘감아 어떤 것을 희망했더라면 그 많던 약속들이 조금은 더 튼튼했을까.
--- p.123 「나는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짧다」 중에서

또다시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엔 늘 눈을 기다렸고 여전히 눈이 오면 좋겠지만 이젠 뭐 오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운전할 때 길이 미끄럽지 않을 테니 오히려 잘된 일이다. 산타할아버지, 정말 없는 거죠. 그렇다면 제가 갑니다. 루돌프가 끄는 썰매 말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길을 터 갈 수 있는 핸들이 쥐어졌다. 빨간 코 대신에 주황빛 라이트, 기름만 제때 넣어 준다면 멈출 일 없는 내 차를 타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산타를 대신해서 이제는 내가 간다. 기다림은 애저녁에 끝이 났고 그러니까 비로소 내가 갈 수 있다. 엘사, 너에게도 그런 순간이 오겠지만 그게 오랫동안 슬픈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 p.144 「중학교 때까지 산타를 기다린 너」 중에서

손수현은 손수건이 되었다가 어느덧 손 작가, 손 배우가 되었다. 송충이는 송 사원이, 신라면은 신 대리가, 장독대는 장 사장이 되어 버리는 세상에서 나는 점점 더 수현으로 불리고 싶다. 다정한 목소리로 누군가 “수현아” 불러 준다면 나는 “응?” 하며 돌아볼 텐데. 반가움을 가득 안고서.
--- p.260 「손수현, 손수건, 수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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