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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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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 필사, 나를 물들이는 텍스트와의 만남

장석주 편저 | 추수밭 | 2015년 10월 1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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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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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5년 10월 14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96쪽 | 500g | 165*215*18mm
ISBN13 9791155400388
ISBN10 1155400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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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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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이 문장을 정확하게 언제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야생의 향과 빛과 색채로 뒤엉킨 티파사라니! 오감을 화들짝 놀라게 한 이 문장을 처음 접한 뒤 나는 수십 번도 더 넘게 되풀이해서 읽었다. 모란과 작약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화창한 봄날에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 저녁에도, 진눈깨비가 창호지를 바른 창에 내리치는 스산한 겨울 아침에도 이 문장을 찾아 읽었다.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몸의 나른한 이완과 그 이완의 틈새로 행복은 날개를 고요히 접으며 내려앉는다. 카뮈의 산문 문장들은 비참과 고독의 구덩이에 빠진 내게 넌지시 구원의 손을 건넨다. 나는 스무 살에도 그랬고 예순이 넘은 지금도 카뮈가 내미는 손을 덥석 잡는다. --- p.9~10

간혹 주례를 맡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이 시를 읽어준다. “서로의 잔을 채우되, 어느 한편의 잔만을 마시지는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그대들 각자는 고독하게 하라.” 젊은 날엔 이 구절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을 함께해야만 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사랑으로 상대를 구속하려고 했다. 이는 어리석은 짓이다. 각자의 고독 속에서 각자의 생이라는 꽃을 피워야 한다. 사랑에 단 하나의 의무가 있다면, 자신의 꽃으로 상대를 행복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모든 결혼하는 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다. --- p.71

아버지는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마당에 떨어진 낙엽들을 치우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구절에서 울컥해진다. 아버지에게 자식이란 ‘타자화된 나’다. 아들들은 그 아버지를 보면서 자란다. 그러면서도 아들들은 아버지의 뜻을 소소하게 거스르고 아버지에게 크게 맞서고 반항한다. 나 역시 그랬다. 미숙하고 치기 어렸던 시절의 일이다. 세월이 흘러, 장년이 되니 아버지의 외로움을 조금 알 듯하다. --- p.91

세이쇼나곤은 일천 년 전 일본의 궁녀였다. 이 궁녀는 뛰어난 문필가였다. 무엇보다도 사물과 계절, 인간관계에 대한 투명한 응시와 청신한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다. 그 재능을 고스란히 펼쳐 보인 책이 《마쿠라노소시》다. 세이쇼나곤은 궁녀의 삶과 그 삶을 감싼 시대의 풍속, 그리고 교양과 정념이 혼재된 삶을 재기발랄한 문체로 썼다. 이 책을 읽은 것은 행운이다. 나는 이 책을 머리맡에 두고 여러 번에 걸쳐 읽었다. --- p.109

한 줄의 시는 한 세계의 발명이다. 한 줄의 시는 오랜 경험의 정수를 꿰뚫는다. 뇌의 전두엽에 내리꽂히는 번개고, 두개골을 울리는 우레여야 한다. 존재를 쇄신에 이르게 하고, 홀연 새로운 세계를 엿보게 해야 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시를 아는 건 곧 우주를 아는 것이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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